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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상현(송강호) 일행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브로커> 팀의 트럭은 지체 없이 달리고 있다. 지난 달 27일 칸 프리미어로 시동을 건 그들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고 돌아온 지 열흘 만에 한국 극장가에 도착했다. 덕분에 <브로커>를 일찍 만나본 관객들은 알 것이다. 이 작품이 힘주어 건네는 부드러운 메시지는 이동과 이동 사이에, 불 꺼진 모텔 방이나 공중의 놀이기구 안에서 전해진다는 것을. 촘촘한 일정으로 바쁜 <브로커> 팀의 이야기도 비슷할 테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말하지 못한 감상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맺어졌을지 모른다. <씨네21>은 그 틈을 비집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강동원의 대화를 주선했다. 일본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눈 후 7년 가까이 <브로커>를 키워온 그들이다. 다른 언어를 쓰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국내 개봉을 일주일 앞둔 시점, 감독과 배우는 줌(zoom)을 켜고 그동안 못 다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X 강동원, <브로커>를 말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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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 송해 선생님의 “전국” 선창에 “노래자랑”을 외치는 팬들. 마이크를 잡은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지만, 저 큰 울림은 오래도록 팬들의 마음에 메아리로 남을 겁니다. 2016년 영화 <전국노래자랑> 촬영현장에서.
[ARCHIVE] 당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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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세상은 흑백이 아닌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회색에 대한 이야기.
<나는 지금... (40 something)> / 강승원
강승원님이 마흔 무렵에 쓰셨다는 곡. 노래를 통해 그의 마흔이 나의 마흔을 다독여준다.
유튜브 채널 <성시경>
‘노래’와 ‘먹을 텐데’라는 코너가 있는 음주가무를 겸비한 채널. 매주 꾸준히 업데이트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천천히 해.’ 나와 내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담겨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때면 그의 살을 떼어 건네받는 기분이다. 작품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창작자로서 나 스스로
[LIST] 배우 김준한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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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를 만나면 꼭 공식 홈페이지의 기획 의도를 읽으러 간다. 거창한 목표와 조잡한 결과물간의 괴리가 클수록 얄궂은 재미도 커진다. 그래도 말한 대로 책임지길 바라는 기획 의도를 만날 때도 있다. 의료사고로 임신한 드라마 보조작가 오우리(임수향)가 주인공인 SBS <우리는 오늘부터>는 베네수엘라 텔레노벨라를 리메이크한 미국 <The CW>의 <제인 더 버진>(넷플릭스)을 다시 한국판으로 옮겨왔다. 원작의 중요한 성취에 한국식 양념을 치는 드라마에 자주 실망했던 터라, 2년 사귄 연인과 냉동 정자의 주인을 오가는 우리의 로맨스는 남편 찾기로, 임신을 유지하는 결정은 생명의 가치 등으로 재포장한다 해도 그리 놀라지 않았을 테다(불은 뿜었겠지만). 해서, ‘사랑 없이!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임신한다면? 이건 여성이 중심인 가족을 만들 기회 아닌가요?’라는 기획 의도가 뜻밖이었다.
임신을 소재로 죄책감을 심는 드라마에 바짝 긴장하는 입장으로 &l
[유선주의 드라마톡] '우리는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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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베이비 / 왓챠
유대교 가정 출신 대니엘(레이철 세넛)은 대학 졸업반이지만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 못했고, 슈거 대디 맥스(데니 데페라리)와의 섹스로 가까스로 용돈벌이를 한다. 어느 날 대니엘은 부모의 연락을 받고 삼촌의 둘째부인의 시바(유대교 친족 장례 후 애도기간)에 참석한다. 폐쇄성을 띠는 유대교 가족 커뮤니티에서 대니엘은 ‘연애는?’ ‘취업은?’류의 질문으로 고통받는다. 영화는 신경질적 스트링 스코어와 아기 울음소리를 끊임없이 삽입하며 대니엘의 고통을 극대화하지만, <시바 베이비>의 장르는 재치 있는 대사로 가득한 코미디다. 당황의 연속에서 먼 친척에게 “홀로코스트 뮤지엄에서 행복해 보이시네요!” 같은 아무 말을 남발하는 대니엘의 고군분투가 쓰라린 웃음을 자아낸다. 감독 에마 셀리그먼의 동명 단편이 원작이다.
