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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CJ ENM 스튜디오 센터가 드디어 열렸다. 2018년 부지 확보 후 2020년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사업준공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개방한 것이다. 7월5일, tvN 드라마 <환혼> <작은 아씨들> 등의 촬영이 한창인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 초대받아 현장을 둘러본 답사기를 전한다. 원스톱 제작 인프라를 갖춘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였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월이 적용된 이 스튜디오는 마이크로 LED 기술력과 500평 규모의 스튜디오 시설이 만나 버추얼 스튜디오가 영화, 드라마 콘텐츠에 직접적으로 끼칠 혁신적인 영향력이 더이상 이상이 아닌 눈앞에 당도한 현실임을 체감시켜주었다.
CJ ENM 스튜디오 센터는 원스톱 제작 시스템을 목표로 13개동에 달하는 타운 안에 스튜디오, 오픈세트, 버추얼 스튜디오, 멀티로드, 근린 시설, 대규모 미술센터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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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시상식이 7월18일에 열렸다. 이론비평으로 ‘창문과 풍경의 어긋남이 말해주는 것’을 쓴 김예솔비, ‘요청하는 이미지와 지연되는 말들’을 쓴 소은성, 두 사람이 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김예솔비씨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표현을 빌려 앞으로 꼿꼿한 글을 쓰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고, 소은성씨는 “글을 써야 하는 압박감도 동시에 안게 됐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두 신인 평론가의 글은 앞으로 <씨네21>에서 만날 수 있다.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시상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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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손희정의 영화담(談) 로스트 도터
어머니에 대한 관습적 기대 부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주인공 레다, 매기 질런홀 등 여성 제작진들, 지금껏 보지 못한 엄마됨 그려내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는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원작으로 한다. 페란테의 소설은 ‘위대한 모성’이라는 신화에 도전하고, 그에 가려져 있었던 여성의 내면을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가부장제 사회는 오랜 세월 모성을 여성의 본능으로 자연화하고 인류를 영속시키는 찬란한 속성으로 숭배함으로써 여성을 어머니의 자리, 재생산의 영역에 가두어 왔다. 이렇게 절대적인 사랑과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모성성의 신화가 인간을 행복하게 했다면 별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빈번하게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결핍된 존재로 만든다. 페미니즘이 모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엄마됨의 스펙트럼을 다채롭
절대적 사랑과 희생, 그게 모성의 전부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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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진의 캐릭터 세상22 ㅣ ‘안나’ 이유미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세상이다. 거대 자본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재능이 뛰어나도 그것을 펼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없으면 계층 이동에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현실에서는 언감생심이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있다지만, 현실은 돈이 없으면 꿈을 펼치기는커녕 꾸기조차 힘들다. 자본이 문화적 소양과 학벌까지 담보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 행각에 대한 문제 인식이 빈약한 현실은 사회적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토양이 되기 쉽다. ‘연약한 자존심’에서 시작한 ‘거짓말’ 때문에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인생을 그린 드라마 <안나>(쿠팡플레이)의 이유미(수지)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욕망이 만들어낸 사회적 괴물이다.
재력으로 사들인 학벌, 그것을 훔쳐 간 ‘사회적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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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와 대상을 초월해 팬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잊을 만하면 되새기는 현상. 좋아하는 상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애먼 ‘머글’들에게 가고, 정작 덕후들은 멀리서 속 끓이고 마는 처지를 일컫는 말. 일명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탄다’의 준말)은 범(汎) 덕질계의 오랜 불문율이자 자조 섞인 넋두리다.
세월을 타고 수천 겹의 감정을 빚어내는 덕질의 생리로 인해, 이 슬픈 이야기는 최초 용례를 빗겨간 의미로 읽혀도 낯설지가 않다. 열렬히 사랑한 남성 연예인이 성범죄에 연루되었다면(<성덕>), 현생보다 아낀 게임 세계가 슬그머니 사라질 채비를 한다면(<내언니전지현과 나>), 팬심을 담아 무명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려는데 난항이 계속된다면, 그러다 그가 유명인 반열에 훌쩍 들어서버린다면(<듣보인간의 생존신고>), ‘덕후가 끝내 계 타기란 얼마나 요원한가.’ 읊조리며 먼 곳을 바라볼 수밖에.
