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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어서 연출하게 됐습니다."
<쓰리, 몬스터>로 베니스 영화제에 참석 중인 박찬욱(41)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유머로 현지 언론의 많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쓰리, 몬스터>는 한국, 홍콩, 일본 3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박찬욱 감독과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홍콩의 프루트 챈 감독은 '몬스터'(괴물)로 상징되는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각자의 색깔에 맞춰 연출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Venezia mezzanotte) 섹션에서 상영된다.
6일(현지시각) 오전 영화제 본부인 카지노 건물의 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박찬욱 감독과 프루트 챈 감독이 참석했다. 손을 흔들며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 감독은 회견 내내 여유 있는 모습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특유의 유머가 드러난 것은 영화 연출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답할 때.
그는 "장편과 단
[베니스 2004] 박찬욱, “나도 아시아 대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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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의 무대는 JFK 공항이다. 미국의 심장인 뉴욕의 입구이자 출구이다. 영화 <터미널> 속의 거대한 공항은 부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답게 100% 세트다. 세트는 세상과 격리된 소왕국이며 그곳에서 감독은 왕이 아니라 신이다. <터미널>의 공항에 존재하는 것과 부재하는 것은 오로지 감독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곳에 표면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체계적인 통제와 질서의 스펙터클이다. 그 스펙터클은 스필버그의 마음에 담긴 미국의 이미지다. 그 스펙터클은 웅장하고 화려하나 무언가 빠져있다. <터미널>의 이야기는 그곳에 없으나 스필버그가 보기에 반드시 있어야 할 그 무언가를 채워가려는 의지의 산물이다.
그 무언가의 현신이 영화의 주인공인 촌스럽고 가난한 이방인 나보스키(톰 행크스)다. 뉴욕으로 가기 위해 그곳에 내린 그는 비행하는 동안 조국 크라코지아에 쿠데타가 터져 비자가 무효화되면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비평 릴레이] <터미널>, 허문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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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역촌동 주택가의 한 가정집. 두 남자가 제 집인 듯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있다. 집 한 쪽에는 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거실과 부엌, 안방을 들락거린다. 이쯤 되면 누가 집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소파에 앉아있던 두 사람은 다큐 전문 제작사인 리스프로의 이상구 피디와 카메라맨 조문희씨였다. 이들은 <한국방송>의 <인간극장> 촬영을 위해 열흘째 이 집으로 출퇴근 중이었다.(우측 사진은 카메라맨 조문희씨가 노래를 부르는 윤경씨의 옆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고 있는 장면)
“기다리고 있어요. 가족들이 노래연습을 하신다고들 해서요. 원래 오후에 주인공인 윤경씨가 외국인과 영어회화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약속이 취소됐다고 하네요. 노래연습 끝나면 윤경씨와 어머니가 시장엘 들러 전시회에 가신다고 합니다. 우리는 따라다니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촬영해야죠.”
이들이 촬영 중인 것은 오는 20일
한국방송 ‘인간극장’ 동행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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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물론이고, 어떤 외국어로도 이처럼 오랜 시간 자막 처리를 한 적은 없을 것이다." 배우 김윤진이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드라마에서 한국어로 무려 30분 간 이야기한다. 영어 자막과 함께 외국어 대사가 이처럼 오래 나가는 것은 미 방송에서 극히 드문 일이라 관심을 끈다. 미국 ABC 방송의 13부작 드라마 <로스트>(LOST)에 출연 중인 김윤진은 6번째 에피소드에서 60분 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30분 간 한국어 대사를 구사한다. 이 에피소드는 오는 10월 27일 오후 8시 미국 전역으로 방송된다. 특히 이중 일부분에서는 자막도 제공되지 않을 예정이다.
김윤진은 2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국제전화에서 "미국인들이 워낙 자막 읽는 것을 싫어해 외국 영화조차 흥행하기 어려운데, TV 드라마에서 이같은 시도를 하는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House of the Rising Sun)'이라는 제목의 6번째 에피소드는 김윤진이 맡은 캐릭터
김윤진, “미국 드라마서 한국어로 연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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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가 올해 <한국방송>(KBS) 최고 흥행기록을 남기며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시청률조사회사인 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 집계를 보면, 2일 마지막회 시청률은 40.2%로 <풀하우스> 방영 이후 가장 높았다. 16회 전체 평균 시청률은 31.9%로 문화방송 <대장금>과 에스비에스 <파리의 연인> <천국의 계단> 다음이었다.
