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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진짜 눈물의 공포>폴란드의 영화감독 키에슬로프스키는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름이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그의 영화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었고 이 영화는 1990년대 한국의 영화광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던 예술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뒤이은 삼색 연작은 잠깐 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실패로 간주되었고 곧 잊혀졌다. 물론 마땅히 걸작으로 불려야 할 <십계> 연작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그다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편 폴란드 내에서는 한때 참여적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들을- 예컨대 <야간경비원의 시선>이나 <카메라광> 같은 영화들- 만들던 키에슬로프스키가 후기에 가서 점점 심리적이고 종교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영화들을 만드는 것에 대해 만만찮은 비판들이 가해지기도 했다고 한다.슬라보예 지젝의 <진짜 눈물의 공포>(The Frig
박진감 넘치는 키에슬로프스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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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의 잇딴 히트로 데뷔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기만성형 배우 염정아가 이번엔 흡혈귀로 변신한다. 염정아는 박찬욱 감독의 <쓰리, 몬스터>의 액자속 영화에서 그 하얀 피부와 가늘고 긴 팔, 핏빛 입술 등 신체적 장기를 활용하여 동양적 흡혈귀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염정아의 '흡혈귀' 연기지도를 하는 감독은 다름아닌 이병헌. 이병헌은 <쓰리, 몬스터>에서 영화감독으로 출연하는데 박찬욱 감독이 평소 '뱀파이어 영화' 제작을 흠모해 왔다는 점에서 극중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 자신이 투영된 또다른 모습이다.
<쓰리, 몬스터>는 한국의 박찬욱 감독과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홍콩의 프루트 챈이 함께 만드는 아시아 3개국 옴니버스 호러 영화. 인기 영화 감독이 어느 날 괴한에게 납치 당해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에 직면하게 되는 내용으로 오는 8월 개봉예정이다.
염정아, 이번엔 흡혈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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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를 본 사람은 감독의 이름보다 이자벨 위페르의 눈동자를 더 기억할 거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위자벨 위페르와 영화라는 매체가 이후 반복해서 풀어나간 성과 계급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이다. 미용실 보조로 일하는 18살 소녀는 문학도 청년과 만나면서 생의 나락과 마주하게 된다. 모퉁이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그녀에게 그와 친구들이 벌이는 토론의 주제는 온통 알아들을 수 없는 것 천지이며, 그의 가족과의 만남 또한 자본주의 내부에 존재하는 계급을 확인해줄 뿐이다. 정신요양원에 갇힌 채 관객을 응시하는 여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보여질 때, <레이스 뜨는 여자>는 우리의 허위를 묻고 잘못된 최선의 의도를 질타한다. 보통 뜨개질은 남을 위한 행위이며, 뜨개질하는 사람의 존재는 쉬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를 1차적 관계로 이끌 동안, 우리의 헛된 짓거리는 2차적 관계를 여전히 부수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스 뜨는 여자>가 관
[DVD vs DVD] <레이스 뜨는 여자> vs <마리와 줄리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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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줄리에타> GIULIETTA DEGLI SPIRITI1965년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상영시간 137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2.0 모노자막 한글, 영어출시사 알토미디어(1장)<영혼의 줄리에타>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첫 컬러영화이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타이틀 부록으로 실린 인터뷰 ‘익숙한 정신’에서), 이 영화는 한 여성이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이탈리아 중산층 가정의 주부로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다. <달콤한 인생>과 〈8 1/2>에서 한 남성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한 펠리니는, 자신의 아내이기도 한 줄리에타 마시나를 출연시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줄리에타 마시나는 <길>과 <카비리아의 밤>에서 하층계급의 여성을 연기했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일까? <영혼의 줄리에타>의 부르주아 여성 역할은 좀 낯설어 보인다. 줄리에타는 삶
펠리니의 기괴한 플래시백 세계, <영혼의 줄리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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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 호러 컬렉션> Hammer Horror Collection1957∼70년감독 테렌스 피셔, 제임스 버나드상영시간 540분(6 디스크)화면포맷 1.85:1, 2.3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2.0 영어자막 워너홈비디오(미국)출시사 예고편 외1935년 영국에서 설립된 해머스튜디오는 영화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영화제작사 중 하나이다. 1980년대 재정난으로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하는 처지로 강등되기 전까지 해머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오직 공포, SF, 범죄, 모험 등의 B급 장르영화에 충실해왔으며, 그 장르만의 고집을 “해머 스타일”로 불릴 수 있는 독특한 영화적 스타일과 저예산의 제작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컬트적인 추종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터 쿠싱과 크리스토퍼 리라는 걸출한 호러 배우와의 지속적인 공동작업으로 이루어낸 해머 특유의 고딕 공포영화의 아우라는 1930년대 유니버설 공포영화를 뛰어넘는 또 다른 호러 전통의 탄생이라
공포와 에로티시즘 사이, 해머 호러의 진수, <해머 호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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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41)가 2001년 9.11공격 때 독극물에 노출됐던 구조작업자들을 위해 뉴욕에 해독센터를 열었다고 BBC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롱아일랜드에 자리잡은 이 센터는 크루즈가 자금을 댈 두번째 해독치료시설이다. 지난 3월 그는 파괴된 빌딩의 파편더미들 사이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던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120만달러(14억4천만원)를 모금했었다.
