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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는 언제까지 희화화를 위한 소재로 쓰일 것인가. 혹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의지없는 생이 펼쳐질 때 누군들 당혹스럽지 않을까.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백두’(정준호)와 ‘동해’(공형진) 또한 그렇다. 이들의 죄라곤 만취한 상태에서 해일을 만나 남한의 피서지로 쓸려왔다는 것뿐. 어떻게든 북으로 돌아가야 할 이들 앞에 놓인 길은 험한 장벽투성이, 천신만고다. 남북이라는 소재를 끌어왔지만,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광복절특사>를 연상케 한다. 어렵사리 탈옥했지만 어떻게든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두 청년의 아둥바둥이 기를 쓰고 북조선으로 유턴하려는 두 군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잠깐. 여기서 <간첩 리철진>을 돌이켜보자. 막중한 임무를 진 남파간첩은 택시강도에게 봉변을 당하고, 외려 한몫 보겠다고 어수룩한 사내를 후려친 남한 강도들은 간첩으로 몰린다. 군 생활 도중 졸지에 남파간첩 꼴이 된 동해와 백두는 어떤가. 제발로
남북관계의 반복적 희화화, <동해물과 백두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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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수스의 판타지 월드는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일까. 마이크 마이어스의 눈요깃감 코믹 연기와 색채 감각에만 집중할 것.
집에서 열리는 리셉션 준비에 한창인 엄마(켈리 프레스턴)는 걱정이 태산이다. 때맞춰 회사에서 급한 호출이 오고, 불안한 엄마는 어린 두 남매 샐리(다코타 패닝)와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에게 거실을 어지럽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오고, 베이비시터 할머니는 잠들어버렸고, 할 일이 없는 남매는 너무너무 심심하다. 마술 모자를 쓴 커다란 고양이(마이크 마이어스) 한 마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커머셜리즘을 극도로 경계했던 닥터 수스의 유명한 동화 <그린치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가 짐 캐리 주연의 영화로 개봉됐을 때 쏟아졌던 혹평들은 대부분 닥터 수스의 핵심을 완전히 놓쳐버렸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었다. 누구나 환호할 법한 판타지와 고도의 심술궂은 유머를 효과적으로 결합시켰던 닥터 수스의 ‘간결한’ 작품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즐거움, <더 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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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시대 파리 젊은이, 바르셀로나의 ‘잡탕’아파트에서 길을 찾다.
당신의 국적은 무엇입니까? 현재 유럽의 젊은이들에게 이 질문은 조금 곤란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맥도널드의 가격표가 ‘마르크’나 ‘리라’가 아닌 ‘유로’로 바뀐 이후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세대들에겐 더욱더. 자신의 미래를 불안하게 응시하던 프랑스 젊은이 자비에는 ‘성공하려면 떠나라’는 아버지 친구의 충고에 따라 스페인으로 1년간 유학생활을 시작한다.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와 이혼한 부모 곁을 떠나 처음 생소한 나라에 발을 디딘 자비에의 앞길은 의외로 막막하다. 엄마가 소개해준 집은 그가 머무르기엔 사정이 있고 더듬거리는 스페인어로 찾아간 숙소들은 높은 가격에 비해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결국 자비에는 유럽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공동으로 기거하는 아파트를 찾게 되고 “5년 뒤 자신의 모습을 말한다면?” 같은 엉뚱하고 심오한 질문을 통과한 뒤 그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한 여자와 이웃들의
유럽공동체시대 젊은이들의 제자리 찾기,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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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의 주인공 포르코는 괴이하게도 몸은 사람이고 얼굴은 돼지다. 더 이상한 건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두 멀쩡한 사람인데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 건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마술이다.
애니메이션이니까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붉은 돼지>는 좀 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애니메이션들이 대개 초국가적이거나 초역사적인 환상담인데 반해, <붉은 돼지>는 특정 시대의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얽혀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는 1차 대전에 참여한 이탈리아 공군비행사 출신이며 1920년대 말 지중해 연안에서 공중해적을 소탕해 번 돈으로 먹고 사는 현상금 사냥꾼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돼지일까. 그리고 왜 그 시대와 공간을 택했을까.
