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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블랙팀의 수장 야차(설경구)와 그를 감시하는 파견 검사 지훈(박해수)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사방에서 주도면밀하게 <야차>의 액션을 이끄는 스파이들이 있으니 바로 선임 요원 희원(이엘)과 성격파 재규(송재림), 막내 정대(박진영)다. <콜> <모럴센스>에 이어 <야차>로 넷플릭스 영화의 미더운 얼굴이 된 이엘은 거창한 대사 없이도 베테랑 원칙주의자 요원의 세계관을 단숨에 설득시키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한편 거칠게 기른 수염에 기름칠한 꽁지 머리, 걸쭉한 사투리로 무장한 요원 재규는 이미 액션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던 배우 송재림에게 아직 미개척지가 있었음을 일깨운다. 어깻죽지에 칼날을 슥 닦아내고 맹렬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그에게선 자기 취향에 꼭 맞는 작품을 만난 배우의 흥분마저 느껴진다. 한편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함께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아이돌 그룹 GOT7 출신의 박진영은 반려동물 뱀순이와 절묘한 호흡을 보
꼭 하고 싶었던, 해야 했던: '야차' 이엘, 송재림,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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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감독의 신작 <야차>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영화다. 동북아시아의 스파이들이 한데 모여 꿍꿍이를 숨긴 채 중국 선양에서 펼쳐 보이는 사건의 내막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통쾌하고 깔끔한 액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야심은 숨기지 않는다.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특별감찰 검사와의 갈등, 그리고 여러 나라 스파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가운데 성격이 제각각인 블랙팀 요원들과 검사가 맞붙는다. 정의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는 블랙팀 리더 지강인 역의 설경구, 원칙을 중요시하는 한지훈 검사 역의 박해수, 생존력과 적응력으로 승부하는 베테랑 요원 홍 과장 역의 양동근, 이 세 사람은 사건의 중심, 내막, 반전을 담당한다. 시원하고 통쾌한 한국형 첩보 스릴러 액션 영화의 첫 공개를 앞두고 <야차>의 배우들을 만났다.
-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간의 토크 호흡이 좋았다. 설경구 배우가 양동근 배우의 오
액션의 승부사들: '야차'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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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이면서 익숙하다. 나현 감독의 <야차>에 대한 첫인상을 표현해보자면, 본 적 없는 한국형 첩보 스릴러이자 너무나 익숙한 홍콩 액션영화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 영화라 하겠다.
전세계 스파이의 최대 접전지라는 설정으로 중국 선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과 북한이기에 가능한 갈등 양상을 띤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 스파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의 중심으로 얽혀든다. 국정원의 해외 비밀 공작 전담팀인 블랙팀을 이끄는 지강인 역의 설경구, 블랙팀의 일원인 홍 과장 역의 양동근, 선임 요원 희원 역의 이엘, 터프한 요원 재규 역의 송재림, 팀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에너지 넘치는 막내 정대 역의 박진영은 전우애로 똘똘 뭉친 최고의 팀이다. 신념을 가지고 블랙팀을 감시하는 한 검사 역의 박해수는 사사건건 지강인과 부딪친다. 숨겨진 이야기는 더 많다. 나현 감독이 의도한, 제목 ‘야차’가 뜻하는 것은 추악하고 잔인한 귀신이지만, 한편으로는 부처
'야차'의 배우들을 만나다: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이엘, 송재림,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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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영화의 위기를 논하고 비상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혹은 영화계 내 단체들이 몇번의 테이블을 마련했고, 정부와 극장 차원에서 가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 관객의 목소리는 늘 빠져 있었다. 도화선을 지핀 것은 최근 CJ CGV의 영화 티켓 가격 인상 소식이었다. 이제 CGV에서 2D영화를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만5천원(주말 기준)이 됐다. 영화계가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지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씨네21>은 영화 제작자와 투자배급사, 극장이 겪는 고민만큼 관객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리라 판단했다. 대학 영화동아리 회장과 영화과 학생, 독립예술영화관 서포터스와 멀티플렉스 극장 VVIP 회원 등 대표성을 지닌 4인의 관객을 초청해 코로나19 이후 극장영화의 위기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이들의 대화는 기업과 영화 제작자가 겪는 어려움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포스트 코로나 영화산업 담론에 반드시 탑승해야 할 핵심적인 재료가 될 것
관객이 극장에 가지 않는 이유를 말한다 - 관객 4인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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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최종 후보에 오른 끝에 지난 3월21일 그림 작가 부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이하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는 영광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과로 중이었다. 발표 당일 주요 방송사 뉴스부터 시사교양 프로그램, “대체 왜?” 싶은 음식 기행 예능까지 몰리는 섭외 속에, 그는 그림책을 향해 모처럼 쏠린 대중의 시선을 장르에 관한 관심과 조금 외롭게 노력해온 동료 작가에 대한 지원으로 확장하고자 꽤나 무리하고 있었다. 이수지 작가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너그러운 눈과 입에서 무던한 미소가 깜박 꺼지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 알 것이다. <씨네21>과 인터뷰 중에도 이수지 작가의 휴대폰은 동료들과 결성한 바캉스 프로젝트의 독립출판을 위해 설립한 1인 출판사 흰토끼 프레스에 들어오는 주문 문자에 수시로 부르르 떨었다. “표준화된 그림책과 다른 발상의 독립출판물이 나오면 그림책 생태계가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어 1인 출판사를 차렸는데 희한하게도 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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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히 묵상적 삶을 살아온 메리의 삶은 남편의 죽음 후 무너져내리고 있다. 오열도 비탄도 없이 섬세하게 절제된 연기로 백인 무슬림 여성이 겪는 상실의 여정을 선보인 요안나 스찬란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영국 독립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를 통해 영국아카데미영화상과 영국독립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 이력의 전성기를 맞았다. TV코미디 시리즈에서 우먼파워를 보여준 대기만성형 배우이자 극작가, 제작자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는 요안나 스찬란에게 연기와 영화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 <사랑 후의 두 여자>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이슬람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첫 장편을 준비하는 감독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대가 컸다. 시각, 색채, 소리를 통해 고유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커리어의 시작점에 선 신인감독과 작업하는 건 늘 흥미롭다.
