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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형 감독은 <라이어>를 진정한 데뷔작처럼 만들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원래 마음속에 품었던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도 팔린 레이 쿠니의 희곡이 원작이고, 국내에서도 연극으로 크게 성공한 <라이어>는, 그가 99년 무렵부터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다. 김경형 감독은 아내의 권유로 본 연극 <라이어>가 매우 재미있고 탄탄한데다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메타포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택시기사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이 코미디는 결국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탓이다. 김경형 감독은 “직접 쓴 시나리오는 내미는 족족 퇴짜맞고, 집에서 놀면 뭐하나”라는 심정으로 각색을 시작했고, 4년이 지난 지금 막연했던 꿈을 실현하게 됐다.
원작을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조금 고친 <라이어>는 택시기사 만철의 생일 하루 동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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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 감독이 <달마야 놀자>의 속편을 연출하게 됐다는 건 의외의 전갈이었다. 수락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이는 육상효 감독 본인에게도 “의외의 제안”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축제> <장미빛 인생>의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 역시 자신의 시나리오 <아이언 팜>으로 연출 데뷔한 그에게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는 포기하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 이미 남의 손을 타고 세상에 나온 어떤 영화의 속편을 연출하게 될 거라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그가 마음을 고쳐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결국 “사람”과 “작품”이었다. 조철현씨를 비롯한 제작진과의 호흡이 좋은 예감을 전해주었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코미디, 심각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삶에 대해 얘기할 여지가 있는 코미디”로서의 가능성을 <달마야, 서울 가자>를 통해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달마야, 서울 가자>는 전편에 비해 인물과 사건이 불어났고, 사건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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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의 신인 류장하 감독은 영화 <파이란>을 볼 때마다 차마 견디지 못해 지나치는 장면이 있다. 하나는 중병을 얻은 파이란이 월급을 떼어가는 사내에게 자비를 구하다 거절당하는 대목이고, 또 하나는 강재가 기어이 목 졸려 숨지는 순간이다. <봄날은 간다>의 조감독으로 각본에 참여했던 그가 쓴 초벌 시나리오에서, 상우와 은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결별의 눈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류장하 감독 버전의 <봄날은 간다> 초안에서는 소리를 채집하러 떠난 상우가, 그의 부재를 모르고 찾아온 은수의 전화를 받는 데에서 영화의 시계가 멈춘다. 말하자면 류장하 감독은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그려 보이는 입봉작 <꽃 피는 봄이 오면>도 얼마쯤 닮은 영화다. 봄날은 언젠가 간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끝내 “그리고는, 다시 온다”고 들릴락 말락 덧붙이는.
<꽃 피는 봄이 오면>의 주인공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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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교습소’는 그림 같은 제목이다. 듣자마자 선명한 심상이 피어난다. 소녀들이 흰 새처럼 스커트를 퍼덕거리는 드가의 스케치도 스쳐간다. 하지만 변영주 감독은 신작 <발레 교습소>가 그런 만만한 상상에 맞아떨어지는 영화가 아닐 뿐만 아니라 나아가 “<빌리 엘리어트>를 예상하면 뒤통수를, <워터보이즈>를 생각하면 앞통수를 얻어맞는 영화”가 될 거라고 유쾌하게 예고한다.
만약 우리에게 ‘내가 어른이 된 날’이라고 동그라미를 칠 수 있는 하루가 있다면 <발레 교습소>는 그 특별한 하루에 관한 영화라고 감독은 말한다. 그 잊을 수 없는 하루는, 세상에서 당한 그릇된 폭력을 처음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날일 수도 있고 담배를 처음 피운 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튿날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우유부단하며 바람의 방향도 공기의 냄새도 그대로다. 그렇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쩐지 알게 된다.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영화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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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인터뷰> 이후 3년 만에 연출하는 변혁 감독의 신작은 <주홍글씨>다. <주홍글씨> 하면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이 우선 떠오르지만 이 영화는 호손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은 아니다. 엉뚱하게도 변혁의 영화 <주홍글씨>의 원작은 김영하의 단편소설들이다. <사진관 살인사건> <바람이 분다> <거울에 대한 명상> 등 단편소설 세 작품에서 이야기와 캐릭터와 설정을 빌려 만들 예정. 이들 세편 소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모두 불륜을 다루고 있으며 낭만적 상상 뒤에 숨어 있는 시커먼 욕망과 구차한 현실을 냉정히 고발하는 작품이다.