크루즈는 9일 개소식에서 "테러공격이후 근 3년이 됐는데 아직도 수천명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나와 이 영웅들과 그 가족들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작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질환은 '9/11증후군'으로 명명됐다.
2002년 맨해튼에 처음 개설된 해독센터는 크루즈가 교인인 론 허바드의 사이언톨로지교회가 일부 지원했다. 허바드의 책 '맑은 몸, 맑은 마음'에 설명돼 있는 이 대안 치료는 구조작업자들이 독성물질들로부터 신체를 정화하도록 돕기 위해 '운동과 사우나 땀빼기, 비타민과
톰 크루즈, 해독센터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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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추천 장벽과 까다로운 설치 규정 때문에 난항을 겪어오던 제한상영관이 전기를 맞게 됐다. 2002년 1월 개정 영화진흥법이 공포된 지 2년여 만인 5월 14일 대구의 레드시네마와 동성아트홀이 제한상영관으로 바꿔 개관했으나 다른 지역 극장들의 제한상영관 등록 신청서가 잇따라 반려되는가 하면 상영 예정작 <지옥의 체험>이 수입추천 심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등 급제동이 걸렸다.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제한상영관 등록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내고 영화계에서도 수입추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어 제한상영관 설치와 운영에 숨통이 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제한상영관 체인 듀크시네마가 계약한 전국 16개 극장 가운데 현재 문을 연 곳은 지난 주말 개관한 포항의 명보극장을 포함해 3곳. 부산의 국도극장과 수원의 피카디리극장도 내주 등록절차를 마치고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구미 명보극장, 서울 매직시네마, 순천 코리아극장 등은 청소년시
제한상영관 운영에 숨통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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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물고기>銀河の魚/ URSA minor BLUE1993년감독 다무라 시게루상영시간 23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TS 5.1 일본어자막 한글출시사 뉴타입 DVDDVD를 컬렉션 하다보면 자신만의 손님 접대용 타이틀이 생기는 법이다. 아직 홈시어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손님들이 방문할 경우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접대용 타이틀들의 최우선 임무가 된다. 하지만 계속 업데이트되는 화질과 사운드를 담은 DVD 출시로 이들 접대용 타이틀의 수명은 짧기만 하다. 다무라 시게루의 1993년작 <은하의 물고기>는 DVD의 초창기라 할 수 있는 99년 일본에서 초판이 출시됐지만 아직까지 접대용 타이틀로서 손색이 없다. 이후 국내서도 <고래의 도약>과 함께 DVD 스틸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DVD 퀄리티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박에 레퍼런스로 자리잡게 된 타이틀이기도 하다. 작품의 완성도에선 <고래의 도약>
23분간 당신의 오감을 접대해드립니다, <은하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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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며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대책위.위원장 정지영.안성기)는 11일 오후 5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면담하고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 재천명을 다시 한번 촉구할 계획이다.영화인대책위 양기환 위원은 "지난 3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이 제3회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 서울총회 참가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스크린쿼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창동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영화인대책위측은 "정부가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해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사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양 위원은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가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세계 각국에
스크린쿼터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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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어린이 만화 프로그램의 외국어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방송위원회 산하 방송언어특별위원회(위원장 고흥숙)가 지난달 10-16일 오후 4-7시 KBS, MBC, SBS 등 지상파 만화 프로그램 16편을 모니터한 결과 제목과 캐릭터 명칭 및 대사에서 무분별한 외국어와 정체 불명의 신조어 사용이 지나친 것으로 조사됐다.우선 KBS 2TV의 <마하특급 델타트레인>, MBC의 <스튜어트 리틀>, SBS의 <포켓몬스터 AG> 등 모니터 대상 만화 16편이 대부분 외국어 제목을 사용하고 있었다. 제목과 캐릭터명 외에 대사에서도 외국어 남용이 심각했는데 SBS의 <유희왕> <범퍼킹 재퍼> 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블랙 매지션 공격개시 매직컬 실크햇" "마인드 스캔 마인드 체인지" "오 그레이트"(이상 유희왕), "윈드클랜의 마스터 캡틴 오버(범퍼킹 재퍼)" 등 성인들도 알아듣기 힘든 정체 불명의 외국어 및 신조어가 어린이들에
