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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라는 졸저를 출판한 적 있다. 일본 성인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다루겠노라는 나름의 기획의도였다.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라는 책을 당시 참고서적으로 열심히 탐독했던 기억이 있다. 헬렌 매카시와 조너선 클레멘츠라는 인물은 일본 애니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헬렌 매카시는 <아니메 무비 가이드> 등의 저서를 낸 적 있으며 드물게 일본 애니에 관한 전문서적을 몇권 집필한 적 있다. 조너선 클레멘츠는 <망가 맥스> 등의 편집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양인으로서 대표적인 일본 애니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저자들이 일본의 성인애니에 관한 전문서적을 출판했다는 것만으로, 이 서적은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Erotic Anime Movie Guide, 헬렌 매카시, 조너선 클레멘츠 지음/ 한창완, 이정훈 옮김/ 현실문화연구 펴냄)의 구성은 광범위하다. 먼저, 역사적인 경로를 되밟는다. 데즈카 오사무로
일본 ‘성인용’ 아니메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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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올림픽이 멋지긴 멋지다. 4년마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회니만치 하루하루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한국은 평소 외면받던 종목들이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유도, 탁구, 배드민턴, 양궁 등 금메달을 딴 종목들은 물론 역도, 체조, 하키, 핸드볼, 배구 등 숱한 비인기 종목에서 강호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언론의 레퍼토리는 4년 전이나 16년 전이나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했고 어떤 좌절과 역경을 딛고 일어섰는가. 식상하고 진부한 얘기지만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여전히 가슴을 파고든다. 왜일까? 아마 뻔한 이야기라도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4년에 한번 아주 잠깐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이제 올림픽이 끝나면 그들은 퇴장한다. 앞으로 4년간 그들은 또다시 잠깐 주인공이 되는 그날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릴 것이다. 올림픽이 멋지다면 그건 그들이 주인공인 유일한 무대이기 때문이다.탁구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순간 나도 모
올림픽이라는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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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중공(中共: 중국공산당)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까마득히 오래전도 아니다. 1992년 한-중수교 이전까지 지금의 중국은 다만 중공이었다. 바로 그 중공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고구려사 왜곡으로 촉발된 논란은 동북공정을 거쳐 급기야 중국의 패권주의에까지 이르고 있으며 온 국민이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는 중국이 아니라 중공이다. 왜냐하면 1949년 이래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중국공산당으로 동북공정뿐 아니라 중국의 만사가 당연히 중국공산당의 책임이다. 말하자면 ‘중국의 패권주의’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패권주의’를 운운하는 것이 모쪼록 이치에 맞다.중국공산당의 패권주의는 어디에 숨어 있다가 돌연 나타난 것일까. 원래 있었다거나, 한반도의 정세 변화 때문이라거나, 동북3성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라거나 등으로 설명하지만 글쎄? 내가 보기에는 ‘중국공산당의 자본주의’라는 전후 불일치의 웃기는 조합이 그 원천이다. 중국공산당은 1978년 이른바 개방, 개혁
동아시아여, 중공에 맞서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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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술을 얻어먹는 방법에 대해 얘길 해보자.먼저 예쁜 여자친구를 만든다. 눈이 맑고 보석 같아 그 눈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시름이 녹아내리기도 하겠지…. 그 여자친구와 진한 사랑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구렁 속에서 기다린다. 물론 결혼 같은 건 꿈도 꿔선 안 된다. 그렇게 그냥 사랑인 듯 애인인 듯 지내는 것이지. 그러다보면 십중팔구 그녀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새로운 남자가 내게 와선 ‘우리 서로 사랑해요’라고 고백을 할 것이다. 그때, 씁쓸하고 울음이 터질 듯한 슬픈 얼굴로 “술이나 한잔 사라”고 얘기한다. 얼마만큼 슬픈 얼굴을 짓느냐에 따라 술의 종류와 술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 행여 술 대신 밥이 좋으신 분들은 “밥이나 한끼 사라…. 고기로 사라, 꽃등심” 뭐 이렇게 말해도 크게 달라짐 없이 목적을 이룰 수 있다.이쯤에서 물어볼 질문….-꼭 예쁜 여자친구여야 하나요?물론 아니다. 그리 예쁘거나 보잘것없는 여
공짜로 술 먹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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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 집>이 9일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후보작품군에 합류했다고 이탈리아 신문 '라 리퍼브리카'가 9일 보도했다.