야쿠자와 가족 / 넷플릭스
<야쿠자와 가족>은 야쿠자 겐지(아야노 고)의 삶 중 세 시기를 영화에 담는다. 야쿠자 출신의 꼬리표를 벗고
[리뷰 스트리밍] 시바 베이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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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기묘한 이야기>의 배경은 1986년 여름이다. 마인드 플레이어의 활개 이후 윌(노아 슈나프) 가족은 일레븐(밀리 보비 브라운)과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마이크(핀 울프하드)와 더스틴(게이튼 매터래조)은 새로 사귄 친구 에디(조셉 퀸)와 헬파이어 클럽을 결성했고, 루카스(케일럽 매클로플린)는 친구들과 달리 농구팀에서 활약하며 세간의 주목을 즐긴다. 그러던 중 괴이한 살인 사건이 호킨스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더스틴, 낸시(나탈리아 다이어), 스티브(조 키어리), 맥스(세이디 싱크) 그리고 로빈(마야 호크)은 본능적으로 이 연쇄 살인이 뒤집힌 세상의 괴물 짓임을 알아챈다. 한편 조이스(위노나 라이더)는 죽은 줄 알았던 호퍼(데이비드 하버)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하러 알래스카로 떠난다. 새 학교에서 누적된 따돌림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엘은 우발적 폭력을 저질러 소년원으로 연행되고, 사라진 엘을 찾으려 마이크와 윌, 조나
[리뷰 스트리밍] 기묘한 이야기 시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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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신인 영화감독 알레시오 델라 발레가 첫 장편 <아메리칸 나이트>로 이탈리아 관객과 만난다. 이 영화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미 개봉한 영화다. 델라 발레 감독은 1978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볼로냐대학교 DAMS에서 만점으로 영화 학위를 받았고,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연극 연출 학위와 로스앤젤레스 영화학교에서 마스터를 받으며 델라 발레 감독만의 영화 세상이 시작된다. 그는 지금까지 폭스, MTV, 라이, 디즈니의 감독 활동을 인연으로 헬로 키티, 한나 몬타나, 보스, 유네스코, 피아트 등 수많은 광고를 만들었고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 오페라를 감독하기도 하는 등 그동안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력을 보여줬다. 로스앤젤레스 시절 인맥은 <아메리칸 나이트>에 대거 투입된다. <매트릭스>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자크 스탠버그가 편집을 하고 <허트 로커>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로마] 알레시오 델라 발레 감독 데뷔작 '아메리칸 나이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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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가 개봉 23일째인 6월9일 관객수 950만명을 돌파하며 천만 관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마지막으로 천만 고지를 넘었던 한국영화 <기생충>보다 빠른 속도다. 코로나19 이후 첫 천만 영화 탄생과 함께 영화산업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영화계가 정상화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극장에 좋은 작품이 있다면 관객이 언제든지 돌아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며 오랜 침체기의 종식을 예측했다. <범죄도시2>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이채현 호호호비치 공동 대표는 “2년6개월 동안 실외 생활이 감소하고 OTT 플랫폼이 다양해져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았다. 업계 전반에 팽배했던 회의론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이전의 문화생활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며 극장가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범죄도시2>의
'범죄도시2' 천만 관객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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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https://twitter.com/i/spaces/1yNGaYvvjwdGj?s=20)
김혜리 @imagolog 오늘 이야기 나눌 영화는 코고나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프터 양>입니다. 이 영화를 두세번 보면, 인간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영화가 아니라 쌍방의 동경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은 기억의 가치를 인간보다 더 잘 아는 안드로이드의 능력을, 안드로이드는 데이터만이 아니라 진짜 감각을 동반한 기억을 하는 인간을 동경하죠.
김혜리 @imagolog 코고나다 감독이 그리는 미래는 로봇과 복제인간,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인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주인공 부부 제이
[트위터 스페이스] 김혜리의 랑데부: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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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상영작이었던 <정순> <윤시내가 사라졌다> <경아의 딸>은 모두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또 있다. 세 영화는 제목에 캐릭터의 이름을 사용했고, 모두 영화제에서 의미 있는 상을 받았으며, 세 영화의 감독- <정순>의 정지혜 감독,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김진화 감독, <경아의 딸>의 김정은 감독- 은 모두 1990년대생 여성이다. 누구 엄마, 옆집 아줌마, 큰이모, 둘째 고모 등으로 불리기 일쑤던 중년 여성들이 영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이야기를 주도하고, 제목에까지 그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경우(<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주인공은 가수 윤시내를 흠모해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하는 순이지만)를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목격한 적이 전에 또 있었던가 싶어,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나자마자 영화의 주역들을 만나보자는 이야기를 기자들과 나누었다.
