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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는 온통 기시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니, 부분적으로 3D를 차용하여 50년대 할리우드공포영화들, 혹은 <스파이 키드> 시리즈의 전작들과 <매트릭스>(게임 속에 들어가면 자연적으로 게임 유저가 되어 능력을 전수받는 주인공)는 차치하고서라도 기시감을 넘어선 또 다른 기억 착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에 대해 포화상태의 지식을 요구하는 영퀴들, 혹은 우리의 여가시간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 컴퓨터, 오락실 등등의) 게임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는 이상한 감회는 예전에 100% 디지털 ‘배우’들로만 이루어졌던 <파이널 환타지>가 슬쩍 안겨주었던 영화의 위기감 같은 것에 비견될지도 모른다.
영화가 시작하면 마치 게임의 스타트처럼 ‘설명’이 뜬다. “주인공 중 하나가 안경을 쓰면 따라서 입체안경을 쓰세요. 눈이 정 피곤하면 나가서 팝콘이랑 콜라를 사드세요. 하지만 그러면 벌써 4
어린이들이 기대하는 게임같은 영화, <스파이 키드 3D : 게임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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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명의 웬수들>은 정말 존재했던 가족의 이야기다. 열두명의 자식을 두었던 프랭크 B. 길브레스는 그중 두 아이와 함께 <치퍼 바이 더 더즌>(Cheaper by the Dozen)을 썼고, 그 책은 1940년대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5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열둘이나 되는 아이들을 자식 둘 키우는 것처럼 수월하게” 길러낸 이 경이로운 아버지는 시대와는 맞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선량하고 난처한 얼굴을 가진 스티브 마틴은 일보다 가정을 위에 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남자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풋볼 코치 톰 베이커(스티브 마틴)와 아내 케이트(보니 헌트)는 열둘이나 되는 아이들 때문에 좋은 직장도 포기하고 시골에서 살고 있다. 아이들은 헌옷을 물려입어야 하고 자기만의 방도 가질 수 없지만 행복하게 지내왔다. 그러나 이 행복은 톰이 모교팀 코치 자리를 받아들이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새로 이사간 화려한 저택보다 시골의 낡은 옛집을
누가 누군지 부모도 헷갈려! <열두명의 웬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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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2003 영화관객의 영화관람 행동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액션〉코미디〉애정·멜로〉추리·스릴러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코미디는 가장 자주 보는 장르로 꼽혔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 조사에 비하면 5% 이상 하락세를 보이며 선호도 부문에서 1위를 내줬다. 코미디 기세가 꺾인 반면, 추리·스릴러 장르는 선호도와 관람빈도 수 모두 5% 이상 껑충 뛰어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전통적으로 극장가에서 홀대받아왔던 추리·스릴러 장르는 지난해 <살인의 추억>의 흥행을 발판으로 관객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그래픽뉴스] “액션이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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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전작 <왓 위민 원트>와 마찬가지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도 아주 실용적이고 친절한 제목을 붙였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류의 서점 처세술 코너의 남녀관계 지침서나 <코스모폴리탄>의 기획기사에 자못 어울릴 법한 제목인데, 이러한 작명법은 실제 낸시 마이어스 영화의 속성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말하자면 그의 로맨틱코미디에는 잡지 편집자의 감각이 있다. 이는 고전 스크루볼코미디의 위트와 리듬을 계승한 노라 에프런에 비하면 훨씬 느리고 성긴 대사를 보완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마이어스의 로맨틱코미디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작업 못지않게 오늘날 구애와 짝짓기의 세계에서 실제로 이슈가 되는 상황을 끌어들이는 데에 공을 들이며 타깃 관객층도 그만큼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사랑할 때…>의 헤드라인은 노년에 접어든 전문직 독신 남녀들의 데이트 게임. 서른 미만의 미녀만 상대하며 화려한 싱글로
노년의 로맨스,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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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산업 대표 주자들의 합종연횡이 줄을 잇고 있다. 시네마서비스(사진)가 플레너스로부터 물적분할하여 독자노선의 길을 모색하고 있고,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은 기존 상장회사와 주식교환 형식으로 하나의 회사로 결합했다. 싸이더스는 코스닥 등록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였는가 하면, 매니지먼트 회사인 싸이더스HQ는 상장회사 주식을 매입하여 본격적으로 영화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흥미로운 건 ‘메이저 레이블’이라 할 수 있는 싸이더스, 명필름, 강제규필름이 모두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제작사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기업변동의 방향은 다소 기이하다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0년 이후 한국 영화산업의 변화는 대부분 수직적 통합화를 향해 움직여왔다.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거니와 할리우드에 대항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확립해야 하는 한국 영화산업에서는 일종의 당위로 생각되어져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세 회사는 이러한 흐름을 거부하고
