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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특별히 잘났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어휴, 그렇게 못생긴 줄 몰랐어요. 감독님이 정말 미웠다니까요. 상상 속의 느끼버전에서도 대본에선 ‘올백머리’가 아니었는데 억지로 시키고….”
이렇게 망가질줄 몰랐다니까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최희철을 연기한 강동원(23)에게 첫 영화의 시사 소감을 묻자 대뜸 나오는 대답이 너무 솔직()해서 약간 당황스럽다. 이렇게 말하는 건 강동원을 ‘두번 죽이는 일’이 되겠지만, 실제로 만나본 강동원은 지금까지 시에프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그가 연기해온 도시적 꽃미남보다는 최희철에 더 가까운 이미지였다. 일단 어눌하고 느린 말투가 그렇고, 앞뒤 재기보다는 순간순간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도 그렇다. 어리바리함과 어릴 적 신동 소리를 들었던 영특함이 공존한다는 것도. (강동원은 지난주 문화방송 오락 프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꼭지에 출연해 1등을 했다)
가장자리서 빛나는 연기 알았죠
연기를 시작한 이유를 묻자 옆
[인터뷰] <그녀를 믿지 마세요>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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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하고 착해 보이는 얼굴을 무기삼아 크고 작은 사기를 치면서 교도소를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들락거리는 주영주(김하늘). 감방 안에서도 동료들을 상대로 내숭 100단의 사기법을 강의하는 영주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석방 허가를 받는다. 결혼을 며칠 앞둔 언니에게 가던 도중 그는 기차 안에서 마주 앉은 최희철(강동원)의 반지를 우연히 손에 넣는다. 반지 대신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 위해 찾아간 희철의 고향에서 희철의 약혼녀로 오해받으며 “가석방 상태에 혼빙(혼인빙자)이라니, 피박에 광박”인 상황으로 일은 점점 꼬여버린다.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고스트 맘마> <찜> 등의 조연출을 거친 배형준 감독의 데뷔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튀고 ‘쎈’ 여자와 순하고 어리버리한 남자의 사랑이라는 요즘 로맨틱 코미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보다 반 발자국 더 나가는 영화다. 사기꾼 영주는 순박한 희철의 식구들 사이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좌절되는 순간마다 기
[새영화] 김하늘표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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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싸우고 있다면 싸움을 멈추세요. 행군하고 있다면 행군을 멈추세요. 제게로 오세요. 간청합니다.” 미국 남북전쟁에서 부상당해 병상에 누운 인만(주드 로)은 두세달 전에 부쳐진 아이다(니콜 키드먼)의 편지를 그제야 받았다. 아이다는 고향 ‘콜드 마운틴’에 두고 온, 사랑하는 여자다. 편지엔 아이다의 힘든 사연이 촘촘히 적혀 있다. 인만이 떠난 뒤 아이다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죽었고,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막막한 채 겨울을 맞았고, 마을에서 악명높은 수비대장이 수시로 자신을 넘보고, 그런 상황을 버텨낼 자신이 없다는…. 앞의 인용문에서 ‘제게로 오세요’라는 간청 앞에 붙은 두 문장이 주는 울림이 크다. 그 힘없는 명령체는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붙잡아 일으키는 강력한 선동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붙잡히면 사형인 탈영을 선동한다. 그래서 사랑 같다. 며칠 뒤 인만은 병원을 탈출해 480㎞ 멀리 떨어진 콜드 마운틴으로 향한다.
전쟁은 저절로 드라마를 만든다. 뉴스는 요란하지만 일상
[새영화] 앤서니 밍겔라 감독 <콜드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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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훈련센터에서 목공일을 가르치는 중년 남성 올리비에. 5년 전 어린 아들이 또래의 소년에게 살해당하고 그로 인해 아내와도 헤어진 그는 매일 그가 만지는 목재처럼 딱딱하고 표정없는 삶을 살아간다. 5년동안 소년원에서 복역하고 나온 아들의 살인범 프란시스가 재활센터에 들어오자 프란시스는 처음의 거부의사를 번복하고 소년을 자신의 학생으로 받아들인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으로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가 자식의 살인범을 만난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화가 이를 다루는 방식은 두 가지다.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를 그리거나, 휴머니즘에 입각한 용서를 그리거나. 절망적인 빈곤의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찾아헤매는 소녀를 그린 <로제타>로 9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벨기에 다르덴 형제가 감독한 <아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영화는 어떤 줄거리인지 모르고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는 인내심의 바닥이 보일 만큼 오
[새영화] 다르덴 형제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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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외도한다는 낌새를 채고 미행했더니 상대가 젊은 남자였다. 젊은 남자는 호스트바의 종업원이다. 당혹감과 분노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부인이 이 젊은 남자와 섹스를 나눈다. 남편을 두고 서로 다툼을 벌여야 할 둘이서 섹스를 하는 그 심리를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 둘이 연정을 갖게 되는 걸까. 아니, 그 반대로 섹스 뒤 둘은 모두 남편에게 더 심하게 종속되기 시작한다. 남편에게 사랑을 구걸하다시피 하던 젊은 남자는 급기야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차인다. 부인과 젊은 남자의 관계를 남편이 안 뒤부터, 남편과 부인의 성관계는 가학·피학적인 형태가 돼간다.
