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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룬(커전둥)은 동네에서 농구 시합 도중 벼락을 맞아 쓰러지고 눈을 뜨니 저승에 와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승의 모든 기억마저 잃어버렸다. 그의 손목엔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염주가 채워지고, 흰색 염주를 가진 자만이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규칙에 따라 샤오룬은 검은 염주를 흰색 염주로 바꾸기 위해 ‘월하노인’(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는 사랑의 신) 역할을 지원한다. 하지만 월하노인이 되려면 빠르게 사람과 사람에게 붉은 실을 연결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질을 검증받기 위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그는 같은 시기에 저승에 온 핑키(왕정)와 파트너가 되고, 힘겹게 테스트에 통과해 이승에 가 커플을 매칭해주는 임무를 맡는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이승의 인간들에게 부부의 연을 맺어주고 흰색 염주를 채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룬은 샤오미(송운화)와 마주치고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는다. 샤오룬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샤오미의 근처를 맴돌고,
[리뷰] 대만 청춘영화의 정석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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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서 무엇인가 의미를 붙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음악가들은 대개 10주년, 20주년, 30주년 등등을 기념하면서 음반을 발매하거나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내 경우는 밴드 데뷔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할지 애매해서 딱히 크게 기념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음악가가 아닌 나에게 2022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바로 지상파 라디오방송 출연자로 꾸준히 활동해온 지 10년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회성으로 초대석을 진행하는 경우 말고 특정 요일에 고정 출연해서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고 이런저런 내용을 진행하는 출연자들을 ‘고정 게스트’라고 부르는데, 나는 2013년 봄에 SBS 라디오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첫 코너의 제목은 ‘꽁꽁 브라더스의 상식이 너마저’였는데, 밴드 9와 숫자들의 송재경(9)과 함께 상식을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라디오와 함께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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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비극’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다 실로 가까운 곳에서 그 비극을 보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또다시 스크린으로 옮겨진다 해도 우리는 더이상 놀라지 않는다. 그의 희곡들은 스크린 위를 끈질기게 파고들었고, <맥베스> 또한 수차례 영화화되었다. 그중에는 오손 웰스, 로만 폴란스키,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진지한 거장들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조엘 코엔이 이 유명한 비극을 다시 영화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저 거장들 못지않게 양식적인 작품을 만들어왔지만, 그들과는 달리 빼어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는 코엔 형제의 형 조엘이 과연 어떤 모습의 비극을 완성해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사실 코엔 형제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장르영화의 문법만큼이나 문학작품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형제는 제임스 M. 케인과 레이먼드 챈들러
'맥베스의 비극' 조엘 코엔이 만들어낸 비극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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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기자의 프런트 라인]
보자마자 ‘이건 먹힌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아마도 넷플릭스 시청자들의 관심을 손쉽게 사로잡을 것이다. <부산행> <킹덤>에서 이어진 K좀비 불패 신화를 쓸지도 모르겠다. 물론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 흥행과 작품성, 완성도는 대부분 별개의 그래프를 그린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개별 작품으로서보다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훨씬 흥미롭고 유효하다. K좀비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 현상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 깜박 속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당연히 학교를 무대로 벌어지는 좀비물일 거라 생각했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지우학>에선 학교 바깥 이야기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학생들이 편으로 뭉쳐 탈출을 도모하는 사이 바깥에선 자식들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이
'지금 우리 학교는', 장르와 정점과 패턴의 함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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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초연결이 중첩되는 시대는 수백년간 매일같이 직장에 나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일하는 장소를 고를 수 있는 특권을 갑자기 허락해주었다. 랩톱 화면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면 하얀 파라솔과 푸른 바다가 보이는 감동은 여름휴가 성수기의 살인적인 비용을 지불한 휴양지에서 겨우 며칠간 누리던 호사가 아니라 일상이 될 수 있다. 숲속 작은 집에서 화목난로 안 참나무 장작이 타는 냄새를 맡으며 키보드를 누르다 바라본 창밖의 하얗게 쌓인 눈은 어릴 적 성탄 카드의 현실화로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각자가 자신의 일을 짊어지고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사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그간 주요한 산업이 대도시로 집중되며 발전의 수혜가 고르게 나누어지지 못해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까지 언급되는 지역에는 예기치 못한 수혜가 열릴 수 있다.
