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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뮤지컬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마찬가지로 첫 뮤지컬영화 <영웅>을 만든 윤제균 감독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최고의 흥행 감독이자 첫 뮤지컬 연출이라는 교집합으로 만난 두 감독은 뮤지컬영화를 만들면서 고민한 내용들을 공유하며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내 인생 최고의 영화는 <E.T.>” 라는 말로 첫인사를 건넨 윤제균 감독에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국제시장>을 재밌게 봤다”라고 화답하자 대담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기애애하게 달아올랐다는 후문이다.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 장르를 선택한 이유’를 첫 질문으로 던졌다. “항상 춤과 음악과 연기가 함께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영상화하기로 결정했다. 보다 ‘젊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X ‘영웅’ 윤제균 감독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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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예년의 1/4 수준으로, 지난해의 총 관객수를 간신히 넘은 반면, <오징어 게임> <지옥>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 다가올 2022년 한국 창작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씨네21>은 지난해에 이어 영화·드라마 제작사, 투자배급사, OTT, 매니지먼트사 등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는 62인의 전문가에게 내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조망하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2021년 가장 인상 깊게 본 콘텐츠부터 2022년 영상산업 키워드 및 트렌드, 가장 주목하는 배우와 연출자, 작품과 스튜디오, 한류의 지속 여부까지 총 14개의 질문을 <씨네21>이 던졌고 업계의 키플레이어들은 성실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우선 2022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키워드 1위는 OTT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와
2022년 주목해야 할 작품과 배우는…한국 영상산업 리더 62명이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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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하고 순수한 예술가이자 몽상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배우 로라 던) 12월27일(현지 시간) 장 마크 발레 감독이 캐나다 퀘벡 외곽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8살.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 <데몰리션>에 이어 최근 <HBO> 시리즈 <빅 리틀 라이즈1, 2>와 <몸을 긋는 소녀>를 연출하며 차츰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HBO>의 또 다른 시리즈물인 <고릴라 앤드 더 버드>의 감독 및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비보와 함께 그의 새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HBO>측은 “장 마크 발레 감독은 영화에 오롯이 전념하고, 모든 장면에 감정적인 진실을 불어넣는 경이로운 재능의 소유자였다”라며 그의 가족과 제작 파트너 네이선 로스에게 조의를 표했다.
진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장 마크
[추모]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의 장 마크 발레 감독, 향년 58살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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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시리즈 부문 신인 여자배우로 꼽은 정호연은 현재 전세계가 주목하는 신인이다. 데뷔작 <오징어 게임>은 53일간 전세계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기간 1위를 차지했으며,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정호연만의 마스크와 눈빛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 본사가 <오징어 게임>팀을 초청하면서 모델이 아닌, 배우로서 미국에 발을 딛은 정호연은 11월1일부터 한달여간 해외 시상식에 참석하고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빠듯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일련의 사건을 그는 “소행성 충돌 후 폭발”이라 표현했는데, 그 폭발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에 돌아와 자가 격리 중인 정호연 배우와 나눈 대화를 옮긴다.
- 입국 후 현재 자가 격리 중인데.
