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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가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은 영화 <헌트>가 5월19일 자정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헌트>의 첫시사 첫반응을 전한다.
이주현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이 사실만으로도 <헌트>는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다. <도둑들> <암살> <신세계> <관상>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흥행 영화 속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다가 최근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가 된 경력 30년차 배우. 그가 감독으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의외로 묵직하다. 이정재의 출연작 중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좋은 영화로는 <신세계>가 있을 것이고, <헌트>를 제작한 사나이픽쳐스의 이전 작품들, <공작>이나 <아수라> 같은 영화와도 성향 면에선 닮은 데가 있다. 그럼에
[칸영화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첫시사 첫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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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지면에 실릴 즈음에는 단식이 끝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문장을 쓴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이 50일을 넘어섰다.’ SPC그룹의 노동자 탄압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됐다. 출발점은 2017년의 불법파견이었다. 당시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밝혀졌다.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지휘명령을 함으로써 직고용을 회피하고 파견법을 위반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확인되었고, 정부는 실제 고용주인 파리바게뜨(SPC그룹)에 제빵 및 카페기사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거액의 과태료를 내야 할 위기에 처한 SPC그룹은 비로소 공론장에 나왔다. 2018년 1월, SPC그룹이 과태료 지급을 면하는 대신, 피비파트너스라는 합작회사가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고 3년 내에 근로조건 등을 본사 소속과 동일하게 맞추어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노사간담회와 협의체 구성에 양대노조와 가맹점주 협의회도 참여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저 끔찍한 빵을 먹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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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온기가 사라진 집,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다듬은 남자가 텅 빈 거실을 지나 출근길에 오른다. <그대가 조국>은 추앙과 오명을 동시에 짊어진 어느 유명한 초상을 첫 장면에서부터 이렇게 덜컥 펼쳐놓는다. 법정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한탄한다. “조선 시대로 치면 귀양 간 상태인 거죠. 유배된 사람의 말은 그 어떤 것도 들어주질 않습니다.” 2019년 8월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어 10월14일에 장관직을 사퇴하기까지 67일. 영화는 임명 이후 제기된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논란 속에서 그에게 주어진 일과를 돌아본다. 고강도의 청문회, 12시간 가까이 이어간 기자 간담회. 뉴스와 신문을 재구성하고, 언론인과 주변 관계자, 유튜버 등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지난 1월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순간까지 나아가는 동안, <그대가 조국>이 제기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기수
[리뷰] 한국 정치사의 비극적 굴레를 바라보는, 뜨겁지만 흐릿한 접근 '그대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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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갓 입학한 소녀 노라(마야 반데베크)의 마음은 설렘이나 기쁨보단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오빠 아벨(귄터 뒤레)과 포옹도 해보고, 아빠(카림 레클루)의 배웅도 받아보지만 불안감은 쉬이 해소되지 않는다. 시끄럽고 너저분하면서도 한편으론 경직되고 무자비한 학교라는 공간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분위기로 노라를 매 순간 긴장시킨다. 노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움츠러든 어깨와 웃음기 지워진 얼굴로 정글 같은 학교를 오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던 노라는 어느 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벨을 목격하게 된다. 어른들에게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노라와 달리 아벨은 이를 말리고, 노라는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운동장은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을까. 벨기에의 신예 여성감독 로라 완델의 장편 데뷔작 <플레이그라운드>는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필연적인 상처와 아픔을 날카롭고도 치밀하게 포착한다. 노
[리뷰] 슬프고 무섭고 외롭고 거대한 그때 그 세상 '플레이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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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이저벨 퍼먼)는 늘 최고이길 갈망한다. 대통령 장학생에 선정될 정도의 수재이면서도 시험 시간 끝까지 남아 답을 세번 넘게 확인하고, 가장 약한 물리학 과목에 통달하기 위해 물리학과를 선택하기도 한다. 대학생이 되어 새로 시작한 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와 선배들을 제치고 대표팀 1군에 들어가려 한다. 그 과정은 가혹하다. 학업을 병행하며 고된 훈련을 소화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선수들이 쉴 시간에도 혼자 연습에 매진한다. 손엔 동전만 한 고름이 잡히고, 최고가 되지 못했단 자책에 자신을 해하기도 한다. 그녀를 믿어주던 연인 대니(딜론)와 갈라설 위기에까지 처한다. 1군 입성이란 목표가 눈앞에 닥치자 최고를 향한 그녀의 집착이 도를 넘는다.
