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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수 기업상 후보에 오른 저울 제조 회사 블랑코 스케일즈는 심사위원들의 방문을 앞두고 있다. 이에 사장 블랑코(하비에르 바르뎀)는 직원들의 기강을 잡으려 노력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를 운
영 중인 블랑코는 ‘가족주의’ 경영 이념을 자랑스레 내세우고, 겉보기에 회사는 완벽하게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다르다. 정리해고를 당한 호세(오스카 데 라 푸엔테)는 아이들을 앞세워 복직 요구 시위를 시작하고, 오랫동안 일한 직원 미랄레스(마놀로 솔로)는 집안 문제에 정신이 팔려 업무에 영 집중하지 못한다. 한편 블랑코는 새로 온 인턴 릴리아나(알무데나 아모르)와 은밀한 시선을 주고받는다.
스페인 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의 <굿 보스>는 우수 기업상 수상을 눈앞에 둔 어느 사장의 일주일간의 고군분투를 그려낸다. ‘을’의 입장에서 사회생활의 비애를 담아내는 보통의 직장 배경 영화들과 달리 ‘갑’의 시점을 중심으로 예리한 풍자와 블랙
[리뷰] 예리한 풍자와 블랙유머가 가미된 직장 배경 영화 '굿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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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소녀 사야카(니쓰 지세)는 동네의 철도 건널목을 지날 때마다 반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반려견 루와 함께 이곳을 지나다녔기 때문이다. 등에 큰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수군거리는 동급생들 틈에서 외로운 학교생활을 했던 사야카. 하지만 친구가 없다면 다른 친구를 찾으면 되는 법. 사야카는 동물 분양가게 앞에 묶여 거의 내쫓길 위기에 처한 강아지 루를 만나고, 마치 자신을 보는 듯 이입한다. 결국 부모를 설득해 루를 집으로 데려온 사야카는 루와 마을의 이곳저곳을 탐방한다. 어느 날 루를 따라 허름한 쓰레기 더미 사이 자그마한 구멍을 통과하게 된 사야카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을 발견하고 둘은 매일같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루는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야카는 루의 죽음을 실감할 수 없다. 한편 사야카는 우연히 ‘레이디버드’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는 할아버지 후세(오이다 요시)를 알게 되고 오래전 떠나보낸 그의 아들에 관한 사연을 듣는다.<역으로 가는
[리뷰] 반려동물과의 유대를 그린 따스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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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오가타 메구미)는 어릴 적 소꿉친구 리카(하나자와 가나)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저주에 시달린다. 리카는 언제나 함께 있자는 약속의 저주에 묶여 원령이 된 뒤 유타를 괴롭히는 자들을 공격한다. 비밀리에 저주를 다루는 주술사들은 강력한 원령의 힘을 우려해 유타를 격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최강의 주술사이자 주술사 양성기관 주술고전의 교사인 고죠 사토루(나카무라 유이치)는 유타를 주술고전에 데려온다. 주술고전에서 동급생인 마키, 토게, 판다를 만난 유타는 껍질을 깨고 나와 친구들과 함께할 용기를 얻는다. 평화도 잠시. 최악의 주술사 게토 스구루가 유타의 힘을 노리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극장판 주술회전0>은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2018년 연재 시작 후 일본 코믹북 판매량 1위, 누적 판매부수 6천만부를 돌파했으며 일본에서 2020년 10월부터 TV애니메이션 1기가 제작 방영되었다. 12월 개봉한 <극장판 주술회전0>은 개봉 43일 만에 700만
[리뷰] 옷코츠 유타의 성장을 다룬 프리퀄 '극장판 주술회전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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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나일강에서 열리는 호화로운 결혼 연회에 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나)가 초대를 받는다. 식의 주인공은 리넷(갤 가돗)과 사이먼(아미 해머)인데, 리넷은 자신이 보유한 막대한 재산 때문에 항상 불안한 상태다.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친인척들과 재산 관리인, 그리고 헤어진 과거의 연인까지 모두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리넷은 에르큘 포와로에게 자신을 지켜달라는 의뢰를 한다. 그러던 와중에 또 한명의 불청객이 나타난다. 리넷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이먼과 애인 사이였던 재클린(에마 매키)이다. 앙심을 품은 재클린이 리넷 커플을 따라다니며 대놓고 저주를 퍼붓자 리넷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그렇게 마침내 나일강 위를 떠다니던 초호화 여객선에서 총알 한방이 발사되고야 만다.