빈집은 이날 시사회에서 비평가들과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아 마르코 뮐러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막판에 황금사자상 후보 티켓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 비평가는 "약 100분동안 목소리없이 화면들만 보여주는 이 영화가 방영되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승연이 주인공을 맡은 이 영화는 김 감독의 11번째 영화다.(베니스=연합뉴스)
[베니스 2004] 한국영화 <빈집> 황금사자상 후보군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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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올해 2회째를 맞은 러시아의 태평양 자오선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상금2만5천달러)을 수상했다고 RIA 노보스티 통신이 9일 보도했다. 최우수 감독상은 <우주에서의 마지막 인생(The Last Life in the Universe)>을 감독한 태국의 펜-에크 라타나루앙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60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업스트림 부문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뉴질랜드의 레이첼 블레이크가 <완전한 이방인들(Perfect Strangers)>로 여우주연상을, 일본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죠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Joze, the Tigerand the Fish)>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알렉산더 갈리치의 연극 <마트로스카야 티쉬나>가 영화화된 <아버지(Father)>의 블라디미르 마쉬코프가 추억의 세대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우수 단편영화상은 아르티움 안토
<봄여름...> 블라디보스토크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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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로 뒤얽힌 파리의 땅 밑에서 최근 비밀 영화관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칭 '땅 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조직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지하 영화관은 지난달 파리 서남쪽 16구 트로카데로의 지하에서 훈련중이던 경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이는 파리 시내 유일한 교도소인 남쪽 14구의 상테 교도소 지하에서 땅굴 3개가 적발된 지 며칠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주목된다.극장은 옛날 채석장이었던 지하 공간에 설치됐고 전선을 통해 지상으로부터 전기를 끌어다 쓴 것으로 밝혀졌으며 현장에는 위스키 병과 1950~60년대 필름 더미가 있었다. 현장에서는 외부인을 놀라게 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개 짖는 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도 발견됐다. 또 지붕에서 나치 표장 두개가 발견되긴 했지만 켈트 십자가와 유대인의 수호 부적으로 사용되는 다비드의 별도 그려져 있는 점으로 미뤄 사용 조직이 극단주의자들은 아니라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극장
파리시내 지하에 웬 비밀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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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과 쌀 개방에 관한 4차 협상을 준비 중인 가운데, 영화인들이 '식량주권 지키기'에 한 목소리를 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등 11개 영화단체 대표들은 9일 오전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식량주권 지키기 영화인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선언문에는 영화인 470명의 성명이 첨부됐다.영화인들은 선언문에서 "포기할 수 없고 대체될 수 없는 게 있다. 식량은 우리의 인권이자 안보"라면서 "그런데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 시도처럼 쌀 문제 역시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국가적으로 절박한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영화인은 한 나라의 문화주권을 내줄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인권이자 안보인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이땅의 농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사회를 맡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은 "농업문제를 일부 농민들의 문제로 폄하하는 정부에게 영화인들의 의지를 확인시키려 이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인 470명, ‘식량주권 지키기’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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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답은 쉽다. 밥을 먹고 산다. 예술은 원래 배고픈 거라고? 그렇다고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혈혈단신 가벼운 혼잣몸이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줄줄이 딸린 애들의 아버지가, 예술가라는 직업 아닌 직업을 소유했을 때 문제는 꽤나 복잡해진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제의 예술 시장에는 예술가말고도 꼭 존재해야 하는 핵심 멤버가 두 부류 더 있다. 예술가의 예술작품을 적절한 재화를 지불하고 구매해 주는 것은 후원자의 몫이며, 예술가와 후원자 사이에서 예술작품의 판매를 효과적으로 대행하는 것은 거간꾼의 역할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도 어김없이 이들이 등장한다. 천재적 화가 베르메르 뒤에는 탐욕스러운 후원자 반 라이번이 있고, 이 둘 사이에 베르메르의 장모가 끼여들어 에이전트 노릇을 한다.
이 삼각구도의 한 가운데 소녀 그리트가 서 있다. 소녀는 하녀다. 부르주아 가정에 고용된 어린 하녀가 위험한 섹슈얼리티의 기운을 뿜어내며
[정이현의 해석남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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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빅히트시키며 여의도뿐 아니라 충무로에서도 캐스팅 영순위로 떠오른 탤런트 이동건(사진은 <파리의 연인>에 출연한 이동건)이 데뷔 7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한다. 이동건의 영화 데뷔작은 <B형 남자친구>(제작 시네마제니스). 올해 초 KBS 드라마 <낭랑 18세>에서 '찰떡 궁합' 연기 호흡을 과시한 한지혜가 상대역으로 등장하며 신인감독 최원석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소심한 A형 여자 하미(한지혜) 앞에 어느날 이기적이고 바람기 많은 성격의 B형 남자 영빈(이동건)이 나타나 티격태격 다투면서도서로의 매력을 깨달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월 11일 촬영에 들어가 내년 2월 개봉될 예정이다.
