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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본위, 친절본위! 청와대 옆 이발관으로 오세요
스페인 세빌랴 거리를 활보하던 입심 좋은 피가로가 아니다. 굵은 시가를 입에 문 채 무심하게 머리를 자르던 ‘거기 없던 그 남자’도 아니다.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호기심 가득한 눈, 그는 바로 대한민국 효자동의 우직한 이발사 성한모다. 그러나 만두가게 왕씨가 아니라 청와대 대통령의 가르마를 2:8로 나누게 되면서 반듯하게 살아오던 이 남자의 인생 역시 반대편으로 쏠리게 되었다.
<살인의 추억>을 끝낸 송강호와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가 주연하고, 배급사로 알려졌던 청어람이 첫 번째로 제작에 뛰어든 <효자동 이발사>는 억눌린 시대의 공기와 한 가족의 비극을 건강한 코미디 속에 녹여낸 깔끔한 한편의 우화다.
지난 11월16일, <씨네21> 앞으로는 시골의 한 이발관으로부터 ‘이발 우대권’이 날아왔다. 차를 타고 3시간 뒤, 작은 화분이 놓인 소박한 이발관 문을 빠끔히 열었을 때, “의사하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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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을 통해 삶의 문화를 오픈했다
<흑수선> <YMCA야구단> <황산벌> <실미도> 등 굵직굵직한 시대극을 책임져왔던 강승용 미술감독은 지난 8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2달에 걸쳐 이 대규모 세트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세트에 대한 구체적 설명 이전에 영화의 내용을 먼저 설명하려드는 그에게선 “영화라는 게 미술 혼자서 잘할 수 없다”는 직업철학이 드러났다.
부분작업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통째로 만드는 일이라 쉽지 않았겠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이기 때문에 사진자료가 많았고, 그 시절 장년이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효자동의 유래에 대한 문헌들도 참조했다. 효자동은 주로 왕실의 외친척이나, 내시들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제력가들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는 청와대 경호정책으로 개발과 발전이 멈춰지면서 외식가옥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었다.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했나. 열린 공간에 신경을 많이 썼다.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2] - 강승용 미술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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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 목에 칼 들이대는 직업 매력적 아닙니까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년 정도 일했던 임찬상 감독은 “집에서 쫓겨날 각오하에” 사표를 쓰고 영화아카데미 13기로 입학했다. 이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조감독과 “김태용, 민규동에서 조근식, 이수연까지” 다른 동기들이 속속들이 감독을 데뷔하던 ‘암흑기’를 거쳐 1년 동안 도서관에 출퇴근하면서 쓴 <효자동 이발사>라는 (송강호의 말에 따르면 “놀라운”) 시나리오와 함께 광명을 찾았다.
이발사라는 직업을 설정한 이유는. 처음에 요리사를 할까, 운전사를 할까 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이발사라는 직업이 누구보다 밀접하게 대통령과 상대할 수 있고, 시각화하기도 재밌다고 생각했다. 또한 면도를 하기 위해 통치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 극적인 긴장감도 살릴 수 있고.
쉽게 짐작할 순 있지만 영화 속에서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박정희를 그저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3] - 임찬상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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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누아르의 영광이 돌아오는가?
