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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찍다가 코미디 찍으니 몸무게 불더군요""예전에는 영화를 한 편 찍고 나면 5∼6㎏씩 살이 빠졌지요. 이번에는 오히려 몸무게가 불었어요. 육체적으로는 그만큼 편했는데 결코 코미디가 만만한 장르는 아니더라구요. 시사회 광경을 보니 만들 때 연기자와 스태프가 배를 잡고 웃었던 대목에는 안 웃고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졌던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더군요." 11월 5일 개봉 예정인 `영어완전정복'(제작 나비픽처스)의 김성수(42) 감독은 `무사', `태양은 없다', `비트', `런어웨이' 등 선굵은 남성 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온 액션전문 감독. 모처럼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코믹 멜로물에 도전장을 냈다.주변 사람들은 "이제야 적성에 맞는 장르를 찾아갔다"고 말한다지만 그의 영화를 보아온 관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다."시나리오를 스크린에 옮기는 것은 코미디나 액션이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요. 차이라면 코미디 영화의 작업 환경이 액션에 비해 편하고 재미있다는 것뿐이지요. 예전
[인터뷰] <영어완전정복> 김성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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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씨네21> 특집 기사는 영화와 TV쪽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사극의 변화를 관찰했다. 필자들은 MBC의 <다모>와 <대장금>, 지금 극장에 걸려 있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황산벌>을 대표 사례로 들고 그 정황을 진단했는데 공감하는 바가 크다.이 현상은 여러 가지로 음미할 만한데, 우선 사극이 한국 대중영화의 장르로 부활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관객은 멜로와 코미디, 액션에 이어 공포와 사극을 반복 재생산이 가능한 장르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영화사의 황금기라고 평가되는 1960년대 전반기에 거의 10여 가지 장르가 동시적으로 성행했던 것을 상기할 때, 지금의 한국 영화계 또한 성장기를 지나 황금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봄직하다.또한 역사라는 것이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는 상상적 공간으로 재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동안 사극이라 하면 대부분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어마어마한 텍스트
상상력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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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순간을 그린 멜 깁슨의영화 <예수의 수난>이 적대적 종교단체들을 영화의 정확성을 옹호하는 축들과반유대적이라며 비난하는 축들로 양분, 미국에 종교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스도의 최후의 12시간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원제가 ‘수난’이었으나 ‘예수’를 추가해 개명됐다. 연예계의 권위지인 일간 버라이어티는 22일 깁슨과 친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깁슨이 재의 수요일인 내년 2월 25일을 기해 이 영화를 개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시사회 후 에이브러햄 폭스먼 반명예훼손연맹(ADL)회장은 “이 영화가 현재 형태대로 개봉된다면 많은 책임있는 교회들이 근절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증오와 편협과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할 것 같아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유대 당국과 유대인들을 예수 십자가 처형을 결정한 책임자들로 그리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깁슨의 이 영화는 시사회 몇달 전부터도 유대교민사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ADL로부터 반유대적 정서를
멜 깁슨 영화 미국서 종교전쟁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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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희한한 장난을 쳤을까?
올해 부산영평상은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에게 감독상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에게 작품상을 각각 수여했다. 상의 기준과 권위에 절대적 신뢰를 표하지는 않더라도 여기엔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영화아카데미 11기 동기로 출발한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만큼이나 서로 다른 성향과 연출 스타일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통해 이른바 ‘웰메이드 상업영화’의 한 예를 보여줬다면 장준환 감독은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에서 고집스러운 자기만의 세계를 자유로운 공기 속에 흩어놓았다. 단순한 구분인지 몰라도 한쪽은 몇수 앞을 내다보는 치밀함과 영리함이, 다른 한쪽은 무던한 성격에도 털어지지 않는 아집이 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평상이 봉준호에게 작품상보다는 감독상을, 장준환에게 감독상보다는 작품상을 수여한 것에도 비슷한 시각이 묻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감독의 뮤직비디오 촬영현장 [1] -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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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구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
장준환 감독의 뮤직비디오 현장은 봉준호 감독의 현장과 촬영 시간대가 정반대다. 밤신만 필요로 하는 봉 감독의 현장은 까매진 하늘 아래 부지런을 떨고 동트기가 무섭게 자릴 뜬다.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는 뮤직비디오엔 낮신밖에 없다. 사람들은 동터오는 하늘보다 먼저 현장에 나갔다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햇빛의 끝자락까지 밟은 뒤 촬영을 접는다.