<욕망>은 제목과 달리 ‘욕망’을 감싸안지 않는다. 냉정함을 넘어 냉혈하게 느껴질 만큼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거리를 두고 본다. 그들이 왜 자꾸만 착종된 관계와 섹스에 말려들고, 거기서 나오질 못하는지에 대한 영화의 설명도 인색하다. 그 불친절함은 큰 문제가 아닌 듯하다. 대사가 거의 없고, 이 인물에서 저 인
국내 첫 장편 HD 디지털 영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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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19일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용공성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의원과 영화감독 출신인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이 논란을 벌였다. 김 의원은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시간이 없어 못 봤다"는 이 장관에게 "이 영화는 시작부터 우리 헌병들이 피난온 고등학생을 학도의용군으로 잡아가는 터무니 없는 내용으로 국군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용공, 좌경 표현물에 대한 대책이 뭐냐"고 물었다.이에 이 장관은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픽션, 허구를 다루는 예술분야"라며 "허구로 표현된 내용 일부에 대해 정치적, 이념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예술분야는 기본적 동력이 표현의 자유로 출발한다"고 말했다.이 장관은 이어 "우리 국민과 관객들은 이러한 내용물로 인해 이면적인 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성숙돼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용공, 좌경
<태극기 휘날리며> 용공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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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가 개봉 58일만인 오늘 2월 19일까지, 전국관객 10,040,000명(서울관객 2,955,000명, 이상 추정치)이 예상돼 대한민국 천만관객 시대를 여는 첫번째 영화가 됐다. 천만이라는 숫자는 대한민국 남한의 15세 이상인구 총 3,500만명(2003년 통계청 자료기준)중 영화관람이 어려운 인원을 제외하면 주변의 3명중의 한 명 이상 꼴로 <실미도>를 관람한 셈이며 그 경제효과는 3,000 ~ 4,000억원(삼성경제연구소 발표자료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실미도>의 흥행 성공으로 '실미도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면서 실제 훈련병 명단이 확인되는 등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220여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 <실미도>는 당분간 스크린 수를 유지할 예정. 하지만 <실미도>가 세운 각종 신기록들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무섭게 다시 쓰고 있는 중이어서
<실미도> 사상최초 천만관객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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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인기를 모은 최지우가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주인공 수현(이병헌)이 자유분방한 미영, '숙맥' 학구파 선영, 권태기의 유부녀 진영 등 세 자매와 나누는 사랑을 그린 코미디.
최지우는 대학원생인 둘째 선영 역을 맡았다. 셋째 미영 역에는 <천년호>의 김효진이 출연한다. <게임의 법칙>의 장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첫째 진영의 캐스팅을 마친 후 이달 말께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지우,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이병헌과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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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를 둘러싼 갈취사건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부산지법 제2형사부는 17일 영화 <친구>의 제작사 등을 협박해 3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된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권모(45)씨와 조직원 정모(39)씨에 대한 폭력혐의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곽 감독이 권씨 등의 협박에 따라 영화 제작사 등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 권씨를 통해 정씨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밝혔으나 법정 진술에서 협박당한 사실이 없다고 이를 전면 부인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검찰은 정씨가 여러경로를 통해 수익금 배분을 요구했고 폭력조직 두목인 권씨도 여러차례 곽 감독에게 전화를 하거나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협박을 한 사실이 인정되며 곽 감독과 정씨간 접견부나 편지내용에도 협박사실이 드러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유죄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영화
<친구> 둘러싼 갈취사건 실체적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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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힘들고 어려우시잖아요. 이 드라마가 시청자 여러분들의 막힌 데를 시원하게 풀어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배우 김상경이 SBS TV <왕의 여자> 후속으로 오는 3월 8일 첫방송되는 20부작 월화 미니시리즈 (극본 장영철, 연출 홍성창.손정현)의 주인공 장총찬 역을 맡았다.
장총찬은 `인간시장'이라 불리는 사회악의 본거지를 배경으로 악을 응징하고 선을 구현하는 인물. 그러나 김상경이 말하는 장총찬은 완벽한 영웅의 전형이 아니라 인간적인 냄새가 풀풀나는 인물이다.
