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 탐정이나 골치 아픈 일들을 돈 받고 해결해주는 전문가, 말하자면 해결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영화나 TV에 주인공으로 자주 나온다. 이상한 사건에 얽히기 좋은 직업이면서도 경찰이나 검사와 달리 규정과 직업윤리를 초월해 재미있어 보일 만한 태도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어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SF에서도 미래 세계의 탐정이나 우주의 해결사 같은 사람들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나는 현상금 사냥꾼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주인공 일행이 현상금이 걸린 우주 해적이나 미래 세계의 범죄자를 쫓아다니는 SF를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그런 우주의 해결사들이 등장하는 영화 중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크리터스>다. 1986년작인 이 영화는 걸작 취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유명하지 않다고도 할 순 없다. 그 내용은 우주 저편의 외계에서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크리터’라는 이상한 우주 괴물들이 탈옥을 하는데 급하게 도망치다 보니 현대의 지구에 떨어진
[곽재식의 오늘은 SF] 혼종의 ‘크리터스’
-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연출 정대윤)이 14화에서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하며 2022년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드라마는 1화에서 주인공의 억울한 죽음과 환생 설정을 공개한 후 ‘순양그룹 회장 되기’라는 목표를 향해 빠른 전개로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동명의 원작 웹소설(2017년 문피아 연재, 산경)과 드라마의 줄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순양그룹이라는 재벌 기업에서 오너 가족의 뒤치다꺼리를 하던 40대 윤현우 팀장은 비자금 세탁 중 살해되고 순양 재벌가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난다. 1987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게 된 윤현우/진도준(송중기)은 자신을 용도폐기 가능한 머슴 취급했던 재벌 2세와 3세들을 하나씩 격파하고 회장 자리에 앉는다.
‘회·빙·환’이 유행하는 이유
<재벌집 막내아들>의 서사 구조이자 서브 장르인 회귀·빙의·환생(회·빙·환)은 2010년대 초부터 웹소설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
[비평] ‘재벌집 막내아들’, 회귀·빙의·환생의 서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바타>의 할렐루야 산은 내장된 광석들이 이룬 자기장으로 인해 공중에 떠 있다. 중력과 자기장의 저 완벽한 균형이 깨진다면 땅으로 무너져내릴 것이다. 한편의 작품에도 자기장이 있다. <아바타> 시리즈의 거대한 가장자리를 둘러싼 자기장은, 우리가 극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호시탐탐 우리의 감각을 끌어당겨 균형을 빼앗으려 든다. VFX의 성취에 제압된 나머지 제법 풍성한 영화의 내면을 보지 못하거나, 확인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제작비 액수가 사실인 양 회자되거나, 작품 곳곳의 상징이나 뒷얘기 등을 입시 문제 정답 찾듯 알아낸 다음 이거야말로 혁신이라고 추켜세우는 태도 같은 것들이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현대인의 감각은 돈과 기술에 의해 쉽게 흐트러진다. 기술은 이야기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며, 돈은 기술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함을 익히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 우리 혹은 우리의
[비평] ‘아바타: 물의 길’, 인류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인류
-
황상준 음악감독에게 2022년은 1월 개봉작인 <특송>으로 시작해 <말임씨를 부탁해> <공조2: 인터내셔날> <올빼미>를 거쳐, <영웅>으로 연말을 장식하는 밀도 높은 한해였다. 텐트폴 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고, 액션과 시대극,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두루 섭렵해온 베테랑 음악감독이지만 <영웅>은 특히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와 5.1채널 사운드의 극장 환경, 그리고 연기의 세밀함을 조우시키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 <영웅>에선 배우들이 사전녹음, 현장녹음, 후시녹음 과정을 모두 거쳤는데, 음악감독으로서 느끼는 각각의 효용과 차이는 무엇인가.
= 윤제균 감독님께 특히 중요하게 말씀드렸던 게 사전녹음을 꼭 해야 한다는 거였다. 사전녹음 때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보컬이 나오기도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사실 훈련에 있다. 사전녹음을 하면 디렉팅하고 계속 수정하고 녹음하는 과정에
[인터뷰] ‘영웅’ 황상준 음악감독, “영화 스코어가 뮤지컬 넘버를 만날 때”
-
-
엔캠, 4축 와이어캠의 협동
현장 라이브녹음을 위해 롱테이크를 고수한 <영웅> 촬영의 까다로움은 엔캠(Ncam)의 카메라 추적 솔루션, 국내 최초로 영화에 활용된 4축 와이어캠의 협동으로 해결해나갔다. “언리얼 엔진의 기술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적용해 미리 만든 프리비주얼의 데이터를 카메라에 입력하면 와이어캠이 그대로 움직이는 방식”(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이다. 동시에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미리 만들어둔 배경을 카메라 모니터에 입혀서 촬영감독은 블루매트 위에 선 배우가 배경상의 어디쯤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조상윤 촬영감독은 4축 와이어캠이 효과적으로 쓰인 장면으로 기차 꼬리칸 난간을 붙잡고 설희(김고은)가 <내 마음 왜 이럴까>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인물의 동선은 크지 않지만 와이어캠 카메라를 활용해 설희의 앞모습부터 뒷모습, 위, 아래 등 전 방향을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한 장면이다.