방송위 “지상파 만화 외국어 남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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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혹은 사진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전문직이지만, 사진과 사진기는 휴대폰처럼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지 오래다. 디카와 웹 덕에 사진을 찍고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그러나 블로그나 미니 홈피 등에 올라온 사진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 고르고 골라낸 고운 사진이 아닌 것은 웹에서 구경하기 어렵다. 그렇게 고른 사진은 사실 일상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딜 둘러봐도 대개 비슷해서 너무 친숙해져버렸다.일상의 하루를 찍어 올리는 ‘삶의 하루’(http://www.adayinthelife.org)라는 사이트에는 일상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한주씩 맡아서 하루 한장씩의 일상의 사진을 올리기 때문이다. 매번 다른 사람이 올리는 만큼 늘 낯설고 신선하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200여명이 자신의 7일을 보였고 참여자는 계속 늘어난다. 사진의 원칙은 단 하나, 24시간 내의 사진을 올려야 할 것. 이는 사진의 일상성을 강조하기 위
타인의 일상 엿보기, http://www.adayintheli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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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액션어드벤처배급 THQ 코리아플랫폼 PS2/Xbox언어 한글자막액션어드벤처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적당한 게임 엔진에 비장미 풍기도록 그럴듯하게 지어낸 스토리를 얹고, 갈기머리 히어로나 늘씬한 히로인과 몬스터 한 무리를 그 속에 풀어놓으면 그만 아닌가. ‘쉽게’ 만든 게임이 시장에 넘쳐나기에, 이 장르의 신작을 대할 때에는 기대에 앞서 지루함이 먼저 찾아올 때조차 있는 것도 사실이다.<스핑크스와 저주받은 미라>는 전혀 다른 개성의 두 캐릭터를 축으로 진행되는 액션어드벤처 게임이다. 첫 번째 캐릭터인 스핑크스는 전형적인 주인공. 암흑기의 도래를 막기 위해 나선 그는 용암 지대를 건너뛰고, 퀘스트를 통하여 업그레이드한 무기로 몬스터를 무찌른다. 반면에 두 번째 캐릭터인 미라는 더 이상 잃을 목숨이 없다는 특징을 활용하여, 조여오는 벽 사이로 걸어 들어가 오징어포가 된 뒤 좁은 틈을 통과하거나, 칼날에 몸을 던져 스스로를 몇 조각으로 나눈 뒤 여러
액션과 퍼즐의 조화, 기막혀라, <스핑크스와 저주받은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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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변증법적 유물론자입니다.” 최근 만난 어떤 분과 대화를 하다가 듣게 된 말이다. 아, 변증법이라니, 유물론이라니, 얼마 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이미 십수년 전에 완전히 멸종됐다고 학계에 보고된 희귀동물을 도시 한복판 술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듯한 기묘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련이 붕괴되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부서지는 역사를 목도하며 우리는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갔다”라는 말을 하고,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깨동무를 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었다. 깃발은 내려지고, 동상은 철거되고, 군중은 해산했다. 그즈음 13대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씨는 “이제는 안정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대통령이 되었고, 이념과 혁명의 시대가 아니라, 먹고살기에 급급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이끌었다. 그렇게 저마다 먹고사는 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 이후로는 다시는 그런 단어를 동원하는 대화를 할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후로 과연 우리는 대체로 전셋값이나 안정되고 불경기나 해소되었으면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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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3가에 가면 온갖 종류의 손잡이와 경첩들만 모아놓고 파는 철물점들이 있다. 나는 종종 작업에 쓸 철물을 구하러 이 가게들을 찾아간다. 서랍과 상자, 문짝 같은 것을 만들면서 거기 쓰일 부속품들을 그때그때 사다 쓰곤 하는 것이다.타일과 욕조, 조명기구와 페인트 가게들이 몰려 있는 이 거리는 인테리어 업자들과 목수와 미장이들, 짐꾼들과 용달차와 주차 단속원들로 늘 붐빈다. 비좁은 가게에서 쏟아져나온 물건들이 쌓여 있는 길바닥에서 사람들은 흥정을 하고 팔린 물건들을 묶고 포장한다. 거리 전체가 전시장이자 임시작업장인데 그 사이를 비집고 자전거와 리어카들이 억척스럽게 돌아다닌다. 그래도 이 복잡한 거리를 배회할 때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아직 손으로 뭔가를 만들면서 살아가는 수공업 동업자들 틈에 들어 있다는 느낌, 세상이 여전히 타일을 붙이고 욕조를 바꾸고 문의 손잡이를 갈아끼우며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세상이 나를 완전히 추월한 것은 아니
손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