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카세트 테이프를 구입한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미디어는, 책과 노트에서부터 각종 테이프와 디스크들을 거쳐 지금의 메모리칩과 디지털 파일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저장매체의 변화에 따라 저장방식도 변화해왔다. 미디어의 발전의 목적은 콘텐츠의 빠른 복제와 이동, 보관이다. 그 파급으로 이전의 원시적 미디어를 제조, 판매하던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대표적으로 지금 음반시장은 완전히 기존의 음악유통시장이라는 기득권을 거의 상실했다. 음반회사들은 대부분 망했고, 망할 위기에 처해 있다. mp3라는 전혀 새로운 기록방식과 그것을 손쉽게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개인용미디어의 등장으로 더이상의 상업적 특권을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CD가 등장하면서 LP가 몰락했듯이, mp3의 등장은 CD를 몰락시킬 것이다.음반시장은 죽었다. 그렇다면 음악의 시대가 위기를 맞는 것인가? 천만의 말씀.CD 판매 사업자에게는 운명적인 몰락의 시기가 온
미디어
-
우리는 6월 중순 ‘엽기 비디오’를 단체 관람했다. 김선일씨를 무참하게 죽인 집단의 이름은 ‘알 타우히드 알 지하드’(유일신과 성전). 이슬람 전사는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고 외치는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히 참수했다. ‘유일신’의 이름으로 ‘성전’의 일환으로. ‘성전’에 나선 전사들은 ‘유일신’을 믿지 않는 외국인에 대한 일말의 동정도 없었다. ‘미국을 도왔다’는 강변이면 족했다. 반면 이슬람 전사들은 터키 인질에게는 ‘이슬람 형제’의 이름으로 석방하는 온정을 베풀었다.도대체 그들이 인질로 붙잡은 군납업체 직원과 에어컨 수리공이 그들의 ‘성전’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오직 파병국가의 ‘국적’을 가졌다는 죄밖에 더 있는가? 그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성전에 대한 일말의 동정도 사라졌다. 그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전쟁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가 왼발, 오른발 호흡 맞추어가면서 움직이는 폭력의 질서가 끔찍할 뿐이다. 극단주의자들의 광기가 휩
‘근본’ 없는 세상은 어디에
-
-다 제 잘못이지요.나무꾼이 입을 열었다.-훔칠 때 확인했었어야 했는데… 집에 와서 확인을 한 제가 잘못한 거죠. 저도 놀랐는걸요. 사실… 누가 알았겠어요? 선녀면 다 같은 선녀라고 생각했지… 설마 사이즈가 엑스 라지일 줄은…. 가뜩이나 비좁은 방… 그녀가 들어온 뒤론… 두레박만 봐도 왠지 눈물이 나요….그래, 그럴 수 있다. 다 그런 세상이니까… 선녀도 비만해질 수 있고 뚱뚱해도 선녀가 될 수 있지…. 괜찮다… 선녀 마누라 얻겠다고 목욕하는 여자 옷 훔쳐온 네가 잘못이다. 희망을 가져라. 요즘 쇼핑 채널엔 살빼는 장비들도 많더라…. 세상이 세상이지 않더냐?-뿐만 아니지요….나무꾼이 계속 입을 열었다.-훔친 그 옷 겁나게 비싸더군요. 게다가 그 옷을 할부로 산 건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 할부값이 왜 우리집으로 올까요? 혼인신고도 안 했는데…. 쌓여가는 할부 용지를 보면서 애꿎은 옥황상제만 욕하고 있지요.참아라. 다 그런 세상이다. 그럼 그 선녀가 입고 있는 옷이 천
이게 아닌데
-
건달, <몬스터>에서 매춘의 희생자를 목격하다매춘은 흔히 필요악이라고 한다. 매춘의 필요성은 일반적으로 ‘난폭한 성 에너지의 관리’ 차원에서 거론된다. 성의 독점적 교환을 전제로 한 일부일처제에 내재한 성적 억압을 ‘사회적으로 무해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춘을 도덕적으로 승인하고 합법화하면 성의 독점적 교환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 일부일처제의 이념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된다. 매춘은 도덕적으로는 악으로 남아야 한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매춘을 필요악의 자리에 갖다놓고 관리하는 것이다. 매춘 정책의 원칙은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되 일부일처제의 이념을 흔들지 않기 위해 필요할 때 언제든 개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매춘의 당사자가 사회적 발언권이 없어야 하고 단속의 효율을 위해 평소에 일정한 지역 안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매춘은 불법으로 규정되고 행정적으로 용인되거나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합법화되며 특정 지역에
매춘이라는 스펙터클, <몬스터>
-
-
우선 익숙하지 않음에 불편할 것이다. 인물들도 이상하고, 배경도 그렇고, 이야기는 무언가 답답한 것 같다. 시각적으로 낯설어서 불편하기 때문에 그렇다. 톤도 없고, 때론 회색도 없이 흑과 백뿐이고, 명확한 직선도 없는 배경까지 모두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정송희의 만화는 무엇보다 작가 개인에 의해 그려진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만화의 원초적인 힘을 보유한 작품이다.소박하지만 풍부한 그림으로 정송희는 삶을 미시적으로 바라보고, 기록한다. 표제작인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의 경우 어린 시절 각각 다른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자와 가해자였던 남자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되돌아본다. <지나 사라지다>는 희생만을 강요당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유년의 틈> 역시 어린 시절 상처받은 기억을 지닌 두 사람의 회상을 그린다. <누드모델>은 육체적 차이에 대한 타인의 폭력적인 발언에 대한 상처를 이야기하며, <그게 뭔지 몰랐어>는
