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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 그 이면에 자리한 감독의 존재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가끔은 제작자의 실루엣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싸이더스 영화에서 차승재 대표의 기가 느껴지거나 시네마서비스 영화에서 강우석 감독의 수가 읽히는 것처럼. 아버지와 딸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인 <가족>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가능하다. 늦둥이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이나, 아버지가 조직 보스에게 등을 굽히는 장면 등은 분명 이정철 감독이 창조한 세계임에 틀림없지만,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집으로…>와 <파이란>과도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을 준다. 세편이 모두 다른 배경과 맥락을 갖고 있음에도 그 정서와 기운에서 비슷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건 제작자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닿았기 때문일 터. 자신의 네 번째 ‘아이’ <가족>의 개봉을 준비하면서 숨찬 나날을 보내는 황우현 튜브픽쳐스 대표를 만났다(이 인터뷰는 <가족>의 개봉 직전에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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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올인’했다! 튜브픽쳐스 대표 황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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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남자> Un uomo da bruciare/ A Man for Burning l 1962년 l 흑백 l 92분첫 번째 장편영화를 만들 생각을 가졌을 때에 타비아니 형제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현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자전적인 영화였다. 그러나 살바토레 카르네발레라는 실존 인물에 대해 알게 되고는 자전적인 영화를 만들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한다. 영화는 살바토레라는 정치적 행동주의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2년 만에 고향인 시실리에 돌아온 그는 고향의 사람들이 마피아의 착취 아래 있는 것을 알고는 그들을 독려한다. <불타는 남자>는 정치적 에너지로 충만한 인물에 대한 위인전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도 있는 영화였으나 타비아니 형제는 이 주인공을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착각할 정도로 교만하기도 하고 권력에의 의지를 가졌기도 한 복잡한 인물로 형상화함으로써 그런 위험을 슬기롭게 비껴갔다. 리얼리즘의 방식을 차용하면서 연극적인 방식도
모던하고 정치적인 시네아스트, ‘타비아니 형제 특별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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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텍 나다, 9월10일부터 ‘타비아니 형제 특별전’ 상영“그 영화는 우리를 미학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논쟁으로 옮겨가는가 하면 또 그 반대로 이어지기도 하는 끝없는 토론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탈리아의 영향력 있는 영화잡지 <치네마 누오보>의 비평가였던 귀도 핑크는 대략 40년 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본 “힘있고 젊으며 불온하면서도 도발적인” 한편의 이탈리아영화가 자신에게 남긴 깊은 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때 그가 본 것은 <불타는 남자>라는 한 젊은 영화일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영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자신들의 필모그래피를 흥미로운 영화들로 채워넣을 시네아스트의 탄생이기도 했다. 타비아니 형제는 이탈리아의 영화계가 창조적인 인재들을 쏟아내던 호시절에, 핑크의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앙팡 테리블’들이었다. 이후에 그들은 모던한 영화 양식 안에다가 정치적, 역사적 관심들을 실은 수작들을 만들어내며
모던하고 정치적인 시네아스트, ‘타비아니 형제 특별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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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 신부>로 스타덤에 오른 문근영의 선행이 눈부시다. 최근 학생복 브랜드 '아이비클럽'과 1년 전속 계약을 맺은 문근영은 모델료 3억원 전액을 사회복지공동기금으로 기탁했다. 이 돈은 소아암 환자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과 책 읽는 사회운동본부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근영의 뜻을 전해들은 아이비클럽도 교복 모델 계약기간에 판매된 교복 한벌당 일정액의 적립금을 모아 사회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근영은 지금껏 연예활동을 해오며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사회단체에 기부해왔다.
문근영의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영화 <어린 신부> 이후에는 모델료가 많이 오르는 등 수익이 상당했으나 예전과 똑같이 거의 대부분을 기부하고 있다"며 "근영이의 뜻과 함께 부모님 역시 근영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집을 늘리거나 재산을 불릴 뜻이 전혀 없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광주 국제고 2년생인 문근영은 광주국제영화제 홍보대사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화 <댄서의
문근영, CF 모델료 3억원 전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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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니메이션(만화영화) 전문채널 '니컬로디언(Neckelodeon)'에서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계 2세 작가 홍선아(30.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씨가 제51회 에미상을 받는다. 홍씨는 오는 12일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강당에서 열릴 '크리에이티브 아트' 시상식에서 '백그라운드 페인딩'상을 수상한다. 매주 금요일 니컬로디언에서 방영되는 <틴 에이저 로봇의 삶> 배경그림을 맡고 있는 홍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 상보다 1주일 앞서 상을 받는다"며 "남편이자 동료 예술가인 팀 비스커프의 권유로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한 지 6년만에 뜻밖의 영예를 안았다"고 말했다.