오후 4시인데도 이곳은 춥다. 아침 라디오 기상캐스터도 예견했었다. 10월15일인 오늘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되겠고, 강원도 지역은 영하권을 맴도는 곳도 일부 있겠다고 주의를 내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늦가을 날씨 이상이다. 태백을 지나 31번 국도로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강원도 철암의 장성광업소 철암지부. 까만 석탄먼지로 덮인 회흑빛깔 때문인지 주변을 원처럼 두른 산들이 햇빛을 가렸기 때문인지 여기 추위는 유난히 두렵다. 탄차들이 와서 석탄을 쏟아내고 간다는 적탄장에 장
영화 감독의 뮤직비디오 촬영현장 [2]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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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의 처연한 칼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 또 다른 칼바람이 불고 있다. 말 달리는 벌판 대신 도마 위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의 진원지는 조선조 중종 때의 대전 수라간. 신분과 성의 멍에를 뛰어넘어 의녀로 대성한 실존 인물 서장금의 일대기를 그린 MBC 50부작 드라마 <대장금>(연출 이병훈, 극본 김영현)은 일사천리로 대중의 입맛을 휘어잡았다. 달포 전만 해도 신비한 악기인지 희귀한 비단인지 알쏭달쏭했던 ‘대장금’이라는 이름은 금세 ‘장금이’로 친숙하게 회자되고 있으며, 10월14일 방영된 10회분 시청률은 38.4%(AC닐슨 집계)에 이르러 애초 경쟁구도가 부각됐던 다른 방송사의 궁중사극을 멀찌감치 앞서나갔다.
TV사극의 진화를 운위하게 만든 일련의 드라마 가운데, 지극한 순애보와 함축적 대사, 감각적인 액션과 비주얼로 젊은 시청자를 사로잡은 <대망>과 <다모>를 한 갈래로 묶을 수 있다면, <대장금>은 같은 연출자의 작품인
新 사극 전성시대 [3] - <대장금>의 네가지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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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김영현(37) 작가는 10여년 전 어느 출판사가 주최한 방송창작반 교실에서 방송작가라는 직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당시 교사였던 황인뢰 PD가 수강생들이 숙제로 제출한 10분짜리 대본 중 하필 그의 것을 복사해 돌린 일이 ‘화근’이었다. 잘 썼다 못 썼다는 말도 없이 띄어쓰기법을 설명한 것이 다였으나, 당사자는 “혹 이 길이 아닐까?” 하는 직감에 샐러리맨 생활을 작파했다. <간이역II> <테마게임> <애드버킷> <신화>를 거쳐 <대장금>의 수라간에 발을 들인 김영현 작가는 왜 사극이냐는 질문에 실존인물이니 자연히 사극이 된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한다.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사온데 어찌 홍시맛이 나냐고 물으시오면…” 하고 곤란해하던 장금이처럼. <대장금>은 <허준> <상도>(극본 최완규)의 직계로 이병훈 PD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전문직 사극
新 사극 전성시대 [4] - <대장금> 김영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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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돌다리 위에서 볕을 쬐고 있던 상궁과 별감들에게 길을 물었다. “촬영? 저쪽에서도 하고, 저∼쪽에서도 하는데, 어디로 가려고?” 의정부 너머에 웅크린 MBC 오픈세트, 산과 계곡과 궁궐과 민가가 오밀조밀하게 고개를 맞댄 축소판 한양에서, <대장금> 제작진은 수라간 창고와 내금위 마당으로 팀을 나눠 흩어져 있었다. 발걸음을 아끼려는 계책이려니 했다. 그러나 누명을 쓰고 광에 갇힌 장금이(이영애)를 찍는 A팀도, 내시에게 흥분제를 팔았다가 잡혀온 숙수 강덕구(임현식)를 찍는 B팀도, 도무지 한 장면 촬영을 끝낼 줄을 몰랐다. “네 시간을 이렇게 앉아 있었다고! 어이구, 목이야.” 산속 맨흙 위에 무릎 꿇은 임현식의 탄식과 함께 날씨는 자꾸만 추워져갔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0월15일은 <대장금> 제작진에게 매우 힘든 날이었다. 운이 나쁜 날은 스물네 시간 내지 스물여섯 시간을 꼬박 촬영한다고 했는데, 이날이 바로 그날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문
新 사극 전성시대 [5] - <대장금> 촬영현장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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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를 맞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올해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이제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이 행사의 메인 프로그램이랄 수 있는 국내신작전이 유난히 풍작이어서 상영작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프로그램팀의 최종 결정은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선보이자는 것. ‘실험, 진보, 대화’의 슬로건에 부합한 신작전의 작품들은 장·단편 19편으로 예년보다 풍성하지만, 이 작품들을 모두 선보이기 위해선 작품당 1회 상영으로 한정해야 하는 난점이 있었다고 한다(예비 관객은 관람 계획에 참고하시길!). 올해 국내신작전 상영작들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회의 다양한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을 다각도에서 포착한 작품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오랜 세월을 투자한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는 사실. 뉴스와 드라마를 차용하는 등의 형식적 시도도 부쩍 대담해지고 다양해졌다는 것이 프로그래머의 전언이다. 이번 인디다큐페스티발은 국내신작전 외에도, 해외에서 화제가 된 신작 다
인디다큐페스티발 20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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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백>
“한눈은 말랐으되 다른 한눈은 젖어 있던 동료 촬영감독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돌리는 이들에겐 ‘젖은 눈’과 ‘마른 눈’이 함께 필요하다. 피조물을 향한 시선에는 온기와 물기가 있어야 하지만, 기록하는 이로서는 언제나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막이 오름과 동시에 자막으로 뜨는 ‘헌사’가 알려주듯 <플래시백>은 다큐멘터리스트의 일과 인생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적인 작품이다. 평생 다큐멘터리 작가로 살아온 감독은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데 힘을 기울여왔지만, 점차로 남의 인생을 조명하는 것에 회의와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남의 인생을 필름 캔에 가두거나 세상에 노출할 권리가 과연 자신에게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무렵, 그는 자신이 중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수술대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지나온 인생과 작업물을 반추해본다. 인생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독의 진한 사색이 담긴 이 작
인디다큐페스티발 200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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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 열풍에 이은 <스캔들> 흥행, 젊은 사극이 대중 사로잡은 까닭은?
