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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산도 높고, 벽도 높다
2002. 9
생각보다 벽이 높다. 여름에 귀국한 현지 프로듀서로부터 입국하려는 국내 제작진의 수를 줄이고, 필요하다면 현지 인력을 고용하라는 규정을 전해듣긴 했지만 캐나다를 방문해서 로케이션 매니저로부터 전해들은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감독을 포함 10명 내외의 인원에게만 워크 퍼밋(Work Permit)이 가능하다니. 할리우드에나 어울릴 법한 규정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캐나다쪽의 횡포에 분통을 터트려야 하나. 그러나 무엇보다 그럴 여유가 없다.
2002. 10
배우들은 자일 매듭이 손에 익은 듯하다. 오늘은 중앙대 안성캠퍼스 기숙사에서 김하늘이 대역없이 5층 높이의 기숙사를 오르는 장면을 찍는 날이다. 빙산이라면 모르지만 대역 쓰기 위해 롱숏으로 기숙사를 잡을 순 없다. 그걸 아는 듯 오후 내내 김하늘은 원통 잡고 창틀 밟고 계단없는 기숙사를 오르내린다. 스파이더 걸이 따로 없다. 드디어 밤 촬영이 시작됐다. 와이어를 등에 매달아놓긴 했
한국 최초의 산악영화 <빙우> 제작일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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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0도, 그래도 카메라는 돈다
1월16일 개봉하는 <빙우>는 지난해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촬영을 감행해 주목을 끌었던 영화다. 40여일 정도의 해외 로케이션이 이제 와서 무슨 대단한 화제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촬영을 둘러싼 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스탭들과 악조건 속에서도 몸을 날린 배우들의 모습을 대하고 나면 그리 잘라 말할 일이 아님을 느낄지도 모른다. 2002년 9월 크랭크인했지만 CG 등 후반작업 분량이 많아 이제야 관객을 만나게 된 <빙우>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 캐나다 현지 로케이션을 중심으로 일부를 도려내 여기 싣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참고로 아래 글은 이성재, 김하늘, 송승헌 등 세 배우를 포함하여 김은숙 감독, 최귀덕 프로듀서, 윤홍식 촬영감독의 구술을 바탕으로 하고 메이킹필름 등을 참조하여 현장 관찰자 형태로 재구성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2002. 2
지도로만 탐사했던 뉴질랜드 남섬의 마운트 쿡을 찾았다. <
한국 최초의 산악영화 <빙우> 제작일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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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사진)(Mystic River)와 <스테이션 에이전트>(The Station Agent)가 미국 영화배우조합(SAG)상 3개부문 수상후보로 선정됐다.
미 영화배우조합이 15일 발표한 제10회 SAG상 각 부문별 후보명단에 따르면 패트리샤 패트리샤 클락슨이 <스테이션 에이전트>에서 고독한 난쟁이와 우정을 나누는 중년 아티스트로 열연, 여우주연상 후보로 뽑힘과 동시에 <피시스 오브 에이프릴>(Pieces of April)에서도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분노의 비판을 내뿜는 아내이자 어머니로 눈부신 연기를 펼쳐 조연상 후보에 포함돼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뛰어난 연기파 배우지만 아카데미영화상과 인연이 없었던 숀 펜은 <미스틱 리버>로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남우주연부문에는 펜 외에 <캐리비언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에 출연한 조니 뎁, 지난 해 코믹 팬터지영화 <엘프>(Elf)에 이어
<미스틱 리버> 등 美SAG영화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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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신작 〈자토이치〉가 30일 개봉한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라는 묵직한 명패에 걸맞지 않게, 이 영화는 기타노 다케시 영화 중에 가장 가볍다. 만화와 텔레비전 시리즈로 일본에서 유명한 맹인검객 자토이치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기타노 다케시는 만화처럼 익살스럽고 경쾌하게 내달린다. 급기야 끝부분에선,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임에도 출연진들이 다수의 엑스트라와 함께 나와 서구식 탭댄스를 춘다. 흥겹고 안무가 잘 된, 그러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뚱딴지 같은 춤장면을 덤으로 얹어주는 그 배려가 미울 이유는 전혀 없지만 조금 실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안마와 도박으로 먹고사는 떠돌이 맹인 검객 자토이치(기타노 다케시)가 한 마을에 도착한다. 이 마을은 악당 패거리 긴조 일당이 장악하고서 상인과 농민들을 등쳐먹고 산다. 같은 마을에 관직을 지녔던 무사 핫토리(아사노 다다노부)가 들어온다. 사랑하는, 그러나 병들어 누워 있는 한 여인을 위해 핫토
[새 영화]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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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의 수은주가 바짝 오그라든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동의 오래된 주택가. 한 남자가 각목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살풍경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주변에서는 킥킥 웃음이 터져나온다. 각목을 들고 있는 남자의 긴장된 얼굴을 살짝 덮고 있는 분홍색 여성팬티 때문. 다리가 들어가야 할 팬티의 두 구멍 사이로 큰 눈을 껌뻑이며 어리바리하게 설쳐대는 이 남자는 늘 진지하고, 강렬한 모습으로만 스크린에 등장했던 배우 주진모(30)다.
