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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날씨였다. 지난 5월23일 <청연>의 촬영현장인 우에다로 가기 위해 도쿄 나리타 공항에 내렸을 때, 하늘은 잔뜩 지푸린 얼굴이었다. 기자와 동행한 <청연>의 배우 겸 캐스팅디렉터 김응수씨는 비가 오면 내일 촬영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조바심이 일었다. 단 2박3일의 취재일정, 만약 24일 촬영이 취소된다면 아예 현장을 못 보고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다. 일요일 아침 8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12시에 도쿄에 도착했지만 촬영지인 우에다까진 여기서 차로 4시간을 더 가야 하니 잘못하면 하루를 촬영장에 도착하는 데만 쏟게 생겼다. 그런데 내일 비가 와서 촬영이 취소된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아무튼 마음을 가라앉히려 우에다로 가는 버스 안에서 <청연>의 시나리오를 다시 한번 읽어본다. <청연>이라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이름, 박경원. 그녀의 마지막 비행 때도 비가 왔다. 박경원
<청연> 촬영현장, 일본 우에다를 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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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해. 내 곁에 있어줘.” “나의 일을 포기할 순 없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단 얘기야?” 세상에서 가장 답답한 동문서답처럼 보이지만, 일본에서도 이 대화는 남의 일이 아닌 모양이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중년 남녀의 절대적인 사랑을 그렸던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 그의 또 다른 소설을 영화화한 <메트레스 연인>은 결혼 적령기를 넘긴 한 여성의 혼란스러운 자아찾기라는, 진부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의 소몰리에(와인 전문가)인 미혼 여성 카타기리 슈코(가와시마 나오미)와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로 가득한 유부남 토노 슈헤이(미타무라 구니히코)는 달콤한 한때를 즐기는 연인 사이. 여자는 결혼의 정의를 “서로가 정착할 수 있는 곳의 발견”이라고 믿고 싶어하지만, 남자는 이에 대해 “결혼은 서로 나아가길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대꾸한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 부인에게 토노가 버림받은 이후, 둘
결혼에 대한 진부하지만 절실한 물음, <메트레스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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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어쌔신>은 생소한 직종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케빈(스킷 울리히)은 “법질서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국가에 지사들을 갖고 있기에 고객과 사원의 안전을 자체 인력으로 보호하는 다국적 금융회사 요겐슨의 보안요원이다. 생부를 잃은 케빈을 거두어 양육한 사장은 그를 아들처럼 여기는데, 덕분에 사장의 친아들은 그를 원수로 여긴다. 승진한 케빈은 요겐슨사의 직원인 애인에게 청혼을 준비하지만, 룸서비스 대신 들이닥친 킬러는 연인의 심장과 케빈의 미래를 부숴놓는다. 범죄 현장에 출동한 인터폴은 살인이 돈세탁과 연루되어 있음을 내비치고 진실을 추적하는 케빈 앞에 드러나는 사실들은 속속 새로운 용의자를 지목한다.
<소울 어쌔신>이 궁극적으로 고발하는 범죄는, 이윤을 위해서는 인간의 기능뿐 아니라 영혼까지 착취해 마땅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조직이다. 케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도구에 불과했으나 딱 한 가지, 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만은 잊지 않았기에 영혼을 건진다. 그러나 이
복수의 끝에 이르러 적의 실체를 깨닫는 남자의 모험담, <소울 어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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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스크림2>에서 공포영화 전문가 랜디는 다음과 같이 ‘속편의 법칙’을 정리한 바 있다 “오리지널보다 시체가 더 많아지고, 더 잔인해지고, 더 피가 튀기고, 플롯은 더 꼬인다.” 이에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온 <데스티네이션2>는 반문한다. “그런데?” 영화는 법칙 따위 개의치 않는다. 전략적으로 ‘공포영화 사상 가장 거대한 스펙터클’을 전면에 내세웠다. 초반 10분의 대형 자동차 충돌신은 시작일 뿐이다. 사람들은 “해괴한 사건”에 의해 더 화려하게 죽어간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던 킴벌리(A. J. 쿡)는 고속도로에서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는 환상을 본다. 그리고 환상의 징조들이 현실에 출현하자 그녀는 국도 진입로를 가로막는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곁에서 곧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사람들은 경악한다. 한편, 킴벌리는 1년 전 180기 폭발사고의 생존자들이 겪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음을 감지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클레어(알리 라터)에
공포영화 사상 가장 거대한 스펙터클, <데스티네이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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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혼은 다시 돌아온다. 어린 시절 수없이 들었던 괴담에서 꾸준히 반복되는 교훈은 그것이다. 억울하게 죽어 한이 맺힌 자들은 산 자에게 간곡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공포의 강을 건널 수만 있다면 원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의 전제는 이처럼 유서 깊은 귀신 이야기다. 피부나 머리카락처럼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하나도 없는 두개골이 있다. 누구의 두개골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복안’이다. 두개골로 죽은 자의 얼굴을 유추, 재현하는 방법인 복안으로 죽은 자의 얼굴이 하나둘 맞춰진다. 그것이 누구의 얼굴이냐가 <페이스>가 던지는 질문이다.
