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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근 감독이 데뷔작 <심장이 뛴다> 이후 10년 만에 스릴러영화로 돌아왔다.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정보요원 이안(윤계상)이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신이 누군지, 몸은 또 어디 있는지 찾던 이안은 악당 박 실장(박용우)과 아내 진아(임지연)를 만나면서, 그들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간다. 한양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윤재근 감독은 졸업 후 광고감독으로 활동하다 1996년 밴쿠버필름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꽃피는 봄이 오면>과 <순정만화>에 참여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영화관을 쏘다녔던 동갑내기 친구, 고 류장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윤재근 감독은 각본을 써서 완성한 작품들이었다. 군대 선임 허진호를 영화감독으로 이끈 고인은 윤 감독에게도 “영화적 동지”였다. 비록 류장하 감독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유체이탈자>는 현재 극장가에 활력을
오리지널이라는 자부심, 할리우드판 '유체이탈자'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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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변적 변수로 인식되어온 음악을 주연으로 만든다. 작곡, 작사, 연출, 연주, 노래까지 두루 아우르는 음악 창작자들을 조명하는 콘서트, 대한민국영화음악페스티벌(KCMF)이 올해로 2회를 맞이했다. 감독과 배우, 작가의 예술이 아닌 작곡가의 예술로 돌아보는 영화는 스크린이 아닌 무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예술단, KCMF, 그리고 <씨네21>이 주관하는 이번 공연에는 이장호, 김한민, 오성윤 감독 등이 자문위원으로,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자문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서울그랜드필하모닉의 60인조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을 통해 한층 더 웅장한 음향을 구현하며 조성우, 이지수, 심현정, 최승현, 홍대성 작곡가가 엄선한 대표곡들(<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실미도> <늑대소년>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을 만날 수
무대 위의 영화음악, 창작자를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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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상상력과 기관의 의지가 더해질 때 좋은 콘텐츠가 빚어지곤 한다.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극적으로 그린 창작 뮤지컬 <세종, 1446>(연출 김은영, 극본 김선미, 작곡 임세영·김은영)은 민과 관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초연된 <세종, 1446>은 현재 전국 순회공연에서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예술계가 활력을 잃었을 때조차 <세종, 1446>은 비대면으로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와 올해 한글날 네이버 TV로 생중계된 무대는 전세계 17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종대왕릉을 품은 여주시는 세종 즉위 60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제작을 공모하였고, 그 과정에서 인물 중심 뮤지컬을 다수 제작한 HJ컬쳐와 협업해 작품을 완성시켰다. <세종, 1446> 제작과 공연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여주세종문화재단의 김진오 이사장과 이종금 문화공연팀 팀장을 만나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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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2017) 이후 4년 만의 컴백이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2004), <뜨거운 녀석들>(2007),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2010), <베이비 드라이버> 등 재기 넘치는 장르영화를 연출해온 영국 감독 에드거 라이트의 신작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펼쳐낸 호러영화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대도시 런던에 온 엘리(토마신 맥켄지)는 매일밤 꿈속에서 1960년대 소호에서 활동하는 가수 샌디(애니아 테일러조이)를 만난다. 샌디처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아가려는 엘리의 의욕은 샌디가 누군가로부터 죽임을 당하면서 무너진다.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근사하면서도 어두운 이 영화는 화려하지만 어두운 맨살을 드러내는 1960년대 소호에 바치는 애가이자 런던에 처음 당도해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다가 샌디의 당당한 삶을 동경하는 여성 엘리의 성장담
"과거를 낭만적으로만 포장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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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은 그 이전 세대에 수수께끼와 같아 보인다 한다. 생활의 도처에서 만나 삶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이따금 느껴지는 세대간 불협화음은 나이 든 사람들의 눈에는 생경하기 이를 데 없다고 토로한다. 이들의 마음이 도통 이해가 안된다며 데이터로 읽어달라는 조직들이 많아 프로젝트로 분석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두 가지 관점이 어려움의 출발이다. 첫째는 소중한 고객이니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묻는 것, 두 번째는 회사의 밀레니얼 직원들이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보니 크게 세 가지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자존이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것.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인정과 대우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자존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의 역량을 계속 계발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관찰된다.