진가신의 <첨밀밀>은 홍콩영화 특유의 호들갑스러움을 등졌었다. 디아스포라(이산)의 상흔이 개인에게 착지한 묵직한 로맨스였고, 영화는 성공했다. 왕가위의 <해피투게더>나 <화양영화>, 더 거슬러 <중경삼림>도 허공에 뜬 냉소나 절망은 아니었다. 이 진지한 낭만주의는 자신에게 열광하는 대중을 목격했으나 쇠락하는 홍콩영화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무간도>라는 한편의 영화에서 드디어 탈출구를 찾은 것마냥 홍콩이 들썩거렸다. 누아르라는 장르의 힘 때문이었다. 마침내 홍콩 누아르의 영광이 되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 같은. 정작 ‘홍콩 누아르’라는 이름을 붙여준 한국에선 침착했다. 홍콩 누아르의 재림이라기보다 아련한 향수를 세게 자극해준 일종의 돌연변이쯤으로 받아들였다. <무간도2 혼돈의 시대>(12월5일 개봉)는 우리에게 좀더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는 것 같다. 홍콩 누아르에 어떤 진
원조 갱스터와 필름누아르를 교배한 <무간도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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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캐릭터를 살렸다
<무간도> 1편과 2편의 각본은 흐트러짐이 거의 없다. 그런데 각본에다 감독까지 맡은 맥조휘(Alan Mak)에 대해 국내에 알려진 건 거의 없다. 공동으로 연출한 유위강은 1985년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뒤 연출과 촬영을 병행하며(<무간도> 1편은 크리스토퍼 도일이, 2편은 유위강이 촬영했다), 홍콩영화의 영광과 수난을 함께하고 있다. 그의 최근작은 <풍운> <중화영웅> <동경용호투> <소살리토> 등인데, 이 필모그래피만으론 <무간도> 시리즈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맥조휘 감독이 더욱 궁금해진다. <War Named Desire, A> 등을 연출한 그는 <홍콩 시티 엔터테인먼트>가 선정한 10명의 촉망받는 감독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을 게 틀림없다.
-어떻게 영화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키워왔나.
원조 갱스터와 필름누아르를 교배한 <무간도2> [2] - 맥조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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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에 종종 누리는 쏠쏠한 재미 하나가 있는데, TV드라마나 CF, 연극에 나온 새 얼굴 중에서 ‘찜’했던 이들이 뒤에 유명스타나 역량있는 배우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 일이다. 이런 경험이 시작된 것은 유오성씨가 나온 연극을 볼 때였다. 꽤 오래전 일로, 대학로의 어느 소극장이었던 것 같다. 마치 생고무로 만든 공이 마루 위에서 튀듯이, 온몸 가득 충전된 기를 무대 위에 팡팡 발산하는 한 배우가 있었다. <친구>의 준석을 볼 때 그 젊은이의 기가 문득 다시 떠올랐었다.이런 인연(?)으로 엮어진 나의 기억 파일 속 인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TV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선남선녀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기원을 알 수 없는데다 다소 실례를 무릅쓰자면 그리 잘생기지 않은, 이팔청춘이기보다는 약간은 나이 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는 영화의 중량감과 흥행까지 좌지우지할 만큼 풍요로운 역량을 갖고 있다. 당연히 생명력도 길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
꿀벌과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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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 제작 명필름)이 2004년 1월15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유타주 파크 시티에서 열리는 선댄스 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었다.<바람난 가족>은 1996년과 1997년 잇달아 초청된 박철수 감독의 와 <학생부군신위>, 2000년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2001년 김기덕 감독의 <섬>에 이어 선댄스에 초청된 다섯번째 한국 장편 영화가 되었다.미국 영화 중심의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 시네마' 부문은 미국 배급을 노리는 세계 각국 대표 영화들의 각축장으로, 플랑드르 국제 영화제 '감독상', 베르겐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스톡홀름 영화제 '여우 주연상'과 '촬영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해외 영화제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바람난 가족>은 이번 선댄스 영화제 초청으로 미국 배급에 청신호가 켜졌다.선댄스 영화제는 1985년 미국의 감독 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
