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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웃음과 설렘을 빚지고 있는 SBS <사내맞선>은 로맨스 장르의 관습과 클리셰를 싹 긁어모은 드라마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의 안락함을 즐기는 한편, 익숙한 대사와 공식 같은 장면들이 전과 다르게 읽히는 때가 있어서 종종 자세를 고쳐 앉는다. 주인공 신하리(김세정)와 절친 진영서(설인아)가 이웃 남자가 선물한 조명 안에서 카메라를 발견하는 사건. 하리의 맞선남인 강태무(안효섭)는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을 불법 촬영범을 해고하고자 그가 다니는 회사를 인수하고,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아 소송을 진행하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한 5, 6년 전이라면 통쾌하고 짜릿했을 그 말에 오늘의 나는 반사적으로 되묻는다. ‘그럼 건드려도 되는 사람이 따로 있어?’
태무의 비서 차성훈(김민규)이 “몰카에 찍혀 낙인찍힌 채 살아갈 피해자 입장”을 말할 때는 알아줘서 고맙긴커녕 불법 촬영 피해를 씻을 수 없는 불명예로 이해하는 남성을 마주할 때의
[홈시네마] '사내맞선' 클리셰에 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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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영화를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영화라는 매체의 원형적인 경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원하는 관객이 접근할 수 있게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영화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명 같은 것이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재개관을 기념하는 <2차 송환> 상영회가 시작되기 전,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원승환 관장에게 대화를 청했다. 원승환 관장은 <2차 송환> 상영회 이후의 계획을 읊으며 “보다 다양한 독립영화와 함께하겠다”는 인디스페이스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 이전할 장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 독립영화전용관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모양새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조건하에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었다. 관객과 잘 어울릴 수 있을 만한 공간을 찾는 게 중요했고, 롯데시네마 홍대에서 임대가 가능하다고 해서 선택하게 됐다.
- 홍대로 옮긴 인디스페이스의 장점을 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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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인터뷰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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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종로 서울극장에서의 운영을 종료했다. 관객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물색하던 인디스페이스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홍대 롯데시네마로 이전해 2022년 3월7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3월24일 오후 7시, 인디스페이스는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며 김동원 감독의 신작 <2차 송환> 특별 상영회를 열었다. 큰 행사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인디스페이스가 선택한 작품을 상영하는 ‘집들이 상영회’로 개관을 자축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3월24일 오후 5시경 홍대 롯데시네마로 향했다. 종로가 아닌 홍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낯설다고 생각할 찰나, 홍대 와이즈파크 8층의 시원한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2차 송환>이 상영되기 전 인디스페이스가 새롭게 자리 잡은 1관을 살펴보았는데, 전과 달리 푸른색의 좌석들이 청량한 느낌을 주었다. 1관의 총좌석 수는 186석이며, 좌석 띄어앉기를 실시하는 현재
인디스페이스 재개관 기념, ‘인디스페이스 홍대 집들이 상영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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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 한석규
김서형이 감성 연기에 도전한다. 김서형은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서 출판사 대표이자 말기암을 선고받은 다정을 연기하며 한석규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이혼 후 대장암 선고를 받은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안효섭, 전여빈, 강훈
안효섭, 전여빈, 강훈이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하는 <너의 시간 속으로>(제작 엔피오엔터테인먼트, 리안컨텐츠, 스튜디오플로우)에 캐스팅됐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 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돌아가 남자 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을 만나며 벌어지는 타임슬립 로맨스다.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수지가 출연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제작 컨텐츠맵)가 3월23일 크랭크업했다
