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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독들의 헌신적인 애인이다. 그렇다고 같이 잠을 자진 않는다. 아직까진. 약속을 지키고 작품에 헌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뿐이다.”
◀◀ REW 시도 때도 없이 벗고 드러눕는 <스위밍 풀>의 줄리. 프리 섹스와 나체 수영, 그 방탕하고 연약한 청춘을 질투하고 경계한 것은 샤를롯 램플링만은 아니었다.
▶ PLAY <스위밍 풀>은 뤼드빈 사니에르의 존재를 프랑스 밖으로 널리 알린 작품이다. 자막영화와 악센트 강한 영어에 알레르기가 있는 미국 관객조차 <스위밍 풀>의 뤼디빈 사니에르를 ‘발견’하고는, “제2의 브리지트 바르도”라며 열광하고 있다. 정작 뤼디빈 사니에르는 이국적인 섹스 심벌로 추어올리며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들이 달갑지 않다. “물론 나는 멍청한 글래머를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사실, 이런 해명은 불필요한 것이다. 배우 수업을 시작한 8살 때부터 “예술적인 야심이 남달랐다”는 그는 프랑수아 오종의
할리우드의 뉴 히로인 6 [2] - 뤼디빈 사니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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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J. 호건의 <피터팬>에서 피터팬과 아이들은 후크 선장을 조롱하면서 외친다. “당신은 너무 늙었어!” 그건 아이들이 어른보다 잔인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 나온 외침이었지만, 젊음은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사실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녀, 타고난 매력과 힘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는, 바라만 보아도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소녀. 새해를 맞는 <씨네21>은 그런 소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지면을 마련했다. 정말 십대 소녀도 있고, 스무살이 몇년 전에 지났는데도 여전히 맑은 이십대 처녀도 있지만, 이 여섯명의 배우는 ‘소녀’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기운을 가진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더이상 젊지 않을 때에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배우들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고한 편견으로, 이 ‘소녀시대’의 페이지를 시작한다.
고집 세고 영민한 롤리타,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은 매우 관능적이면서도 소녀처럼 순진해보인다.
할리우드의 뉴 히로인 6 [1] -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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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너무 말을 잘한다. 그래서 지겹다. 그중 누구도 내 친구가 될 수는 없다. 내 친구는 돼지다. 나는 소를 사랑한다.” - 소설집 <포도주> 중 <공포영화>
“11월이면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담했지만 이건 아카데미 단편이 아니었다. 15일 빡빡하게 준비하면 가능했던 단편과 달리 독립장편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처음에 투자를 약속했던 제작사는 지나친 서류작업을 요구했고 이런 소모적인 과정 속에서 PD들이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두달간의 작업은 “유황불에 몸을 달구는 것” 같았다. 캐릭터 있는 아이들만 15명, 전체 25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아역배우 캐스팅부터 고아원 헌팅까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10월 초부터 조감독과 둘이 앉아 한달을 꼬박 준비했는데 준비된 건 없었고, 몸은 축이 날 때로 나 있었다. 조강지처 같았던 조감독은 어느 날 “나는 감독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독립영화계의 문제적 감독 신재인 스토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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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어 그들의 몸속을 돌아다니는 피는 다음과 같이 속삭이곤 한다고 합니다. ‘너의 이야기가 진실이어도 거짓이어도 상관이 없다. 다만 모순이 없도록만 하여라. 그럼 내 네게 영생(永生)을 약속하마.’ 한때 그의 몸속을 돌아다니기도 했던 이 피의 속삭임을 믿는다면 그가 영생을 누리지 못한 까닭은 단지 그가 모순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소설집 <포도주> 프롤로그 중
짧은 단편들로 이어진 소설집 <포도주>는 한 문화재단 공모에서 당선되었다. 그러나 결국 여덟 군데 출판사에서 “책으로 만들긴 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99년 여름 1년간 처박아 두었던 소설을 다시 읽어보았다. 다시 출판사에 들고 가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걸로 영화를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99년 한겨레문화센터에 들어갔고, 영화아카데미가 나이제한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조해서 만든 단편 &
독립영화계의 문제적 감독 신재인 스토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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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전용관 거점 늘리자
하이퍼텍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기획전에서는 2003년 멀티플렉스 중심의 극장가에서 홀대받았던 영화들이 짧은 부활이나마 맞고 있는 중이다. 올해로 4번째를 맞는 재개봉 이벤트가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첫해 30%대에 머물렀던 평균관객점유율을 50%를 훌쩍 넘어셨다.