이동건, 로 영화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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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천만 시대의 한국영화에 두 개의 큰 배우 산실이 있다. 나비가 태양과 비와 어미의 사랑으로 우화하듯이, 그들에겐 ‘교실’이 있었다. 80년대 중반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설경구에겐 최형인이란 교수가 있었다. 일주일에 네 시간을 몰아서 하던 최형인의 연기 실습 수업은 살풀이굿의 무당처럼 쉴 틈 없는 고함과 ‘구타’와 울음이 있었다고 한다. 넓은 강당을 전율케 한, 30대 후반의 여성의 에너지는 연출을 마음 먹었던 설경구의 목표를 결정적으로 연기로 바꾸어 놓았다. 그때 그가 최 교수로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말. “턱 움직여! 아래턱 없어?”
10여년 뒤 설경구가 처음 주연을 맡은 <박하사탕> 포스터에, 두 손 들고 서서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그의 벌어진 턱은 찢어질 것만 같다. 최 교수에겐 이 포스터가 남달라 보였다. “저게 나 보라고 저렇게 찍었나….”
동국대 연극영화과 81학번엔 최민식이란 학생이 있었다. 먹는 술이 강을 이루는 질풍노도의 그에게도 두려운
동국대 안민수 교수와 한양대 최형인 교수가 말하는 제자, 제자들이 말하는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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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할리우드 여배우가 로큰롤 스타로 거듭난다. 줄리엣 루이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올해 말 발매될 데뷔 앨범을 위해 각각 쇼핑몰, 카지노, 나이트클럽 등에서 사전홍보 차원의 공연을 감행했다. 핀켓 스미스는 출연작인 <콜래트럴>과 함께 앨범 <나의 이야기>를 홍보하려고 자신의 밴드 ‘위키드 위즈덤’의 투어 일정을 재조정했다. 그녀는 이미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MTV 록 공연에 참여했다. 이후 11번의 공연은 <콜래트럴>의 전국적인 개봉 직후에 LA 글로브 쇼핑몰에서 치러졌다. 가수 겸 배우인 남편 윌 스미스가 함께 공연하지는 않았다.
과거에도 <윌&그레이스>의 메건 멀앨리나 지나 거손 같은 여배우들이 가수로 활동한 사례가 있었다. 차세대의 이기팝이 되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 줄리엣 루이스 역시 ‘릭스’라는 밴드를 이끌고 있다. 루이스는 특이한 방식으로 방직공장 같은 곳에서 여름공연을 진행했고 일단은 성공을 거두었다. 핀켓
줄리엣 루이스·제이다 핀켓 스미스, 로큰롤 스타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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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요조숙녀> 등 브라운관 속 모습으로 익숙한 고수, 자신의 스크린 도전작 <썸>의 개봉을 앞두고 기다림과 긴장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30일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썸>의 제작보고회. 그는 첫 영화 출연 소감을 “영화 스탭들로부터 가치관의 변화랄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지침을 배웠다”고 대신했다. <썸>은 교통방송 리포터 서유진(송지효)의 데자뷰를 통해 24시간 뒤 죽음이 예고된 강력계 형사가 겪는 하루를 쫓는 영화. 고수는 범인 검거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형사 강성주를 연기하기 위해 “늘 화나 있었고 웃음없는 무표정으로 7개월을 살았다”고 지난 촬영을 회고했다.
지난 5월, 팔다리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임해야 하는 강도높은 액션신을 찍는 현장에서 만난 그는 "모든 액션을 대역없이 연기하고 싶었지만 ’스턴트맨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감독님의 만류로 그만뒀다.(웃음)"며 영화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
<썸>으로 스크린 데뷔하는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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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청년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말이지만, 오태경은 참 잘 자랐다. 열살 꼬마에겐 요령부득이었을 <화엄경>에서 몸은 소년이면서 부처의 마음을 품은 선재를 연기하며 영화와 맺은 인연을, 요란하진 않지만 진득한 애정으로 가꿔온 그가 건장한 ‘국군 아저씨’가 되어 <알포인트>로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소 한 마리 사드리겠다는 소박한 희망으로, 실종자 수색 작전에 참여하는 막내 장 병장 역의 오태경은 이즈음 <알포인트>의 흥행이슈만큼이나 뜨겁게 거론되는 배우. 늦더위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난 오태경은 “영화가 잘돼서 너무 좋다”고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도, “싸이 미니홈피에 1촌 신청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고민”이라고 난처한 기색을 보인다. 16년 경력 연기자 오태경은 처음 치르는 ‘유명세’에 영 적응이 안 된다는 표정이다.
다 지난 얘기지만, <알포인트>의 제작과정엔 우여곡절이 많았고, 작품 속 오태경의 운명도 그랬다. 애초 주어진 역할은 장
어린 선재, 업그레이드 이상무! <알 포인트>의 오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