4년 전 복안 전문가를 만나면서 시작된 <페이스>는 원귀가 나오는 공포영화인 동시에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은 과학수사연구소의 복안 전문가 현민(신현준).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어린 딸이 안쓰러운 그는 연구소에 사표를 던지고 딸의
두개골로 죽은 자의 얼굴을 유추하라,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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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서 구름을 밟고 산다고 해도 믿어버릴 것만 같은 미모의 여배우 니콜 키드먼(37)이 번잡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지상의 대도시, 뉴욕으로 ‘내려’왔다. 지난 2일 저녁(현지 시각) 뉴욕에서 시사회가 열린 <스텝포드 와이프>(감독 프랭크 오즈)에서 키드먼은 잘 나가는 뉴요커 커리어 우먼으로 등장한다.
전직 방송사 간부가 이사간 조용한 마을서 벌어지는 얘기
부드러운 금발머리를 길게 나리던 전작들과 달리 검게 염색한 짧은 커트머리 차림으로 변신한 키드먼은 방송사의 야심만만한 고위간부 조안나 역으로 분했다. 자신이 제작했던 프로그램이 문제가 돼 회사에서 잘리고 난 뒤 가정을 되찾으려는 남편(매튜 브로데릭)의 권유로 스텝포드라는 조용한 마을에 이사온 그는 동화 속에서 뛰쳐나온 것같은 집들과 사람들의 어색한 행동에 의문을 느끼고 이 마을이 가진 어마어마한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시사회 다음날 센트럴파크 옆의 한 호텔 기자회견장에 감독, 동료배우들과 함께 나타난 키드먼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텝포드 와이프>뉴욕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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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름(꽃보다 아름다워)>에 빠져들었던 진한 감정을 얼른 잊기 위해 드라마 선택을 앞당겼다" 고두심(53)이 14일 시작될 KBS 1TV (극본 구현숙, 연출 이강현)에 출연한다. <꽃보다 아름다워>에 이어 공교롭게 이번에도 역시 첩을 본 조강지처 역이다. 그는 "남편에게 후처가 있다는 건 같지만 성격은 다르다. 이번 배역은 남편에게 큰소리도 치고, 방앗간을 운영해 경제적 자립도도 높은 어머니역"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시청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꽃보다 아름다워>가 올해로 연기생활 23년째를 맞는 이 중견 배우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대표작으로 남아 있나 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꽃아름>에 대한 애착을 내비쳤다. "그렇게 좋은 작품을 하면 연기자로서 행복하고 그 날들이 꿈만 같지만, 그 작품을 하는 내내 너무 아팠다. 가슴앓이가 심해 얼른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계속 그 감정을 안고 살아갈 것같았다"
숱한 드라마에 출연했지
또 ‘첩있는 본처’역 맡은 고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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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를 비평적으로 소개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기는 좀 힘들다. 그러나 아시아를 잇는 한국의 대중문화, 아시아 상호간의 대중문화교류를 이해하는 텍스트로서는 중요하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엽기적인 그녀>가 홍콩, 대만, 일본, 타이의 젊은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를 감정적으로 친밀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엽기적인 그녀>는 <나의 야만적인 여자 친구>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다. 불법 DVD 판매이긴 하지만 300만장에서 1000만장까지 DVD가 유통되면서 중국권의 젊은 관객들에게 엽기발랄한 이미지의 전지현이 알려지게 된다. 대만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본 젊은 여성들은 엽기적인 여자 친구가 되고 싶어 했고, 홍콩의 젊은 남자 관객들의 호응도 열렬했다.
