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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형통의 변론을 위해 여기저기 불려다니다가 아예 상투의 시장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말, ‘욕망’. 그것에 대해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이루어 소중하게 그려내는 희귀한 예가 바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이다. <나쁜 교육>은 그 욕망의 관계들을 자신만의 영화적 구조로 완전하게 집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알모도바르의 신작이다.
촉망받는 영화감독 엔리케(펠레 마르티네즈)는 새 영화를 구상 중이던 어느 날, 누군가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는다. 지금은 앙겔(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라는 이름으로 배우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이그나시오로 불렸던 엔리케의 첫사랑. 새 영화에서 배역을 맡고 싶다며 찾아온 앙겔은 엔리케에게 시나리오 한편을 건네준다. 엔리케는 그것을 읽어내려가며 상상과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가톨릭 기숙사에서 엔리케와 이그나시오가 보냈던 혹독한 어린 시절, 그곳의 교장이었던 마놀로 신부와의 사건들이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나리오에 매혹되어 영화를 만들어가던 중에
끝나지 않을 열정의 천일야화, <나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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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꼭 네 집을 사야 한다.” 지긋지긋한 셋방살이를 마감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는 아버지가 외아들 필기(차승원)에게 남긴 유언은 다름 아닌 ‘내집 장만’이었다. 버젓한 조선소에서 기사로 일하는 그가 야간엔 대리운전을 하며 ‘투잡스’ 대열에 낀 것도, 슈퍼마켓에서 부득불 10%를 깎아대는 알뜰한 생활을 한 것도 따지고보면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거제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장만하게 된 필기가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린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그 집에는 딱 한 가지 사소하다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귀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기가 아무리 ‘귀신 잡는 해병’ 출신이라지만 소파를 춤추게 하고 식칼을 날려보내며 ‘이 집에서 나가라’고 협박하는 귀신의 존재는 두려움 그 자체다. 피눈물 모아 애써 마련한 집을 귀신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 필기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김상진 감독의 7번째 영화 <귀신이 산다>는 <
김상진표 코미디영화의 새로운 시도, <귀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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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원년 MBC 청룡 어린이 회원이었던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그들과 청룡이 맞붙는 날이면 한시름 놓았던 팀으로 기억한다. 나와 친구들은 웬만하면 지는 그 팀을 ‘삼미 슬퍼스타즈’라고 불렀던 것도 같다. 물론 페이소스 따위를 스포츠에서 구하기에 우리는 너무 어렸다. “약체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팬이라 좋은 것은 패배를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자랑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쿨한 수필을 읽은 것도 훨씬 나중 일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열등생과 아웃사이더는 영화의 오랜 스타다. 그들의 성취담은 영화가 스토리라는 것을 갖게 된 이래 환영받는 소재였다. 이 테마에 대한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꾸준한 매혹은 약자의 반격을 그린 내러티브에 내장된 파괴력을 증명한다. 엄밀히 말해 <슈퍼스타 감사용>의 주인공 감사용은, 복원해야 할 실존 인물이라기보다 고전적 약자 히어로의 속성을 뭉뚱그린 일종의 기호다. 과연 <슈퍼스타 감사용>은 예고편부터
어느 꼴찌 투수의 찬란한 나날, <슈퍼스타 감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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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열리는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두 영화제가 한 해에 한 감독에게 상을 주는 일은 매우 드물다.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블루>로 93년 가을 베니스영화제 대상을 받고 94년 봄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이트>로 감독상을 탄 걸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김기덕 감독은 올 봄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더니 11일 <빈 집>으로 베니스영화제의 감독상도 거머쥐었다. 이건 세계영화계가 주목할 만한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국내 영화계의 반응은 ‘의외의 사건’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감독이 칸과 베니스에서 상을 받았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김감독은 96년 <악어>로 데뷔할 때부터 소수의 지지자와 다수의 비판자로 갈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층이 조금씩 확대됐지만 아직도 ‘협소한 지지와 광범위한 비판’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