물의 흐름과 몸의 리듬을 맞추는 테크닉이 조정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데, 정작 <더 노비스>의 테크닉은 절뚝이기만 한다. 인물들의 감정선부터가 그렇다. 알렉스가 항상 최고의 위치를 원하게 된 내외적 동기나 감정적 전사가 한참
[리뷰] 스타일 없이 겉멋만 남은 나이키 광고 모음집 '더 노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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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김환희)는 보육원 원장의 학대 속에 자라왔고, 출신을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견디다 못한 그는 삶을 지옥이라 여기며 생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한강으로 뛰어들려는 순간, 길을 지나던 서진(유선)이 수미를 발견하고 급히 붙잡는다. 자신을 호스피스 병동의 수간호사라 소개하며 서진은 수미에게 ‘죽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겠다고 말한다. 서진을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수미의 눈앞엔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침체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병동의 환자들은 외국어와 그림 등을 배우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낸다. 새 식구인 자신도 사랑하고 보살피는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을 보며 수미는 삶의 의미에 관해 다시금 생각한다.
차봉주 감독이 연출한 <안녕하세요>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의 희망에 대해 논하는 영화다. 수미와 서진, 병동 환자 중 한명인 박 노인(이순재)이 주요 인물이지만, 영화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리뷰] 다독이며 다시, 함께 살아가기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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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영화를 내놓은 감독 지완(이정은)은 미래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신작 <유령인간>의 성적이 좋지 못하고, 오랜 기간 함께한 프로듀서가 앞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 선언해서다. 아내이자 엄마인 그의 입장도 녹록지만은 않다. 아들은 틈만 나면 밥 먹고 싶다 칭얼대고, 남편은 꿈을 좇는 아내와 결혼하면 외롭다 투덜댄다. 그런 지완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든다.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인 홍재원의 <여판사> 필름을 복원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 것이다. 1960년대에 제작된 <여판사> 필름은 검열로 군데군데 잘리고, 일부 음성은 유실되었다. 지완은 영화의 사라진 조각을 찾기 위해 홍재원 감독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홍 감독의 딸로부터 시나리오 원본을 구하고, 홍 감독과 영화계에 투신했던 이들을 만나 회고를 전해 듣는다. 지완은 홍 감독의 발자취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영화와 여성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분투하던 그의 모습으로부터 자신의
[리뷰] 여성감독의 고단한 과거와 현재, 그러나 낙관적인 미래를 위하여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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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리 유니버스의 역사가 시작된 2018년 9월의 현장. 그리고 이제는 순한 맛이 되어버린 장첸. 할리우드에 잭 리처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마동석이 있다.
[ARCHIVE] 마블리 유니버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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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로부터 10년 뒤 이야기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와 <스타워즈 에피소드4> 사이 20년의 시간이 있는데, 10년 뒤로 시리즈의 무대를 결정한 이유가 있나.
= 우선 오비완 케노비를 연기하는 이완 맥그리거의 나이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웃음) 창작자로서는 삼부작 2개 사이에 걸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중간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시리즈를 만들며 우리가 답하고 싶었던 가장 큰 질문은 오비완 케노비가 <스타워즈 에피소드3>의 끝에 얻은 절망과 고통에서 어떻게 평화를 찾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는지다. 이런 큰 변화가 있으려면 그 사이에 놓인 20년 동안 사건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서 이 시리즈를 만들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
- 오비완 케노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독 스핀오프는 아마 팬들이 가장 기대한 <스타워즈> 시리
'오비완 케노비' 데버라 차우 감독, "서부극과 사무라이 영화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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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다시는 오비완 케노비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어떤 마음에서 이 시리즈에 출연하겠다고 했나.