문제는 직장을 유동화한 사람들이 지역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 하는 것이다. 멋진 풍광만 있다고 온전한 생활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경치와 더불어 무엇을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로컬리티, 로컬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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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개성 혹은 개인의 의지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곤 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고, 시위에 나선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들리게 하겠다고 한다. 마치 모두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목소리 순례>를 쓴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는 선천적인 감음성 난청이다. 그는 유독 자주 혼나는 ㅅ발음을 피하려고 ㅅ이 들어간 단어를 기피했다. “깨끗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할수록 내 생각과 동떨어진 말이 나갔다. 내가 분열되어갔다.” 청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던 그는 농학교로 진학하면서 수어를 배우게 되었고, 수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로 소통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청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발음이 어떻게 들릴지만을 신경 쓰던 시기의 기억이 마치 타인의 기억 같다면 수어를 사용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보낸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은 ‘나’의 일부로 선명하게 맥동한다는 것이다.
사이토 하루미치는 ‘언어’와 ‘무용’이 융합하는 경계에서 수화의 아
목소리 체험하기 <목소리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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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균형은 전등이 깨지면서 드러난다. 일상의 빛을 관찰하기 위해 감독은 어둠을 선택했고 그 어둠은 감독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상의 달콤함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다미아노, 파비오 딘노첸초 쌍둥이 형제 감독이 영화 <파볼라체>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 세 번째 장편을 새롭게 선보인다. 로마 변두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딘노첸초 형제는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관객과 호응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탈리아영화계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 딘노첸초 형제의 새 장편 <아메리카 라티나>는 소소한 일상과 환상 그리고 환각과 실재의 경계를 따라간다. 언뜻 보면 영화 제목이 남아메리카에 관한 주제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라티나’는 이탈리아 라치오의 작은 도시 이름이다. 영화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메리카와 라티나의 연관성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관객을 영화는 황량한 시골 마을로 안내한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 한 이탈리아 지방 도시의 한적한 시골 마
[로마] 다미아노, 파비오 딘노첸초 쌍둥이 형제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아메리카 라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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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조니어>
감독 미란다 줄라이 | 넷플릭스, 시리즈온
분홍색 비누 거품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공장 옆 사무실에 3인조 가족 사기단이 살고 있다. 좀스러운 사기를 쳐서 얻은 돈을 정확히 3분의 1로 나누는 이들에겐 사랑이나 온정은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날,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낯선 여자 멜라니가 이들 가족 사이로 끼어들면서 많은 것이 바뀐다. 도둑질과 사기밖에 몰랐던 딸 올드 돌리오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로 가득 찬 영화 <카조니어>를 보고 나면 세상의 모든 올드 돌리오들을 꼭 안아주고 싶어질 것이다.
<복사기>
감독 레가스 바누테자 | 넷플릭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르는 연극 동아리에서 웹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연극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수르는 동아리 선배 라마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다. 술과 음악에 취해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숙취에서 깨어난 수르는 자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로 가득 찬 영화 '카조니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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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사극에는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경찰 주인공이 유독 많다. 자신의 아내나 연인이 죽어야만 절박함을 획득하는 형사 캐릭터를 지켜보며 그저 맡은 업무의 의미를 새기고 성실하게 일하는 수사관의 마음은 극화될 가치가 없는지 종종 생각하던 차에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논픽션을 드라마로 만든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만났다.
