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퀴어아카이브가 “퀴어 베리테-레즈비언, 게이 다큐멘터리의 지도그리기”라는 주제하에 7일(일)까지 아트시네마에서 상영회를 갖는다. 성적 소수자들의 삶과 정치학을 다룬 10개국의 다큐멘터리 18편을 통해 ‘적극적인 개입의 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중문화의 주류 안에서 게이, 레즈비언의 영토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들이다. 국내에서도 상영되어 인기를 모았던 영화 <헤드윅>에 대한 다큐멘터리 <좋든 싫든: 헤드윅 이야기>는 록밴드 ‘헤드윅 앤 앵그리인치’의 역사를 다룬 것이자, 극영화 <헤드윅>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역할을 한다.
밴드의 결성과정과 최초 공연 자료, 연이은 관객의 반응, 영화의 제작과정, 선댄스영화제와 로스앤젤레스 게이영화제에서의 상영에 이르기까지 극영화의 바탕이 된 모든 사실을 다룬다. 헤드윅이자 주연과 감독을 겸한 존 미첼 카메론 외에도 밴드 또는 영화제작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등장
퀴어 다큐멘터리 상영전, 10개국 작품 18편 소개
-
영화를 혁명의 무기로 삼은 지 35년, 그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11월20일 Arcueil Cachan의 에스파스 장 빌라 극장. 시간은 밤 11시를 넘기고 있다. 밀레탕트(투쟁참여적) 시네마의 살아 있는 거장 장 루이 코몰리가 1시간 넘게 꼬박 선 채로 관객의 쏟아지는 질문에 응한다. 60년대부터 정치적 다큐멘터리 작업을 왕성히 벌이는 동시에 고다르와 함께 논쟁적인 글들을 생산했던 그의 에너지는 지칠 줄 모른다. 올해 퐁피두센터에선 코몰리 회고전을 열었고(마치 예술의전당에서 김동원 감독 회고전을 연 셈이랄까. 이때 코몰리는 10년에 걸쳐 완성시킨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난해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극우파 장 마리 르펭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가했다), 최근에는 방송자본이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프랑스 영화현실에 반발해 “차라리 가난한 영화를 만들자”며 <카이에 뒤 시네마>에 또 한번 논쟁적인 글을 실었다.
이날 코몰리는 ‘다큐멘터리 스크린’이란 제
영화의 힘을 다시 묻는다 - 한국영화의 미래를 찾아서 [3]
-
위대한 ‘반동’을 만나다
파리의 겨울은 지독하게 우울하다. 늘 흐린 하늘에 툭하면 차가운 비를 뿌리고 냉기는 집요하게 옷 속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그에 비할 수 없이 힘들었던 건 레지스 드브레를 만나는 일이었다. 3주 전부터 섭외를 시작했으나 가타부타 답은 좀체 오지 않았고, 기획을 개편 특집이 아니라 신년 특집으로 미뤄야겠다고 내부 조율을 마치려는 찰나 약속시간을 통보받았다. 파리에서 취소 위기를 겪었고 시간은 한번 더 바뀌었다. 소르본 부근에 있는, 파리의 전형적인 고급 주택에서 만난 그는 파리의 겨울 하늘 못지않게 냉철하고 까다로웠다. 건네준 <씨네21>을 뒤적거리며 던진 그의 첫 일성은 “68년 5월이라면 잘못 선택했다”였다. “난 그때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 당시 난 남미 감옥에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나는 철학자였으며, 정치적 혁명운동에 전념했고, 최근에는 종교를 연구하고 있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바는 ‘영향’(influence)이다. 설득하고 매혹하는
영화의 힘을 다시 묻는다 - 한국영화의 미래를 찾아서 [2]
-
68은 살아있다 - 상상력에게 권력을!
“상상력에게 권력을!” 68년 5월 파리를 뒤덮었던 구호다. 68혁명의 슬로건과 2003년의 한국, 아니 한국영화는 과연 어울릴까? 35년 전과 현재에 대해 동시에 묻는 이 낯선 작업이 엉뚱한 것만은 아니다. 68년과 지금은 다르면서도 닮았으니까.