- 영화에서 개종한 백인 여성 무슬림으로 등장한다.
= 예전보다 백인 무슬림이 많아졌고 온갖
'사랑 후의 두 여자' 배우 요안나 스찬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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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트릭스: 리저렉션>(이하 <리저렉션>)을 보았다. 3편 이후 18년 만에 정식 후속작을 자처하며 돌아온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라나 워쇼스키가 감독을 맡고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앤 모스가 주연으로 컴백하는 등 여러모로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어째선지 주역 3인방 중 둘만 참여했는데, 모피어스 역할을 맡았던 로런스 피시번이 함께하지 않은 이유가 조금 궁금하다.
네 번째 <매트릭스>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별로 기쁘지 않았다. 3부작이 워낙 완벽했기에 더 나올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3부작은 완벽하게 닫힌 메시아 서사이고, 두번 죽은 메시아는 다시 살아나면 안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트릭스> 영화가 나온다는데 챙겨보지 않을 수야 없지. 큰 원고 하나를 마무리하자마자 VOD 서비스를 결제하고 곧장 <리저렉션>을 감상했다. 1편의 부실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이미 아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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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닌 애도와 위로의 힘이 꽤 고맙게 느껴졌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패러렐 마더스>는 주인공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스)가 고향의 집단 무덤을 발굴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마침내 발굴에 성공하는 것으로 끝나는 영화다. 그 과정 중간에 자리한 ‘뒤바뀐 아이’ 클리셰는 알모도바르식 서스펜스를 위한 장르적 장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럼에도 알모도바르는 기어이 (집단 무덤 발굴 서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가 바뀐 야니스와 아나(밀레나 스밋)의 관계를 쌓아나간다. 영화는 두 어머니가 아기를 갖게 된 사연을 의도적으로 축약한 뒤 두 어머니를 마주치게 만든다. 예컨대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니스와 아르투로(이스라엘 엘레할데)가 은막을 닮은 하얀 커튼이 나부끼는 방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꿈결처럼 지나가면, 어느새 야니스는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되어 병실에 있다. 그곳에서 야니스는 어린 임신부
'패러렐 마더스'가 죽음을 잊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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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라는 호칭은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호칭을 피해갈 수 없는 당사자로 살고 있다. 팔로워 규모가 작은 편이라 그중에서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는 세부 장르로 분류되고, 출판계로 한정하면 ‘마이크로’는 뗄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소셜 미디어를 종횡무진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하는 일은 자신의 외양이나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말 그대로 ‘영향을 주는’(influence) 일이다. 나는 그중 책과 신념,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맡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영향을 주려고 작정하고 영상을 만들거나 글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걸 당신도 좋아하면 좋겠다는 영업의 목표가 생길 때가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영업 방법 중 하나를 오늘 공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하지 말라고 하지 않기’다. 말 그대로 뭘 하지 말라고 하는 대신, 그냥 다른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슬금슬금 영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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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30살의 서점 직원 글로리아(스테파니아 토르토렐라)는 교양과 친절을 두루 갖추었지만, 연애에서만큼은 영 젬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마다 울려 퍼지는 윗집 커플의 신음 소리를 참다못해 새집으로 이사온 그녀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기기묘묘한 존재, 다름 아닌 유령과 사랑을 나누며 난생처음 성적 즐거움을 만끽한다. 글로리아와 동침한 이의 정체는 얼마 전 죽은 남자 집주인 단테(페데리코 게라)의 유령으로, 우여곡절 끝에 단테 유령과의 야릇한 연애를 시작한 글로리아는 동료 샌드라(네난 펠레누어)도 놀랄 만큼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변한다. 그러나 설렘의 시간도 잠시, 예기치 않은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면서 글로리아는 사랑의 힘으로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마주한다.