국영수 감식계장(진선규)이 2000년 범죄행동분석팀을 꾸리며 첫 프로파일러로 눈여겨본 송하영 경위(김남길)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다. 한국 수사극의 맥락 안에서 주목한 적 없는 요소이고 경찰을 비극과 오열의 당사자로 세우는 흐름에 분명하게 그은 선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송하영뿐만 아니라 여러 목소리를 빌려 무감해진 자극을 환기한다. 기동수사대 윤태구 팀장(김소진)은 동료들이 무심결에 ‘다른 팀이 숟가락을 얻지 못하게 하라’거나 ‘백발백중’ 등의 표
심연과의 대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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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났다. 작가 윌리엄 린지 그레셤이 1946년에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이트메어 앨리>는 쇼 비즈니스 세계의 추악한 단면과 그 주변부를 기생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탐욕을 숨기지 않는 사기꾼과 모리배, 팜므파탈이 한데 뒤엉키며 우울한 누아르 빛깔 뒷골목을 누비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같은 영화다. 수려한 외모와 현란한 화술을 가진 스탠턴(브래들리 쿠퍼)은 유랑극단에서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을 터득한 뒤, 뉴욕 상류층을 현혹하며 자신의 위험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독심술로 재물과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다니는 옴므파탈로 변모한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를 주목하자. 팜므파탈 심리학자 릴리스(케이트 블란쳇), 타로 카드로 미래를 점치는 지나(토니 콜렛), 전기를 참는 소녀 몰리(루니 마라) 등이 출연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판타지 러브 스토리를 펼쳐 보였던 기예르
[Coming Soon]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나이트메어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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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도깨비 깃발>
감독 김정훈 / 출연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1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는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 떠오른다. 여전히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이 1위를 유지한 상황에서 한국영화 <특송>과 <경관의 피>가 각각 8만8610명과 5만7357명을 모으며 3, 4위로 선전했다. 설 연휴를 앞둔 1월 마지막 주 박스오피스의 향방도 미리 진단해본다. 1월26일 수요일, 한국영화 기대작 <해적: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가 격돌했다. 개봉 첫날의 승자는 <해적: 도깨비 깃발>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관객 9만2450명(누적관객 112,742명)을 모으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밀어내고 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개봉한 <경관의 피>(개봉 첫날 6만4050명), <씽2게더>(개봉 첫날 4만4223명), <특송>
[BOX OFFICE] '해적: 도깨비 깃발'은 순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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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다음 소희>가 배우 배두나의 캐스팅을 확정짓고 1월16일 첫 촬영에 돌입했다. <다음 소희>는 정주리 감독의 신작으로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고생 소희가 겪은 의문의 사건과 이를 조사하는 형사 유진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두나와 정주리 감독은 <도희야> 이후 8년 만에 재회했다.
안은진, 유아인, 전성우, 김윤혜
아이엠티브이가 제작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에 안은진, 유아인, 전성우, 김윤혜가 출연한다. <인간수업> <마이 네임>의 김진만 감독과 <밀회>의 정성주 작가가 합을 맞춘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까지 약 200일이 남은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이크 질런홀
007 시리즈를 연출한 존 글렌 감독의 신작 <컷 앤드 런>에 제이크 질런홀이 합류한다. <컷 앤드 런>은 하이 스피드 보트를 타고
배두나, 정주리 감독 '다음 소희'로 6년만에 재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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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가 2021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 관련 질문을 받고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 유니버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라고 밝히며 이전 시즌보다 확장된 세계관 구축을 예고했다. 1월19일 진행된 2022년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라인업 발표회를 포함해 여러 공식 석상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언급된 적은 있지만, 넷플릭스 CEO가 시즌2 제작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 공식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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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영관협회가 정부에 한국영화 개봉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간 영화관은 <모가디슈> <싱크홀>의 총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하는 등 한국영화계를 살리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해왔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미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산업의 생존과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금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골든 타임”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상영관협회, 정부에 한국영화 개봉 지원책 마련 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