1920년대 말이라는 시간은 의미심장하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2차대전의 시간과 그 이후의 역
[비평 릴레이] <붉은 돼지> 허문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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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청춘〉 〈미워도 다시 한번〉 〈겨울여자〉 〈서편제〉 〈친구〉. 20대 청춘에서 60대 노년까지 각자 세대의 심금을 울렸던 한국영화의 주요작품들이 총출동하는 사상 최대의 한국영화 회고전이 열린다. 2004년 1월1일부터 보름 동안 서울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최되는 ‘열정, 대한민국 1954-2004’는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한국영화의 흥행작, 문제작 54편을 상영한다.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키스장면이 등장해 당시에 영화 스캔들이 됐던 한형모 감독의 54년작 〈운명의 손〉이 이 회고전의 최고참 영화라면, 2003년 11월 개봉한 이윤택 감독의 〈오구〉가 막내자리를 장식한다. 상영작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당대의 사회적 현상이 될 만큼 폭발적인 흥행성과를 보였던 상업영화들과 대중성은 없지만 한국영화의 내적 성장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작가주의 영화들이다.
50년대 흥행영화의 대표작인 〈자유부인〉(한형모 감독, 56년)을 비롯해, 신성일, 엄앵란이라는 청춘
1954년 <운명의 손>부터 2003년 <오구>까지, 다시 보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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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영화배우 겸 인기 가수 매염방(梅艶芳)이 30일 새벽 암과의 싸움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향년 40세. 동료 연예인 증지위(曾志偉)는 이날 홍콩섬 해피밸리의 요양병원에서 "매염방이 어제 밤부터 병세가 악화돼 오늘 새벽 2시50분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매염방은 지난 9월 자궁경부암에 걸렸다고 털어 놓고 영화와 TV 출연을 자제하며 투병을 해왔으나 29일부터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친구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성룡(成龍)을 비롯해 이슨 찬과 삼미 청, 찬리 충, 마이클 여, 켈리 첸, 니콜라스 체 등 100여명의 연예계 인사들이 매염방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문병을 다녀온 연예인들은 "매염방은 28일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을 당시 병세가 이미 악화됐다"면서 "담당 의사가 매염방에게 입원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성룡은 장국영(張國榮) 투신자살 사건에 이어 매염방까지 암으로 목숨 잃었다면서 "올해는 홍콩 연예계로서는 불행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매염방은 지
홍콩 여배우 매염방 사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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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다음달 9일부터 열흘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랑수와 오종 특별전을 개최한다. 한국팬들에게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과 최근 개봉한 <스위밍 풀>로 알려진 프랑수아 오종은 최근 유럽의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되고 있는 감독 중 한 명. 기발한 상상력, 신랄한 풍자, 강한 성적 코드로 호평받고 있다.특별전에는 <바다를 보라>, <시트콤>, <크리미널 러버>,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 <사랑의 추억>, <스위밍 풀>(사진) 등 장편 여섯 편과 <베드 신>, <어떤 죽음>을 포함한 다섯 편의 단편이 오후 1시 30분부터 하루 네 차례씩 상영된다.관람료는 6천원이며 인터넷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www.maxmovie.com)로 예매할 수 있다. 문의 ☎(02)720-9782, (02)745-3316, 인터넷 www.cinemat
다음달 9일부터 열리는,프랑수아 오종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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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사상 최대인 전국 3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 <실미도>가 24일 개봉 이후(23일 일부 극장 전야제 포함) 5일간 전국 159만명을 동원했다.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에 따르면 '실미도'가 27-28일 주말 이틀간 동원한 서울 관객수는 19만2천명. 이는 지난 6월 개봉해 한국영화 오프닝 관객수 신기록을 세운 바 있는 <장화,홍련>의 같은 기간 관객 수인 14만8천명을 앞지르는 수치다.
한편,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 17일 개봉 이후 12일만에 전국 355만명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주말 이틀간 관객수는 18만명. 서울 101개, 전국 402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두 편의 대작 영화가 상영된 전국 스크린은 약 700개. 지난해 말 전국극장협회가 발표한 전국 스크린 수 1천개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의 70%를 양분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실미도>, 5일간 전국관객 159만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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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베르나스 사막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촬영된 곳 중 하나다. 그럼에도 여기서 찍은 영화들 속 얘기가 스페인에서 전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프리카를 마주보고 유럽의 최남단에 있는 이 지역은 스크린에서는 이집트, 데스 밸리, 고비 사막, 나아가 머나먼 은하계의 행성으로 등장한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여기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이름없는 사나이 3부작’(<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편집자 주), <석양의 갱들>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를 찍었다. 20년이 넘도록 알메리아 스튜디오는 일종의 지중해상의 할리우드가 되어 <샬라코>(숀 코너리와 브리지트 바르도 출연), <코난>, <매드 맥스3>, <바론의 대모험> 같은 영화들의 촬영장소가 되었다.