<바람난 가족> 선댄스 영화제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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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감독 데뷔작 ‘오구’〈축제〉나 〈학생부군신위〉는 한국의 전통 장례식을 다룬 한국 영화였다. 그럼에도 이 영화들의 장례식에선 오리엔탈리즘의 냄새가 났다. 기이하고 신비하게 보인다고 할까. 〈오구〉의 장례식이나, 장례식에 앞서 치러지는 산오구굿에서는 그런 냄새가 안 맡아진다. 요즘에 보기 힘든, 거의 잊혀져간 풍경임은 앞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지만, 〈오구〉의 제의들은 새롭긴 하되 신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냥 그 안에 들어가 같이 웃고 울면서 놀고 싶어진다.그동안 여러 차례 공연되면서 270만명의 관객을 모은 동명의 연극을,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메가폰을 잡고 스크린으로 옮긴 〈오구〉는 산오구굿과 장례식 등 제의 그 자체가 주인공인 특이한 영화다. 10여년 만에 마을에서 벌어지는 굿판에 반대하는 이들과의 갈등, 무당 딸 미연(이재은)이 미혼모가 된 끔찍한 사연 등의 이야기가 있지만 이건 제의의 진행을 돕는 보조장치처럼 보인다. 황씨 할매(강부자)가 저승사자가 찾아온 꿈을 꾸
[새 영화] <오구> ‘죽음과 노니는 굿’ 무대 떠나 스크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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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군 거침없는 대학로 점령한국 독립영화 최대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 2003년 행사가 12월 5일부터 14일까지열린다. 극영화, 다큐멘타리,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지난 1년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 가운데 엄선된 60편이 이번 행사기간 동안 경쟁을 벌인다. 또 해외초청작 19편을 포함해, 국내외 독립영화 42편이 비경쟁 초청작으로 함께 상영된다. 상영장은 서울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 두곳이다.(서울독립영화제 2003 홈페이지 www.siff.or.kr, 전화 02-362-9513)이번 행사는 전신인 ‘한국독립단편영화제’부터 치면 29회이고, 이름을 ‘서울독립영화제’로 바꾼 뒤로 2회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표어는 ‘충돌’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 안에서, 새로운 흐름과 에너지를 감지해 내자는 취지를 담았다. 올해의 표어는 거기서 한발 나아가 ‘거침없이’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말끔하고 말쑥하자는 게 아니라, 거침없이 발언하고 구애받지
서울독립영화제 다음달 5일부터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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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2 SE 감독 브라이언 싱어/출연 휴 잭맨, 이안 매켈런, 할리 베리/호면비율 2.40:1 아나모픽/오디오 dts, 돌비 디지털 5.1, 2.0‘스스로 진화하는 SF 모험’시리즈 엑스맨 2편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스스로 진화하는 과정의 디테일을 즐길 수 있도록 꼼꼼하게 만들어졌다. 멀티 앵글과 미완성 특수효과 등 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프리프로덕션의 단계들과 미공개 세트 장면 소개, 개봉 당시에는 삭제됐던 11개의 장면 등을 담았다. 이십세기 폭스벤허 감독 윌리엄 와일러/출연 찰톤 헤스톤, 잭 호킨스, 스티브 보이드/화면 2.35:1 와이드스크린 버전/오디오 돌비 서라운드 5.159년 만들어진 대작 영화 <벤허>의 디브이디 타이틀. 211분의 전체 분량에 58분 가량의 흥미로운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실려있다. 주인공인 찰톤 헤스톤이 직접 등장해 작품을 해설하며 포토 갤러리, 극장용 예고편 등도 담겨 있다. 워너 브라더스.스탠리 큐브릭 박스 세트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DVD] <엑스맨2 SE><벤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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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바꾸고 싶어 사극영화 택했지요"
"첫 영화로 사극을 택하게 될지는 정말 몰랐어요. 당초 캐스팅된 김민정씨의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해 부담이 더욱 컸지요. 정준호 오빠와 김혜리 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아무것도 모른 채 연기를 한 것 같아 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후회는 없어요."
