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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으로 독서를 마음먹은 분들을 위한 책 리스트. 한국의 추리 단편소설들을 한데 묶은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술에 대한 다양한 에세이를 묶은 앤솔러지 <영롱보다 몽롱>, 생태와 젠더를 주제로 기존 문학 작품들을 선별한 ‘해시태그 문학선’, 공중파 3사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모두 담당했던 이력을 지닌 방송 작가의 육아와 영화 에세이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 변호사 출신인 작가들이 쓴 범죄 소설 <내 동생의 무덤>과 <미라클 크리크>, 곧 현실로 이루어질 듯한 SF 소설 <리틀 아이즈>를 소개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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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맞아 새로운 앨범 구상을 위해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책상에 앉아 있는다. 예전에 써뒀던 내용들을 들여다보며 고치기도 하면서 기타도 좀 치고… 를 반복하다 보면 밤도 금방 깊어지는 일상이다. 오랫동안 반복해온 일이지만 여전히 과정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최단거리로 목적지에 바로 도착할 수 있는 일이라면 참 좋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 과정은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어릴 적 시장에 심부름하러 갔다가 무엇인가에 홀려(장난감이나 게임기였겠지?) 해가 다 지고서야 돌아왔던 경험을 떠올리지 않아도 작업을 하기 위해 준비한 이 방과 책상에는 주의력을 빼앗아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렇게 무엇인가에 주의를 빼앗기기를 반복하는 것이 작업자의 숙명이겠거니 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혹시나 인터넷에는 그런 방법이 있을까? 프리랜서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는 책을 읽으면서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한 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사실 그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비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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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 영화 속 혜성 충돌은 오늘날 우리 인류가 맞닥뜨린, 그러나 애써 무시하고 있는, 전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문제들로 치환해볼 수 있다. 위기의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대처하는 자세는 비슷할 것 같다.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돈 룩 업>을 봤다. 영화를 먼저 본 지인들은 내게 구체적인 힌트는 주지 않고 추천만 했다. 재밌는데 무섭다고 했다. 과학자와 정치가가 등장한다는 말에, 그거 참 재밌겠다 싶어 무선 이어폰을 끼고 개수대 맞은편에 태블릿을 올려두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고무장갑을 꼈다. 여느 때처럼 설거지를 해치우는 동안 가볍게 영화나 보며 집안일의 지겨움을 쫓을 요량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찻주전자에 물이 끓는 휘파람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공포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는 찰나, 뜨거운 차 한잔과 간식을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음악으로 지루함을 쫓으며 관측을 시작하는 천문학자가 보였다. 아니구나. 곧이어 기이한 소
천문학자가 본 '돈 룩 업', 신중한 과학적 묘사보다 눈길을 끈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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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평론가의 프런트 라인]
배우의 얼굴은 영화를 위한 작은 장소다. 클로즈업된 얼굴에는 그 자체로 영화적인 힘이 내장되어 있다. 프랑스를 연기한 레아 세두의 얼굴은 영화적인 동시에 영화적인 것을 무너뜨린다.
브루노 뒤몽이 현재로 돌아왔다. <까미유 끌로델> <잔 다르크> 등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룬 시대극과 어딘가 현실에서 한발 물러난 영화를 만들어오던 뒤몽은 미디어에 둘러싸인 인물의 삶을 조망하는 <프랑스>를 통해 완전한 현재에 뛰어든다. <프랑스>의 도입부는 마치 현재를 재정의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너무 평범해서 도리어 이상한 첫 장면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스타 방송인 프랑스 드 뫼르(레아 세두)에게 사람들이 몰려든다. 카메라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놓여 있다. 잠시 후 무리를 등지고 카메라쪽으로 걸어와 카메라 앞 적당한 거리에 멈춰 선 프랑스는 이어폰을 통해 아들과 통화한 뒤 무리 속으로 되돌아간다. 이 장면에서 주목할 것은
브루노 뒤몽의 '프랑스'가 카메라 시대에 던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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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도 극장가엔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비록 살만 칸의 액션 스릴러 <안팀: 더 파이널 트루스>는 기대치를 밑돌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수르야반시>에 이어 1983년 인도 크리켓 월드컵 대표팀의 신화적 승리를 스크린에 재현한 란비르 싱의 스포츠 드라마 <’83>이 순항하며 마침내 길었던 흥행의 갈증을 풀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극장가를 더욱 뜨겁게 달군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다. 급기야 발리우드 넘버원인 <수르야반시>의 기록을 능가하는 흥행 성적을 거뒀는데,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례적으로 외화가 ‘올해의 인기상’을 거머쥔 셈이다. 제아무리 기라성 같은 할리우드 대작도 이와 같은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는 곳에서 이 거미 인간 시리즈만큼은 이미 여러 차례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둬왔고, 이번에도 외화의 대표주자다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만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최대 규모의
[델리] 자국 영화 선호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흥행 고공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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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구나” “쉽진 않았어요.”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성진그룹의 실세 서한숙(김미숙)과 10년을 꾸민 계략으로 일격을 날린 둘째 며느리 윤재희(수애) 사이에 불꽃이 튄다. 재희는 시어머니가 가진 모든 것을 갖겠노라고 선언하고, 한숙은 유력 인사들의 치부를 모은 비밀 서재의 출입 키를 재희에게 건넨다. 일종의 곳간 열쇠를 주고받으며 맺은 JTBC <공작도시>의 고부 동맹. 서한숙은 남동생에게 넘겼던 그룹 회장직을 되찾아 큰아들에게 잇게 하고자 유능한 며느리를 활용하고, 윤재희는 성진가의 혼외자인 남편 정준혁(김강우)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시어머니를 든든한 뒷배로 삼는다. 이들에게 아들과 남편은 오로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위치를 마련하는 수단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일에는 자연히 리스크가 따른다. 나랏일을 논하고 진정성을 입에 올리는 자들이 성매수, 성추행을 저질러도 요직은 여전히 남자가 차지하는 세상을 살아온 시어머니는 그들의 치부를 공격하는 쪽보다 덮어주는
