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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 피자’라니, <펀치 드렁크 러브> 같은 독특한 로맨스영화를 만든 감독다운 제목이다. 사실 ‘리코리쉬 피자’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었던 레코드 가게 체인 이름으로, LP판을 은유하는 표현이다. LA 근교의 산페르난도 밸리에서 자랐고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재료로 한 레트로 무비를 만들었다. 하지만 산페르난도 밸리를 배경으로 한 이번 신작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간주하는 것은 성급하다. <리코리쉬 피자>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개인의 노스탤지어와 친구들의 에피소드를 황금 비율로 혼합한 칵테일영화다. 20여년 전 그는 동네를 걷던 중 우연히 어느 중학교에서 열린 사진 행사를 구경하게 됐고, 어린 소년이 한 여자아이에게 데이트하자고 조르는 모습을 보고는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라 생각했다고 회고한다. 16살 남자아이와 25살 여자가 교감한다는 기본 뼈대는 그렇게 탄생했다. 여기에 유명 프로듀서이자 톰 행크스
'리코리쉬 피자'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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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의 총파업이 50일을 넘어섰다. 택배노조의 요구사항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본사인 CJ대한통운이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월에 택배사들과 한번 합의를 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물류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안전망 없는 과로로 택배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로사하자, 택배업 종사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두루 지지하여 일구어낸 성과였다. 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는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구조개선 비용부담, 성수기 택배사업자 보호, 갑질 방지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택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분류작업이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집화나 배달과 달리 책정된 대가가 없는 분류작업까지 택배기사들이 하는 것이 부당하고, 과로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1년 ‘일과건강’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분류작업시간은 택배노동자 노동시간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택배파업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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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43년. 부족간의 세력 전쟁으로 황폐화된 도시에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한 모녀가 있다.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는 딸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에게 얼굴을 가리라고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탓에 에머슨 정부가 온 나라의 아이들을 강제로 데려가 군사훈련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등록 미성년자’인 딸과 평온한 삶을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자식을 아카데미에 보내는 현실에서 니스카 역시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렇게 홀로 삶을 이어가던 니스카는 우연히 반란군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아카데미의 비밀과 자신이 예언된 ‘수호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딸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수호할 것인가. 니스카는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나이트 레이더스>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어머니의 선택을 따라가는 SF 드라마다. 이 영화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부족의 이름과 언어가 여럿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리뷰] 2043년, 부족간의 세력 전쟁으로 황폐화된 도시 '나이트 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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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스테인 고르데르의 저작 <소피의 세계>를 예상한 관객은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이제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피의 세계>는 해당 소설에서 제목만 빌려왔다. 대신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부터 <도망친 여자>까지 꽤 긴 시간 홍상수 감독 영화의 스탭으로 참여했던 이제한 감독은 그러한 경력에서 비롯된 영향을 구태여 숨기지 않는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의 세계 역시 홍상수의 근작들이 지닌 느긋하고 소박한 자세를 품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소피의 세계>는 2020년 가을날, 주인공 소피(아나 루지에로)가 서울을 방문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 짧은 며칠간의 여정을 담는다. 간소한 시놉시스의 이면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각 인물이 달리 경험하는 시차, 개별 에피소드 사이로 틈입하며 아귀를 맞춰나가는 이야기의 단서들이 엿보인다. 영화가 시작하면 수영(김새벽)이 거실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본다. 그의 보이스 오버가 덧
[리뷰] 가을날 서울에서 소피가 만난 사람들 '소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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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배우 중 하나인 조이 크래비츠가 주연한 <키미>가 최근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HBO Max에서 스트리밍으로 독점 소개됐다. 지난 2월10일부터 스트리밍되고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키미>는 그가 <렛 뎀 올 토크>(2020)와 <노 서든 무브>(2021)에 이어 세 번째로 HBO Max와 함께한 작품이다. 전작 두편이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에 비해 <키미>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로튼 토마토에서 93%의 신선도를 기록했으며, 메타스코어에서는 78점을 기록했다. 반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지 못하다. IMDb 사용자 평점은 6.3점에 그쳤고, 로튼 토마토 내 관객 점수는 50%다. 일부 평론가들은 극중 상황에 대한 부연 설명이 상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화 제목인 ‘키미’는 주인공의 이름이 아니라 시리와 알렉사 등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성인식 비서 또는
[뉴욕]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키미', 스릴러의 재미 끌어올린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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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감독 마이클 레만 | 넷플릭스
미국 홈 스릴러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딸을 잃고 알코올중독에 빠진 여자의 집 맞은편에 마침 사별 후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남자가 이사를 온다면? 어느 날 주인공 애나(크리스틴 벨)는 창밖으로 이웃집 남자의 애인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하지만 경찰과 이웃은 애나의 환각으로 치부한다. 추리소설 애독자인 애나는 홀로 범인 추적에 나서는데, 8부에 걸쳐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 밑도 끝도 없는 반전이 펼쳐진다. <우먼 인 윈도>와 유사한 소재지만 한결 오락적이고 블랙코미디적인 톤과 상상력을 밀어붙였다.
