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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젊은 남녀 유팡(문리)과 장둥링(임철희)이 6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여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이 유팡의 전 애인이라고 말하는 밍량(린바이홍)이 한낮의 기차역에서 유팡에게 칼부림을 시도한 것이다. 장둥링은 유팡을 지키려 몸을 던지고, 큰 자상을 입는다. 그리고 밍량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 유팡과 유팡의 동성애인 모니카(천팅니)를 집요히 스토킹했던 사실이 밝혀진다. <청춘시련>은 영어 제목 <Terrorizers>가 지시하듯 에드워드 양의 <공포분자>(The Terroriser)나 <타이페이 스토리>처럼 도시의 청춘들이 엇갈리며 자아내는 불안을 그려낸다. 기차역 칼부림 사건에 얽힌 이들의 치정과 일상을 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담담히 반복하는 플롯을 통해서다. 다만 이러한 레퍼런스의 활용은 작품 고유의 개성을 재창조하기보다는 전술한 대만 뉴웨이브의 감성적인 성취와 생경한 서사 구조를 다소 안일하게 모
[리뷰] '청춘시련', 무의미, 무성의하게 반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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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뉴욕타임스>에 기고된 한편의 기사는 할리우드의 오랜 침묵을 거대한 외침으로 바꾸어놓았다. <펄프 픽션> <셰익스피어 인 러브>등의 제작자로 잘 알려진 하비 와인스틴이 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저지른 성폭력에 대한 탐사보도였다. 여성배우에 대한 할리우드의 왜곡된 인식, 영화 관계자의 묵인과 옹호,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사법제도 등 와인스틴의 성범죄를 가능케 한 조건들에 대해 끈질기게 추적한 <뉴욕타임스>의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 기자의 취재기가 <그녀가 말했다>에 담겼다. 영화는 현실과 재현의 경계를 자연스레 넘나든다. 성범죄 당시의 녹취록을 직접 들여오거나 실제 피해자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사건 관계자와 가장 유사한 배우를 기용해 설득력을 배가한다. 재현과 실제가 겹친 자리에서 가해자에게 빼앗긴 여성들의 목소리는 거대한 울림이 되어 미투(MeToo) 이후의 시간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첫걸음에 자리한 조디 캔터와 메건
[리뷰] '그녀가 말했다', 두 여성 기자의 끈기와 용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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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식성을 가진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 그녀는 자신의 독특함을 숨긴 채 아빠와 단둘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아빠마저 그녀를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매런. 그녀는 어렸을 때 가족을 떠났기 때문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열여섯 소녀가 홀로 떠나는 여정은 쉽지 않다. 친절한 듯 기묘한 사람들도 마주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길 위에서 자신과 닮은 소년 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난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가까워지는 둘. 리는 매런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한다. 아름다운 듯 위태로운 두 사람의 여정은 어디로 향할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국내 관객의 사랑을 받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보이지 않는 곳에 머무는 이들을 응시한다. 소재는 어느 때보다도 파격적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런 소재를 통해 영화는
[리뷰] '본즈 앤 올', 외로움, 사랑, 그리고 받아들여짐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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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방에서 한 사람이 노트북에 연신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그 내용은 음성으로 변환되어 방 안에 울려 퍼진다. 영화감독인 노동주는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의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노동주는 “사랑에 대한 힘이 힘에 대한 사랑을 능가할 때 세계 평화가 온다고 굳게 믿고 있는 세계 최초 평화주의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의 직업은 다양하다. 치료 안마사, 영어 강사, 장애인 인권 강사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자신의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영화 작업에 투자한다.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에 참여한 스탭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본격적인 제작 회의가 시작된다.
<영화감독 노동주>는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의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의 촬영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노동주 감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병한 다발성경화증으로 시각을 잃었다. 영화를 촬영할 때 중도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은 이점으로 작용한다. 장면을 머
[리뷰] '영화감독 노동주', 노동주의 상상은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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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혼자 눈뜨고 잠드는 18살 유진(황보운)은 엄마(서영희)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가버려도 꽤 담담하다.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자신 또한 사랑할 상대를 찾아나서는 모습은 열정적이기까지 하다.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한 유진은 대학생 오빠 강우(김민철), 그리고 순진한 동급생 현욱(홍사빈)을 동시에 만난다. 강우에겐 동등한 성인으로 인정받길 원하고 현욱에겐 멋대로 기대고 싶은데, 제각기 꿈틀대는 욕망은 서로를 상쇄하긴커녕 점점 크고 대담한 성질을 띤다. 끌리는 남자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하거나 자신을 모욕한 어른을 돌려세워 쏘아붙일 줄도 아는 당찬 10대이지만, 유진에게도 가끔은 자기 안의 결핍과 변덕에 맞서다 주저앉는 날들이 있다. 엄마의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만인의 연인>은 결국 단 한 사람의 연인이 되는 일에도 서툰 여자들의 겨울 이야기다.