안효섭, 전여빈, 강훈의 '상견니' 리메이크 '너의 시간 속으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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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집행위원장 배창호)가 4월1일부터 10일까지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열린다. 국제경쟁부문 30편과 아시아 경쟁부문 12편을 포함해 총 42개국 148편의 산악, 자연, 환경 영화들을 상영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자세한 상영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www.umff.kr) 참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4월1일부터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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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스튜디오가 사명을 SLL(Studio LuluLala (스튜디오룰루랄라)의 약어)로 바꾸었다. SLL은 BA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버드, 스튜디오슬램, 스튜디오피닉스, 앤솔로지스튜디오, 콘텐츠지음, 클라이맥스스튜디오, 퍼펙트스톰필름, 프로덕션H 등 국내 드라마, 영화, 예능 제작사를 보유한 스튜디오다. 정경문 SLL 대표는 “사명 변경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는 최고의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JTBC 스튜디오, SLL로 사명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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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웨이브가 이태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태현 대표 임기 동안 웨이브는 유료 가입자 숫자가 배 이상 증가했고, 이 대표가 취임한 2019년 대비 지난해 약 2.4배 성장을 기록했다. 이태현 대표는 “웨이브가 세계적인 K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가겠다”고 연임 소감을 밝혔다. 그의 임기는 2025년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웨이브, 이태현 대표이사 연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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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축제성을 완전히 회복하겠다.”(이준동 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전주돔으로 돌아간다. 지난 3월31일,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및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전주와 서울에서 열렸다. 56개국 217편(해외 123편, 국내 94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는 전면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되며, 온라인 상영관도 병행한다. 또한 전주돔에서 음악회를 열고, 전주 시내 골목 상영을 확대하는 등 영화제가 가진 축제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준동 집행위원장이 전한 포부에 이어 전진수 프로그래머가 개·폐막작을 비롯한 섹션별 상영작을 소개했다. 개막작 <애프터 양>은 “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SF”로, Apple TV+ <파친코> 연출자인 코고나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폐막작으로는 에릭 그래블 감독의 <풀 타임>이 선정됐다. 한편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에서는 다큐멘터리 <이창동: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및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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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올해로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매년 생일을 자축하며 <씨네21>을 이만큼 키워준 독자들을 위해 근사한 생일상을 차리는 게 이제는 전통이 되었다. 생일상은 곧 ‘창간기념 특별호’ 제작을 말하는데, 올해도 정말 정성껏 준비했다. 감히 재미있지 않은 페이지는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다. 먼저 1995년 4월생으로, <씨네21>과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이도현 배우가 표지를 장식했다. 굳이 탄생의 순간으로 인연을 엮지 않더라도 <씨네21>이 이도현에게 만남을 청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도현은, <씨네21>이 연말에 진행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설문에서 2년 연속으로 ‘올해 주목할 만한 신인 남자배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기대하는 신인배우라는 뜻이다. 이도현은 현재 송혜교와 함께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글로리>를 촬영 중인데, <태양의 후예>
[이주현 편집장] 스물다섯 스물하나 아니고 스물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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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모가디슈>(2021), <군함도>(2017), <베테랑>(2015), <타임리스>(2009), <짝패>(2006), <주먹이 운다>(2005)를 함께했다.
“<주먹이 운다> 때 처음 만나 함께 작업했는데, 나문희 선생님과 (류)승범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옆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던 게 문득 기억난다. 그만큼 선한 사람이었고 주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단 하나도 주지 않았던 사람이다. 6편의 작품을 함께하면서 어느 하나 전쟁처럼 치열하지 않았던 현장이 없었지만 돌이켜보니 그 모든 순간에 그가 함께했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았던 기억만이 남는다. 조금이라도 좋은 것이 있으면 주변과 함께 나누려 했다. 위대한 아티스트와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다.