<어떤 여자들>
감독 켈리 라이카트 | 왓챠
<해피 아워>에 이어 왓챠에서 필람해야 할 작품이 또 늘었다. 왓챠가 신작으로 영입한 <어떤 여자들>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세계에 대한 가장 부드럽고 매력적인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미국 몬태나주
[홈시네마] 미국 홈 스릴러의 모든 것 '그 여자의 집 건녀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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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사기꾼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숨 쉬듯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고, 주위 사람들을 이용하고 이간질하며, 모든 것이 드러난 뒤에도 자신은 나쁜 짓을 저지른 게 아니라 ‘그냥 일이 조금 잘못된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가까이할수록 발은 점점 수렁에 빠진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사기꾼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나의 안온한 일상을 지키며 멀찌감치 물러서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숀다 라임스가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만들기>는 독일 부호의 상속녀를 자처하는 애나(줄리아 가너)의 뉴욕 사교계 입성과 몰락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뉴욕에선 대개 그렇듯,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돈이었다.” 또 다른 주인공인 기자 비비안(애나 클럼스키)이 애나에 관해 쓴 기사의 첫 문장이다. 애나는 자신을 ‘금수저’처럼 보이도록 연출함으로써 남들의 돈을 끌어다 쓴다. 부자 지인의 카드를 몰래 긁고, 친구의 회사 법인카드를 긁게 하고, 무전
[홈시네마] 매혹당한 사람들 '애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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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임신을 한 어린 학생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많이 접해본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시대와 배경에 따라 낯설고 충격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첨예하고 논쟁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레벤느망>은 2000년 출간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동명의 자전적 에세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피임과 낙태가 합법화되기 이전인 1963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여대생의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앤(안나마리아 바르토로메이)은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낳자니 학업을 포기하고 미혼모가 될 처지고,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도 없다. “간결하고 급진적”(<르몽드>)이라는 평에 걸맞게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속도감 있게 묘사하는 한편, 혼란에 빠진 인물의 고독과 불안을 심도 있게 포착한 정교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78회
[Coming Soon]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어린 학생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레벤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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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강동원이 출연한 <엑시던트>(가제, 제작 영화사 집)가 2월15일 크랭크업했다. <엑시던트>는 동명의 홍콩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범죄의 여왕>을 연출한 이요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이 캐스팅됐다. <서울의 봄>은 1970년대 말 한국을 뒤흔든 거대한 사건을 그리는 작품으로, 지난 2월17일 크랭크인했다.
이솜, 옹성우, 심은경, 양동근
배우 이솜, 옹성우, 심은경, 양동근이 최국희 감독의 <별빛이 내린다>(제작 더 램프)에 캐스팅됐다. <별빛이 내린다>는 1993년 대학 식품영양학과 신입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 드라마다. 이솜은 자신감 있고 스타일리시한 현정 역을, 심은경은 과수석 현정 역을 맡는다. 두 현정은 대학 입학으로 속초에서 상경한
'엑시던트' 강동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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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서영관씨를 신임 사무국장에 선임했다. 서영관 사무국장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사무국장과 아시아문화기술투자 이사, 유콘텐츠 대표, 아이픽처스 이사 등을 역임하며 영화 투자와 행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서 사무국장은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등 시급한 과제가 쌓인 현 상황을 슬기롭게 돌파할 수 있도록 영화계,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사이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기는 1년이고, 직제 규정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사무국장에 서영관씨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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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이 25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공시에 따르면 티빙은 2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발행되는 신주 38만2513주 전량은 재무적 투자자인 제이씨지아이가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미디어그로쓰캐피탈 제1호)가 인수할 예정이다. 유료 가입자 수가 지난해 대비 3배 증가했으며,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한 데다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으로 약 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티빙, 25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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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2월24일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명예교수를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해 미국 템플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인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한국영화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교수,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강릉국제영화제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필름 아카이브를 경영할 수 있는 최적의 전문가이고, 특히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면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영화산업의 평가가 그의 선임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는 2025년 2월까지 3년이다.
한국영상자료원 신임 원장에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명예교수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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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가 음악과 웹툰 구독 서비스를 추가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지난 2월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미디어데이를 개최한 왓챠는 OTT 서비스의 영역을 넓힌 ‘왓챠 2.0’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영화, 시리즈, 음원, 웹툰을 한번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구독 요금제’를 채택할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왓챠 2.0의 비전을 소개한 원지현 COO(최고 운영 책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감상한 뒤 영화의 수록곡이나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영화를 해석하는 리뷰 웹툰을 즐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는 영상과 웹툰, 음악이 하나의 세계관 아래 다양하게 제작되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며,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원작자 김보통을 비롯해 서나래, 김양수, 루드비코 등의 웹툰 작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콘텐츠 사업 담당 이사는 올해 2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
왓챠, 음악과 웹툰 서비스 추가해 종합 플랫폼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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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 있을까.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황하고, 정의구현과 복수 사이를 오가며 세상 모든 고뇌를 저 혼자 끌어안은 듯한 표정을 짓는 브루스 웨인을 볼 때면 고구마를 먹은 듯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럼에도 <배트맨> 시리즈의 매력을 부인할 순 없다. 배트맨의 매력은 그의 깊고 복잡한 인간적 고뇌가 아니라 사연 있는 남자의 분위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배트맨> 예고편은 나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배트슈트와 배트모빌이 주는 장비의 멋이라든지(전문용어로 ‘장비발’), 고층 건물 꼭대기에서 망토 자락 펄럭이며 어둠에 잠긴 도시를 내려다보는 배트맨의 까만 실루엣엔 취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본 기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는데,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지만 대체로 몰입하기 힘들었다는 쪽과 코믹스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쪽의 감상평을 듣고 나니, 어쨌든 극장으로 달려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이주현 편집장] 2년차 배트맨의 고뇌와 코로나 3년차 한국영화의 고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