두 번째, 취향이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애호가 있는지 발견한다. 그 취향을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밀레니얼의 취향, 자존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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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대신 포커를 쥔 여성 타짜 이야기. 미미(이채영)는 스마트폰으로 드라마 시청보다 화투 게임을 즐기는 아마추어 도박사다. 차를 타고 이동하던 미미 가족은 갑작스럽게 괴한의 공격을 받아 어머니가 죽고, 언니마저 겁탈당해 임신한 채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괴한을 찾을 단서라고는 현장에서 발견된 해골무늬 카드뿐이다. 범인을 찾고자 하는 미미는 카드를 단서 삼아 포커판에 뛰어들고 남장한 여성 타짜 오자와(정혜인)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여타짜>는 만화 <타짜>의 김세영 작가가 발표한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그렇다고 최동훈 감독의 <타짜>식 손맛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 있다. <여타짜>는 도박이란 소재보다 미미 가족의 비극과 오자와의 숨겨진 가족사, 이유 없이 삐뚤어진 빌런의 이야기로 뭉쳐진 평면적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오자와 역의 정혜인 배우가 보여주는 노련한 손연기에 비해 장르적 즐거움은 부족하다.
[리뷰] 화투 대신 포커를 쥔 여성 타짜 이야기 '여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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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은 사회가 정한 시스템 규칙에 의해 일상의 행복을 빼앗긴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 루는 가난한 엄마, 아빠와 유약한 오빠, 어린 젖먹이 동생과 한집에서 살고 있다. 가난이 곧 교육 환경의 부실로 이어지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일상이 곧 취약한 육아 환경으로 이어진다.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하자 엄마는 마트에서 빵을 훔쳐 아이들에게 먹인다. 복지국에서는 이들 부모의 행색을 보고 아이들을 키울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 국가복지 시스템의 맹점을 지적하는 <리슨>은 어린 청각장애 소녀 루의 시선으로 가족의 비극을 차분하게 기록한다. 골판지를 접어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만든 가짜 카메라를 목에 걸고 뷰파인더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루의 시선이 정겹지만 해법이 떠오르지 않는 가난 앞에서는 그조차도 사치스럽다. 실제 청각장애를 지닌 배우 메이지 슬라이의 연기가 돋보인다.
[리뷰] 사회가 정한 시스템 규칙에 의해 일상의 행복을 뺏긴 가족의 이야기 '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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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으로 이루어진 섬 티안후오를 배경 삼아 테마파크를 세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개발업자 해리스(제이슨 아이작스)는 화산학자들을 고용하여 안전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그중엔 어릴 적 이 섬에서 화산 폭발 사고로 엄마를 잃은 샤오멍(쿤링)이 있다. 샤오멍은 불길함을 감지하고 이를 알리려 노력해보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한다. 끝내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한 채 화산이 폭발하게 되고, 샤오멍은 자신을 구하러 온 아빠 타오(왕쉐치)와 함께 탈출에 나선다.
<스카이파이어>는 <익스펜더블2> <툼레이더><콘에어> 등을 연출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신작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컨셉만큼은 확실한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선보였다. 폭발하는 화산과 대자연에 세워진 최첨단 테마파크의 비주얼은 가히 놀랍지만, 재난영화의 전형적인 패턴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결과물이다.
[리뷰]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신작 '스카이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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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2등인 유우키 아스나(도마쓰 하루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지낸다. 반면에 전교 1등인 토자와 미스미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늘 혼자다. 상극일 것 같은 이들은 방과 후 옥상에서 같이 게임을 즐기는 일종의 비밀 친구다. 미스미는 아스나에게 VR 게임인 ‘소드 아트 온라인’을 같이하자고 제안한다. 출장 간 오빠 방에서 게임을 발견한 아스나. 그녀는 미스미를 만나기 위해 게임에 접속한다.
<극장판 소드 아트 온라인-프로그레시브-별 없는 밤의 아리아>는 두 친구가 VR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애니메이션이다. 게임 캐릭터가 죽으면 게이머 자신이 쓴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인 ‘너브 기어’가 뇌를 파괴해 죽게 된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영화 속 가상현실은 현실과 동일시된다. 영화는 게임을 통해 두 친구가 협동하고 때론 싸우면서 관계가 발전하는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리뷰] 가상현실과 현실이 동일시 되는 서바이벌 애니메이션 '극장판 소드 아트 온라인-프로그레시브-별 없는 밤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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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로잘린은 탐정물 마니아인 고양이 마니와 행복하게 지낸다. 어느 날 연락이 뜸했던 오빠 톰이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온다. 마니는 톰을 의심스럽게 지켜본다. 톰은 최근 마을에 발생했던 연쇄 도난 사건의 주범이었다. 눈치 빠른 톰은 비밀 작전에 투입시켜주겠다며 마니를 꼬드긴다. 그렇게 택배 상자에 실려 비밀 접선 장소로 가는 줄만 알았던 마니는 외딴곳에 도착한다.