<나일 강의 죽음>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로, 2017년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부터 이어지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 시리즈의 두
[리뷰] 다시 한번 클래식한 정통 추리극 '나일 강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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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아주 오래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007’이 활동을 시작하기 200년도 더 전인 미국 독립전쟁 시기에 이름을 떨쳤던 한 여성 스파이의 코드명이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지만 다소 시대착오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007을 비롯한 남성 스파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지금. 영화 <355>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그 상징적인 이름을 스크린을 통해 불러보는 영화다.
CIA 요원 메이스(제시카 채스테인)는 임무를 위해 파리로 향한다. 메이스가 탈취해야 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시스템을 컨트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담긴 드라이브. 클릭 한번으로 비행기를 추락시키거나 도시 전체를 정전시킬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이 악당 손에 들어가면 3차 세계대전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파트너 닉(세바스티안 스탄)이 그녀와 동행한다. 둘은 오랜 친구 사이이지만, 닉의 끈질긴 구애로 메이스는 마음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작전에
[리뷰] 다섯명의 여성 요원이 선보이는 액션 블록버스터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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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만들다가 영화 연출에 도전한 김지석 감독의 데뷔작 <온 세상이 하얗다>는 익숙한 영화문법의 테두리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작품이다.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전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전후 맥락을 한번에 이해할 수 없는 편집이 등장하는 식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경한 리듬인데 그것이 엔딩의 진심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돌고래유괴단 출신으로 광고 촬영 현장에서 영화를 품어왔던 그에게 첫 장편 작업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 알코올중독 치매 환자라 할 수 있는, 기억을 자주 잃는 남자와 그 앞에서 계속 거짓말을 하는 여자가 각자의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 죽음을 향해 떠나는 이야기다. 어떤 의도에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나.
= 영상 전공자는 아니지만 광고를 만들다 보니 주변에서 영화 연출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30대를 지나오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를 이야기로 엮어보자 생각했다.
- 매일 죽고 싶어 하는
광고인의 영화 만들기, '온 세상이 하얗다' 김지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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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MC, 소속사 대표에 이어 이제는 배우가 된 강다니엘에게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적시에 펼쳐진 모험이었다. 연기라는 미지의 지도 앞을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서성이던 순간에 경찰대 학생 위승현으로 살아보는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기민하게 타이밍을 낚아챘다. 10대 내내 몰두한 춤의 세계, 데뷔 후 빠르게 넓혀온 종합 엔터테이너의 영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강다니엘은 자신이 배워야 할 과제에 기꺼이 매혹되는 쪽을 택한다. 강도 높은 배우 수업으로 20대 후반의 문을 연 지금, 신인배우이자 제복 입은 신입 강다니엘의 행보는 특유의 근성과 맷집 위에서 또다시 확장되고 있다.
- 연기에 도전하는 첫 작품으로 청춘 드라마를 택했다. 주인공 위승현은 나이답게 순수하면서도 또래에 비해 조숙하고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아이돌로 구축한 이미지와는 꽤 다른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 같다. 과정과 결과 모두 만족스럽나.
=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정도라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배우 강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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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부흥기에는 모름지기 캠퍼스 청춘물이 있었다. 영화산업에서 흥행한 장르물들이 드라마 시장의 판세까지 뒤흔든 최근 몇년간, 캠퍼스 드라마는 어느새 옛말처럼 여겨졌지만 디즈니+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그 빈틈을 영리하게 공략했다. 열아홉을 지나 막 스무살이 된 남녀들이 군기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경찰대 신입생이 되어 사랑하고 성장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우선, 어쩔 수 없이, 싱그러워서 눈길이 간다. 젊음이야말로 이 장르에서 가장 유효한 콘텐츠인 덕분이다. 청량한 하늘 아래 각 잡힌 제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포스터 속 얼굴들을 보고 있자면, 현실이었든 환상이었든 너와 나의 청년 시절을 거기에다 은근슬쩍 대입하게 된다. 주 타깃층은 미래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10대 시청자이나 20대의 청춘을 지나왔거나 현재 겪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기세 좋은 캠퍼스 드라마에서 얻을 저마다의 위안은 분명 존재한다.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 &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매력, 첫 연기 도전한 배우 강다니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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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 현장에서 스틸 작가의 역할은 정확하게 무얼 의미할까. 촬영 현장을 담은 한장의 스틸컷에는 다양한 현장 상황을 기록하는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비하인드 컷이라 부르는 사진이 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관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비하인드를 보여줄 목적의 사진만 있을까. 지금은 필름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며 한편의 영화 촬영 현장을 담은 사진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해졌다. 몇 테라바이트를 훌쩍 넘는 수만장의 사진을 통해 영화를 기억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을 보면 그 의미를 곱씹게 될 것 같다. <아가씨>의 촬영 현장을 누비며 현장 곳곳과 배우들의 면면을 모두 찍은 이재혁 스틸 작가는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스틸 작가로 시작해 20년 넘게 한국 영화 현장을 촬영해온 베테랑 작가다. 국내뿐만 아니라 <이퀄스><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해외 영화에도 스틸