‘두집 살림’망가지는 주진모
자신을 찍으려는 극중 기자들을 쫓아가다가 잽싸게 방향을 돌려 도망가는 주진모의 모습이 한방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520만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데뷔한 김경형 감독의 새 영화 〈라이어〉(씨앤필름 제작)의 8회차 촬영이 진행되는 현장이다.
1000회 상영을 돌파하며 지금도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상영중인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라이어〉는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파국은 창대’해지는 한나절 동안의
김경형 감독 <라이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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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ㆍ위성TV 채널들이 설연휴 특집프로그램들을 다채롭게 내보낸다.
먼저 영화채널 OCN은 21∼25일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엄선해 방영하는 ‘가족영화 특선’을 선보인다. 투니버스는 2000년 부산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일본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사진) 극장판을 무삭제 원어 방송한다. 이 작품은 100% 디지털 방식으로 3년간의 제작 기간과 4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한 중편 애니메이션.
종합오락채널 XTM은 북한 씨름경기인 '제1차 대황소상 전국 근로자들의 TV 민속 씨름경기'를 내보낸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파를 타는 북한 제작 프로그램이다. 5.1채널로 제작된 영화 <원더풀데이즈> <슈렉> <캐스트 어웨이> 등의 흥행영화도 방영된다.
시네마TV는 `사랑에 빠진 스타'라는 특집을 마련해 러셀크로, 키아누 리브스, 홀리 헌터 등의 스타들이 출연, 사랑 주제의 영화들을 선보인다.
SBS스
케이블과 위성TV, 설 특집 다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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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황금연휴 대목에 펼쳐질 불꽃튀는 관객 쟁탈전에서 승부의 추는 한국영화로 기울 전망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신기록 행진을 벌여온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과 <실미도>의 맞대결이 <실미도>의 역전승으로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새로 개봉되는 영화들의 초반 분위기도 할리우드보다는 충무로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주말 전국 350개 스크린을 유지하던 <실미도>는 이번 주말에도 300개 가량의 스크린에 간판을 내걸고 관객몰이에 나선다.개봉 3주가 지났는데도 영화에 쏠린 관심이 식지 않아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설 연휴까지 스크린 수를 많이 줄이지 않고 내친 김에 최고기록(<친구>의 전국 820만명)을 향해 질주할 계획이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하는 16일 개봉작 <내 사랑 싸가지> 예매율이 <실미도>보다 떨어지는 것도 이러한 전략을 굳히게 한 것으로 보인다.15일 전국관객 550만명을 돌파한 &l
연휴 흥행대전 한국영화끼리 쟁패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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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봉하는 신동엽 감독의 영화 <내 사랑 싸가지>(제작 포이보스ㆍ제이웰엔터테인먼트)가 6만3천 달러에 태국으로 수출된다.
<내 사랑 싸가지>의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지난 13일 태국에 한국영화를 배급하는 ㈜커넥트와 극장 및 비디오 판권 6만 달러, TV 판권 3천 달러에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개봉 전 사전판매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는 최고가의 기록인데, <엽기적인 그녀> 이후 한국영화가 태국에서 줄곧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영화 <폰>의 개봉으로 현지에서 주인공 하지원의 인기가 부쩍 높아진 것이 큰 보탬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내 사랑 싸가지> 태국에 사전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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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원빈(본명 김도진.28)씨는 15일 "위조된 계약서에 대해 계약이행을 요구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출연금지가처분까지 신청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필름무이를 상대로 1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맞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원빈씨는 소장에서 "필름무이는 영화출연 계약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이행을 요구하며 압박했고 연예인으로서 대중에게 잘못 알려질까봐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 5억원마저 돌려줬는데도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영화출연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주장했다.