= 1시간 후면 해제된다. 드디어 자유다! 전세계가 오미크론 때문에 난리인데 <오징어 게임>팀 누구도 코로나19에 걸리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정호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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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리즈 감독: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킨 놀라운 연출자”(김현수)가 탄생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골목 놀이로 목숨 값을 매기는 극단적 상상력으로 전세계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콘텐츠가 범람하고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대단한 기술”(김송희)이다. “10년 전부터 준비한 시나리오를 품고 시대의 변화를 주시하며 공개될 때를 기다려온 설계자”(김선영)로서 그의 뚝심도 박수받을 만하다. 시리즈가 담아내는 폭력성과 잔인함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미국 자본주의를 과잉 학습한 한국식 자본주의, 무한경쟁 사회체계와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재기가 불능한 사회안전망 부재 등 여러 맥락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에 황동혁 감독이 접목시킨 데스게임 장르는 괜찮은 선택”(배동미)이었다. 2009년 <오징어 게임>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킨 황동혁 감독은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감독, 스탭, 작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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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존 영화계 인력이 드라마를 만드는 경향을 언급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때가 됐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플랫폼을 종횡하는 창작자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느냐에 있다. 올해는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빅네임들의 신작보다는 신인 작가·감독, 자기만의 차별화된 세계관에 충실했던 기성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이 평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오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독립영화계의 터줏대감 윤성호 감독이 오랜만에 친 적시타다. 2위 <구경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의 신인 작가들이 대본을 썼고, 3위 <D.P.>는 동명의 웹툰 원작을 쓴 김보통 작가와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4위 <미치지 않고서야>는 전작 <마녀의 법정>에서 성범죄를 소재로 권력 구조의 부조리함을 성공적으로 드러낸 정도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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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압도적인 지지다. “지금 한국의 블랙코미디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연출자 윤성호”(복길)의 “현실 정치를 들여다보는 급진적으로 깜찍한 시각”(이보라)을 보여주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가 2, 3위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치는 이야기의 보고”(김봉석)라는 점을 꿰뚫은 영리한 기획이 “정치가 코미디보다 웃기는 나라에, 드디어 정치보다 웃긴 풍자극의 등장”(김선영)을 알리며 “코믹과 현실의 드라마틱한 조화”(정석희)를 보여줬다. “지금 이 공포스러운 정치 상황에서 이처럼 어울릴 수 없는”(듀나) <이상청>은 “저격과 난사의 쾌감 모두를 선사”(김현수)하는 “한국인 소화흡수율 99.8%의 정치 시트콤”(유선주)이지만, 단지 현실의 소재를 무분별하게 가져온 코미디는 아니다.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종교) 이슈를 첩첩이 쌓은 고맥락 코미디를 이해의 결락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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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연말 <씨네21>은 기자·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송년 베스트 설문을 실시한다. 2021년부터는 ‘시리즈’ 부문이 신설됐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변화다. 극장 중심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이 옮겨가고, 점점 더 많은 영화제들이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제는 영화감독 및 스탭들의 드라마 진출이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됐다. 특히 2021년은 시리즈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한해를 결산할 수 없다는 데 <씨네21>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2주 연속 설문 기획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기존의 영화평론가와 기자들은 물론, TV 비평가들을 새롭게 초대해 총 30명의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꺼이 설문에 참여해준 분들에게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다만 시리즈물에 ‘베스트’를 실질적으로 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너무 많은 플랫폼에서 쉴 새 없이 영상물이 쏟아져 나오고, 남들 다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최고의 시리즈, 연출자, 배우… '오징어 게임' 정호연 배우 인터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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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때론 지치고 힘들 때도 많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원하는 장면을 찍어냈을 때의 성취감이 모여 한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스틸 작가들이 현장에 상시 대기하면서 그 성취의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 기록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컷은 2021년 한해 동안 관객과 시청자를 울리고 웃게 만들었던 작품이 어떤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일종의 설계도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일기장 같기도 하다. 매년 영화 촬영 현장만 소개했던 터라 올해는 드라마 현장의 비하인드 컷도 수소문했다.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은 배우들이 현장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많은 비하인드 컷들이 독자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를 빛낸 <자산어보> <랑종> <모가디슈> <구경이&
2021년 한국영화·시리즈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 : 그들의 빛나는 순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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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는 현대 일본영화를 장기간 대표해온 이른바 ‘4K 클럽’(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와세 나오미, 구로사와 기요시, 기타노 다케시)에 이어 2010년대 중반부터 세계 평단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은 새로운 이름이다.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얻은 압도적 호평과 봉준호 감독의 찬사를 계기로 국내에 그의 전작들이 한꺼번에 소개되며 뒤늦게 맞춰진 퍼즐은, 이론이 정연하면 서도 그 이론과 영화적 실천을 실시간으로 일치시켜가는 침착한 작가의 초상을 가리키고 있다. 이를테면 <우연과 상상>은 <드 라이브 마이 카>의 각색을 허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만든 옴니버스인데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핵심이될 세 요소- 자동차, 섹스, 역할 놀이- 의 에튀드이자 하마구치 영화 세계의 친절한 입구이기도 하다.
