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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로부터 발원한 영화와 그 주역인 소년소녀들에게 응원가를 보냈던 정성일(<씨네21> 436호), 지난해 한국영화 문제작들의 미학적, 정치적 성취와 한계를 분석했던 김소영(<씨네21> 437호)에 이어 영화평론가 허문영이 ‘한국영화에 고함’ 시리즈의 마지막을 맡았다. <살인의 추억>에 대해 비평계가 단조로운 열광을 보내고 차승재식 패러다임이 영화계를 제패하는 사이에 "2003년의 가장 중요한 영화"인 <선택>이 비평적으로 실종되어 버린 것을 교차시켜 분석했다. <씨네21>의 전 편집장이 <씨네21>에 보내온 메타 비평의 정수.
나는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보다 더 뛰어나진 않아도, 그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유령>보다 훨씬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살인의 추억>은 <유령>보다 더 흥미진진하지 않다. 왜 그럴까. 무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차승재라는 화두에 대한 근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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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ㆍ박솔미 주연의 영화 <바람의 전설>(제작 필름매니아, 감독 박정우)이 5일 촬영을 마쳤다. <바람의 전설>은 <주유소 습격사건>과 <광복절 특사> 등의 작가 박정우의 감독 데뷔작이며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본격 춤영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30대 회사원이 어느날 우연히 사교댄스를 배우며 `인생역전'을 경험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바람의 전설>은 후반작업을 거쳐 4월 9일 개봉한다.(서울=연합뉴스)
<바람의 전설> 크랭크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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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 당일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다고 배급사 쇼박스가 6일 밝혔다. 5일 전국 4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첫날만 전국 32만4천명을 동원해 <실미도>의 종전 최다기록 30만1천명을 넘어섰다. 배급사는 "관객 점유율은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두 형제의 운명을 그린 영화로 6일부터는 전국 44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서울=연합뉴스)
<태극기를 휘날리며> 개봉일 관객동원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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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BEWARE! 10 MYTHS ABOUT TH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CIRCUIT
For the past 30 years, film festivals have increasingly become the launch pad into distribution for non-English language cinema. But festivals are a western (more specifically, European) invention, which still set the rules and dominate the game, even with the huge rise in the past 20 years of events elsewhere in the world. South Korean cinema first started making an impression at festivals - as part of the West's general "dis
국제영화제 서킷, 그 진실의 문 [3] -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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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6. 토론토와 선댄스는 북미 시장으로 진입하는 통로이다.
그렇다고 해봤자다. 북미 시장에서 외국어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고, 그마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비율에서나 관객 접근성에서나 유럽이 더 비옥한 시장이다. 선댄스는 본래부터 미국영화를 위한 자아도취성 미국 행사라 국제부문은 홍보도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토론토는 기본적으로 “영화제의 영화제”라 유럽영화제(베니스, 로카르노)에서의 소개와 연동해서 북미 진출의 기반으로 유용할 수는 있지만, 단독으로 외국어영화의 세계 프리미어를 하기에는 마땅치 않다. 토론토는 워낙 규모가 커서(정선된 작품이 250편이 넘는다) 북미 언론은 주로 새로 나온 미국영화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토론토영화제가 2002년 한국영화 특별전식으로 매년 개최하는 국가별 소개부문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오해7. 경쟁부문에 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영화에 따라 다르다. 언론의 관심은 영화제의