그렇다면 예술영화전용관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장기적으로는 12개 거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전체 예술영화전용관의 좌석 수는 3200석 정도에 불과하다. 좌석판매율이 20%대에 머물고 있음을 감안하고 하루 6회씩 2주 동안 상영한다고 했을 때 전체 예술영화전용관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는 이 기간 동안 대략 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다. 이 경우 제작사와 배급사 몫으로 돌아오는 자금은 약 2억원이다. 다시 말해 부가 판권을 넉넉히 계산한다 하더라도 제작비가 3억원이 넘는다면 네트워크를 온전히 가동해도 환수가 불가능하다.
<선택> <
한국 관객에게 재개봉관을 허하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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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인은 누구인가? 지난해와 지지난해 독립영화를 조금이라도 주목했던 사람이라면 이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라는 단 2편의 단편영화로 독립영화계의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이 문제적 감독에 대한, 조금 늦게 날아온 보고서.
이 사람은 신재인이다. 70년 대전 출생,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영화아카데미 17기다. 혹자는 그를 “영화천재”라고 부르기도 하고 혹자는 “약간 사이코라며?” 되묻기도 한다. 본명은 신미경. 재인(才人)이란 이름은 지난해 투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이다. ‘재능있는 인간’이기도 하고 ‘영화 만드는 광대’이기도 하다. 바쁜 와중에도 사진기자에게 “왼쪽 얼굴이 잘 나오니까 사진은 왼쪽으로 찍어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는 걸 보니 꽤나 까다로운 성격임에 분명하다. 하나 이런 사실이나 추측들은 그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는 유독 상 복, 상금 복 많은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독립영화계의 문제적 감독 신재인 스토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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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16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작은’ 세미나가 열렸다. 젊은비평가모임이 마련한 이 자리에서 전찬일, 조준형, 곽영진 등 평론가들은 발제를 통해 일부 영화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빚어온 폐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예술영화, 저예산영화, 독립영화 등 멀티플렉스가 철저히 배제하는 비주류영화에 대한 보호책으로 스크린쿼터 제도 안에 마이너리티 쿼터를 도입하고 정부가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아쉽게도 그닥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한 듯하다. 조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말 메이저 배급사들은 ‘과식’을 거듭하고 있고 거대 멀티플렉스는 ‘편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12월31일 현재 <반지의 제왕>은 전국 402개(서울 98개)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같은 시기 <실미도>의 스크린 수는 전국 기준으로 334개(서울 80개)다. 전국 1200여개 스크린 중 이 두편의 영화가 6
한국 관객에게 재개봉관을 허하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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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싸가지> 신동엽 감독
톡톡 튀는 10대 아이들의 캐릭터
인터넷 소설의 인기에 신호탄이 된 이햇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등학교 3학년생 하영이 남자친구에게 차인 화풀이로 찬 콜라캔이 외제차에 흠집을 내면서 하영과 형준의 노비 관계가 시작된다. 명품족 형준은 돈이 없다는 하영에게 100일 동안 노비가 될 것을 강요한다. 둘 사이에 벌어지는 옥신각신 전투가 곧 사랑의 감정을 가져오게 된다.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하는 2004년의 첫 번째 작품.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인터넷상에서 노출이 많이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 하이틴이 직접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 아마도 인터넷상에서 인정받은 그 인지도를 상업적으로 연관할 수 있다는 가능성때문인 것 같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너무 십대, 중고생 위주의 이야기라서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잘 맞지 않았다
2004년 한국영화 트렌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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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싸가지> <그놈은 멋있었다> 등 인터넷 소설 8편 준비중
현재 눈앞에 닥친 딜레마.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를 준비 중인 제작자와 감독들 중 몇몇은 영화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수록 불편해한다. 좀더 그 사실과 절연하거나 우회하려는 반응까지도 보인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헤프닝으로 맺어진 현대판 노비관계에서 사랑이 싹트는 <내 사랑 싸가지>, 멋지고 싸움도 잘하는 남학생과 보통의 평범한 여학생의 사랑 줄다리기 <그놈은 멋있었다>, 한명의 여학생을 두고 두명의 남학생 킹카가 연적이 되어 겨루는 <늑대의 유혹>, 여대생을 좋아하는 삼수생의 사랑 고백인 <삼수생의 사랑 이야기>, 자유로운 동거생활 속에서 좀더 진실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옥탑방 고양이>, 할 일 없는 백수와 백조의 유쾌한 사랑에 대한 <백수와 백조>, 성질 격한 악녀와 헌신적인 순종남의 사랑 <
2004년 한국영화 트렌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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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윤인호 감독
말만 하지 말고 먼저 돌아봐
위기철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아홉살 인생>은 어른들이 보는 동화다. 가난한 집안에서 컸지만 생각이 깊은 아이 여민의 눈에 비친 어른과 아이들의 모습이 오랜 추억이 담긴 앨범처럼 펼쳐지는 이야기. <약속> <보리울의 여름> <와일드카드> 등의 시나리오를 쓴 이만희 작가가 각본을 썼으며 <바리케이드>와 <마요네즈>를 연출한 윤인호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가족에 관한 다른 영화를 준비하다가 황기성사단의 제안을 받고 원작소설을 읽게 됐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내가 9살 때 겪은 이야기라고 느꼈다. 70년대 중반 나도 9살이었고 그때 비슷한 경험을 했던 터라 가슴에 와닿았다.