디즈니, 카툰 네트워크 등에서도 근무하기도 한 홍선아씨는 올해 초 애니메이션업계의 권위있는 상인 제31회 애니 어워드에 프로덕션 디자인부문 수상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만화전문채널 제작 뿐 아니라 미국 주요 도시는 물론 호주 멜버른 등 해외전시에도 참여,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다.
미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한국계 애니메이터 홍선아, 에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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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영화제작사 싸이더스가 두 편의 HD영화를 공동 제작키로 합의하고 이르면 올 연말 안에 크랭크 인을 목표로 작품의 기획 개발에 착수한다. MBC와 싸이더스는 개봉 비용은 별도로 하고 편당 제작비 10억 원의 예산으로 두 편을 우선 제작키로 했다. MBC가 기획과 제작비 투자를 담당하고, 제작은 MBC 프로덕션과 싸이더스가 공동 진행하며, 연출은 MBC 드라마 PD 1명, 영화감독 1명이 각각 담당한다. 영화는 100% HD로 제작되며, 극장 개봉을 거쳐 MBC로 방송될 예정이다.
방송과 영화계의 HD영화 공동제작은 비용절감뿐 아니라 인력과 시스템의 교류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또 방송계는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력을 높이고, 영화계는 새로운 매체와 제작 시스템을 통해 표현 영역과 관객과의 창구를 넓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MBC는 1997년 <꽃을 든 남자>의 제작을 시작으로, <생활의 발견>, <똥개>
MBC와 싸이더스, HD영화 공동제작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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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미학과 순수한 낭만을 갖춘 영웅담 <헬 보이>
마이크 미뇰라의 컬트만화를 기예르모 델 토로가 영화로 만든 <헬보이>는 웃기면서도 열정적이다. 바그너식 질풍노도의 요소도 강하지만 십대의 염세주의도 적절하게 들어 있다. 하늘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고 이 영화의 제목이 이름인 주인공도 수심에 차 있다.
미뇰라의 20세기 괴기담의 배경은 나치 이야기와 차르 시대, H. P. 러브크래프트, J. D. 샐린저를 섞어놓았다. 영화는 1944년 스코틀랜드의 어느 곳에서 시작한다. 쏟아지는 빗속, 총알로도 죽일 수 없는 가위손의 귀신이 이끄는 독일군이 전쟁의 흐름을 바꾸려고 바닷가에서 미친 승려 그레고리 라스푸틴(카렐 로든)의 주재로 악마 숭배를 마련한다. 지옥의 문을 열려는 그들의 노력이 실패하기 바로 전 귀여운 아기 악마가 떨어져나온다. 바로 헬보이.
뿔달린 악마가 등장하는 20세기의 영웅담
그리고 이제 현재로 도약한 영화에서, 상냥한 신비주의 학자 트레버 브룸
웃기고 열정적이고 염세적인, <헬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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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한담 같은 순애보가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영화다. 그렇다고 혼자서만 맞장구를 치는 것은 아니다. 5월 개봉 이후 10주 만에 700만 일본 관객이 거기에 이미 호응한 바 있다. 역대 일본 소설 판매 1위를 기록했던 가타야마 교이치의 동명작품을 원작으로 한 것도 무시하지 못할 점이지만, 청소년기 시절의 풋사랑을 무한한 순정으로 확장하는 상상이 일본 관객을 대거 초대한 것으로 보인다.
약혼자 리츠코(시바사키 고)가 결혼을 앞두고 홀연히 사라지자 사쿠타로(오사와 다카오)는 그녀를 찾아 시코쿠로 향한다. 그러면서 사쿠타로는 첫사랑 아키(나가사와 마사미)와의 시코쿠 시절을 떠올린다. 1986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쿠타로(모리야마 미라이)와 아키는 우연히 하굣길에 마주친다. 그뒤 두 사람은 연인의 감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둘이서 떠났던 무인도 여행길의 마지막에 아키는 쓰러지고,
해외신작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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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흑백 100분감독 강찬우출연 이경희, 김혜정, 남궁원EBS 9월12일(일) 밤 11시10분영화 <여정>(女情)은 장르상으로 멜로이면서 1960년대 중반 크게 유행하면서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편수를 자랑한 이른바 통속드라마 장르(?)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당시엔 이런 신파조의 통속멜로물이 여성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기 때문에 지방의 흥행업자들이 앞다투어 투자를 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당시 유행했던 최신 히트곡이 영화 속 주제가로 등장하면 금상첨화였다. 이미자의 대히트곡 <동백아가씨>가 김기 감독 연출의 동명영화로 제작된 1964년 이후 이런 경향은 한동안 계속됐던 듯하다. <여정>을 연출한 강찬우 감독은 이런 방법을 즐겨쓴 감독 중 한명이기도 하다. 가수 남일해가 등장하는 1964년작 <모녀기타>를 비롯해, 역시 이미자의 노래 <황포돛대>를 주제가로 한 1965년작 <황포돛대
눈물샘 울리는 신파멜로의 자극,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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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ircus 1928년감독·출연 찰리 채플린EBS 9월12일(일) 낮 2시영화 <서커스>를 촬영할 당시 채플린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재정적 압박, 이혼, 그리고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세계 영화인들, 그중에서 프랑스 영화인들은 그럼에도 배우이자 감독 채플린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않았다. “대중들은 아직 그가 위대한 극작가이자 허구의 창조자임을 모르고 있다. 배우로서의 재능이 작가로서의 재능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 클레르 감독의 이야기다. 가벼운 소품인 <서커스>는 배우로서,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 채플린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한 영화다.거리를 헤매던 떠돌이 찰리는 우연히 서커스단 근처를 지나다 일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소품을 관리하던 찰리는 공중곡예의 일인자인 렉스와 메르나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알게 된다. 혼자 불을 쬐고 있던 찰리는 서커스단에서 도망쳐 나온 메르나를 만난다. 찰리는 자신이 메르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녀를 다