유럽과 미국을 들끓게 한 68혁명의 배경은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 움직임이었다. 거짓으로 드러날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시작하고, 호언장담과 달리 전쟁은 자꾸 이상하게 흘러간다. 베트남전이 그랬고, 지금의 이라크전이 마치 그때를 되풀이하는 듯하다. “윌슨은 어디로 갔나, 펜타곤으로 기어가고 있다!” 1965년 윌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정부를 향해 런던 시민들은 이렇게 외치며 반전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2003년 11월21일 런던에선 20여만명이 반전 시위를 벌였다. 이날 토니 블레어 노동당 총리는 자신을 찾아온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한치도 겁내거나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영화의 힘을 다시 묻는다 - 한국영화의 미래를 찾아서 [1]
-
-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 한국의 문화적 투쟁을 지지하다
미국 보스턴의 웬트워스 공과대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이며 <뉴 폴리티컬 사이언스>의 편집장이기도 한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신좌파의 상상력>에서 68혁명이 일종의 문화혁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과학자인 그에게 굳이 서면으로나마 인터뷰를 청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으나, 그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마르쿠제와 연구하며 그의 영향을 받아 ‘에로스 이론’을 자신의 분석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아마도 그는 영화인과 인문학자보다 한 발짝 멀찍이 떨어져 우리에게 좀더 객관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을지 모른다.
-68혁명이 벌어지던 그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 11년 동안 캘리포니아주의 오션비치에 있는 급진적인 반문화 공동체에서 활동했다고 하던데.
=그렇다. 오션비치는 1970년대의 청년문화가 꽃피웠던 반문화의 안식처이자 대안적 생활방식, 상업적 문화와 체계에 맞서는 정치 활동의 중심지였다. 한
영화의 힘을 다시 묻는다 - 한국영화의 미래를 찾아서 [5]
-
제8회 여성관객영화상 최고의 영화상에 권칠인 감독의 <싱글즈>가, 최고의 남녀 캐릭터에 <질투는 나의 힘>의 원상(박해일)과 <바람난 가족>의 호정(문소리)이 각각 뽑혔다. 최악의 영화상에는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이 선정됐으며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남녀 주인공 태일(차태현)과 일매(손예진) 모두 최악의 캐릭터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주최하는 여성관객영화상의 수상작은 지난달 10-16일 1천62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과 우편 설문 조사 결과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5일 6시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여성관객이 뽑은 최고 영화는 <싱글즈>
-
내년 1월 30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제26회 클레르몽 페랑 국제 단편영화제에 한국 단편 네 편이 초청됐다. 영화제측은 4일 단편 애니메이션 <배낭을 멘 노인>(사진)(박현경, 김운기), <빵과 우유>(원신연), <생산적 활동>(오점균), <호흡법, 제2장>(이형석) 등 한국영화 네 편 을 포함한 국제경쟁부문(International Competition) 초청작 79편을 발표했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는 '단편영화의 칸영화제'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올해는 3천여편이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서울=연합뉴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한국영화 4편 초청
-
장르: 액션배급사: EA코리아플랫폼: PC/PS2/Xbox/GBA언어: 영어 음성/ 우리말 자막(PC/PS2 버전에 한함)로한 기마대가 돌진하는, 영화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감상하다보면, 3D로 묘사된 백색의 마법사가 눈앞에 등장한다. 그리고 우르크하이의 공격으로 손 안의 게임 컨트롤러가 진동하는 순간, 게이머는 자신이 어느새 중간계 전투의 복판에 들어섰음을 깨닫게 된다.피터 잭슨의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게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하 <왕의 귀환>)이 출시됐다. 이 게임은 헬름 협곡 이후 운명의 산에 이르는 반지원정대의 세 갈래 여정을 다루고 있으며 게이머는 아라곤, 간달프, 샘(마지막에는 프로도) 등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을 조종하게 된다.<왕의 귀환>은 간단히 익힐 수 있는 게임이다. 조작법은 간단하고, 나아갈 길은 하나이며, 전투 이외의 뭔가 특별한 행동이 필요한 곳에는 하얀 표식이 나타나
[e-WINDOW] 전투하며 이벤트도 즐긴다,<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
코믹스(www.comix.co.kr)코믹스가 또 한번 모습을 바꿨다. 1994년 신일섭, 강성수, 오영진이 주축이 되어 무크지 <만화실험 봄>을 펴낸 뒤 1997년 <히스테리>로, 1998년 <지하만화 바나나>로, 1999년 웹사이트 ‘코믹스’로 변신한 뒤 2001년 계간 <코믹스>를 펴내고, 다시 웹으로 돌아와 모습을 바꾼 것이다. 그들은 자존심과 깡으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냈다. 그 중심에는 만화가이자 퍼포먼서인 신일섭이 있다. 나는 그와 그들이 앞으로 10년도 더 넘는 세월이 흘러도 그들이 하고 싶은 ‘코믹스’표 만화를 창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10년 동안 그와 그들이 보여준 에너지는 앞으로 10년을 보장하고도 남는다.코믹스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독립만화, 비주류 만화의 ‘혼’이다. 그리고 신일섭은 그 혼을 지탱해온 불멸의 에너지다. <만화실험 봄>을 거쳐 <히스테리>로 진행될 쯤, 신일섭은 만화보
비주류의 혼
-