그렇게 덕후의 넋을 달래는 와중 카메라를 든 감
‘빠순이’라 불린 감독들이 말하는 나의 덕질, 우리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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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아이. 도윤(현우석)은 이제 곧 성인이 되어 보육원에서 퇴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한국에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도윤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호주로 떠날 자금을 마련하는 중이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다. 그런 그에게 불현듯 15년 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부 승원(정웅인)이 나타나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하고, 마땅한 대안이 없던 도윤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들어간 집에 두 번째 아이가 있다. 승원의 재혼으로 생긴 동생 재민(박상훈)이다. 도윤과 재민은 서로 어색한 상황 속에서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데, 그때 갑자기 승원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알고 보니 이는 죽음을 앞둔 승원이 어린 재민의 보호자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꾸민 계획이었다. 또다시 홀로 남겨진 도윤은 아빠를 원망하면서도 자신에게 늦게나마 생긴 가족을 지키려 노력한다.
<아이를 위한 아이>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라마적으로 풀어낸 성장영화다. 영화는 여전
[리뷰] 자립준비청년들을 부탁해 '아이를 위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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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외계인들은 인간의 몸에 외계인 죄수를 가둬왔다. 간혹 죄수들이 인간의 몸에서 탈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탈옥’을 막을 목적으로 로봇 가드(김우빈)와 썬더는 지구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된다. 어느 날, 탈옥수를 잡는 과정에서 남겨진 아기를 발견한 썬더는 아기에게 이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살아간다. 500년 전 고려 말, 도사 무륵(류준열)은 도둑들을 잡아 관아에 넘기고 현상금을 챙긴다.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의 행방을 찾던 무륵은 마찬가지로 신검을 손에 넣으려는 ‘천둥(총)을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과 맞닥뜨린다. 여기에 삼각산의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그리고 악의 세력 밀본의 수장인 자장 법사(김의성)가 합류하면서 신검을 차지하려는 자들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다.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다. 외계인과 도술이라는 감독의 오랜 관심사를 결합해 이질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두 시간대를 오가며 자신의 목적을
[리뷰] 조현나 기자의 '외계+인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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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악당 숭배를 하는 미니언들은, <미니언즈>의 결말에 이르러 마침내 <슈퍼배드> 시리즈의 주인공 그루(스티브 커렐)를 발견한다.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겠다는 야망이 있는 그루는 미니언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보스다. 동네 영화관과 아이스크림 가게 등에서 소소한 나쁜 짓을 하며 훗날을 도모하던 그루는, 어느 날 악당계의 슈퍼스타인 ‘빌런6’에서 멤버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루는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데, 홧김에 자신의 악당력을 증명하기 위해 빌런6가 소중히 아끼던 마법 스톤을 훔쳐 달아난다. 그러나 어느새 쫓아온 빌런들에 의해 그루가 납치를 당하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또다시 미니언즈가 나선다.
‘슈퍼배드’는 몰라도 ‘미니언즈’는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감히 스핀오프계의 전설이라고 부르고 싶은 <미니언즈> 시리즈의 속편이 7년 만에 개봉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
[리뷰] 스핀오프가 본편을 뛰어넘는 각성의 순간 '미니언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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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이토 마리카)은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한창 제작 중인 작품에 불만이 많다. 사랑한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해야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카린(고다 마히루)의 로맨스영화가 영 촌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맨발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따로 있다. 바로 10대 사무라이 이야기. 맨발은 어릴 적 할머니와 사무라이영화를 우연히 본 뒤로 골수팬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맨발은 자신이 꿈꿔온 주인공의 모습과 똑 닮은 린타로(가네코 다이치)를 만나며 생각만 해오던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목표도 세웠다. 축제날 게릴라 상영으로 카린의 영화 상영회를 망치는 것이다. 다소 비뚤어진 마음이지만 맨발은 동아리 친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
영화 제작의 첫 번째 단계로 스탭 구성부터 시작한다. 오토바이처럼 자전거 조명을 화려하게 개조한 친구에게 조명감독을, 공 받을 때 나는 글러브 소리만으로도 누가 공을 던졌는지 알아맞히는 야구부 친구에게 음향감독을, 평소 능글맞고 노안을
[리뷰] 번아웃과 무기력이 시대 언어인 세상에서 이토록 자유로운 '썸머 필름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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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악역이 무려 이순신의 적이다.