국제영화제 서킷, 그 진실의 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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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 이것이 함정이다
지난 30년 동안 영화제는 비영어권 영화에 배급망을 터주는 도약대가 되어왔다. 그렇지만 영화제란 서양, 특히 유럽에서 창안해낸 것인 만큼, 지난 2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많은 행사들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서구가 여전히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영화제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은, (서구가 비일본권 동아시아영화를 ‘발견’하게 되면서) 80년대 초 임권택, 이두용 같은 감독들의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5년여 동안에야 새로운 영화제작 붐이 일어나면서 한국이 서양의 이목을 다시 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한국 영화계에 이 강력한 메커니즘을 타는 것에 대한 신선한 흥분의 분위기를 조성한 것 같다. 그런데 여느 설레는 여정이 그렇듯, 요령을 익혀가는 과정에서 그만큼 많은 오해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사반세기 동안 기자로서, 그리고 평론가로서 겪어온 관점에서 ‘영화제 서킷’으로 알려진, 제멋대로
국제영화제 서킷, 그 진실의 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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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짜리 '여성'
유은정 감독의 <흡연모녀>는 지난해 이스트만 코닥 제작지원 마지막 심사까지 올랐다가 아쉽게 낙방한 영화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영화는 좀더 견고해졌고, 올해에는 드디어 결실을 거뒀다. “초등학교 과외를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들의 심리는 어떠한지를 잘 알고 있는 유은정 감독은 혼란스런 가정환경에 놓인 담배 피우는 일곱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하지만,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다. 개인적인 유년 시절의 기억 어딘가에서 이런 맥락이 흘러나왔다고도 말해준다. 중앙대 대학원 3학기째를 다니는 지금, “장편을 빨리 입봉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장편 시나리오에 대한 아이템은 있다”는 것이 미래를 향한 그녀의 다짐이다.
-<튜브> 연출부를 했다.
=중앙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다른 공부를 좀더 하던 중에 현장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 소개로
제7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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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진짜로 안다는게 뭐야
<단속평형>의 손광주 감독은 연세대를 나와, 다시 부전공이었던 전산학으로 옮겨 포항공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여 5년이라는 시간을 영화와 등지고 버텼다. 그 사이에도 “많은 일을 했다”고 한다. 그 모든 일을 덮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다시 이번 설 직전에 귀국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개념을 영화의 제목으로 정할 만큼 이론적 욕심이 있어 보이는 그녀가 꿈꾸는 상은 고다르처럼 되는 것인 듯싶다. 분석하는 투로 쓰여진 <단속평형>의 기획의도는 내러티브와 거리를 두면서 실험적인 형식에 집중하겠다는 야심을 보인다. “어느 여피족의 문화적 취향에 대한 우화. 현실, 영화 그리고 관객에 대한 진화론적 독해. 상호텍스트성에 기반한 형식실험”이 그것이다.
-언제부터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나.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충무로에 나가겠다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즈음에 배용균 감독의 &l
제7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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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에 바치는 애가
<빨간 메니큐어>는 도시에 살고 있는 딸이 시골에서 죽어간 어머니에게 바치는 마지막 애가이다. 러시아 국립영화학교의 출신답게 권지연 감독은 “산문적이기보다는 시적인” 방식으로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타국에서의 오랜 유학생활 중에 이야기가 떠올랐고, 한국에 돌아와서 제작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박광수 감독의 <이재수의 난>과 <얼굴값>에서도 연출부를 한 경험이 있는 권지연 감독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 바로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매력” 때문에 영화에 빠져든 것 같다고 고백한다. “항상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또 잘 알고 있는 사람들로 캐릭터를 잡으려고 한다”는 그녀의 첫 번째 한국에서의 출발이 바로 어머니와 딸에 관한 영화 <빨간 메니큐어>이다.
-러시아 국립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22살 때, 3학년을 마친 1997년에 러시아에 가서 2002년에 졸업했다.