안녕 조지. 나는 소년이고, 학생이란다. 나는 중학생이고, 한국인이지.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 그리고 숙제를 잘해. 참, 나는 13살이지. 이곳은 밤인데 그곳은 낮. 그래서 이 편지가 무사히 가길 바래. 감사해. 매우, 매우.그 시절엔 누구나 해외펜팔을 했다. 학생잡지의 광고란엔 어김없이 펜팔의 광고가 실려 있고, 그곳엔 환한 치아를 드러낸 채 활짝 웃고 있는- 낸시라든지, 제인, 또 톰과 마이크랄까- 그런 얼굴들의 증명사진이 보란 듯 잔뜩 게재되어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메일이 아닌-진짜 편지를 손수 써, 미국이라든지 캐나다로 보내곤 하던 그 시절의 진짜 펜팔.나의 첫 펜팔 상대는 낸시라든지, 제인이면 좋겠다 여겼지만, 아쉽게도 소년이었고 어딘가 묘한 어감의 조지란 친구였다. 조지라, 좋구나. 미국의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는 아들을 보며-아버지는 순간 악어에 가까울 정도로 입이 찢어지시는 것이었다.답장이 온 것은 석달 뒤였다. 태평양을 건너온 조지의 편지를 받는 순간
영어완전정복
-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내가 제대한 게 1983년이니 올해는 군복을 벗은 지 꼭 20년이 된다. 몇년 전부터 군대문제와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되면서 <이등병의 편지>는 내 애창곡이 되었다. 이 노래에서 내 마음을 제일 울린 부분은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라는 대목이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이 의례를 나는 치르지 못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바로 군대에 끌려갔기 때문이다. 중간에 영등포서에서였던가 부모님과 짧은 면회를 했을 뿐이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가시다 돌아보는 어머니의 눈가에 번지던 눈물자국은 지금도 선명하게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일까, <이등병의 편지>는 내게는 쉽게 부를 수 없는 애창곡이다.푸른 제복 속에 젊은
이등병의 편지
-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에서 촬영한 영화이니 처음으로 일본에서 상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까? 도쿄의 워너브러더스 시사실에서 만난 <라스트 사무라이>는 모든 일본인들이 열광할 만한 영화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동양을 그린 서구영화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지하면서도 경외어린 시선으로 근대 일본의 격동기를 바라본다. 영화 자체의 장점들도 많이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서구인들이 일본 문화에 매혹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였다. 동양을 신비 아니면 야만으로 보는 오리엔탈리즘의 함정에서 서구인들은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단지 <라스트 사무라이>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과 망가는 미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막 발걸음을 내디딘 상태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저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와 함께 일본 문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일본 문화의 어떤 면에 이끌리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시작되었다. 그 논
왜 할리우드는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가? [1]
-
에드워드 즈윅은 중세에서 근대로 들어가는 전환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영광의 깃발>과 <가을의 전설> 등 전작들도 근대의 인물과 사건에 얽힌 것들이다.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전세계에 공통적인 현상이었다고 하지만, 동양에서는 더욱 더 드라마틱했다. 서양 문명은 동양의 내부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침입’해온 것이었다. 서양 문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들이 수백, 수천년 동안 지켜온 전통적인 가치를 버려야 함을 의미했다. 사이고 다카모리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라스트 사무라이>의 카츠모토는 그런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 사무라이의 전통적인 가치인 충성과 용기, 희생과 인내 등은 결코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칼과 총의 차이가 아니다. 익숙하게 총을 사용했던 알그렌 역시, 기존의 숭고한 가치를 몽땅 지워버리는 끔찍한 시대의 변화를 겪고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그들의 가치가 숭고하고 존중받을 것이란
왜 할리우드는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가? [2]
-
“교차하는 역사와 운명에 관한 영화다”
<라스트 사무라이>의 개봉을 앞두고 LA,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화사를 방문했다. 전원풍의 가구와 책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사무실에서 <라스타 사무라이>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서사극과 영웅의 스토리라는 점에서 전작들의 연장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별히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방면에 관해 분명 내가 선구자는 아니다. (웃음) 어릴 적부터 항상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특별한 역사적 순간을 살았던 개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에 끌렸다. 13살 무렵에 <아바리아의 로렌스>를 처음 봤을 때의 감명을 잊을 수 없다. 이후에 1970년대 대학을 다닐 당시, 미국 내에서 막 아시안 문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순전히 학문적인 관심에서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수업도 듣고 역사책도 많이 읽었다. 그리고 구로
왜 할리우드는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