나지막하게 미시적으로, 정송희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
-
<특전 유보트 완전판> Das Boot-the Original Uncut Version1981년감독 볼프강 페터슨출연 위르겐 프로흐노프,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 클라우스 베네만상영시간 293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컬러음성포맷 독일어, 영어 DD5.1, 독일어, 영어 DD 2.0 서라운드부록 제작과정출시사 콜럼비아트라이스타홈비디오(미국)현재 할리우드에서 상업감독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독일 출신의 감독 볼프강 페터슨의 1981년작 <특전 유보트>는 독일인의 시각에서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솔직하게 그려낸 반전영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물론 조너선 로젠봄처럼 이 영화의 반전성의 의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평론가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특전 유보트>를 회고해보면 바다 속 잠수함 전투장면을 실제의 상황보다도 몇배 더 실감나고, 긴장감 있고, 어쩌면 현실의 경험보다 더욱 강렬하고 지독
오 놀라워라, 강렬하고 지독한 블록버스터
-
<밝은 미래>는 혼란스럽고 모호하다. 현대 영화계에서 구로사와 기요시가 차지하는 불안한 자리를 드러내는 것 같다. 한 남자의 살인과 자살, 그리고 남겨진 두 남자와 해파리가 의미하는 게 뭔지 알기는 쉽지 않다. 혹시 길가는 십대를 보면서 생물학적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럴 때 그들은 우리와 다른 종의 생물처럼 보인다. 십대는 해파리처럼 손을 대면 죽음으로 몰고갈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 아름다움은 세상을 밝고 살 만하게 만드는 존재다. <밝은 미래>는 십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눈에 맞춰진 영화이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도 우리가 십대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는 예정된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이미 내포되어 있는 진실인 것이다. <밝은 미래>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애매한 미래>(한정수량으로 발매된 <밝은 미래>의 일본판 DVD에 포함되어 있다)이다. 미래가 밝거나 아니면 애매해지는 건 결국 세대간
무섭지만 아름다운 십대, <밝은 미래>
-
<악마의 씨> Rosemary’s Baby1968년감독 로만 폴란스키상영시간 137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2.0 모노자막 한글, 영어출시사 파라마운트(1장)1968년에 제작된 <악마의 씨>는 로만 폴란스키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호러영화로 분류되는데, 보고 나면 과연 이 영화를 호러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 영화가 오컬트 무비의 원조쯤 된다는 평가는 일반적인 것이겠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호러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공포를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아이라 레빈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그 흔한 특수효과나 무시무시한 형상을 한 괴물이나 귀신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부서질 듯 위태로운 체격을 가진 미아 패로의 몸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아이에게 다가오는 사탄의 무리들의 위협이 있을 뿐이다. 로즈메리와 가이 부부는 맨해튼으로 이사를 오고 임신을 하려고 한다. 그들
오컬트 영화의 진수, <악마의 씨>
-
요즘이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대부분 코스프레를 하지만 1970년 중반에는 한편의 TV외화 시리즈가 코스프레 대상으로 인기인 적이 있었다. 성조기 모양의 팬티에서부터 별 문양이 새겨진 왕관,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마술 올가미와 힘의 원천인 매직벨트 그리고 총알마저 튕겨내는 팔찌를 갖춘 힘센 미녀 원더우먼은 당시 남녀노소 구분없이 폭넓은 사랑을 받았었다(적어도 대단한 관심은 얻었다). 이 원더우먼이 이번엔 둥근 원반(DVD)을 타고서 안방을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 출시되는 시즌 1에는 시리즈의 첫 시발점인 파일럿과 나치 원더우먼, 원더걸 에피소드 등 76년 당시 를 통해 첫 방송되었던 14회 분량이 담겼다. 부가영상으로는 20여분간의 인터뷰가 담겼는데 원더우먼 역의 린다 카터는 미스 미국 출신다운 미모를 여전히 과시한다. 원더우먼 히스토리 작가인 레스 대니얼스는 원더우먼의 창조자로 거짓말 탐지기를 발명한 윌리엄 몰튼을 소개하며 그 때문에 마술 올가미가 거짓말 탐지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아름다운 액션 히어로와의 재회, <원더우먼 시즌 1 박스 세트>
-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하 <해리포터3>)의 흥행열기가 심상치 않다. 이번주 목요일(15일)에 개봉된 <해리포터3>는 어제 하루만 서울 49,934명, 전국 135,729명이 관람했다. 일부 극장에서 먼저 상영된 수요일 전야제 관객까지 포함하면 서울 55,896명, 전국 147,981명이 장마비를 뚫고 극장을 찾았다. 전야제 관객수도 그렇고 목요일 평일 하루 개봉수치도 놀랍다.