우루과이의 남녀 감독 마우로 사르세르와 마르셀라 마타가 공동 연출을 맡은 <고스팅 글로리아>는 유령과 사랑에 빠진 서점 직원의 ‘웃픈’ 연애담을 그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리뷰] 귀여운 상상과 익숙한 엔딩 '고스팅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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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우리 곁에서 일어난 일을 글로 엮는 데 참여했다. 처음부터 직접 눈으로 보고 말씀을 전파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사실 그대로를 엮은 것이다.” 부활절 시즌에 맞춰 신약 성경에 담긴 핵심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낸 영화가 개봉한다. <그리스도 디 오리진>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을 위시한 기존 기독교 소재 영화들이 서양에서 영어 대사로 제작된 것과 달리 실제 예수의 탄생지로 알려진 이스라엘 갈릴리 고지 남부의 나사렛을 중심으로 로케이션을 정했다. 불가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 3개국이 제작에 참여해 주요 촬영지로 등장하며, 대사 역시 예수가 실제 사용한 원어(아랍어, 히브리어)로 채워넣었다. 로마 시대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성모 마리아로부터 예수가 태어나고, 12제자를 만나 그들과 함께 사역을 떠나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에 위기를 느낀 로마가 그에게 십자가 처형을 내리고, 예수가 3일 만에 부활하기까지 신약의
[리뷰] 수업 시간에 틀어주는 ‘예수의 생애 ’교양 비디오, '그리스도 디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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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겨울 서부전선. 모스크바 상공에 있는 파일럿 니콜라이(표트르 표도로프)는 독일군 전투기 틈에서 혹독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급박한 상황 가운데 탑승한 항공기가 독일군의 폭격으로 불시착하고, 그는 진격해오는 독일군의 총알을 피하던 중 큰 폭발에 휩싸여 쓰러진다. 니콜라이가 전사했다고 생각한 쇼타는 그를 강가에 띄워 보낸다. 얼마 후 깨어난 니콜라이는 외딴숲에 홀로 남아 언제 맞닥뜨릴지 모를 전쟁의 위협과 혹한의 고통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전쟁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연인 올가(안나 페스코바)가 기다리고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은 전쟁의 역사를 배경으로 삼지만 당대의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쟁터에 홀로 남겨진 인물이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마주하는 고통과 고독을 따라가는 편이다. 언제 급습할지 모를 적군과 야생동물의
[리뷰] 안전한 만큼 낯익은 길만 골라가는 경우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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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정말임 여사(김영옥)는 누구에게도 말발이 뒤지지 않는 정정한 할머니다. 베개 밑에 식칼을 두고 잘 정도로 ‘옛날 사람’인 그는 외아들 종욱(김영민)과 며느리 유진(김혜나)의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 지낸다. 하지만 자신감도 잠시, 종욱이 대구에 오기로 한 날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말임은 골절상을 입는다. 이 일로 말임은 갑자기 섬망 증세를 보이고, 그런 어머니가 걱정된 종욱은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에게 말임을 돌보게 한다. 하지만 말임은 능청스럽고 살가운 미선이 어딘가 못마땅하다. 돈을 들여가며 집에 사람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불편한 말임은 자꾸만 미선을 내쫓으려 한다.
박경목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말임씨를 부탁해>는 여러모로 익숙한 방식의 가족 드라마다. 영화는 고령화사회에 당면한 부양과 보험 등 실질적인 문제를 짚는 한편, 미선을 통해 가족의 색다른 존재 방식도 선보인다. 집에 설치된 홈 카메라,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다단계 의료기
[리뷰] '말임씨를 부탁해' 신파의 눈물보다 능청스러운 웃음이 약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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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춘희(강진아)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뒤 친척 집에서 눈치를 보며 자랐던 춘희에겐 남들과의 떠들썩한 소통이나 교류보다는 혼자 지내는 느릿하고 고요한 일상이 익숙하다. 그녀의 유일한 목표는 한푼 두푼 돈을 모아 다한증 수술을 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춘희는 벼락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나는데, 그날 이후 춘희 앞에 난데없이 1998년의 어린 춘희(박혜진)가 나타난다. 고통스럽고 슬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어린 자신과의 조우에 춘희는 혼란을 느끼고, 이를 털어놓기 위해 가입한 모임에서 말을 더듬는 남자 주황(홍상표)을 만난다. 춘희와 주황은 작은 추억들을 쌓아나간다.
“춘희야, 태어나길 잘했어.”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을 제목으로 삼은 이 영화는 극이 끝나갈 때 즈음에서야 비로소 제목의 진의와 무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눅진한 온기를 지녔다. 최근 몇년간 주목받았던 젊은 한국 여성감독들의 독립영화의 소재와
[리뷰] '태어나길 잘했어' 나를 지키기, 어쩌면 제일 어려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