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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더 플랜> <저수지 게임> 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었던 최진성 감독의 신작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가 5월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이 영화는 n번방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n번방은 텔레그램에서 자행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 사건으로, 당시 대학생이었던 불, 단 두명으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과 김완, 오연서 <한겨레> 기자, 경찰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n번방 사건은 ‘박사’, ‘갓갓’ 등 범죄자들이 잡혔음에도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잡히지 않은 가해자들이 많은 현재 진행형인 범죄다. 이 작품은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도 극영화 못지않게 서사 전개가 무척 빠르고, 깊숙이 관객을 끌어들인다. 지난 3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기를 일지 형식으로 전한다. 전 추적단 불꽃의 단, 이 영화를 연출한 최진성 감독과의 인터뷰도
최진성 감독의 신작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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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나의 해방일지>
결국 끝까지 보게 되는 건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왜 더 예쁘고, 멋있고, 특별할 수 없는지 고민하는, 소소한 공감의 이야기.
<더 배트맨>
영화관에서만 두번을 봤다. 이 영화의 배트카를 영화관에서 한번 더 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본 중 가장 투박하고 멋없고 대단한 첨단 기술도 없는, 그렇지만 날 제일 열광하게 만든 배트카.
<저주토끼>
정보라 지음 | 아작 출판사 펴냄
특히 <머리>와 <덫>이 마음을 끌었다. 히스테리가 가득 차서 넘실거리는 문장들에 묘한 쾌감이 있다.
마인드풀니스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내 호흡의 상태를 자주 인식하려 노력한다. 요즘엔 주로 ‘마보’라는 명상 앱의 도움을 받는다. 아직 초보자
[LIST] 홍성은 영화감독 '혼자 사는 사람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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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가 말했다. “이 프로그램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이서진도 말했다. “내가 제일 애매하지 않아?” 그렇긴 하다. 지난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올해는 시상자로 참석하게 된 윤여정의 LA 여정을 따라가는 티빙 <뜻밖의 여정>은 <꽃보다 할배>와 <이서진의 뉴욕뉴욕>을 섞은 듯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만 윤여정은 ‘꽃할배’들과 달리 외국 생활에 익숙하고 바쁜 일정을 도와주는 스탭도 충분하기에 제작진은 적극적 개입 대신 그를 보필하며 천천히 따라다니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때로는 구성이 너무 느슨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윤여정이라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은 지루할 수가 없다. “내가 76살인지 75살인지 맨날 까먹는다”라며 투덜대며 ‘최근’이라면 20년 전, ‘옛날’이라고 하면 40, 50년 전 기억을 꺼내오는 그는 신랄한 말투로 예측할 수 없는 위트를 발휘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단어가 한꺼번에 다가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뜻밖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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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닝 쇼 시즌1 / Apple TV+
미국 어딘가에 일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린 여자들의 모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더 모닝 쇼>의 알렉스 레비와 브래들리 잭슨은 <드롭아웃>의 엘리자베스 홈스와 함께 이 모임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을 만한 인물들이다. 평일 새벽 3시30분 기상, 아침 뉴스쇼 공동 진행이라는 일정표를 공유하는 두 여성 앵커는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더 오래 일로 고통받는다. <더 모닝 쇼>는 알렉스와 아침 쇼에서 오래 호흡을 맞춰온 남성 진행자 미치 케슬러가 성범죄 혐의로 하차한 뒤의 방송국 내부를 배경으로 한다. 차기 앵커로 깜짝 발탁된 지역 방송국 기자 브래들리가 주류 방송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면 알렉스는 미치 케슬러 사건에서 자신 역시 내부자로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돈 룩 업 / 넷플릭스
<돈 룩 업>은 지구가 망해가는 이야기다. 6개월14일 뒤 혜성 충돌로 지구가 박살날 거라는 과
[리뷰 스트리밍] '더 모닝 쇼 시즌1'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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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아웃>의 실존 인물 엘리자베스 홈스는 구글에 ‘Holmes’(홈스)를 검색했을 때 셜록 홈스보다도 상단에 표시될 만큼 유명하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하고 만 19살에 혈액 검사 기기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차린 그는 미국에서 제일 젊은 자수성가형 여성 억만장자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테라노스의 기술이 허위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사기범으로 전락한다. <드롭아웃>은 스티브 잡스를 동경하던 10대 후반부터 파산을 앞둔 30대 초반까지의 홈스의 인생사를 시간순으로 재현한다. 다만 초반부터 수사받는 장면을 초반부터 삽입해 그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 범죄자임을 분명히 한다. 덕분에 시청자는 주인공의 거짓말에 현혹되지 않고 전 과정을 따라가면서 어떻게 이 대형 사기극이 10년 넘게 발각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풀게 된다.