제7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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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그리고 새로운 내일의 작가들
<씨네 21>, 한국코닥 주식회사,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주최하는 코닥 이스트만 단편영화제작지원제도가 제 7회째를 맞아 당선작을 배출했다. 당선작은 권지연 감독의 <빨간 메니큐어>, 유은정 감독의 <흡연모녀>, 손광주 감독의 <단속평형>이다. 응모한 총 61편의 작품 중 시나리오 및 제작계획서를 바탕으로 심사가 이뤄졌고, 오윤홍 감독의 <감독님, 저 윤희예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이원식 감독의 <생장점>이 당선작들과 함께 최종 심의까지 올랐다. 올해의 심사는 이현승(영화감독), 정재은(영화감독), 남동철(씨네 21 기자), 박도신(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램 팀장)이 맡았다. 당선작 세편은 35mm 필름 1만 피트 제공, 필름의 무료 현상과 인화, 35mm 카메라 장비 대여, 편집 작업료 할인, 텔레시네 작업료 할인, 사운드 작업료 할인 등의
제7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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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감독은 <령> 이전에 <최면>이라는 단편을 찍었다. <령>의 오프닝신은 <최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기억을 소재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게 이번이 두 번째다. 비슷해 보이는 두 작품 중 이미 완성된 <최면>은 호평을 받았다. 신인 감독의 호러물 도전에 지원의 손길을 뻗은 대부분은 <최면>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최면술사를 찾아간 주인공이 현재에서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는, 역순으로 배치된 사건들로 하여금 현재의 구성요소가 과거라는 평범한 진리를 전달한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령>에는 기억이라는 소재 외에도 빙의라는 초자연 현상을 개입시켜 “내가 나인가?” 하는 질문을 완성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기억 찾기를 포기한 채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 잊혀진 과거로부터 불온한 호출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존재 자체를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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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진미 감독의 <그대와 함께>는 무엇보다 작가의 이름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다. <그대와 함께>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인정옥. 열혈시청자를 낳았던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렇다면 <네멋대로 해라>처럼 신선한 감각의 멜로드라마를 연상하면 곤란하다. <그대와 함께>는 놀랍게도 호러영화다. 인정옥 작가가 쓴 호러영화는 대체 어떤 내용일까? 아직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 지금,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기본적인 설정을 말하자면 이렇다. 주인공은 엘리베이터걸로 일하는 임청하와 교통경찰을 하는 공수창이다. 임청하는 동네에서 사이드카를 몰고 다니는 공수창이 마음에 들지만 쉽게 내색을 못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외롭게 홀로 지내는 임청하의 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인물이 귀신처럼 나타나 그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이다. 과연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의 정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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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타나는 실존 인물과의 관련은 순전히 우연이 아님을 밝힙니다.”
신인감독 남선호의 입봉작 <영화감독이 되는 법>의 서두에는 이런 자막이 흘러야 할 판국이다. 1990년대 초까지 극단 한강에 몸담았다가, 러시아 모스크바 영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남선호 감독은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또 지웠다. 지난해 심리스릴러의 시나리오를 들고 다니던 그에게 “네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 제일 재미있지 않겠냐?”고 제안한 사람은 민문연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영화사 마술피리의 오기민 PD였다.
자기 경험에 밀착한 영화가 남선호 감독에게 처음은 아니다. 영화학교 졸업 작품으로 그가 제출한 단편 <기억>은 민중운동을 하다가 먼 나라로 떠나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옮김으로써 기억의 멍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까지의 울적한 체험을 장편 시나리오로 써보라는 오 PD의 제안에 남선호 감독은 반신반의했다. 내가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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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타이틀 따라하기가 아니라 워킹 타이틀 따라잡기.” 박제현 감독은 <내 남자의 로맨스>와 워킹 타이틀 로맨틱코미디의 유사성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과연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워킹 타이틀의 두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노팅 힐>을 과감히 끌어왔다. 이야기는 이렇다. 29살 여자 현주는 7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진 유머러스한 소훈이 그 남자로, 현주는 올해는 꼭 소훈의 프로포즈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청난 사건이 생긴다. 스타인 여배우 은다영이 우연히 소훈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현주는 불안해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친구를 동원해 은다영과 소훈의 만남을 방해하지만 그게 거꾸로 둘을 가깝게 만든다. 설상가상 현주는 회사에서 잘리고 구직에도 애를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은다영은 소훈에게 함께 하와이로 가자는 제안을 한다. 궁지에 몰린 현주는 은다영이 하와이로 간다는 그날,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