<풀하우스>의 선전은 상반기 드라마 부분에서 특히 취약성을 드러내며 고전하던 <한국방송>의 시청률 저하 위기를 일거에 반전시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동시에 표민수 피디 개인에게도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우울한 분위기를 빼어난 영상언어로 표현하며 ‘작가주의’ 드라마 피디라는 상찬을 받아왔다. 그러나 비평적 환호와 마니아의 호응을 이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청률은 번번이 20% 벽에 가로막히며 대중적 흥행에는 실패를 거듭해온 게
시청률 ‘20%벽’ 넘은 표민수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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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도전작심한 듯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저지 메시지를 담아 파란을 일으켰던 할리우드의 '별종' 마이클 무어 감독이 다큐영화 <화씨 9/11>로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작품상에 도전할 것을 선언했다. 무어 감독은 7일 그가 제작한 화제작 <화씨 9/11>을 아카데미상 시행체인 미 영화과학아카데미(AMPAS)에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으로 출품하지 않고 대신 더 큰상인 최우수작품상을 노크할 것이라고 말했다.부시가(家)와 알-카에다 테러집단을 거느린 사우디 아라비아의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이 오랜 교분이 있었으며 대테러전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또 썩어 빠졌다며 혹독한 비판을 가했던 독설가다운 발상. 무어 감독은 다큐멘터리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 우위를 확보했으나 경쟁이 수월한 쪽을 버리고 아예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 올해 최고의 화제작들과 정면 승부를 선택한 셈이다.&
무어, “내게 오스카상은 부시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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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34)이 6일 오후 명동 서울로얄호텔에서 동갑내기 뮤지컬 배우 김미혜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동료 배우 지진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뮤지컬배우 전수경이 축가를 불렀다. 주례는 서울기독대학교 이강평 총장이 맡았다. 두 사람은 결혼식 후 7일 오전 태국 방콕으로 4박 5일 간의 신혼 여행을 떠나며 신접살림은 청담동에 차린다.
계원예고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1999년 뮤지컬 '캣츠'에 함께 출연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지난 5월 말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는 남녀주인공으로 나란히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황정민은 극단 학전 출신으로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에 출연했으며, 이후 영화 <로드무비> <바람난 가족> <마지막 늑대>의 주연을 맡았다. 현재는 박중훈, 김승우 주연의 <천군>에 출연하고 있다.
배우 황정민, 김미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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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보고 감회"너무나 나를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았고 첫장면이 나오니까 눈물이 나더라." 영웅만이 박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영웅만이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17일 개봉하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면 그렇다. 6일 오후 열린 <슈퍼스타 감사용>의 첫 시사회 현장.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감사용 씨(47)는 "아주 감동받았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굉장히 마음씨 좋게 생긴 중년 아저씨였다.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창립멤버이자 선수 시절 '패전 처리 전문 투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감사용 선수. 그러나 20여 년이 흐른 현재 그는 영웅 부럽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의 모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영화는 화려한 20연승이 아니라, 단 1승을 위해 피땀을 흘리는 아름다운 '사람'의
감사용, “첫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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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풋내기가 그린 유화다. 급하게 위로 덧칠하고 또 덧칠하고. 얼마나 급하게 그렸는지 밑색이 고스란히 올라오기도 하고 군데군데 미처 칠하지 못해 생뚱맞은 색들이 보이기도 한다.” 현재 온라인 전시 중인 <한 도시 이야기>(http://handosi.cine21.co.kr)에서 누군가 쓴 표현이다. 전시 중인 사진을 보노라면 참 맞는 말이다 싶다. 여기서 핵심은 ‘급하다’는 데 있다. 빨리 짓고 빨리 부수고, 빨리 뚫고 빨리 메운다. 내 몸이 서울이라면 너무 많은 성형수술에 괴물처럼 변했을 것이다. 잘못 주입한 실리콘으로 살과 근육이 뒤틀리고 뭉개진 흉한 몰골이 연상된다. 변화의 속도 면에서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경쟁력 있는 곳이다.
지금도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한강의 기적, 단기간의 고속성장’ 뭐 이런 것이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배웠다. 춥고 배고팠던 부모 세대 얘기는 이런 말을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내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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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교가 싫다. 코미디언 정준하의 말투를 흉내내면 육교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였다. 어느 겨울 눈이 많이 온 다음날, 학교 앞 육교에 쌓인 눈은 얼음으로 변해 있었다. 친구들과 하교하던 나는 육교 계단에서 두발이 붕 뜨는 순간을 경험했다. 모자 달린 점퍼를 입고 있었기에 뒤에 있던 친구가 내 모자를 낚아챘지만 소용없었다. 내 몸은 모자를 남겨둔 채 육교 맨 아래까지 단숨에 미끄러졌다. 쿵쿵쿵쿵, 계단참은 연신 등허리를 때렸고 나는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1초나 걸렸을까. 단숨에 바닥에 엉덩이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친구들은 “괜찮냐”며 걱정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프고 겁나고 창피해서. 육교와 나의 악연은 그렇게 시작됐다.어쩌다 그랬는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근처다. 17년 전에 졸업한 그곳 풍경은 놀랄 만큼 바뀌었다.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던 달동네였는데 지금은 사방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한옥이나 판자촌은
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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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골마을에 버스가 도착한다. 여자가 내리고 부랑자 차림의 사내가 그녀를 노려본다. 당장 무서운 일이 벌어질 듯한 분위기지만 잠시 뒤 사내의 눈이 풀린다. 여자는 이 마을에 새로 부임한 교사. 마을 소년의 안내를 받으며 버스정류장에서 십리 떨어진 학교로 발걸음을 옮긴다. 임권택 감독의 1982년작 <안개마을>은 이렇게 시작한다. 난 이 영화를 지난주 일요일 EBS <한국영화특선>에서 처음 봤다. 부끄러운 일이다. 영화잡지 기자 생활 10년을 하면서 이제야 <안개마을>을 보다니. 아무튼 꼭 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닌데 영화는 그렇게 시작해서 단 한순간도 눈길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8월 <한국영화특선>은 <만다라> <족보> <깃발없는 기수> 등 임권택 감독의 걸작들로 이어진다. 놓치지 마시길).