<사진관 살인사건>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살해된 사진관 주인의 아내에게 숨어 있는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아내의 외도에 상처받았던 형사는 사진관 살인사건에서도 불륜의 드라마를 발견하게 된다. <바람이 분다>는 불법 CD를 판매하는 남자가 직원으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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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시장점유율 50%를 넘는 시대를 맞았지만 국내에서 1년에 제작하는 영화 편수는 지난 10여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흥행작이 많았고 <실미도>가 <친구>의 흥행기록을 깰 것으로 보이는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하는 입장에선 새 영화를 준비하는 게 예나 지금이나 힘들다.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준비과정에 들어간 감독의 땀과 정성은 정작 촬영을 시작한 뒤보다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산고’라는 표현이 과장된 게 아니다. 여기 소개하는 영화 10편은 그런 통증을 통해 이제 막 나오려는 신생아들이다. 더러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는 재기작이기도 하고 일부는 신인감독의 패기만만한 데뷔작이기도 하며 또 어떤 영화는 데뷔작의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과 싸워야 할 작품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선보일 올해의 신작 10편, 각각 감독의 말을 통해 이들 영화의 전모를 들여다보자.
“호러, 아닙니다. 심리드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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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전국 59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쉬리>로 ‘한국형 블럭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한국영화사를 <쉬리> 이전과 <쉬리> 이후의 시대로 구획지은 강제규 감독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순제작비만 145억원 이상 쏟아부으며 많은 이들의 기대와 그 못지않은 우려의 시선을 함께 받았던 강제규의 신작 <태극기 휘날리며>가 3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강 감독은 한국전쟁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우직할 만큼 정공법으로 다루면서도 한 장면 한 장면의 디테일에 놀랄 만한 공을 들여 148분의 상영시간이 지난 뒤 객석으로부터 진심어린 박수를 받았다.
영화는 6ㆍ25 참전용사 유해발굴단의 작업현장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장에서 이진석 하사의 유품이 발견되지만 신원조회 결과 이진석은 77살로 생존중이다. 이진석은 유해가 형 진태의 것일 수도 있다는 기대로 손녀와 함께 현장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카
전쟁의 고통과 굴레,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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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탤런트로 활동중인 유 민(일본명 후에키 유코)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본영화 <신설국(新雪國)>이 5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심의를 통과했다. <신설국>은 성애 장면을 두세 차례 담고 있으나 노출 수위가 그리 높지 않고 변태적인 장면도 없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사 동아수출공사는 신청 순서를 교체해 최대한 빨리 등급분류를 마친 뒤 27일 개봉할 예정이어서 <신설국>은 일본 대중문화 4차 개방의 첫 수혜작이 될 전망이다.
일본 대중문화 추가개방 조치와 함께 2004년 1월부터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아닌 성인 등급의 일본영화도 수입이 허용됐으나 지난달 29일 영등위는 무라카미 류 감독의 <도쿄 데카당스>에 대해 수입추천을 불허했다.
이날 수입심의를 통과한 이와이
<신설국> 日 성인영화로는 첫 수입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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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복합상영관 상암 CGV10은 상영관 중 한 관을 다음달 중순부터 상설 디지털 상영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국내에서 디지털 시스템을 갖춘 상영관이 상시로 운영되는 것은 지난 해 8월 문을 연 아트레온 이후 두 번째. 복합상영관 중에서는 첫 번째 시도다.디지털 극장은 스크린에 필름을 영사하는 대신 디지털 프로젝트를 통해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기존의 필름 영화는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디지털 상영이 가능하다. 현재 디지털 상영관은 세계적으로 약 160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해의 경우 107편의 영화가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국내에서는 그동안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가 디지털 마스터링을 거쳤으며 실사영화 <아유레디>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제작됐지만 디지털 극장과 디지털 배급을 위한 장비의 부재로 필름화 작업을 거친 후 일반 극장에서 상영됐다.디지털 상영 방식의 장점은 진동으로 인한 떨림 현상이
상암CGV, 상설 디지털 극장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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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영화제는 젊은 관객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1회부터 5회까지 열렸던 대학로 동숭홀에서 신촌 아트레온극장(1, 2관)과 녹색극장(3관)으로 개최장소를 옮겼다.
6개 부문에서 80편 정도의 영화를 상영해 지난해보다 전체 상영편수는 약간 줄었지만 단편에 비해 장편영화가 늘어 전체 상영시간은 도리어 늘어난 편이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올해의 상영부문은 ‘일본영화 특별전’이다.