원빈씨는 "손배소 피소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팬들의 의혹에 찬 시선에 시달리고 각종 광고 및 영화출연 계약이 줄어들어 경제적 손해와 함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필름무이는 원빈씨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후 <맨발의 청춘>(가제)에 출연키로 한 계약을 어겼다며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다른 영화출연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계약이 원빈씨
배우 원빈, 영화사 상대 맞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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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반장>서 로맨틱 코미디 연기
지방 소도시 변두리 동네의 동반장 홍 반장. 변변한 직업도 없이 동네 아줌마들이나 탐낼 만한 반장직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 녀석. 하지만 수려한 외모에 모르는 것 없고 못하는 일 하나 없는지라 그의 주변에는 과거 행적에 대한 무수한 추측이 맴돈다.
최근 촬영을 마치고 3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들어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하 홍반장)은 스물여섯자나 되는 긴 제목 만큼이나 독특한 색깔의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홍 반장과 당차고 도도한 치과의사 혜진의 사랑이라는 멜로적인 이야기 구조를 코미디로 풀어가는 동시에 홍 반장의 과거 미스터리를 첨가하고 있다.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은 이미 <싱글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주혁과 엄정화. 두 사람을 14일 영화의 크랭크업 파티가 열렸던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
▲ 김주혁 = "재
[인터뷰] 배우 김주혁과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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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롤 플레잉배급 EA 코리아플랫폼 PC/Xbox언어 영어음성/영어자막루카스 아츠는 영화사(루카스필름)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게임 개발·배급사며, 그들의 게임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것이다. 특히 어드벤처에 충실했던 <인디아나 존스>와 달리 <스타워즈>는 〈X-윙〉, <타이 파이터>(비행 시뮬레이션), <다크 포스>(1인칭 슈팅), <배틀그라운드>(전략 시뮬레이션), <보이지 않는 위협>(액션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탄생시켰다.<스타워즈: 공화국의 기사단>(이하 <기사단>)은 아나킨이 태어나기 수천년 전, 공화국과 시스가 대립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롤 플레잉 게임이다. 게이머는 이후 제다이로 성장하는 젊은 공화국 병사의 역을 맡게 되는데, 그/그녀가 어떤 제다이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게이머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
빛과 어둠, 그대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스타워즈 : 공화국의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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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 완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떡하니 새로운 선물이 도착했다. 총 12편의 알짜배기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은 500조각의 퍼즐과 함께 포장되어 나에게 배달되었다. 이 단편집에는 20년에 가까운 작가의 작품생활을 갈무리하는 단편들이 선정되어 있다. 첫머리에는 1985년 <아홉번째 신화>에 발표된 <그대를 위한 방문자>가 놓이고, 마지막에는 미발표 신작인 <노래하는 돌>이 있다. 1985년에서 2003년, 세기가 바뀌는 시간 속에 놓여진 작가의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김혜린은 무엇보다 이야기의 작가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복판에 사람이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아주 상식적인 창작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킨다. <그대를 위한 방문자>는 지금 보면 다소 낯선 연출법들이 등장한다. 내적 자아와 대화, 갈등하는 예술가의 모습, 과도한 독백과 내레이션까지. 하지만 이 작품은 솔직한 그대로 80년대를 살아가는 작가가 경험해야
542페이지의 재미, 김혜린 단편집 <노래하는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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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할리우드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동양풍’이다. 최근의 동양풍은 예전의 ‘오리엔탈리즘’과는 조금 다르다. 예전의 ‘오리엔탈리즘’이 이국적인 동양세계에 대한 일종의 경의 속에 그것과 모던한 세계(다시 말해 서구) 사이의 시간적 격차를 은연중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동양풍은 ‘스타일화된 장르’로서의 동양을 자기 자신의 스타일과 병치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그런 면에서 매우 전형적이다. 음악은 할리우드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한스 짐머가 맡았다. 이 영화는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은 100번째 영화라고 한다. 100번째 영화라. 정말 엄청난 정열이다. 아니, 정력이다. 할리우드에서 한스 짐머보다 더 부지런한 음악가는 솔직히 없어 보인다. 그의 성공의 비결은, 물론 뛰어난 영화파악 능력도 있고 훌륭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빛나는 멜로디들을 만들어내는 음악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단연 ‘성실’이다. 어느 영화에서도 성실하게 시공하여 철저하게 납품한다.
성실한 음악가의 전형적 납품, <라스트 사무라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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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인연이 깊은 작가 필립 K. 딕. <스크리머스> <임포스터> <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번에는 <페이첵>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 중인 ‘필립 K. 딕의 SF 걸작선’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으로, <페이첵>을 포함해 모두 8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을 제외하면, 작가의 청년기인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중반 사이에 쓰여진 작품들이다.
[필립 K. 딕 지음/ 김소연 옮김/ 집사재 펴냄]
필립 K. 딕의 SF 걸작선 시리즈, <페이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