[이슈] 21세기형 한국 문화기업의 모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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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의 정치참여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총선을 앞두고 영화계에 새로운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창동, 문성근, 명계남씨 등의 노무현 지지와 별도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지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과 관련해선 정지영 감독이 비례대표 선정위원으로, 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가 ‘국민참여 0415’에서 공개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관건은 공개적 지원이 아니라 출마 여부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문성근, 명계남씨 등 이미 알려진 인사들에게 끈질지게 출마를 요구하고 있으나 본인들의 거부 의사가 워낙 완강해서 몇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필름의 이은 감독에게 의사를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A씨와 B씨 등 영화계 중견 인사들과의 의견조율이 다음주 중 끝날 것으로 보인다. 문성근씨는 “10년 전부터 선거 때만 되면 내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번에도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이덕행 전 서울종합촬영소 소장이 남양주시 후보경선에 참
[인사이드 충무로] “진보정당 진출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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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투리는 편안하게 하면 됩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윤인호 감독이 급기야 신발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한마디 던진다. “시끄럽다. 이눔아야. 아침부터 재수없게시리….” 백태낀 엄마(정선경)의 눈을 보고 신발가게 주인이 여민(김석) 모자를 내쫓는 장면인데 경상도 사투리 대사가 매끄럽지 않아 자꾸 NG가 난 것이다. 70년대 경상도 마을이 배경이지만 정작 신발가게신 촬영을 하는 곳은 전북 김제의 한 재래식 시장이다. 일요일 오전인데도 구경나온 동네사람들이 쓰는 전라도 사투리와 가게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경상도 사투리가 왁자지껄 마구 뒤섞이며 마치 어느 시골 시장통에 서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겨우 사투리가 정리되지만 이번에는 정선경이 들고 있는 운동화를 확 나꿔채는 장면에서 신발이 자꾸 떨어지는 바람에 두어번의 NG가 난 끝에 16신이 마무리된다. 이어지는 18신은 여민의 통쾌한 복수장면으로, 신발가게 유리를 와장창 깨뜨려야 하는데 유리가 금만 가거나 엉뚱한 지점에 깨지거
한번에 좀 깨져랏! - <아홉살 인생>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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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95%쯤? 거의 다 찍었어요. 아예 오늘 보여드릴까?”모니터에 떠오른 타임라인 위로 장진 감독이 마우스를 긋자, <아는 여자>의 현장편집본이 조그만 윈도 안을 휙휙 스쳐간다. 그날그날 꽤 세세한 부분까지 편집을 해온 장진 감독이 가늠하는 A프린트의 길이는 134분. 남은 5%는 오늘 주인공들이 관람하는 영화 속 영화 <혈통 깊은 전봇대>의 4분 분량이다. 짤막하지만 <그녀에게>와 <미술관 옆 동물원> 속 작은 영화들이 그랬듯, <아는 여자> 전편에 숨어 흐르는 사랑에 관한 판타지를 함축한 그림액자 같은 대목이 될 것이다.월요일 밤. 분당의 한 멀티플렉스에 들어서는 50여명의 관객 중에 “대체 같이 왜 왔을까?” 싶은 데면데면한 커플이 있으니 바로 <아는 여자>의 주인공 동치성(정재영)과 한이연(이나영)이다. 야구선수 동치성은 최근 애인에게 버림받은데다 3개월밖에 못 산다는 벼락통고를 받았다. 사랑이 뭔지, 사는 게
그 여자, 그 남자의 사정, <아는 여자>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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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네티즌들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이 <실미도>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씨네21이 지난 2월 3일부터 2월 9일까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진행한 "강제규 감독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의 예상 흥행 성적"을 묻는 질문에, 총참여자 990명 중 대다수인 725명은 "현재 <실미도>의 1000만 도전 이상"이라고 답해 73%이상이 압도적으로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성적을 <실미도>보다 높게 점쳤다.
"<친구>의 818만 정도"는 10.71%, "<쉬리>의 620만 정도"는 6.36%, "<살인의 추억>의 530만 정도"는 5.45%, "<스캔들>의 350만 정도"는 4.24%로 응답해 흥행성적이 낮아질수록 반응도 떨어지는 현상을 나타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지난 2월 5일 개봉해 사전영화 예매율 1위, 최다 스크린수 1위, 역대 개봉첫주
<태극기 휘날리며> 흥행, <실미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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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을 두고 누벨바그의 재래를 보여준 한해라고 이야기한 평자들이 꽤 있었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프랑수아 트뤼포, 그리고 “영화감독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현재에도 열심히 실행해가고 있는 클로드 샤브롤을 제외한 누벨바그의 주요 멤버들 세명 모두가 신작들을, 그것도 그해의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들에 속할 만한 작품들을 내놨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이 누벨바그 이후의 새로운 작품들, 즉 장 뤽 고다르의 <사랑의 찬가>와 에릭 로메르의 <영국여인과 공작>, 그리고 자크 리베트의 <알게 될거야> 가운데에서 리베트의 영화가 처음으로 국내 관객과 ‘정식’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이들 영화들은 모두 국내에서 열린 몇몇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바가 있다). 이건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일이기도 하다. 고다르에 비해서도, 그리고 로메르에 비해서도, 리베트라는 시네아스트는 우리에게 확실히 미지의 존재에 가까우니까 말이다
노대가의 가볍지만 우아한 터치, <알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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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의 장편 데뷔작 <미소>는 감독 임순례가 프로듀서를 맡고, 또 한명의 감독 송일곤이 남자 주인공 ‘지석’으로 등장하며, 기성 배우 추상미가 노 개런티를 선언하면서 마침내 완성된 영화이다. 현재 블록 버스터를 향한 영화적 ‘튜블러 비전’을 앓고 있는 한국영화의 명단 사이에 이 영화가 끼어 있다는 것은 지난한 싸움 끝에 이른 등재라는 사실을 예측하고도 남기 때문에 우선은 즐거운 출현이다. 그 점에 대해 화답하듯 몇몇 국내외 영화제들은 수상과 초청이라는 형식을 빌려 지지를 보냈다.