= 작품에서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악역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안타고니스트(작품 속에서 주인공에 대립적이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로 정의하고 촬영에 임했다. 오로지 악역으로만 규정해 연기하면 캐릭터가 납작해지고 입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감정의 폭이 좁아지지 않도록 야만적이면서도 패기가 있고 야망이 넘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 작품에 함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 한창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를 촬영 중일 때, 분장팀이 <한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만 해도 나와 무관하다고 여겼다. 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만난 일본어 선생님도 이 작품에 참여할 거란 소식을 들었다. 그때도 역시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러다 운명처럼 와키자카 역을 제안받았고, 시나리오를 접하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작품이 들어온다는 건 무척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변요한 "한끗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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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참 바쁘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김한민 감독의 <한산>이 연이어 개봉한다.
=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한산>의 개봉이 밀리면서 공교롭게 일정이 이렇게 되었다. 보통 작품마다 휴식기를 가지는 편이라 연달아 작품을 찍은 건 물론이고 연달아 관객과 만나는 것도 처음이다. 한편으론 극장가에 다시 사람이 모이는 시기에 이렇게 선보일 수 있어 다행스럽다. <한산>은 2020년 여름 무렵에 찍었다. 한산대첩도 여름에 있었던 전투인데 특히 올해는 한산대첩 430주년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
- 2019년에 임상수 감독과 <행복의 나라로>를 마친 후 2020년 여름 <한산>, 같은 해 10월경 <헤어질 결심>을 촬영했다. <행복의 나라로>가 아직 개봉하지 않았으니 촬영을 마친 순에서 거꾸로 개봉하는 셈이다.
= 의지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임상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박해일 "활을 든 군자, 이순신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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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2013)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을 구한 영웅의 위대한 전투를 그린다. <명량>보다 좀더 젊은, 40대의 이순신으로 변신한 박해일 배우는 위기의 조선을 구할 역사적 임무를 짊어졌다. 차분하고 투명한 물의 기운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박해일의 이순신은 이제껏 숱한 작품에서 재현된 이순신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발산한다. 배우 박해일이 이순신이 되는 과정은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과정을 닮았다. 그는 길고 깊은 호흡으로 한산대첩에 이르는 과정 전반을 팽팽히 당기고, 고요한 집중 끝에 끝내 역사의 과녁을 꿰뚫는다. 한편 조선 앞바다를 위협했던 왜장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배우 역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왜군의 모습을 선보인다. 변요한의 와키자카는 단지 제거해야 할 악이 아니라 극복하고 물리쳐야 할, 살아 있는 적장이다.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의 위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인물은 아이러
의(義)와 불의(不義)의 전장에서: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박해일,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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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푹푹 찌는 때이른 무더위에도 두꺼운 갑옷을 입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배우와 스탭들. 여기가 군대인지 영화 현장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그렇게 탄생한 <명량>은 2014년,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영화가 되었다. 그로부터 8년 후 다시 한번 마주할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ARCHIVE] 최고 흥행작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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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동을 관찰하여 속내를 읽는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 시리즈가 네 번째 이야기 <고독한 강>으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댄스는 위기를 맞이하는데, 갱단의 총기 수송 소탕 작전을 진행하다가 용의자를 놓쳤다는 이유로 민사부로 강등되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화재 사건을 맡게 된다.
책에는 장르물 독자라면 익숙할 장치들이 여럿 등장한다. 능력 있으나 억울하게 자리 배치를 받은 수사관, 부서간의 알력 다툼, 알고 보니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인을 노린 사건. 이런 익숙함을 흥미로움으로 바꾸는 것은 제프리 디버가 선보이는 현실적이고 꼼꼼한 관찰과 묘사다. ‘고독한 강’ 솔리튜드크리크가 흐르는 지역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큰 사건이 터지자 바로 현장으로 달려오는 유력 정치인의 모습이며,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를 보고 분노하여 돌을 던지고 심지어 수사관을 공격하는 군중의 모습도 그렇다. 특히 이 통제 불가능한 아수라장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씨네21 추천도서 - <고독한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