미성년의 시간은 아름답기보다 대개 축축하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따르는 <
[리뷰] '만인의 연인', 쾌감과 부끄러움 사이를 오가는 열여덟 욕망의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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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에서 각기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영란(류현경)과 호철(김주헌)은 한때는 경쟁 관계였지만 이제는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 부부다. 어느 날 영란은 살림을 합친 김에 자신의 카페가 훨씬 호황이니 호철의 점포를 정리해 하나로 합치자는 바람을 내비친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당장 카페 합병이 난처하다는 부동산의 통보를 받은 날, 영란과 호철은 집 앞에서 신상이 묘연한 소년 석(김신비)을 차로 친다. 석은 영란과 호철의 사고를 눈감는 대신 부부의 집에 당분간 신세 질 것을 요구한다. 석은 부부의 집에 머무르며 호철의 카페 일을 돕는다. 호철의 카페는 석이 일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급기야 하루 매출이 영란의 카페를 앞서게 된다. 호철에게 카페 통합 문제로 큰소리친 것이 무색해진 영란은 초조한 날들을 보내던 중 석의 존재가 매출을 올려주는 요정이 아닐까 싶어 호철에게 석을 자신의 카페에서 일하게 해달라 요청한다. 그렇게 둘은 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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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요정', 지극한 현실에서 정답고 다정한 기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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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고로 기억 장애가 생겼다. 노트북 일기를 읽을 것.” 자고 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 마오리(후쿠모토 리코)는 침대맡에 써둔 메모로 자신의 기억상실증을 매일 새롭게 각인한다. 아침마다 좌절한 마음으로 사고난 그날부터 꾸준히 기록한 일기와 사진으로 과거를 업데이트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자신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마오리는 일상에 불쑥 나타난 토루(미치에다 슌스케)와 가짜 연인이 되기로 약속하고 ‘진짜로 좋아하지 않기’라는 조건으로 데이트를 시작한다. 마오리는 토루를 통해 아침의 절망을 잊을 만큼 행복을 느끼지만 이 역시 마오리의 세계에서 다음날이면 잊힌다. 날마다 ‘오늘의 마오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토루와 매일 아침 망각과 싸워야 하는 마오리의 애틋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마오리의 첫사랑 이야기이자 매일 밤 기억을 상실한 한 사람의 안녕을 위해 그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이 슬픔을 나눠 갖기로 한 이야
[리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익숙한 일본 감성으로 풀어낸 기억상실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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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적 시대, 누군가는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났지만 해적과 해군의 오랜 전투는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가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가수 우타(노래 아도, 목소리 출연 나즈카 가오리)는 전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우타의 첫 번째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날 밀짚모자 루피 해적단도 콘서트에 함께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노래의 섬 엘레지아에서 개최된 콘서트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시점에 우타를 납치하려는 해적들이 난입하고 루피(다나카 마유미)는 이를 물리친다. 곧이어 또 다른 음모가 콘서트장을 덮친다.
새로운 시대에 맞춘 완벽한 부활이다. 동명의 인기 만화 <원피스>의 15번째 극장판 <원피스 필름 레드>는 <원피스> 연재 25주년을 기념하여 원작자 오다 에이치로가 6년 만에 다시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와 함께 <원피스>의 첫 OVA를 연출한 다니구치 고로 감독이 복귀하여 새로운 활력을 더한
[리뷰] '원피스 필름 레드', 원피스를 모르는 이들까지 적극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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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동갑내기 커플 경학(권다함)과 혜진(권소현)은 동거 중이다. 정확히는 경학이 혜진의 집에 얹혀산다. 경학은 경찰 공무원 준비생이고 혜진은 3년간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그만두고 이제는 취업 준비생이다. 어느 날 경학에게 한통의 전화가 온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받은 게 있어 돈을 당장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학은 돈을 갚기 위해 배달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혜진은 한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된다. 둘은 점차 생활 패턴이 어긋나며 자주 다투게 된다. 애초의 계획과 달리 경학은 힘든 배달 일로 시험 준비에 소홀해지고 혜진은 그 모습을 보면서 지쳐가기 시작한다.