며느리의 진심, JTBC '공작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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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돼지를 가져갔지?” 오리건주의 버려진 땅에서 오막살이를 하는 주인공 롭(니콜라스 케이지)은 황금빛깔의 돼지 한 마리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푸드 바이어인 아미르(알렉스 울프)를 제외하곤 숲속에 파묻힌 그를 찾아오는 이도 없는 상태. 가족이라곤 흙을 헤집고 킁킁대며 땅속에 파묻힌 트러플 버섯의 위치를 알려주는 돼지가 유일하다. 그러던 어느 날, 롭의 돼지가 낯선 이들에게 납치되고, 롭은 돼지를 되찾고 자신을 찾기 위해 15년 전 떠나온 포틀랜드로 여정을 떠난다. <피그>는 신인감독 마이클 사노스키가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으며, 감독은 이 데뷔작으로 2021년 전미비평가위원회 최우수 데뷔 작품상, 시카고비평가협회 유망 감독상, 포틀랜드비평가협회 오리건 작품상 등을 받았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롭으로 변신한 니콜라스 케이지 역시 세인트루이스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 노스텍사스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 등 미국 전역의 영화협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Coming Soon] 돼지와 나를 찾는, 포틀랜드로의 여정 '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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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할리우드 시네마의 기수였던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은 존 포드, 하워드 휴스 감독과 같이 할리우드 황금시대 형식주의자들의 미학을 다시금 재현함으로써 1970년대 초에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빠르게 얻은 유명세와 달리 <마지막 영화관>(1971), <왓츠업 닥>(1972), <페이퍼 문>(1973) 등의 대표작 외에는 이후 만들어진 많은 작품들이 주목받지 못해 “1970년대에 가장 외면받은 감독”(<뉴욕타임스>)이라 불릴 정도로 커리어의 부침도 컸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그는 영화예술의 챔피언”이라고 애도를 보냈다
'마지막 영화관'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 1월6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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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전설적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가 1월7일 고향 바하마에서 생을 마감했다.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를 상담하는 의사로 분한 <노 웨이 아웃>(1950)으로 데뷔해 1950~60년대 할리우드에서 주연배우로 거듭난 그는 당대 흑인 배우에게는 잘 주어지지 않던 역할들을 섭렵해나갔다. <흑과 백>(1958)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외국배우상을 수상했고 <들판의 백합>(1964)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위엄과 우아함의 훌륭한 전형”이라고 조의를 표했다.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 향년 94살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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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는 1월7일 2022년 제1차 정기회의를 통해 박기용 감독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수상작인 <모텔 선인장>, 스위스 프리부르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낙타(들)> 등을 연출한 박 위원장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을 지낸 후 최근까지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영화학과 주임교수로 강단에 섰다. 임기는 2024년 1월8일까지 2년간이다. 부위원장으로는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봄날은 간다> <지구를 지켜라> 등의 프로듀서인 김선아 위원이 선출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박기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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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윤여정이 있었다면 올해는 오영수다.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을 연기한 배우 오영수가 지난 1월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킬링 이브>로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적 있지만,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상식에 불참한 오영수는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라며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44년생인 그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63년 극단 광장에서 연극 생활을 시작했고,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오징어 게임' 오영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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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식으로 각색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을 20대에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미친다는 게 뭔지, 제정신이라는 게 뭔지, 세상을 새로 보는 느낌이었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총리실에 근무하던 시절에 봤다. 내가 보던 공무원과 공기업의 모습과 그렇게 똑같을 수가 없었다. <에반게리온>도 충격적이었고, <공각기동대>와 함께 나는 그런 일본의 얘기들이 너무 좋았다. 하다못해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판까지 전부 챙겨서, 그것도 여러 번 봤다.
그 시절에 비하면 일본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문제작이 잘 나오지 않고, 다루는 얘기들도 점점 덜 충격적이다. 물론 작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협소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일본 정치만 보면 세대교체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나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새로움을 경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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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지막 에디토리얼을 쓰게 된다면 어떤 영화와 더불어 독자 여러분과 인사를 나눠야 할지 고민하곤 했다. 언젠가 경험하게 될 그 순간을 위해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영화들의 목록을 마음속에 하나둘씩 저장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글을 시작하려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한편의 영화가 머릿속을 맴돈다.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지면을 할애받은 사람의 마지막 특권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와 나누고 싶다.
얼마 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과 편집부 기자들의 고군분투에는 언제 보아도 기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었지만 4년 만에 다시 본 영화에서는 다른 순간들이 눈에 밟혔다. 무엇보다 <더 포스트>는 협업의 아름다운 메커니즘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공식석상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든, 우연히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기밀문서
[장영엽 편집장] 협업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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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문 매체 <씨네21>이 장영엽(37) 편집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울 출신인 장 신임 대표는 2008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해 <씨네21> 취재기자로 입사했다. 2015년 취재팀장을 거쳐 2019년부터 편집장을 맡아왔다. 책 <영화인이 말하는 영화인>(2017) <영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2021)를 공저로 펴냈다.
한편 <씨네21>은 임원인사와 더불어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주현(41) 기획취재 2팀장이 <씨네21> 미디어본부 편집장으로, 김성훈(41) 기획취재 1팀장이 디지털콘텐츠 본부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장영엽 신임 대표는 “디지털콘텐츠 본부를 신설한 이번 조직 개편은 씨네21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며 지면과 디지털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구독 모델과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영엽 ‘씨네21’ 새 대표이사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