책장을 아주 조심스럽게 넘기는
[기획] '영웅', '레미제라블'을 뛰어 넘는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를 위해
-
안중근 의사와 똑같이
<사도>의 영조, <한산: 용의 출현>의 이순신, <올빼미>의 인조까지 배우의 얼굴 위로 수많은 위인의 얼굴을 입혀온 조태희 분장감독에게도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구현하는 것은 큰 숙제였다. “안중근 의사는 헤어스타일과 수염 없는 인중이 포인트다. 그 당시에 볼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수염 없는 인중이 자칫 낯설게 보일 수 있어 고민이 많았다.” 분장팀의 모든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한 안중근 의사 역의 정성화 배우는 1차 컨셉 회의 당시 제안한 대로 체중을 감량해 나타났다. 사진으로 남아 있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과 흡사한 인상을 만들기 위해 분장팀은 3개월간 배우와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배우의 기존 구레나룻도 현대적인 스타일이라 분장을 붙여서 끊긴 바리캉 자국을 없애고 당시 스타일에 맞는 구레나룻을 표현했다.”(조태희 분장감독) 안중근뿐 아니라 독립군 동지들과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도 남아 있는 사진을 바탕으로 실제 모습과 닮게
[기획] '영웅'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 표현한 디테일
-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영화. <영웅>을 설명하는 이 문장 속 요소들을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윤제균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탭들이 머리를 맞댔다. 역사적 사실은 고증을 통해 리얼리티를 더했다. “고증에 몰두하다보면 영화적 재미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고 너무 창조적인 측면을 부각하면 관객의 눈에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조태희 분장감독의 말처럼 영화 <영웅>은 고증과 창조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무대 위에 올렸던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도록 촬영과 조명, 음향은 생생한 현장성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1900년대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안중근에게 이입할 수 있도록 각 분야 스탭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면 곳곳을 매만졌다. 자연스럽게 지나쳤던 장면 구석구석을 새로 보이게 할 제작 과정을 전한다. 뮤지컬의 오리지널 넘버를 극장 버전으로 재편집해 영화 <영웅>만의 개성을 더한 황상준 음악감독의
[기획] 스탭들이 말하는 ‘영웅’ 제작기
-
기술의 공백은 감독과 배우가 채운다
- 특히 <아바타: 물의 길>은 수중 모션 캡처 촬영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촬영 방식이 영화 전반에 어떤 효과를 냈다고 보나.
박영빈 모션 캡처는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사용해왔지만 수중 모션 캡처는 <아바타: 물의 길>이 처음이다. <아바타>를 보면 아바타에 연결된 제이크가 거센 물살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이 있다. 당시엔 와이어에 매달려 촬영했는데 영화로 볼 때 ‘물속에서 사람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아바타: 물의 길>은 실제 물속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둔해지는 움직임이나 자연스럽게 수영해 나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최길남 아주 심플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아바타>에서 정글을 표현하기 위해 나무를 만들어 그 위를 뛰어다녔던 것처럼, 바다가 배경이라면 당연히 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기획] '아바타: 물의 길'이 처음 도전한 수중 모션 캡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생각
-
- <아바타: 물의 길>을 각자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기술 20자평을 남겨본다면.