이 특별전에서는 일본영화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주요 여배우가 등장하는 50-60년대 일본 영화 6편을 소개한다. 특히 상영작 중 한편인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무성영화 <폭포의 백사>는 일본 무성영화시대의 대표적 변사이자, ‘활동사진변사’의 예술을 현재까지 계승하고 있는 사와토 미도리가 직접 내한해 그 시대의 상영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할 계획이다.
아녜스 바르다, 타흐미네 밀라니, 레아 풀 등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이끄는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 4월2~9일 신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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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페어 레이디 S.E
감독 조지 쿠커/출연 오드리 헵번, 렉스 해리슨, 스탠리 할로웨이/화면비율 2.35:1 레터박스/오디오 DD 5.1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아카데미 9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 90년대 대대적으로 필름을 복원해 선명한 화질로 업그레이드됐다. 두번째 디스크에는 출연배우인 제레미 브랫이 필름복원 과정에 발견된 영화의 숨겨진 제작과정을 소개하고, 제작 당시의 스튜디오 풍경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워너.
S.W.A.T
감독 클라크 존슨/출연 콜린 패럴, 새뮤얼 잭슨, 미셸 로드리게즈/화면비율 2.40:1 아나모픽/오디오 DD 5.1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특수기동대 S.W.A.T의 활약을 그린 전형적인 경찰액션영화. 특수무기를 쓰는 특수요원들의 활동을 담은 영화인 만큼 영화에 등장하는 총기류, 헬기, 방탄복 등 소품에 대한 전문가의 소개가 가장 눈에 띄는 서플먼트다. 그 밖에 영화에서 배우들의 트레이닝과 기술고문을 맡
[새DVD] <특수기동대 스왓>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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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눈에 띄게 늘어난 <씨네21>의 업무 중의 하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오는 출판계 인사를 만나는 일이다. 그들의 용무는 대부분 같다. 자국에서 인기있는 한류 스타의 사진과 기사를 제공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오늘 방문한 일본 손님들은 한국에서도 아직 개봉하지 않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씨를 취재하러 왔다며, 일부 스타들의 경우 표지에 이름만 나와도 책이 팔리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개봉예정인 영화 목록에는 아직 우리 극장에 걸려 있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방문 목적을 잊은 채 <오아시스>의 첫 장면에서 설경구씨가 두부를 먹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한국에서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사려고 하는 일본 영화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국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는 자막 번역을 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는 등의 질문과 탄식을 쏟아놓았다. 영화가 국경을 넘을 때는 차이와 오인이 발생하는 법이니 일본 관객의 자유로운 이해에 맡겨두면 되지 않겠냐고
들끓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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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U(㈜이스트필름, ㈜조우필름, ㈜백두대간이 결성한 컨소시엄)가 주최한 [2003 TTU 시나리오공모전]에 김정화씨의 <키스 프로젝트>(가제)가 당선작으로 뽑혀 원고료 1억원을 받게 됐다. 한편 김지연씨의 <아토피 프로젝트>(가제), 강현성씨의 <대성리 프로젝트>(가제)는 원고료 2천만원과 영화 제작시 2천만원을 추가로 받게 되는 가작에 뽑혔다.
TTU의 이번 시나리오 공모전에는 839편이 응모해 성황을 이뤘으며, 응모작의 대부분은 최근 사회적 관심사였던 로또, 자살, 스와핑, 유괴 등의 소재를 스릴러나 범죄드라마를 통해 어둡고 무겁게 그려내거나 캐릭터, 에피소드 중심의 밝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류의 작품들로 구분되는 상반된 경향을 보였다.
당선작 <키스 프로젝트>는 키스까지는 잘 되지만 도무지 섹스가 안되는 서른 두 살 숫처녀와, 키스는 절대 하지 않고 '돈 벌기 위한' 섹스라면 어떤 여자도 마다하지 않는 스무살 청년의 유쾌한 동거를
TTU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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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무법자>에 휘파람 소리가 없었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이 그렇게 멋있었을까? 장중한 팬 플루트 선율이 없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어떤가? <시네마 천국>에서도 음악은 관객에게 알프레도 아저씨만큼이나 진한 감동을 줬다.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영화 음악가 중 한 명인 엔리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영화 음악 컬렉션(워너뮤직 코리아)이 탄생 75주년을 맞아 출시됐다.이탈리아 출신으로 마카로니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작업을 하며 명성을 얻은 그는 휘파람 소리를 비롯해 차임, 일렉트릭 기타, 하모니카 등의 연주를 통해 기존과 다른 스타일의 서부영화 음악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이후 고향 이탈리아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 <미션>, <언터처블>, <시네마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400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을 선보여 전세
엔니오 모리꼬네 기념음반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