<해리포터3>의 목요일 하루 흥행 결과는 <매트릭스2>가 개봉주 목요일 서울 5만9천, 전국 13만의 관객을 기록한 것과 비슷한 수치. <매트릭스2>와 비교해볼때 서울관객은 다소 떨어져도 전국관객은 더 앞선다. 목요일 하루 결과가 이 정도면 이번주에 학생들이 대부분 방학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볼때 주말흥행이 가히 폭발적일것이라는게 쉽게 예상되는 부분이다.
올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서 <슈렉2>는 서울 주말24만, 전국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대박 예감
-
<빅 피쉬> Big Fish2003년감독 팀 버튼상영시간 125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영어자막 한글, 영어출시사 콜럼비아대니얼 월러스의 <큰 물고기>는 언뜻 마술적 사실주의 계열의 소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훈훈한 가족드라마엔 삶의 고통이나 땀냄새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혼란스럽게 나열된 개인의 기억 또한 역사와 멀찍이 떨어져 있다. 그러나 <빅 피쉬>는 팀 버튼의 영화였기에 이런 함정에서 잘 벗어났다. 미국 노래를 부르는 중국 가수에 열광하는 북한군은 소설엔 없는 것이어도 팀 버튼의 영화 속에서라면 오히려 명확해 보인다. ‘버트네스크’란 별명이 붙은 팀 버튼의 세상에선 환상과 현실이 충돌없이 버무려진다. 뿐만 아니라 얼키설키 어지러운 단편모음집 같았던 원작소설에 비해 영화의 진행은 더 매끄럽다.어머니의 사랑을 말하기는 쉽다. 그리고 딸은 어머니를 닮아간다고 한다. 반면 <빅 피쉬>는
아버지에 대한 ‘버트네스크’ 우화, <빅 피쉬>
-
<쉬리>에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만드는 영화마다 관객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강제규 감독. 그가 OCN이 네이트닷컴과 함께 실시한 ‘한국인이 선정한 100대 감독’ 설문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년 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OCN 조사)에서는 <쉬리>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바 있다. 7만여표 중 1만표 이상을 받으며 1위를 차지한 강 감독의 뒤를 잇는 것은 박찬욱, 강우석 감독. 외국 영화감독으로는 4위를 차지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최고 순위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김청기, 남기남 감독 등도 눈에 띄는 이름들.
강제규 감독,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
-
노배우 폴 뉴먼(<내일을 향해 쏴라>)이 그랑프리의 꿈을 내일로 접어야만 했다. 전미 GT(Gran Turismo: 2인승 고성능 레이싱카) 경주대회에 명차 ‘시보레 코르벳’을 타고 출전한 그는 2, 3위를 다투며 초반 질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주완료 15분을 앞두고 차량의 기계에 이상이 생겼고, 그 때문에 속력이 떨어져 아쉽게도 15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변속기가 말을 듣지 않아서 경주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전까지는 정말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라며 노배우는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폴 뉴먼, 그랑프리의 꿈을 향해 쏴라
-
<투모로우>의 (50), 결혼과 함께 ‘인디펜던스 데이’를 맞이했다. 그는 지난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텍사스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킴벌리 버핑톤(32)을 신부로 맞이했다. 두 사람은 2003년 봄에 텍사스 오스틴에서 친구의 소개로 만났고 조용히 비밀스런 사랑을 키워왔다고. 결혼식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채 몬태나에서 조촐하게 거행되었다. 신랑의 들러리를 맡았던 사람은 전처 멕 라이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12살짜리 아들 잭 헨리 퀘이드. 이제 헨리에겐 엄마의 들러리를 설 일만 남은 듯.
데니스 퀘이드, 미국 독립기념일에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