-오늘날 가족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가족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먼저 돌아보자는 것이다. 돌아보기만 하면
2004년 한국영화 트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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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로 불붙은 가족 테마, 올해 <맹부삼천지교> 등 줄잡아 8편 채비
가족은 일종의 금기였다. 적어도 90년대 한국영화에서 가족이 중심에 놓인 영화는 극히 드물었다. 단적인 예로 90년대 전반기를 풍미한 로맨틱코미디에서 남녀는 그들의 부모세대와 마주치지 않았다. 90년대 후반기에 등장한 신인감독들의 다양한 장르실험에서도 이런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창동, 허진호, 김지운 등 몇몇 감독이 가족을 돌아보긴 했지만 장르로서 홈드라마 또는 가족 관객을 위한 영화는 결코 주류가 된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2004년 개봉할 영화 가운데 상당수가 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암울한 시대를 이겨낸 아버지상을 담은 <효자동 이발사>, 철없는 아버지를 그린 <아빠하고 나하고>, 뒤죽박죽인 가족관계를 그린 <귀여워>, 사라진 부모의 사랑을 찾아가는 <인어공주>,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와 어린 남매의
2004년 한국영화 트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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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인터넷 소설의 유행이 시작됐다
2003년이 공포영화와 사극의 해였다면 2004년은 가족영화와 인터넷 소설의 해가 되지 않을까? 올해 개봉할 영화 가운데 가족영화와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영화의 비중은 상당하다. 한해 60여편을 생산하는 한국영화에서 최소 12편 이상이 가족을 소재로 삼은 영화거나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질적으로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양적으로는 분명 유행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제작자들이 단합이라도 한 듯 이런 영화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영화가 어떤 유행을 반영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90년대 초·중반엔 <결혼 이야기>를 기점으로 삼은 로맨틱코미디가, 90년대 후반엔 <편지> <약속> 등 눈물의 멜로드라마가, 2000년대 초반엔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 조폭코미디가 한국영화의 주류를 형성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일컬었던 대작영화의 유행 또
2004년 한국영화 트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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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의 퇴행적 구조를 총 집합해놓은 것 같다는 언론의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국의 계단>(사진)이 지난주 40%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비결은 무엇일까현실에서 거의 찾기 힘든 순수하고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작용한다는 해석도 그럴 듯하지만,무엇보다 스타시스템에 승부를 건 제작진의 의도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상우, 신현준, 최지우 같이 잘 생기고 몸값 비싼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는 이 정도의 흡인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로고스필름의 대표이자 감독인 이장수 피디가 “세 배우 캐스팅에 제작비의 20~30%를 쏟아부어 제작비 압박이 엄청나다”면서도 철저하게 스타위주 캐스팅으로 나간 것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스타급 출연자의 힘을 확실하게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피디의 믿음이 아니더라고 연출·극본의 참신함이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보다 스타급 연기자의 존재가 드라마 시청률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실은 지
드라마 시청률 ‘스타시스템’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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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에서 말죽거리까지 오는 데 십년 걸렸습니다.” 93년 자신이 발표했던 시집과 같은 제목의 영화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한 유하(41)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시사회 상영 전 이렇게 인사말을 갈음했다. 감독의 십대시절 학교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영화에서 여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주인공 현수는 유하 감독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많이 투영된 작품 같다. 실제 학교 생활은 어땠나.
한마디로 지옥 같았다. 본래 배우사진을 모으거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엽서 보내는 걸 좋아하는 여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학교라는 사회는 남자답기를 폭력적으로 강요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싸움질을 일삼는 문제학생이 되어갔다. 그때는 그게 멋있고 남자가 되는 건 줄만 알았다.
70년대가 배경인데, 체벌이 금지된 요즘 학교를 다닌 젊은 친구들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나.
그 모습은 변했어도 유일무이한 가치를 강요하는 건
[인터뷰] <말죽거리 잔혹사> 유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