<그 겨울, 나는>은 추운 겨울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일들로 점점 멀어져가는 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멜로드라마다. 영화의 내용과 비슷한 유튜브 콘텐츠가 즐비하다. 그로 인해 영화가 상투적으로 다가오는 감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계절과 시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겨울의 찬 공기,
[리뷰] '그 겨울, 나는', 스물 아홉, 어느 슬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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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년 1월12일, 정하상(김강우)과 조신철(이문식)의 도움으로 피에르 모방 신부는 서양인 선교사로서는 최초로 조선에 입국한다. 모방 신부는 조선의 성직자 양성을 위해서 신학생을 선발하여 마카오로 유학을 보낼 계획을 수립한다. 최종 선발된 최방제(임현수), 최양업(이호원) 그리고 김대건(윤시윤)은 그해 12월에 마카오로 힘든 유학길에 나선다. 1837년 6월7일, 세명은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에 도착한다. 한양에서 출발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아직 자신들에게 닥칠 수많은 고난을 생각지도 못한 채 이들은 이곳에서 프랑스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탄생>은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 최초의 전기영화다. 영화는 세례를 받은 15살부터 순교한 25살까지의 김대건 신부의 삶을 조명한다. 그의 10년의 삶을 모두 보여주려는 영화의 세심함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 여러 에피소드가 단편적으로만 다루어
[리뷰] '탄생', 영성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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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빠진 도시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탐험가 예거(데니스 퀘이드)는 아들 서처(제이크 질런홀)를 데리고 모험을 떠난다. 험준한 산맥은 그들의 등정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고달픈 나날이 두 부자를 맞이한다. 그러던 중 ‘판도’라는 독특한 식물을 발견한 서처는 모험을 끝까지 완수하려는 아버지와 헤어져 마을로 돌아온다. 전기에너지가 흐르는 판도의 특성으로 마을 사람들은 전기를 보급하고 비행선을 개발하며 윤택한 삶을 향유하게 된다. 그리고 25년 뒤, 다시 아발로니아가 위기를 맞이한다. 곳곳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이유 없이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성실한 농부가 된 서처는 아발로니아의 대통령 칼리스토(루시 류)로부터 제안을 받아 가족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3대가 서로에게 고백하지 않아 오랫동안 누적된 오해와 이해를 다루고 있다. 탐험가로서 목표를 이뤄내는 게 가장 중요한 예거, 모험은 관심 없고 자신의 안정적인 일상과 판도의 회복에만 집착하는 서처, 모
[리뷰] '스트레인지 월드', 다양성으로 더 넓어진 디즈니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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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피와 뼈>(2004) 등 재일동포 사회를 그린 문제작으로 주목받았던 재일동포 영화감독 최양일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73.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 감독이 방광암으로 투병하다 도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최양일 감독은 <10층의 모기>(1983), <피와 뼈> 등으로 평단의 지지를 받는 한편, 강아지를 소재로 한 서정적인 영화 <퀼>(2004)로 높은 흥행기록을 세우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 양쪽에서 일본 영화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 영화인이다.
1949년 일본 재일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 감독은 총련계인 조선학교 졸업 뒤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영화계에 투신했다. 일본 영화 뉴웨이브의 대표 감독으로 꼽히는 오시마 나기사의 대표작인 <감각의 제국> 조감독을 거쳤으며 오시마의 유작인 <고하토&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 별세…향년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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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후 위기에 대한 소설을 겨우 마무리했다. 고작 100페이지짜리 중편을 쓰는 데 반년을 소진했으니,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원고인 셈이다. 지난해 나는 같은 기간 동안 600페이지짜리 장편을 썼다. 글밥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입장에선 완전 망한 거지.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백지를 펼쳐놓고 보냈다. 문득 모든 것이 허무하게만 느껴져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매일 확증 편향되는 멍청함의 양에 비해 한편의 소설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너무나 미미하고 비효율적이지 않나?
늦은 새벽, 한참 텅 빈 화면을 노려보다보면 문득 기이한 위화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아니, 글쎄 내가 소설가라니. 근데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그냥 재미난 책이나 읽고 신작 애니메이션이나 챙겨 보던 덕후였는데. 그저 즐겁자고 소설 몇자 끼적였던 것뿐인데. 언제부터 어울리지도 않게 온 세상의 무게를 다 짊어진 양 거들먹
[이경희의 오늘은 SF] SF로 세계와 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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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다. 회전하던 차가 코너 모서리에 걸렸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췄다. 다행히 근처에 다른 차들은 없었다. 놀라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차를 갓길로 옮기고 내려서 살펴보니 부딪친 난간 모서리가 생각보다 조금 더 튀어나온 위치에 있었다. 나만 실수한 것은 아닌 듯 난간은 몇번이나 차가 긁고 지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차를 살펴보니 범퍼가 긁혀 있었다. 모서리가 깨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헤드라이트 안쪽의 플라스틱 부품이 떨어져나가고 없었다. 렌터카 회사에 연락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렇게 시간을 뺏기고 수리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될 텐데. 또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혹시나 나중에라도 몸이 아프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조금만 더 넉넉하게 간격을 잡고 돌았으면 좋았을걸 하고 스스로를 탓하지 않을 텐데.
그러나 후회한다고 해서 일어난 사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일어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그럴 수도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