아시아에서 할리우드의 문화지배가
[비평릴레이] <여.친.소>, 김소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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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는 지난 5일(현지시각)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삶과 리더십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9일 오후 8시50분에 긴급편성한다. `미국의 오늘을 만든 사람-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란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성장기, 정계입문, 정치초년기, 대통령 당선 등으로 구분해 레이건 전대통령의 전생애를 되돌아본다. 전 미국 국무장관인 조지 슐츠와 월터 먼데일 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속의 그의 활약도 살펴본다.미국에서는 지난 5일 10여년의 알츠하이머 병과 투병끝에 타계한 레이건에 대한 추모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레이건이 재임 기간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냉전시대를 끝내고 미국을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 이끈 지도자로 평가받으며 미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1911년 출생한 그는 젊은시절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 후보 찬조연설로 정계에 데뷔해 1980년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는 `강하고 풍족한 미국'을
EBS, 레이건 추모특집 다큐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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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영화제 잇따라 열려맑은 공기와 물소리 가득한 산사에서 온가족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산사영화제가 잇따라 마련된다. 특히 여름 개봉을 앞둔 신작이 산사에서 처음으로 시사회를 갖고 일반에 공개되기도 해 관심을 모은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오대산 월정사(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는 오는 19-20일 오후 7시30분 대웅전 앞에서 '천년의 숲길 찾아가는 산사영화제'를 개최한다. ☎(033)332-6664∼5.월정사측은 "문화 향유의 기회가 적은 강원도 지역 주민들에 대한 문화포교의 일환으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식전행사로 천년의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내면을 관조하는 시간도 갖는다. 상영작은 <달마야 서울가자>와 <아홉살 인생> 등 2편. 이중 <달마야 서울가자>(19일)는 <달마야 놀자>의 후속편으로 오는 7월8일 전국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 야외 산사에서 영화시사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월정사 종무소 박재현 기획차
맑은 공기와 물소리 가득한 산사에서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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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시장 "애니메이션 서울 전략산업화"2007년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애니메이션 전용극장을 포함한 애니메이션 콤플렉스가 조성된다. 프랑스 안시를 방문 중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8일(한국시간) "상암월드컵 주경기장 옆에 자리잡은 옛 마포석유비축기지 중 주차장 부지 1만여 평에 중소기업전시장과 컨벤션센터, 애니메이션 전용극장 등을 포함한 1만8천평(연면적)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을 짓기로 중소기업중앙회와 합의했다"고 밝혔다.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전용극장이 들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이에 따라 내년에 착공, 오는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옛 석유비축기지 뒤편에 자리잡은 매봉산 일대는 현재 남아있는 5개의 석유비축통을 개조, 애니메이션 및 게임 체험 공간을 만들고 애니메이션 조형물을 세우는 등 `애니메이션 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서울시가 시유지인 부지(800∼900억원 상당)를 제공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건물을 지어 1∼2층에 전시장과 컨벤션을 운영하며 나머지 공간에 들
애니메이션 콤플렉스 상암동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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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지난 5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가수인 마크 앤서니와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은 주간지 '피플'과 '유에스 위클리'의 보도를 인용, 두 사람이 40명의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저녁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올해 33살인 로페즈는 이번이 세 번째 결혼으로 지난 97년 웨이터 출신의 오자이 노아, 2001년에는 댄서 크리스 주드와 결혼한 적이 있으며 살사 가수인 앤서니는 미스 유니버스 출신인 다야나라 토레스와 지난주 이혼했다.
이에 앞서 로페즈는 지난해 9월 '과도한 언론의 관심'을 비난하며 배우 벤 애플렉과의 결혼을 취소하고 4개월 뒤인 지난 1월 결별했다. 미국 차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앤서니는 최근 덴젤 워싱턴이 출연한 공포영화 <맨 온 파이어>(Man on Fire)에도 출연했다.
제니퍼 로페즈, 살사 가수와 세번째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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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 타이밍을 맞춘 또 하나의 안티 부시 영화가 선을 보였다. 독일 출신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의 <투모로우>. 고향에서 별볼일 없다가 할리우드에서 살길을 찾은 독일 감독 가운데 한명으로,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등을 통해 ‘단순한 플롯+가공할 특수효과’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아온 에머리히가 픽션계의 마이클 무어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투모로우>의 스토리는 단 몇줄로 요약된다. 교토 환경조약을 가뿐히 거부한 미국은 지구 온실효과로 인한 대참사라는 죗값을 톡톡히 치른다. 미국 전역을 강타한 갑작스런 빙하기 말이다. 이로 인해 기후 전문가 아버지는 아들과 생이별을 하고, 아들은 얼어붙은 미국 땅에서 눈물겨운 고생을 하다가 아버지에 의해 구출된다. 생존한 미국인들은 멕시코로 피난을 가고… . “신임” 대통령은 자연을 함부로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깨닫는다. 이 몇줄의 스토리가 컴퓨터 특수효과 덕에 지
[베를린] <투모로우>도 안티 부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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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를 둘러싼 방송언론 매체들의 난리법석이 벌써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지금, 앞으로 열두달 동안 동네 극장에서 상영될 영화(미국 스튜디오 생산물을 제외하고)를 결정하는 업계의 중요한 사업은 막 시작됐다. 그 계약들은 대체로 영화제와 동시에 진행되는 칸 필름 마켓에서 이루어진다.
필자는 칸영화제는 질색이지만 칸 필름 마켓은 사랑한다. 식당에서 세트 메뉴(파리사람 스무명 남짓이 선택한 영화 87편)를 먹는 것과 메뉴판에서 스스로 골라먹는 것(자기 힘으로 그곳에 와 있는 영화 600편 이상)의 차이라고나 할까.
칸에 온 평론가들 중 마켓을 거들떠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매년 영화제의 선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칸 마켓을 탐구해본다면 세계 영화의 진정한 맛과 폭을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켓에는 무엇을 보라고 정해주는 각종 이익집단, 중개인, 위원회, 민족적 선입관이 없다. 등록비와 상영에 드는 비용만 감당할 수 있다면 누구나 영화를 선보일 수 있다.
업계
[외신기자클럽] 칸의 알짜 재미는 칸 마켓에 있다 (+영어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