요즘 세상에 너무 완벽한 영웅이라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장총찬은 선의 사도이긴 하지만 다혈질이라 쉽게 흥분하고 앞뒤 안가리고 달려 들어 저지르는 스타일이에요. 엉뚱하기도 하고 덜렁거리기도 잘해서 `짜장면' 먹고 얼굴에 묻히기도 하고요. 돈키호테 혹은 만화같은 캐릭터죠."
MBC 드라마 `애드버킷'으로 데뷔한 김상경은 2001년 `홍국영'을 끝으로 브라운관을 떠나 지난해 흥행작 `살인의
[인터뷰] SBS <신인간시장>의 주연 김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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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첫 수혜작인 <신설국(新雪國)>이 27일 마침내 극장가에서 선을 보인다. <신설국>은 지난 5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을 통과한 데 이어 17일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아닌 성인 등급의 영화로는 처음 상륙하게 됐다.<신설국>은 한국에서 TV 탤런트로 활약중인 유민(일본명 후에키 유코)이 2001년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어서 수입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인터넷 사이트에 정사 장면만을 모은 동영상이 공개돼 포르노 논쟁을 불러일으켰는가 하면 영화 홍보를 둘러싸고 수입사(동아수출공사)와 유민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그러나 세간의 호기심과는 달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인생의 막장에 이른 중년 남자와 애인을 잃고 체념하며 살아가던 젊은 게이샤(藝者:일본식 기생)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린 영화로 70년대 충무로에서 유행하던 호스테스물을 연상시킨다.이야기는
[새영화] <신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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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영화계 풍경은 한 극장에서 대여섯개씩 스크린을 잡고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 때문에 입이 귀에 걸린 사람과 눈꼬리가 귀에 닿는 사람으로 나뉜다. 자잘하고 사랑스런 영화들은 태풍 <실미도>를 피해 2월이면 극장에 나서볼까 했다가 핵폭풍을 또 만나 한없이 표류하는 중이다. 봄기운이나 들어야 이들에게도 햇살이 들려나. 이런 판국을 보며 블록버스터는 나쁘다고 하자니 우습고 시장 논리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단순하다. 하나마나한 모범답안으로 체면치레하자면, 우리는 지금 영화산업의 제2차 폭발기를 맞아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 것이고 문제가 생겼으니 답을 찾아야 하고 답은 목마른 자가 우물 파는 심정으로 달려들고 옆에서 거들어야 한다.나는 요즘 우물을 파는 대신 틈만 나면 등짝을 바닥에 붙인 채 눈만 가자미처럼 옆으로 돌리고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중이다. 그랬더니 재미있었다. <대장금>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몇몇 드라마, 오락,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귀여운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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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미안하게도 나는 대학로를 지날 때면 필경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모이에 길든, 뒤룩뒤룩 살이 쪄서 잘 날지도 못하는 닭 같은 비둘기들을 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건 쥐야, 쥐. 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한 공중의 쥐들이야!’ 언제부턴가 듣기 힘들게 된 ‘쥐를 잡자!’는 캠페인 슬로건이 슬며시 떠올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평화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평화를 쥐처럼 밑에서 갉아먹는 허연 얼굴의 인간들의 저 고상한 은유에 속이 뒤틀렸기 때문일까?게다가 함께 가던 사람에게 그 말을 하면서 짓궂은 농담을 덧붙인 적도 있다. 저 날개 달린 쥐든, 아니면 정말 우리가 아는 고전적인 쥐든, 싫어하는 동물을 없애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고. 그것은 가령 “비둘기가 정력에 그만이래!” 하는 소문을 내는 것이다. 누군가 방송에 나와서 한마디 해주면 그 효과는 정말 확실하다.그런데 나는 농담으로 했던 것을 누군가 진지하게 실행한 사람이 있는 듯하다. 그는 비둘기
두 가지 사형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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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드는 이란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초등학생. 그의 짝꿍은 네마자데. 네마자데는 숙제를 안 해와서 선생님께 혼나고, 다시 또 숙제를 안 해오면 퇴학시키겠다는 무시무시한 꾸중을 듣는다. 옆에서, 톡 하고 손대면 터질 것만 같은 눈망울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마드는 방과후 집에서 숙제를 하려고 공책을 꺼내는데, 아차 그만 짝꿍 네마자데의 공책을 가져와버린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네마자데는 숙제를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럼 네마자데는 퇴학당하고 말 것이다. 아마드는 네마자데의 공책을 들고 친구 네마자데의 집을 찾아간다. 언덕을 오르고, 골목길을 헤매며 네마자데의 집을 물어물어 가보지만, 아무도 네마자데의 집을 모르고 더구나 네마자데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한둘이 아니란다. 날은 저물고 집에 돌아오니 엄마 심부름에 할아버지 담배 심부름까지 바쁘다. 친구의 집을 찾지 못한 아마드는, 밤을 새워 네마자데의 숙제까지 한다. -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11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