<미소>는 이미 영화를 본 몇몇 관객의 입소문이 들려주는 것과는 달리 여성의 문제에 치열한 초점을 맞추고 있거나 일상성의 테마로 채워져 있지 않다. 의외로 <미소>는 너무 초연하기 때문에 야심적으로 보이는, 더러는 너무 본질적이기 때문에 추상적으로 보이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 ‘눈’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단지 효과가 아니며, 유인원과 분자생물이 끼어드
삶의 곤경 속에서 되찾는 미소의 깨달음,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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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예술전용관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하는〈미소〉의 크레디트에는 3명의 영화감독 이름이 등장한다.〈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와 〈꽃섬〉의 송일곤, 그리고 이 작품을 연출한 박경희(39). 임 감독은 프로듀서를, 송 감독은 남자주인공 ‘지석’을 맡았다. 두 사람은 1999년부터 충무로를 돌며 귀퉁이가 해진 시나리오에 선의의 손길을 건넸고 여기에 배우 추상미씨도 노개런티로 합류했다. 한국영화관객 1000만 시대보다 기적 같은 순제작비 3억원의 〈미소〉는 이렇듯 영화에 대한 애정과 우정으로 완성된 영화다.
〈미소〉는 예상하지 못했던 고통이 찾아올 때 원하건 원치 않건 맞닥뜨려야 하는 실존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인공 소정은 어느날 튜블러 비전, 즉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르게 되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는다. 사진작가인 그가 눈을 잃는다는 것은 장애를 얻는다는 이상의 불행이다. 원인도, 치료방법도, 그리고 병세의 진행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의 한가운데서 애인도, 가족도
“우울한 영화라고? 내가 좀 모진것같다” <미소>의 박경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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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원제는 ‘Lost In Translation’)는 단순한 이야기 안에 많은 단상과 감정을 실어나르는 매력적인 영화다. 중년의 한 미국 남자가 일로 도쿄에 갔다가 딸 뻘되는 미국 여자를 만난다.
배우인 남자는 일본에 산토리 위스키 광고 찍으러 갔고, 여자는 사진작가인 남편의 출장에 따라왔다.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탓에 자주 마주친다. 남자는 일에든 가정에든 활기를 잃은 상태이고, 결혼 2년차의 젊은 여자는 자기 삶의 갈피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연해진 상태다. 말 안 통하는 낯선 도시의 공간은 고립감을 가중시키고, 그로 인해 남녀는 서로를 아는 정도에 비해 더 깊은 동지애를 느낀다. 소통의 단절을 받아들이고 나면, 적은 것으로도 많은 소통을 하게 되는 법.(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소통을 요구하며 산다, 혹은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는 환상 속에 산다.)
그러나 남자나 여자 모두 맥이 없다. 여기저기 찾아나서거나 영어가 되는 일본인을 만나 그곳의
[새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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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로 데뷔한 김응수(38) 감독이 금기시된 섹스를 다룬 <욕망>(공동제작 명필름ㆍMBC프로덕션)을 20일 선보인다. 1987년 서울대 총학생회 대외홍보부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모스크바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386세대 운동권'의 후일담을 다룬 데뷔작을 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가 이듬해 개봉했다. 그후 오랜 시간이 흐르기는 했으나 동성애와 불륜을 소재로 택한 것은 `전향'과 맞먹는 파격으로 비쳐지기도 한다.영화 촬영을 마친 직후인 2002년 2월 김응수 감독은 `운동권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운지 "내가 어느 집단 출신이라고 해서, 예전에 어떤 작품을 연출했다고 해서 일정한 틀에 규정될 수는 없다"고 잘라말했다.지난주 시사회에 이은 기자회견장에서는 더이상 운동권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지 않았다. 2년 전 김 감독의 항변이 먹힌 덕일까, 아니면 이제는 운동권에 대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탓일까."우아하면서도 역겨운 불륜
"우아하면서도 역겨운 불륜 다뤘다"<욕망>의 김응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