박영빈 “알고 봤지만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아바타: 물의 길>을 가장 오래 작업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장면을 여러 번 보았는데도 스크린으로 다시 보니 실제로 촬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비족과 함께 자란 스파이더(잭 챔피언)도 카메라로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몸이 전부 CG다. 그래서 스파이더가 나비족과 함께 있을 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시각적으로 너무 평온해서 감탄하면서 봤다. 비 올 때 나도 모르게 손으로 빗물을 가리게 되고. (웃음)
최길남 “디테일의 끝판왕.” 특히 크리처와 물 효과를 눈여겨봤다. 보통은 물 위의 현상이나 아예 물 아래의 일들을 보여주는데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사람이 해수면에 걸쳐 있는 장면을 내보냈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보통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이 작동하는 인터랙션이나
[기획] 알고 봐도 놀라운 ‘아바타: 물의 길’의 시각효과, “디테일의 끝판왕”
-
<아바타> 속편 구상을 위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먼저 기술 회담을 열었다. 존 랜다우 프로듀서를 비롯해 영화 제작을 함께한 팀원들과 <아바타>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지점과 개선의 여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아바타: 물의 길>의 초석을 다졌다. 카메론 감독에게 새로운 기술 개발은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과 같다. 13년 만에 아름다운 판도라를 재현할 수 있었던 것도 거대한 물탱크에서 시도한 수중 모션 캡처와 최첨단 버추얼 카메라, 헤드-리그가 업데이트된 두대의 고화질 카메라 덕분이었다. <씨네21>은 <아바타: 물의 길>에서 기술이 자아낸 혁신적인 심미성을 이해하기 위해 세명의 VFX 슈퍼바이저를 만났다. <어벤져스> 시리즈, <트랜스포머>시리즈를 작업한 최길남 VFX 슈퍼바이저와 <아바타: 물의 길>을 작업한 김기범 라이팅 아티스트, 박영빈 파이프라인 슈퍼바이저에게 <아바타: 물의 길>
[기획] VFX 전문가들이 바라 본 ‘아바타: 물의 길’의 시각효과
-
<밀수>
제작 외유내강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배급 NEW
“개인적으로 기대가 큰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과 배우 김혜수, 염정아의 조합. 기대를 안 할 수 있겠는가.”(이정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1970년대 밀수 범죄에 휘말리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밀수>는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이름만으로 투자책임자들이 기대하는 작품이다. <베테랑>부터 <모가디슈>까지 거대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노하우를 보유한 제작사인 만큼 알뜰한 프로덕션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오랜 팬이라 <밀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너무 궁금하다. 프로덕션도 콤팩트하게 잘 찍었다고 들어서 기대하고 있다.”(이창현 쇼박스 수석부장)
<베테랑2>
제작 외유내강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배급 CJ ENM
류승완 감독
[기획] 2023년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23년 한국영화 기대작
-
<특송>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 <정직한 후보2> <올빼미>로 메인 투자작 4편, 배급 대행 12편, 웹드라마 <강계장> 시즌1, 2와 <블루밍>까지 NEW가 올해 공개한 신작은 총 19편으로 편수만 놓고 보면 팬데믹 이전보다도 많다.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는 “크고 작은 작품들로 꽉 채워 바쁘게 보낸 한해”였다고 위기 속에서 촘촘하게 틈새를 찾아나선 올해의 성과를 자평했다. 영화는 물론 웹드라마까지 공격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는 투자팀과 콘텐츠기획팀, 꾸준한 애니메이션 배급 대행 이력 속에서 수입사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유통전략팀이 제각기 활약한 덕분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마녀2>(6월15일 개봉)와 곧 3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올빼미>(11월23일 개봉)가 훈풍을 불어넣었고,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인터뷰] 2023 전망④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 “결국은 시나리오의 힘”
-
2022년 1월 문을 연 <킹메이커>부터 비수기인 4~5월에 선보인 <서울괴담>과 <범죄도시2>, 여름 시장을 겨냥한 <헌트>까지. 극장가의 분위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영화들은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정세 본부장은 자사 영화들의 올해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하는 한편, 2022년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극장가 전망에 관한 신중한 분석을 내놓았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2023년 라인업을 소개하며 “앞으로는 투자배급 외에도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라는 포부 또한 잊지 않았다.
- 2022년 극장가를 전반적으로 돌아본다면.
= 한마디로 정리하면 ‘당혹’일 것 같다. 마스크를 벗기 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상황이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에도 관객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져 사랑받는 영화의 편수가 줄어들었다. 당장 해
[인터뷰] 2023 전망③ 이정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회사로 거듭날 계획”
-
올해 쇼박스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비상선언> <압꾸정> 세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정량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OTT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해온 쇼박스는 올해도 콘텐츠 유통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올여름에는 미디어데이를 열어 멀티 콘텐츠 스튜디오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디어 환경과 관객의 변화 속에서 이창현 수석부장은 “쇼박스만의 엣지를 살려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쇼박스 흥행성적을 포함해 2022년을 돌아본다면.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으로 발돋움하는 첫해였다. <범죄도시2>로 극장가가 회복하나 싶었지만 전반적으로 양극화가 극심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세편의 담당자로서 반성도 하고, 남들보다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가장 크게 느낀 건 관객의 변화다. 예전엔 시나리오가 아쉬우면 캐스팅으로 보완되고 캐스팅이 모자라면 CG로 승부를 거는 식으
[인터뷰] 2023 전망② 이창현 쇼박스 수석부장(CP2), “이슈나 트렌드에 맞춰 배급 타이밍 잡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