한편으론 야속한 것도 있다. 최근까지 <베테랑2> 작업을 함께하자고 문자도 나누었는데 이렇게 황
[추모] 이준익, 류승완, 이언희, 백현진… 영화인들이 기억하는 방준석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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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석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부고를 실은 기사 이것저것을 살펴보다 퍼뜩 그의 이름에 붙은 수식들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근작인 <모가디슈>나 <자산어보> 등에선 영화음악감독 방준석이 부각되는가 하면, 영화 <라디오 스타> 주제곡이자 공전의 히트곡인 <비와 당신>의 작곡가로서 언급되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앨범을 낸 지 25년도 더 지난 그룹 유앤미 블루의 멤버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 그렇게 오래 음악을 해왔지만, 방준석의 이름 위에 덧씌울 만한 어떤 ‘시그니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승열과 함께한 ‘유앤미 블루’의, 백현진과 함께한 프로젝트 ‘방백’의 음악 속 방준석은 늘 예외 없이 빛나는 존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특정한 사운드나 태도로 기억하는 음악 팬들은 거의 없다. 그는 모든 곳에 그 개성을 자연스레 녹여내되 자
[추모] 매 순간 새로웠던 음악가, 방준석 197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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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에 생명이 태어나 수많은 생물종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혹여 인류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지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은하 속을 떠돌겠지. 인간의 역사 따위, 한없는 시간 속에선 찰나의 깜빡임조차 되지 못할 테니.”
“그럼 당신은 어째서 찾는 거야? 새로운 시간을….”
활쏘기가 취미인 평범한 고등학생 주나. 바다가 보고 싶다며 남자 친구 토키오와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사망 선고를 받는다. 지구 바깥으로 튕겨나간 주나의 영혼은 환영을 본다. 어쩌면 진실을. 죽어가는 생물들과 더러워진 바다. 시체들. 대량생산으로 낭비되는 식량과 버려지는 쓰레기들. 전쟁. 기아. 홍수와 가뭄. 그리고 재앙을.
방황하는 주나에게 누군가 속삭인다. 드디어 찾았다. 이 별을 종말에서 구원할 시간의 화신. 자신을 ‘크리스’라 소개한 요정 같은 존재가 제안한다. 만약 네가 재앙과 싸워준다면, 지금 다시 한번 네게 생명을 줄게.
수술실에서 오열하는 남자 친구와 엄마를 바라보며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지금 이 별에 살고 있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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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배신으로 가닿은 절벽 너머에도 삶이 있음을, <사랑 후의 두 여자>를 보며 깨달았다.
슬픔을 가눌 수 없다. 기도에 신이 응답할 리 없다. 신의 목소리 대신 여자에겐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절벽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 하지만 백악의 절벽은 붕괴하고 회벽의 천장은 무너지는 중이다. 이것은 메리의 환상인가? 회복될 수 없는 상실 이후 고요히 그녀의 삶은 해체되고 있다.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영국의 신예 알림 칸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삼형제>(2014)로 주목받은 후 BBC필름과 영국영화협회의 지원으로 제작된 영화는 영국독립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주연을 맡은 요안나 스찬란은 런던비평가협회상을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무너져내린 절벽 가까이
영국계 백인 이슬람교도 메리(무슬림 이름으로는 파히마)는 남편 아흐메드의 유품을 정리
'사랑 후의 두 여자'가 절망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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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사람들은 21살에 죽는다. 그들은 21살에, 어쩌면 더 어린 나이에 정서적으로 죽는다.” - 존 카사베츠, [The Films of John Cassavetes: Pragmatism, Modernism, and the Movies]
1. <리코리쉬 피자>, ‘홈 무비’의 소실
1970년생인 폴 토마스 앤더슨은 <리코리쉬 피자>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73년의 산 페르난도 밸리로 되돌아간다. 그의 아홉 번째 장편영화는 10대 소년과 스물다섯 살의 성인 여성이 커플로 결합하는 70년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년기의 흔적에 관한 개인적 기록이 반영된 배경일 테고, 영화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균질한 스튜디오 시스템이 붕괴하고 60년대를 관통하던 정치적 이상이 사라진 뒤의 시기다. 텔레비전에서는 전쟁을 알리는 뉴스와 소비상품을 광고하는 문구가 동시에 송출되고, 포르노그래피와 약물이 주류 문화에 침범하던 때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다시 한번
'리코리쉬 피자' '더 배트맨', 미국영화에 새겨진 70년대의 흔적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