28일 개봉한 이광훈 감독의 <천년호>(제작 한맥영화)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김효진(20). 이동통신 광고를 통해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가 1천100여년 전 신라 여인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그가 맡은 역할은 비하랑 장군(정준호)과 사랑에 빠져 진성여왕(김혜리)의 질투를 받는 산골처녀 자운비. 자객들의 겁탈을 피하려다가 뜻하지 않게 1천년 동안 봉인돼온 아우타의 원령을 되살려내 요귀로 둔갑한다.
"한 영화 속에서 청순한 이미지와 표독스런 표정을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설정이 초보 연기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키
[인터뷰] <천년호> 주연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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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마련하는 특별 프로젝트 `디지털 3인3색'에 참여할 감독 3인으로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사진)와 포스트 왕가위라고 불리는 홍콩출신 유릭와이, 일본의 이시이 소고가 선정됐다. 유릭와이는 <소무>로 알려진 지아장커 감독의 촬영감독 출신으로, 1999년 데뷔작 <천상인간>으로 칸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으며 올해 칸영화제에는 한국배우 조용원씨가 출연하는 <올 투머로우스 파티>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꿈의 미로>, <반쪽인간> 등으로 알려진 이시이 소고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세계의 모습을 세련된 파타지로 풀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일본 감독.`디지털 3인3색'은 3명의 감독이 하나의 주제 아래 각각 디지털 단편영화를 만든 뒤 극장용 장편영화로 묶어 상영하는 것으로, 99년 전주영화제 출범 당시부터 운영돼 왔다.그동안 박광수, 존 아캄프라(영국), 지아장커(중국), 차이밍량(대만), 문승욱, 박
전주영화제 ‘디지털 3인3색’ 참여감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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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은 고립된 섬이다.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한면은 철책선으로 막혀 있다. 반세기 동안 한반도 남쪽은 한국인의 감옥이었다. 게다가 세계사적으로 아주 ‘예외적인’ 단일민족 사회(라고 우긴)다. 물론 단일민족이란 없다(이건 우리 집안의 비밀인데, 사실 내 혈통은 여진족이다. ^^). 순수 혈통이라니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다행히 단일민족은 ‘신화’일 뿐이다. 그래도 여기 ‘이상한 나라’에서는 신화가 현실로 여겨진다.불행히도 단일민족의 자긍심은 이 땅의 상상력을 가두어왔고, 한국인의 감수성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외국인은 언제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드라마에 외국인 혐오증(제노 포비아)이 엿보이는 캐릭터가 나와도 낯설지 않다. 현대극에서는 아예 외국인이 등장하지도 않지만, 사극에서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단골 악당으로 열연한다.시청률 50%를 넘긴 초절정 인기드라마 <대장금>에서 수라간 궁녀들이 가장 기피하는 곳은 중국 사신들이 묵는 ‘태평관’이다. 명나라
되놈과 쪽발이,사극 속의 외국인 혐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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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영화사전이 필요해유독 올 한해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신드롬들이 많았다. 그중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 꼽아봐도 ‘딸녀’, ‘10억 만들기’, ‘다모폐인’, ‘얼짱’, ‘외계어’, ‘자살 사이트’, ‘인터넷 소설’ 등 10여개는 쉽게 넘는다. 하지만 인터넷은 물론 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신드롬은 단연 ‘지식 신드롬’이었다. 네이버와 엠파스가 경쟁적으로 특화해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불어닥친 지식 신드롬은, 이른바 지식폐인들을 양산해내면서 인터넷의 지형을 확 바꾸어버렸던 것이다. 현재 각종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는 각종 지식검색 서비스들은 매일 수만 개의 질문과 수만개의 답변을 DB 형태로 쌓아가면서, 더욱 확장일로에 있다. 그 때문에 무작정 웹페이지를 뒤져 제한된 정보를 찾는 것에 만족했던 시대는 가고, 네티즌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거대한 백과사전이 검색의 상당부분을 해결해주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나타났을 정도다.그런 지식검색의 신드롬 와중에서 필자
`닥터 무비스트`를 통해 본 인터넷 속 영화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