‘김기덕’ 보는 싸늘한 시선 따뜻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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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상인데도 많이 떨리던데요""예전과 다름없이 하고 싶은 얘기를 영화로 표현하겠습니다" 제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올해에만 두차례나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이탈리아 출국 전에 시상식의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해 초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을 받아 기분이 너무 좋지만 전과 다름없는 자세로 계속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비행기 내에서도 수상 감회를 기분좋게 회고했다. 김 감독은 본상 수상 전에 받은 비평가협회상이나 미래비평가상 등으로 받은 사자상을 언급하며 "새끼사자 세 마리에게 엄마가 생겨 보기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다.<빈 집>은 영화제 중반에 깜짝상영작(Film Sorpresa)으로 상영된 후 언론과 관객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현지 일간지와 소식지 그리고 관객 투표에서까지 유력한 황금사자상 수상 후보로 꼽혔다. 김감독은 "현지 평가가 워낙 좋아 수상을 예상했지만 어떤 상인지는 알지
김기덕 감독의 귀국 기내 직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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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의 ‘무협’ 낭만은 파시스트적 매혹일뿐
“장이머우가 이렇게 되는 건 필연적인 일입니다. <붉은 수수밭>이나 <홍등>에서 이미 그런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장이머우가 <영웅>같은 블록버스터를 찍는 것은 이상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장이머우는 영웅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술영화로는 영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영웅이 되려는 것입니다. 장이머우는 이런 가치관, 그 중에서도 할리우드의 오스카 콤플렉스가 무척 심한 것 같습니다. (중략) <영웅>은 영웅이 되기 위해 노예가 되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베이징 지하전영 세대인 지아장커는 중국 영화 제 5세대인 장이머우의 <영웅>에 대해서 맹렬한 적개심을 보였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그건 일종의 변절이다. 그런데 장이머우는 거기서 더 나아가고 있다. 그의 두 번째 무협영화 <연인>은 거의 점입가경이다. 장이머우의 시나리오는 부분적으로
[비평 릴레이] <연인>,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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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두나(25)가 지난 9일 일본 도쿄 근교의 군마 현에서 일본영화 <부루하자우루스>의 촬영에 돌입했다. 배두나는 연합뉴스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짧은 영어와 일어를 섞어가며 의사소통하고 있다"며 웃었다. <부루하자우루스>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녀 밴드의 이야기. 학교 축제를 이틀 앞두고 연습하던 중 보컬이 행방불명되자 한국에서 온 전학생 배두나가 그 대타로 나선다. 제목 <부루하자우루스>는 1980년대 펑크 록밴드 블루 하트(BLUE HEART)에서 따온 것으로 극중 고교생들이 만든 카피 밴드의 이름이다.
여고생 밴드 보컬을 맡은 배두나는 까맣게 머리를 염색하고, 스트레이트 파마를 했다. 그는 "고등학생으로 대강 우겨진다"며 웃었다. 사실 그는 출국 전 은근히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함께 연기하는 동료 배우들의 나이가 18~19세 인 것. 그 때문에 그는 출국 전 틈틈이 스킨 케어를 받았다
배두나 주연 맡은 일본영화 촬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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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성우 장정진(51) 씨가 TV 녹화 도중 기도가 막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장씨는 지난 13일 오후 7시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진행된 KBS 2TV <일요일은 101%> 코너 '골목의 제왕'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다 기도가 막혀 이대 목동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상태가 심각해지자 같은 날 오후 9시께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졌다. 장씨는 호흡곤란에 의한 산소부족으로 뇌손상을 크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현장에 있었던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장씨는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을 먹자마자 기도가 막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를 보고 같은 프로에 출연 중이던 하일성, 이병진, 강병규, 성동일 씨 등 출연자들이 달려가 목에 걸린 떡을 꺼내려 시도했고 인공호흡도 실시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구급차를 불려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장씨를 옮겼으나 그는 계속 의식불명상태였다. 두시간 가량 호흡곤란이 계속돼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진 장씨는 현재 인공호흡기로 숨을
성우 장정진, 녹화 도중 기도 막혀 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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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의 화제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일본 니혼TV와 약 7천만엔(한화 약8억원)에 방영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일본 스포츠신문 닛칸스포츠가 13일 보도했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방영권료로서는 사상 최고액이다. 종전 최고액은 후지TV가 계약해 다음달 16일부터 방송하는 <천국의 계단>으로 약 5천만엔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NHK가 지난해 방영권을 얻어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겨울연가>는 2천만엔 정도였으나 최근들어 배용준의 '욘사마' 붐을 타고 한국 드라마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다. 니혼TV는 앞으로 일본어 번역과 성우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초부터 내보낼 예정이다.(도쿄=연합뉴스)