‘존 카사베티스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목의 학부 졸업논문을 쓰고 촬영 현장으로 갔던 하마구치 류스케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드라이브 마이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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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영화계의 가장 앞자리에 선 감독은 누가 뭐라 해도 하마구치 류스케다. 세계는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지각변동을 주목한다. 조짐은 진즉부터 있었다. 대학원 수료 작품인 <열정>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후 한일 공동 제작의 <심도>, 동일본대지진에 관한 다큐멘터리 <파도의 소리>, 하마구치의 시간을 연 <해피 아워>까지 신작이 나올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첫 상업영화인 <아사코>가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각본을 맡은 <스파이의 아내>가 7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021년은 그야말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한해였다. 2021년 3월 <우연과 상상>으로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같은 해 7월 <드라이브 마이 카>로 74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일본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우뚝 섰다. 세계
'드라이브 마이 카'와 하마구치 류스케 작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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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트 유니버스>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스핀오프 시리즈였다. 당대 최고 인기 SF 시리즈인 <로스트>와 <배틀스타 갤럭티카>(2004)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기존 <스타게이트> 시리즈의 검증된 흥행 공식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은하에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우주선 ‘데스티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 이야기를 다룬다. <스타게이트 SG-1>이 <스타워즈>풍의 유쾌한 활극이었다면, <스타게이트 유니버스> 속 인물들의 생존기에는 처절함과 죽음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좋게 말하면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시도고, 나쁘게 말하면 기존 작품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괴상한 스핀오프인 셈이다.
등장인물들의 면면도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SG-1’의 주인공들은 총 한 자루와 플라스틱 폭탄만 갖고도 농담 따먹기를 주고받으며 외계 제국의 함대를 침몰시키는 <스타워즈>식 슈퍼 영웅이었다. 반면 ‘유니버스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슈퍼히어로에서 '슈퍼'를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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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여정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크라이 마초>는 자동차에 탄 남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자동차를 운전해 목가적인 풍경을 지나쳐 주변에 말들이 묶여 있는 마구간의 사무실에 도착하는데, 도착하자마자 남자를 기다리던 한 동료에게 너무 늦었다는 말을 듣는다. 사물함을 제때 비우지 않았다는 범상한 말이지만, 서사의 논리 바깥에서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대사다. 90세의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한 마이크라는 남자는 스크린에 뒤늦게 도착한 존재다. 과거 로데오 챔피언이었던 그는 예기치 않은 낙마 사고 이후 보잘것없는 카우보이로 살아가고 있다. 이 노년의 카우보이는 더이상 무엇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마이크는 텅 빈 주인공이다. 그의 주변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이렇다 할 적대자도 없고, 이뤄내려는 욕망도 보이지 않는다. 종교적 믿음이나 고집스러운 신념을 드러내는 법도 없다. 액자에 걸린 흑백사진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그의 작은 집이 마이크의 상태를 지시한다.
'크라이 마초'의 기묘한 영화적 여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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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태창흥업 / 감독 김수용 / 상영시간 105분 / 제작연도 1981년
서울에서 버티는 세 청년들의 이야기는 여성 버전으로 이어진다. 김수용 감독의 <도시로 간 처녀>는 1980년대 초입 서울을 배경으로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전해 이장호가 연출한 <바람불어 좋은 날>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 중반 이만희, 임권택 등 충무로 중견감독들은 영상시대를 위시한 신예감독들의 새로운 영화와 적극적으로 교감했고 활발하게 그들의 영화세계를 수용했다. 김수용 역시 후배감독들의 작업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며 과감하지만 거칠기도 했던 뉴웨이브 감독들의 영상과 사운드 스타일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자신의 영화에서 선보였다. 일례로 이장호의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에서 처음 영화음악을 맡았던 강근식은 이후 <내 마음의 풍차>(1976)부터 <도시로 간 처녀>까지 김수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세 여성 노동자의 서울 생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