그래서 얼마나 비슷하냐는 질문은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나 시리즈에 따라붙는 질문일 것이다. 홈스를 연기한 어맨다 사이프리드는 홈
[리뷰 스트리밍] 스티브 잡스를 동경하던 누군가의 인생사 '드롭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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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크더니 변호사가 됐다고. 손녀를 낳았다고. 또 그러다 알츠하이머라고. 미안하다고….” 아버지 인우(안성기)는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을 위한 모임에 나가 딸 수진(서현진)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수진은 이혼한 뒤에도 변호사이자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딸이다. 그런 수진이 교통사고 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손녀 지나(주예림)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바쁘게 사는 딸을 돕기 위해 같은 집에 살며 손녀를 돌봤던 인우는 이제 치매에 걸린 딸을 보살펴야 한다. 무섭다고 말하는 딸을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라는 말로 다독이면서. <카시오페아>를 쓰고 연출한 신연식 감독은 섬세한 감정을 스크린에 펼치는 데 능한 작가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주>의 각본을 쓰고 <페어러브> <러시안 소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신연식 감독은 어떤 부녀의 드라마를 보여줄까. 안성기 배우는 <페어러브> 이후 10
[Coming soon] 어떤 부녀의 드라마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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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명왕성(플루토)에서 파라마운트(베르몬드 산)까지 높은 곳에서 미디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가 최근 멀티 계정을 지원하지 않는 광고가 포함된 상품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 넷플릭스가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개발하면서 스포츠 중계도 하게 될 거라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이런 기사와 함께 우리는 이미 다 하고 있었다고 소셜에 포스팅을 한 회사가 있다. 바로 6월 국내 사업자 중 1위 OTT 플랫폼이 된 티빙 내에서 플랫폼 인 플랫폼(Platform in Platform, 플랫폼 내에 별도의 플랫폼을 내장하는 방식)으로 론칭하겠다고 발표한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모회사 파라마운트 글로벌 이야기다. MTV, 니켈로디온, 코미디 센트럴, 쇼타임, CBS와 같은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비아콤CBS(ViacomCBS)가 최근 <트랜스포머> <스타트렉> <탑건> <슈퍼소닉> 등으로 유명한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다시 하나가 돼 OTT 시대에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힘주기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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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 카슈미르에서의 탈출을 그린 영화 <카슈미르 파일>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32년 전 일어난 대탈출과 잔혹했던 학살을 다룬 묵직한 작품으로, <타슈켄트 파일>에서 또 다른 진실을 좇았던 비베크 아그니호리 감독이 제작, 각본, 감독을 맡았다. 이제껏 많은 제작자가 당시의 상황을 스크린에 담으려 했지만 이처럼 진실에 근접한 경우는 없었다는 평과 함께 찬사를 받고 있다. 고통스러운 이야기지만 관객은 진실을 직면하기 위해 영화관에 모였고, 현시점 올해 최고의 발리우드영화라는 결과로 화답했다.
한편 흥행의 맛을 제대로 본 것은 남인도영화다. 최근 힌디어 더빙을 한 남인도영화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푸쉬파> <RRR>에 이어 <K.G.F: 2장>이 인도 극장가를 점령했다. 인도의 엘도라도라 불리는 콜라 금광을 둘러싼 싸움을 그린 이 영화는 역대 최고 제작비를 투여한 칸나다어 영화로, 힌디어 더빙판을 동시 개봉해 발리우드 경쟁작
[델리] '푸쉬파' 'RRR' 'K.G.F: 2장' 등 인도 극장가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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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2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17일 하루 동안 약 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의 개봉작 중 최단기간 500만명 돌파로, 지난해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보다 빠른 속도다.
이어 한국영화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범죄도시2>가 개봉 당일 사전 예매량 30만장을 넘기며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실시간 예매율은 75.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기록을 보였다. 동시에 한국영화 역대 사전 예매량 4위에도 올랐다. 지금까지 개봉일 기준 한국영화 예매 신기록은 <신과 함께-인과 연>의 64만장으로, <군함도>(60만장), <기생충>(51만장)이 뒤를 잇고 있다. 관객은 <범죄도시2>에서 배우 마동석과 손석구가 보여줄 시원한
5월 개봉작,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순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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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다혜리의 작업실’ 일곱 번째 게스트는 단편소설 <초파리 돌보기>로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님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원영’입니다. 노년에 접어든 원영은 건강한 초파리를 골라 번식시키는 실험실 아르바이트를 좋은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여러 동식물 중 초파리를 돌보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이유가 있을까요?