파리의 연인, 日니혼TV와 8억원에 방영권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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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큘라> <매트릭스3>의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35)가 지난 12일 첫 아이를 출산했다. 벨루치의 대리인은 13일 벨루치가 로마에서 딸을 낳았으며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딸의 이름은 `데바'. 신성하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아빠는 프랑스 영화배우 뱅상 카셀(37). 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킨 <매트릭스2> <매트릭스3>에 출연했던 벨루치는 모델 출신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배우생활을 한 뒤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멜 깁슨 주연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역으로 출연했으며, 현재는 신작 <로드 오브 워>(The Lord of War)를 촬영하고 있다.남편 카셀과는 지난 96년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 촬영장에서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2002년)과 <늑대의 후예들>(The Brotherh
모니카 벨루치 엄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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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모습 뒤 파멸의 씨앗, 옴므 파탈
주변 사람 혹은 자신마저 치명적 함정으로 몰고 가는 옴므 파탈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지닌 묘한 매력을 가진 인물들이 그 계보를 이어왔다. 그들에게선 자신의 나약한 이미지를 내세워 결국 상대방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프라이멀 피어>에서 19살의 소년 용의자 애런 (에드워드 노튼 분)의 모습을 TV로 본 변호사 마틴(리차드 기어 분)은 스스로 교도소로 찾아가 무보수로 변호할 것을 제의했고 <해피투게더>의 아휘는 이기적인 보영(장국영 분)을 끊임없이 보듬어 준다. 한편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14살의 미소년 타치오(비요른 안드레센)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중년의 작곡가 에센바흐(더크 보가드)는 실현될 수없는 사랑에 서서히 병들어 간다.(에서 자하라 분장을 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위 사진)
수줍은 소년에서 매력적인 옴므파탈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스스로 ‘멜로 누아르’라
눈부신 ‘옴므 파탈’, <나쁜 교육>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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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부터 시작해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노동절로 끝을 맺는 미국 여름영화 시즌에서 올해에는 여름 휴가차 카리비안 리조트로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떠났다가 투어가이드의 실수로 망망대해에 남겨진 부부의 실화를 다룬 스릴러 <오픈 워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총 50만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된 <오픈 워터>는 9월6일을 끝으로 올 여름 박스오피스에서 2812만8천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4억36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슈렉2>나 3억6700만달러를 기록한 <스파이더 맨 2> 등에 비교하면 큰 수치가 아니지만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큰 성과인 셈이다.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 비경제 부문에서 소개된 뒤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8월6일 미 전국 47개 극장에서 한정 상영을 시작한 뒤 지속적인 호응을 얻어 8월20일부터는 2709개 극장에서 개봉됐다. 인터넷영화 통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 닷 컴’(boxofficemojo.com)에 따르면 <오픈
[뉴욕] 여름 시즌의 말미, 인디영화 <오픈 워터>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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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빠진 속편들의 여름이었다. <뉴욕타임스> <AP> <버라이어티>가 일제히 내놓은 2004년 할리우드 여름 흥행 결산서에 따르면, 올 여름 레이스의 승자는 완성도 높은 프랜차이즈 속편과 저예산 코미디로 판정났다. 박스오피스 챔피언은 4억3670만달러를 벌며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을 경신한 <슈렉2>. 이어 <스파이더 맨2>가 3억6700만달러로 2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2억4780만달러로 3위, 제이슨 본 시리즈 2편 <본 슈프리머시>가 1억6480만달러로 5위에 올랐다. 속편 아닌 영화로는 4위의 <투모로우>가 유일하게 5위권에 진입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이 성공한 속편 모두 후속편이 다시 만들어질 전망. 반면, 프랜차이즈에 대한 야심을 품었던 <캣우먼> <반 헬싱> <썬더버드>는 흥행이 좋지 않아 후사를 볼 전망이 불투명하
<슈렉2> <스파이더 맨2> <해리 포터…> 등 속편들 여름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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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까지 먼 길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8월31일 경북 예천. 검게 그을린 분장의 ‘어머니’ 고두심과 그 일가족이 취재진들을 맞이한다. 오랜 기간을 함께했기 때문인지, 실제 가족처럼 정겨워 보이는 이들은 “가족으로 나왔던 모든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고두심), “스탭과 배우들 사이에 자리잡은 친밀감들이 영화 속에 녹아드는 것 같다”(이혜은)면서 한주 앞으로 다가온 크랭크업에 아쉬움을 표했다. 어지럼증 때문에 자동차를 탈 수 없는 어머니가 막내(채정안)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는 일념으로 걸어간 2박3일간의 여정을 다룬 <엄마>(감독 구성주)에서 이런 배우들 사이의 유대감은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해남에서 목포까지 남도 200리에 걸친 여행을 함께하는 노모와 두 아들(손병호, 김유석), 중간중간 이들과 합류하는 큰딸 내외(이혜은, 박원상), 둘째딸(채민서), 손녀(백보현) 등은 이 ‘먼 길’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주인공들이기 때문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정 <엄마>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