사극이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하 <스캔들>)가 개봉 2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하고 <황산벌>이 <스캔들> 못지않은 예매스코어를 보여주면서 사극은 갑자기 한국영화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했다. 눈길을 TV드라마로 돌리면 사태는 더 분명해진다. <다모>로 말미암은 폐인 열병이 수백만 젊은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니 이번엔 <대장금>이라는 아리송한 제목의 사극이 방송 4주 만에 주간시청률 1위로 떠올랐다. “내가 너에게 무엇이더냐?”, “통하였느냐?” 같은 고풍스런 문어체 말투가 유행어가 되는가 하면 한복과 궁중음식에 대한 관심도 전에 없이 뜨겁다. 대체 사극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옛것이 첨단 기술과 최신 유행을 마다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는 것인가?
현재 대다수 언론이 사
新 사극 전성시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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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
전형 | <여명의 눈동자> <비천무> <일출봉>
변형 | 최근 범죄영화의 형사들을 연상시키는 포교들의 말투, 과학적 수사, 대의명분과 물적 근거가 분명한 혁명세력에 대한 묘사, 친남매의 애정관계, 신분을 의식하지 않는 사랑, 주인공이 다 죽은 비극적 엔딩.
캐릭터 | 공적인 자리의 무게 때문에 채옥을 향한 사랑을 숨겨야 하는 황보윤, 대의명분이나 이해관계보다 사람에 대한 도리를 중시하는 혁명가, 사랑하는 이의 성공에 누가 될까 사랑을 숨기는 채옥 등.
명대사 |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렸을 뿐이오.” “너를 마음에 두고부터 나는 깊은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이제 깊은 잠을 잘 수 있겠구나.”
스캔들
전형 | <위험한 관계> <발몽> <사랑보다
新 사극 전성시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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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은 인간 본질 묻는 ‘플래시백’… 미 감독 크레이머 회고전도올해로 3회를 맞는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의 큰 축제 인디다큐페스티벌이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최근 1년 동안 외국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을 소개하는 ‘올해의 초점’에는 개막작인 〈플래시백〉을 비롯해 5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라트비아의 중견 감독 헤르츠 프랑크가 만든 〈플래시백〉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보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백적 성찰의 기록이다. 감독은 100분 동안 400개에 달하는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연결하면서 탄생과 죽음, 사랑과 증오 등 실존과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문제를 깊은 시선으로 탐구한다.올해 회고전의 주인공은 미국 독립영화사에게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로버트 크레이머다. 크레이머는 1968년 학생운동의 중심에 서면서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했던 인물로, 미국이라는 시공간에 놓여 있는 개인들의 불안과 희망을 혁신적인 영화 언어로 표현한다는 평
‘인디다큐페스티벌’ 내일부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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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도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면...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 있는가. 단 1분, 단 1초 만이라도 다시 그와 말하고 그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잠자리를 뒤척여본 적 있는가. 그런 이들이라면 <환생>은 결코 무덤덤히 지나쳐 볼 수 없는 영화다.일본 규슈의 아소 지방, 어린아이가 집 문을 두드린다. 그곳엔 백발이 된 어머니가 있다. 2차대전 직후 친구들과 놀러간 숲속에서 실종됐던 아이가 돌아온 것이다. 그 뿐 아니다. 3년동안 밤마다 ‘남편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외쳤던 라면가게 주인 레이코의 남편, 레이코 가게에서 일하며 그를 사랑하는 히데야가 어릴 적 잃었던 형, 학교 이지메로 자살했던 가츠노리…, 이 지역의 수십명이 환생한다. 사건 조사를 위해 도쿄에서 온 후생성의 관료 헤이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해온 소꼽친구 아오이를 만난다. ‘환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는 사고로 숨졌던 약혼자의 환생을 바라는 아오이의 모습에 갈등한다.사람들이 집단환생하고, 그들이 3주 안에 돌아가야
[새 영화] 일본 팬터지 멜로 <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