위대한 떠돌이가 주는 안식,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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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의 다른 면이 드러날 겁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여름, 그 폭풍의 가운데에 인정옥 작가가 있었다. 복수, 경, 미래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양동근, 이나영, 공효진이라는 배우의 이름값이 높아졌지만 그 캐릭터와 그들이 처한 현실, 그들이 내뱉는 말의 창조자인 작가에 대한 찬사도 끊이지 않았다. 당연, 인 작가가 또 어떤 드라마로 우리를 설레게 할지 기대가 커졌고 꼭 2년 만에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네 멋대로 해라>가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새 작품 <아일랜드>는 전작의 후광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네 멋대로 해라>의 아류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 그러나 정작 작가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신경 안 써요. <네 멋대로 해라>와 크게 차별화하려고 하지
2년 만의 신작 <아일랜드>로 돌아온 인정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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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은 나 혼자라고 생각해요”
남재일 | <취화선>에서 장승업 같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셨는데, 여태까지 안 해봤지만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싶은 실존 인물이 있다면?
최민식 | 특별히 염두에 둔 인물은 없고요… 가족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해요.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엄마 아빠 얘기 나오면 눈물 줄줄 흘리는 사람들이 없잖아요. 그만큼 가족에 대한 감정이 각별한 민족인데, 조금 영악하게 생각하면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는 소재가 가족이죠. 그런데 다들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가족>이라는 영화가 나왔다는데 한번 가서 보려고요. 그리고 또 하나 정말 폼나게 가진 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못 가진 사람들에 대한 한풀이식의 드라마는 많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하고 폼나게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없었잖아요. 그런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만… 모든 게 풍요로운 사람들이 더 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독은 사람
배우 최민식의 마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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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창작 주체로 인정하는 감독이 현명한거죠”
남재일 | 김기덕 감독과 홍상수 감독 영화 중에서 하나만 하라고 하면?
최민식 | 둘 다 안 해요.
남재일 | 요즘 평론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감독이 그 두 사람이잖아요. 저는 제작현장은 잘 모르니까, 두 감독의 영화 스타일과 최민식씨의 연기 스타일만 보면 잘 맞을 것 같기도 한데….
최민식 | 나는 화제의 감독이라거나 문제작 감독이라고 해서 작품을 결정할 때 영향받지는 않아요. 작품 선택 기준은 한번에 다 읽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유일한 기준이에요. 그러니까, 재미있는 거죠. 홍상수 감독 스타일을 듣기는 했는데, 제가 이렇다저렇다 평가하는 건 아니고, 공통분모를 형성하기보단 충돌이 있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죠. 싸우려고 작품 하는 건 아니니까. (웃음)
남재일 | 어떤 감독이 가장 감수성에 맞는 것 같습니까.?
최민식 | 배우를 창작의 주체로 인정해주는 감독. 단순히 하청업체로 생각하고 너는 내가 만들
배우 최민식의 마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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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외려 욕을 하죠”
남재일 |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까운 지인한테 어떤 스타일로 친밀감을 표시합니까? 교보 광고에서 느닷없이 <젊은 그대> 노래부르는 거 인상적이던데….
최민식 | 나는 일부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아내를 위해 온갖 생쇼를 하고, 나 같은 애처가가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걸 보면 토할 정도로 역겨움을 느껴요. 어떻게 저렇게 먹고살 수 있나, 애정을 빙자해서 저렇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나. 내가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는진 몰라도 속으로 좋아하는 게 진짜 좋아하는 거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나는 사랑해라는 말이 잘 안 나와요. 왠지 내 말 같지가 않아요. 요즘 방송을 보면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잖아요. 사랑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속으로 끙끙 앓고, 조심스럽게 표현을 해야 되고, 정말 사랑해야 그런 말이 나오는데, 이건 개나 소나 사랑해, 사랑해, 입버릇처럼 잠꼬대처럼 얘기를 해
배우 최민식의 마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