= 1990년대에 오비완 케노비 역할에 처음 캐스팅됐던 때로 돌아가보면 당시 나는 대니 보일 감독의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 시대 영국 영화산업의 주목을 받던 브리티시 그런지 시네마(X세대의 불안과 낭만을 그린 1990년대 영화들.-편집자)의 일원이고 싶었다. 그런데 <스타워즈>는 내 희망과는 다른 층에 있는 영화였다. 사람들은 내게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함으로써 커리어가 얼마나 달라질지 이야기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프리퀄 3부작에 출연했다. 그 경험은 내가 이전까지 영화에 출연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기술적으로 완전히 달랐고, 그때 영화 만들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배우로서 자랑스러웠지만 그 3편이 내 경력의 대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도 “오비완 케노비 역할을
'오비완 케노비' 출연한 배우 이완 맥그리거 "스테이지크래프트 기술 덕에 몰입이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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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6월8일 공개 예정인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실사 드라마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의 주연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시리즈 전체를 연출한 데버라 차우 감독을 만났다.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이하 <스타워즈 에피소드3>)와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하 <스타워즈 에피소드4>) 사이에 놓인 이야기로, 절망과 고통 속에 놓였던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가 어떻게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의 20년 만에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로 돌아온 이완 맥그리거는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았던 시간 동안 <스타워즈>와 오비완 케노비 캐릭터가 어떻게 자리를 넓혀왔는지 이야기를 들려줬고, <오비완 케노비>에 앞서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데버라 차우 감독은 조지 루카스가 만든 세
디즈니+ 리미티드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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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씨네21> 신년호 특집 기사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에서 최진성 감독은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을 추적한 <저수지 게임>(2017) 등 다큐멘터리 두편을 연달아 작업했던 그가 전작 <소녀>(2013) 이후 오랜만에 극영화 도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계획처럼 되는가. 그가 내놓은 신작은 ‘n번방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 극영화를 준비하다가 다큐멘터리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무엇인가.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는 영화에 대한 투자가 멈췄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로부터 다큐멘터리 연출을 제안받았다. 보나마나 제작이 1년 이상 걸릴 건데 이 과정을 돌파하는 게 늘 만만치 않아서 또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OTT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정한 자본이 투입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를 작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연출한 최진성 감독, "범죄자들은 우리 생각보다 치밀했고, 추적자들은 그보다 더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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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사건으로 많은 언론과 인터뷰했고, 강연도 했고, 정부 부처 회의에도 참석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대와 지지를 구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는 그런 활동의 연장선인가.
= 아무래도 기사나 유튜브는 사건을 단면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텔레그램이라는 특수한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가 벌어지는 구조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최진성 감독님으로부터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이용자 수가 많고, 나 또한 구독자인 데다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2020)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넷플릭스라면 급하게 제작하지 않고 높은 완성도로 이 사건을 다룰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 촬영한 지 약 2년이 지난 까닭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웃음) 사전 질문지를 포함해 150~160개 정도의 질문에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 플랫폼이라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선보일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에 출연한 전 추적단 불꽃 단, “피해자가 보호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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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선배 인스타그램 없앴어?” 김완 <한겨레> 기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갑자기 사라져 이상하다 싶어 텔레그램에 들어가 그에게 물었다. 김완은 박근혜 정권 때 국정원이 ‘엔터팀’을 운영해 영화계를 사찰했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함께했던 동료다. 그에게 짧은 답장이 왔다. “ㅇㅇ 신상 털려서 다 비활성.” 그는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한겨레> 2019년 11월10일자)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텔레그램에서 벌어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사건을 연달아 보도하던 때였다.
수면 위로 올라온 텔레그램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끔찍했다. <한겨레>가 지난 두달 동안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라는 제하의 연속 기획으로 보도한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한겨레> 기자들이 텔레그램 익명 대화방에 잠입해 그 실태를 지켜본 뒤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일자리를 주선한다는 명목
김성훈 기자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취재기 (2019.12~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