<스파이 캣>은 마을에 일어난 연쇄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마니와 동물 친구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의 재미는 마니를 비롯한 동물 친구들이 한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치면서 생긴다. 이들은 각자도생 중에 마니를 우연히 만나고, 얼떨결에 도난 사건을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각자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하나의 팀으로 관계가 발전한다. 이외에도 자동차와 비행기를 이용한 액션 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뷰] 연쇄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동물 친구들의 좌충우돌 '스파이 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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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가 일어난 지 147일째. 운 좋게 방주에 올라탄 동물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식량마
저 바닥이 나는 중이다. 데이브와 헤이즐은 창고에서 이런 고민을 나누다 쌓여 있던 통을 실수로 쓰러뜨리고 만다. 숨어 있던 이들의 자식인 피니와 리아가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노아의 방주2: 새로운 세계로>는 피니와 리아가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새로운 친구 젤리를 만나 섬에 도착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노아의 방주: 남겨진 녀석들>의 후속편이다.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해파리 젤리는 영화에서 귀여움을 담당한다. 또한 위기상황에서 동물들을 도와주는 감초 역할로 제 몫을 다한다. 영화에 규모가 큰 액션, 추격, 탈출 장면이 가득해 보는 눈이 즐겁다. 이외에도 동물들의 리드미컬한 슬랩스틱이 웃음 포인트다.
[리뷰] '노아의 방주2: 새로운 세계로' 액션, 추격, 탈출 장면이 주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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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운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민불복종운동이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그것도 휴전국인 이곳에서 병역거부운동을 펼친다는 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선언만으로 큰 뉴스거리였다. 18년간 병역거부운동을 기록한 김환태 감독의 카메라는 2000년대 초반 불교신자로서 병역을 거부한 오태양, 이라크 파병을 보고 병역을 거부한 이등병 강철민,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 세상’의 활동가 이용석, 임재성 등 여러 인물을 담는다. 그사이 군대가 상식이었던 세상은 조금씩 변해갔고 운동의 방향성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예를 들어, 여성이기에 징집 대상자가 아니라 당사자성이 없었던 최정민 활동가는 무기거래 반대에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당시 병역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김환태 감독의 카메라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환호하는 활동
[리뷰] 병역거부운동을 담은 설득의 다큐멘터리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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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뒤 아직까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재일 ‘조선인’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감독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다큐멘터리영화다. 2002년 금강산 청년대회에서 그들을 처음 만난 감독은 그들이 북한만큼 남한에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일본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내 이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과 연관이 있는 사안임을 깨닫는다.
재일조선인들이 현재에도 만연한 일본인들의 온갖 차별과 혐오를 견디면서까지 일본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대체 무엇을 위하여 끝까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새로 태어난 세대에게 민족교육을 시키는 것일까. 영화는 감독이 18년간의 취재를 통해 만난 조선인 당사자들의 입을 빌려 한국과 일본 양국으로부터 거절당한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중엔 <
[리뷰] 재일조선인에 대해 궁금하다면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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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간된 문예지에서 오래전 등단한 소설가 구보(박종환)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집하며 외롭고 고독한 글쓰기를 지속하는 중이다. 어느 날 구보는 자신의 소설 출간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선배 기영(김경익)을 만나지만, 이번엔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을 듣게 될 뿐이다. 그 대신 기영은 자서전 대필 일거리를 권유하고, 이에 구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다. 선배와의 만남 이후 무기력하게 도시를 거닐던 구보는 이따금 아는 사람들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그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괴리감을 느끼며 점점 더 자신 속으로 침잠해간다. 그렇게 구보의 하루가 끝나갈 때쯤, 구보는 우연히 배우 지유(김새벽)를 만난다.
곤궁한 예술가의 정처 없는 발걸음은 어디로 이어질까. <셋방>(2013), <오렌지향 오후>(2014) 등의 단편을 연출해온 임현묵 감독의 첫 장편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어느 소설가의 쓸쓸한 하루를 뒤따른다.
[리뷰] 곤궁한 예술가의 정처 없는 발걸음 '소설가 구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