임솔아 @limsolah2772 초파리는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안 좋아하잖아요. 초파리를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게 초파리의 특징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초파리 돌보기>는 어떻게 쓰
[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2022 젊은작가상 대상 '초파리 돌보기' 임슬아 작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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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다시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를 찾았다. 2019년 연말에 새로 발급받은 여권은 그간 책상 서랍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가 마침내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첫 도장을 받으며 본래의 쓰임을 증명했다. 칸에는 개막식 전날 도착했다. 상영관 및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 건물 주변도 둘러보고, 프레스 카드도 발급받고, 남프랑스의 따가운 햇볕에 기꺼이 맨살을 맡긴 채 칸 비치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칸으로 모이는 기운을 느꼈다. 슬슬 달궈지고 있는 축제의 기운을.
칸의 온화한 날씨만큼 온화한 미소로 영화제의 극한 일정을 버텨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내 나의 평정심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2~3편의 영화를 보고 1~2건의 가벼운 미팅과 인터뷰를 하고 더불어 기사 마감까지 해야 하는 일정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칸영화제에선 선착순으로 극장에 입장해 영화를 보았다. 그러니 극장 앞엔 늘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이 걸작을 칸
[이주현 편집장] 올해의 복병은 티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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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오는 5월19일 자정(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최초 공개된다. <헌트>는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스크리닝 섹션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올해 초 미국배우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칸에서 연출자로서 능력을 선보이게 됐다. 영화가 칸에서 공개되기 전, <헌트>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 사실들을 정리했다. 길잡이가 되어준 건 지난해 4월 <씨네21> 유튜브에 공개된, <헌트>의 감독이자 주연배우 이정재와 또 다른 주연배우 정우성의 줌터뷰다. <헌트> 크랭크인 목전이자 정우성의 리허설 하루 전날, 두 사람은 <씨네21> 창간 26주년을 축하하는 줌터뷰에 참석해 영화인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공유했다. 당시 이정
칸 공개 앞둔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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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던 날, 문득 생각이 나서 기타 숍에 들렀다. 기타를 좀 보면 좋겠는데 하고 오래 생각해왔었는데 막상 갈 일이 좀체 생기지 않았다. 자주 가던 기타 숍이 이사했는데, 이사한 위치가 마침 일을 마치고 들어가는 경로에 있었다. 익숙한 길에서 잠시 벗어나서 낯선 골목으로 들어갔다. 기타로 가득한 악기점에서는 나무 냄새가 가득했다. 나무로 된 기타들을 위해서 습도와 온도가 잘 맞춰진 까닭에 생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사람보다는 기타를 위한 공간이어서인지 마냥 편안하기보다는 조금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음악을 일로 하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일이 익숙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악기를 사러 가는 일은 어색하다. 꽤 좋은 악기들은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악기는 비교적 중고 구매를 많이 하기 때문에 신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적다. 프로 연주자라면 악기점에서 멋지게 기타 들고 연주를 휘리릭 해본 다음에 ‘좋은데요?’ 하고 바로 구매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너의 새로운 기타 스트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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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사랑하는 영국 왕실의 공주 수잔나가 납치되고, 납치범은 수상에게 생방송으로 돼지와 성관계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2011년 방영된 <블랙 미러>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 <공주와 돼지>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로그라인이다. 평생을 왕실 없이 살아온 한국인의 정서로는 ‘그래서 왕족이 뭐?’ 싶지만, 어쨌든 공주 납치 사건은 순식간에 영국 전역을 혼란에 빠뜨리고 수상은 돼지와 성관계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쥐어짜고 또 쥐어짠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정작 돼지의 입장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상황의 폭력성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밋거리로 전락해 보는 이의 불안과 긴장은 증폭된다. 뭐, 대충 이런 분위기다.
근미래. 첨단 기술. 사회 풍자. 독한 설정. 영국식 블랙 유머. 옴니버스. <블랙 미러>의 컨셉을 한줄로 요약해 설명하자면 대충 이 정도 키워드를 꼽을 수 있겠다. <환상특급>류의 기묘한 이야기 계보를
[이경희의 오늘은 SF] 한국판 '블랙 미러'라는 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