'아가씨' '기생충' 등 작업한 이재혁 스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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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플레인 아카이브 펴냄)이 출간된다. 책이 또 나온다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관한 서적은 현재 <아가씨>의 프로덕션 과정 전반을 소개하고 비평가들의 글을 엮은 공식 메이킹북 <아가씨 아카입>(2017, 그책 펴냄)이 출간된 상태다. 사실 <아가씨 가까이>(2016, 그책 펴냄)도 있지만 이는 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개인 사진집이다. 두 책 모두 <아가씨> 촬영 현장 사진이 실려 있지만 <아가씨의 순간들>이 앞선 두권의 책과 다른 점은 촬영 현장을 공식 기록한 이재혁 스틸 작가의 사진으로만 이뤄진 사진집이라는 점이다. 물론 감수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맡았다. 국내에 출간된 영화 관련 서적 중 사진집 형태로 출간되는 책은 드물다는 점에서 귀한 아카이브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간단하게 사진집의 얼개를 소개하고 책에 실린 촬영 현장 몇컷을 최초로 공
STYLE STYLE STYLE: '아가씨'의 촬영 현장 담은 플레인 아카이브의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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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도 할 말은 하는 완벽주의자 정지우(서현)와 적을 두지 않는 따뜻한 성격의 정지후(이준영). 비슷한 이름 외엔 둘은 성격도 취향도 다르다. 사내 동료에 불과했던 지우와 지후는 잘못 배달된 택배 하나로 3개월간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모럴센스>는 지우가 지후의 특별한 성적 취향을 알게 된 뒤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를 묘사한다. 성적 취향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사려 깊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극의 중심에 선 서현과 이준영은 영화의 아슬한 분위기를 흥미롭게 견인한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온 두 사람이지만 <모럴센스>는 소녀시대의 서현, 유키스의 이준영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두 배우의 연기를 꾸준히 봐온 이들에게도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것이다.
- <모럴센스>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현 배우라면 다들 다양한 역할과 장르를 하고
다름의 특별함 '모럴센스' 배우 서현,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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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줘> <6년째 연애중> 등 다양한 로맨스 작품을 연출해온 박현진 감독이 영화 <모럴센스>로 돌아왔다.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세세히 잡아내는 것이 기존 박현진 감독 작품의 묘미였다면, 이번에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두 주인공의 관계가 리드미컬하게 그려진다. 성적 취향이란 소재가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연출에 기대는 대신 영화는 지우(서현)와 지후(이준영)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이들을 ‘이상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에 외려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건네는 영화의 신중함 또한 돋보인다. <모럴센스> 공개를 앞두고 박현진 감독을 만나 소회를 들었다.
- 원작 웹툰의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
= 성적 취향에 관해 선정적이지 않게 묘사하면서도 다양한 인간관계, 로맨스에 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든 건 지우 캐릭터였다. 지우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다, 사근사근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캐릭터다. 자기
남녀 관계의 정상성이란? '모럴센스' 박현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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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서현)와 정지후(이준영). 회사의 같은 팀 소속이며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교집합이 없던 두 사람. 하지만 지후의 특별한 택배가 지우에게 잘못 전달되면서 둘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된다. 2월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모럴센스>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지후와, 택배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깨달아가는 지우의 관계를 다룬다. 지우와 지후의 일상과 플레이 신을 균형 있게 묘사하며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린 영화다. <모럴센스>를 두고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하는 박현진 감독과 배우 서현, 이준영을 만났다.
'모럴센스'의 박현진 감독와 배우 서현, 이준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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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7일 개최되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 후보 명단이 현지 시각으로 2월8일 오전에 발표됐다. 최다 후보 지명작은 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조연상, 각색상을 포함한 총 12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은 감독상 제외하고 작품상, 각색상, 음악상, 미술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케네스 브래나 감독이 연출한 <벨파스트>가 각각 7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노미네이션 수로는 공동 3위에 올랐다. 윌 스미스가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 자매를 키워내는 아버지를 연기한 <킹 리처드>는 6개 부문, <돈 룩 업>과 <드라이브 마이 카> <나이트메어 앨리>는 각각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오스카 파이널리스트를 보니 예상을 빗나간 결과들이 눈에 띈다. 우선 <
[LA]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발표, '파워 오브 도그' '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