그게 꼭 정윤희의 압도적인 미모 때문은 아니었다(그러나 정윤희는 정말 예쁘다). 마을 사
안개마을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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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멋있었다. 영화 얘기가 아니다. 한기주, 그 남자 얘기다. 지금 두집 중 한집에서 보고 있다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 물론 나도 본다. 어떻게 이 드라마가 내 마음에 파고들었나? 생각해보니 기주가 강태영을 대하는 태도 때문인 것 같다. 같이 밥 먹을 마음 없다는 태영에게 기주가 말한다. “나 혼자 밥 먹는 거 싫어서 그래. 그냥 앉아 있어.” 위압적인 명령은 아니지만 단호하다. 웬만한 자신감 아니면 이렇게 말 못한다. 아, 떠올리기 싫지만, 밥 안 먹겠다는 그녀한테 그냥 밥 좀 먹자는 말을 하면서 난 얼마나 안절부절못했던가. 그녀의 마음을 잡아야겠는데 배는 고프고, 확 나도 일어날까, 하다 생각해보면 시켜놓은 음식이 아까웠다. 왜 기주처럼 멋지고 쿨하게 못했던 걸까? 후회가 된다.급기야 지난주 일요일엔 기주가 슬퍼하는 태영에게 노래를 들려줬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니, <나비야>가 나올 때 난 박신양이 서민정처럼 되길 바랐다. 헛된 기대였다. 박
시루떡 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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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씨네21>을 만들고 난 소감은, 여울목을 향해 여러 길목에서 덮쳐오는 물의 이미지다. 세상의 물은 게으른 듯 한데 엉켜 이리저리 일렁이다가, 불현듯 튀기고 쪼개지며 격렬하게 내달린다. 지금 보이는 물은 후자다. 그리고 나 자신이 세 갈래 길로부터 쏟아져오는 그 물세례 속에 잠긴 하나의 물방울이 되어 어딘가를 향해 함께 흐르고 있다.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은 ‘영화적 행동주의’가 거둘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결실을 맺을 모양이다.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목적이란 딱 한 가지, 부시 낙선이었다고 밝히며 개봉 전후로도 쉼없이 입을 열어 조지 부시를 낚으려 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가 반부시 진영에 유용한 문화적 무기가 되는 데에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 큰 기여를 했으니, 정통 미학주의자들의 떨떠름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칸과 프랑스는 스스로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도훈 기자의
바로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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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단편이지 CG, 특수효과까지 블록버스터예요.” 오랜만에 다시 장준환 감독과 손발을 맞추는 <지구를 지켜라!>의 페르소나 신하균의 설명이다. ‘병든 지구’를 구하려던 병구는 가슴에 털을 키우려는 ‘운명에 도전하는’ 운도로 변신했다. 촬영장인 파주 아트서비스 A스튜디오에서는 헤어드라이기, 빗, 가위가 동원되어 빗질이 한창이다. 2만4천 프레임까지 커버해서 총알도 잡아낸다는 고속촬영 카메라가 머리칼을 가르는 가위의 몸짓을 좇는다. 머리칼은 팬(fan)에 흩날리고 카메라는 천천히 팬(pan)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이날 촬영분량은 고속촬영 8컷을 포함해 총 40컷이다. 끼니도 거른 채 진행된 강행군으로 고속촬영을 겨우 마쳤는데 해는 이미 저물었다.
다음(Daum)단편영화 페스티벌(가제, 이하 다음단편)의 두 번째 주자인 장준환의 <털>(가제)은 그의 전작들처럼 일상과 판타지를 오가는 ‘기담’이다. 짝사랑하는 진아(김동연)를 가슴털이 많은 고릴라 대리(원웅재
장준환 감독의 단편 <털>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