[이주현 편집장] 여성, 그리고 배우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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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이 6월11일, 새로운 영화 큐레이션 프로그램 <O씨네>를 선보였다. 프로그램의 진행은 배우 신성록과 윤태진 아나운서가 맡았다. MC 자리를 수락한 계기를 묻자, “MC를 맡는 데 대한 두려움은 있었으나 내가 하는 일에 관해 소개하고, 또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신성록)라 생각했고, “평소 넷플릭스를 오디오처럼 틀어놓을 만큼 영화 보기가 일상이기에 <O씨네>의 MC 제안이 굉장히 반가웠다”(윤태진)는 답변이 돌아온다.
<O씨네>의 메인 코너인 ‘비디오 리플레이’는 영화 전문가들과 명작을 다시 보는 코너로 최근엔 <공동경비구역 JSA>를 다뤘다. 신성록은 송강호, 이영애 등 영화의 화려한 캐스팅에 다시 한번 놀랐고, 윤태진은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전한다. ‘옥씬각씬’에선 두 MC가 느낌파(윤태진), 이해파(신성록)로 나뉘어 한 영화를 두고 서로를 설득
OCN 무비 큐레이션 프로그램 'O씨네' MC 신성록 배우, 윤태진 아나운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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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흥행 속도는 ‘기생충’보다 빨라
마동석·손석구 주연 범죄액션 영화 <범죄도시 2>가 개봉 20일째인 6일 관객수 900만명을 넘어섰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범죄도시 2>는 전날까지 886만8620명의 관객을 모았다. 배급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는 <범죄도시 2>가 이날 오전 관객 13만2000여명을 보태면서 누적 관객수 9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범죄도시 2>는 지난달 18일 개봉한 이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하 <쥬라기 월드 3>) 개봉일인 지난 1일 하루만 빼고 내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켜왔다. 이 기세면 1000만 관객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범죄도시 2>가 1000만 관객을 넘기면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3년 만이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영화’가 된다.
<범죄도시 2>
‘범죄도시 2’ 900만 돌파…팬데믹 이후 첫 ‘1000만 영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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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랩이 한국 대중문화에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인 2000년대 초. 한국에서 힙합은 유행이지만 유행이 아니었다. 밑단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던 힙합 바지가 당대 최고로 먹히는 핫한 패션이었어도 정작 힙합 자체가 뭔지 사람들은 잘 몰랐고 알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는 힙합을 그저 바지통 사이즈로 알고 있었을 것이며 랩은 미국에서 건너온 과장된 제스처, 알아듣기 힘든 시끄러운 음악일 뿐이라고 퉁쳐지던 시절. 20년이 지난 현재에 비하면, 그때는 ‘힙합의 대중화’라는 것이 얼마나 먼 이정표였을까. 그런 세상의 무관심과 오역 속에서도, 음지에 모여 있던 힙합 팬들은 그 나름대로 분주하게 형성됐다. 물론 모든 건 온라인에서의 일이다. 사실 한국 힙합의 근원은 PC통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수입 문화니까. 예나 지금이나 힙합 커뮤니티를 불태우는 큰 화두가 있다. 그건 바로 ‘진짜 힙합’에 대한 담론이다. TV에 나오는 메이저 래퍼와 홍대 언더그라운
[딥플로우의 딥포커스] '8마일'과 진짜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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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작 할리우드영화 <너티 프로페서>(The Nutty Professor)의 주인공은 답답한 과학자다. 말주변도 없고 사회성도 떨어지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람들 앞에선 이야기도 잘 못하고 근육도 힘도 없는 못난 사람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데, 그러다 자신의 주특기인 화학을 이용해 놀라운 과학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가 만드는 약을 마시면 성격과 행동거지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나이처럼 변한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그는 변신한 자신과 원래 모습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즉 <너티 프로페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코미디판이다. 지킬 박사가 변신한 하이드는 폭력을 휘두르며 범죄를 저지르는 무서운 인물이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 버디 러브는 1960년대 초 유행에 맞추어 온갖 멋있는 척은 다 하고 돌아다니며 수많은 여성들을 반하게 만드는 남자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제리 루이스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이
[곽재식의 오늘은 SF] 너티 프로페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