알메리아에 잠시만 머물어도 유럽영화 스튜디오들이 잉그리드 버그만에서 커크 더글러스, 헨리 폰다에
[외신기자클럽] 영화의 교류지가 된다는 것 (+불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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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한국 멜로영화 두편을 묶은 프리미엄 DVD 박스가 출시된다. ‘코리안 러브 스토리’라는 타이틀로 출시될 두편의 작품은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사진)와 오기환 감독의 <선물>. 이번 출시의 특징은 무엇보다 러브 스토리가 잘 어울리는 겨울이라는 계절 감각과 TV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멜로드라마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뒷받침되었다고 보여진다.
<쉬리>를 출발점으로 일본에 상륙한 한국영화는 최근 개봉된 <무사>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화제를 모은 장르는 단연 멜로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타인 앞에서 소리내어 우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민족성은 한국 관객이 영화관에서 소리내어 우는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울리고 울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의 수요와 공급은 한국에 비해
[도쿄] 떴다! 토쿄의 한국영화 DVD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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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하 <왕의 귀환>)이 박스오피스의 왕좌를 차지했다. 지난 2003년 12월17일 개봉한 <왕의 귀환>은 미국에서 개봉 첫 주말에 7346만달러를, 개봉 닷새 동안 1억259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8개국에서 동시 개봉한 <왕의 귀환>의 닷새 성적은 2억4610만달러로, 이는 전세계 개봉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2억28만달러를 벌어들인 <매트릭스3 레볼루션>의 성적을 훌쩍 앞지르는 것이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전문가들은 <왕의 귀환>이 수치 비교에서도 앞설 뿐 아니라 <매트릭스3 레볼루션>보다 더 적은 나라(비교적 큰 시장인 일본, 호주, 이탈리아 등지에서 아직 미개봉 상태)에서 개봉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왕의 귀환>의 돌풍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전세계 흥행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타이타닉>의 18억3천
<반지의 제왕> 역대 최고 흥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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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연구소가 2003년 12월21일 문을 닫았다. 충무로 역사에 마련되어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과 발길을 끌었던 활력연구소는 2001년 5월 서울시가 지하철문화공간 조성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것이다. 9억7천만원을 들여 만든 이 공간은, 그러나 서울시가 위탁을 맡은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쪽에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개관이 미뤄지는 등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2002년 11월30일, 서울시의 원칙없는 문화행정을 고발한다는 취지에 따라 한독협은 활력연구소의 문을 열었지만 서울시가 11월21일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새로운 위탁사업자를 공모하고 결정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파국을 맞게 됐다. 서울영상위원회가 새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가운데 12월26일, 남은 짐을 정리하고 있던 활력연구소의 최소원 매니저를 만났다.
그동안 활력연구소와 서울시 사이에서 중재를 도맡았던 서울영상위원회가 새 위탁운영자로 선정됐다.
꼭 지금 공모에 응해야 했나 싶다
서울영상위로 넘어가는 활력연구소, 최소원 매니저의 고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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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의 지분을 둘러싼 투자사 아이픽처스, 지니웍스와 제작·배급사 청어람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아이픽처스와 청어람은 2003년 <장화, 홍련>(사진)과 <싱글즈>를 함께 성공시킨 바 있으며, 한때 합병이 논의될 정도로 가까웠던 업체들이라 충무로의 관심이 더욱 몰리고 있다.
양쪽의 대립은 지난 2003년 12월17일 아이픽처스가 지니웍스의 자회사 GW시네마에 지분 40%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아이픽처스는 이 과정에서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청어람 지분 40%도 함께 GW에 넘겼고, 지니웍스는 18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가 아이픽처스와 청어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어람은 “청어람의 주식 60%는 최용배 대표가 소유하고 있어 인수는 말이 안 된다”고 강력히 반발했고, 지니웍스는 “아이픽처스 보유 청어람 지분 40% 인수”라고 정정 공시했다.
하지만 청어람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어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하거나 네트워크를
아이픽처스-청어람 ‘한랭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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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3일만에 전국 71만2천여명 관객몰이<실미도> 흥행폭풍이 극장가를 강타했다. 2003년 12월24일 서울 82개, 전국 3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실미도>는 전야제를 포함한 3일간 서울 21만7200, 전국 71만2천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시네마서비스는 이같은 추세라면 주말까지 전국관객 170만 동원이 가능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실미도>의 이런 흥행성공은 예매기록에서 예상됐던 일. 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에 의하면 <실미도>의 예매량은 기존 한국영화 최고기록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앞지르는 것이었다. 애초 마케팅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과 판이하게 다른 결과인 셈. 게다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개봉한 지 1주일 만에 맞붙은 결과라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실미도>는 현재 다양한 관객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애초 25살 이상 청
<실미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