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문의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에게 항일 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을 색출해내지 못한다는 건 상당히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혈안이 된 카이토의 용의자 리스트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와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서현우)이 올랐다. 마침 명예 회복이 필요했던 쥰지는 용의자로 몰린 것엔 아랑곳하지 않고 카이토보다 먼저 유령을 잡아내려 한다. 천 계장은 혼자 남겨진 반려 고양이를 걱정하며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길 원한다. 카이토가 놓은 덫 속에서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용의자들. 맡은 캐릭터의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2주 만에 일본어 대사를 전부 외운 박해수, 의상과 액션까지 철저히 준비한 설경구, 10kg가량 체중을 증량한 서현우와 <유령>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 다들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고.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
설경구 책이 잘 읽혔다. 이해영 감독님이 항일영화지만 좀 달리 가고 싶다고,
[인터뷰] ‘유령’ 설경구, 박해수, 서현우, “액션에 컬러가 있다면”
-
항일 조직 ‘흑색단’이 조선총독부에 심어둔 첩자 ‘유령’을 밝혀내기 위해 벼랑 끝 외딴 호텔에 신임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와 그가 놓은 덫에 걸린 용의자들이 모인다.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서현우)은 살아서 경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른 이와 편을 먹거나 적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유령>은 스파이의 존재를 놓고 서로 쫓고 쫓기는 배우 개개인은 물론 그들이 부딪쳤을 때 에너지가 특히 돋보이는 캐릭터 영화다. 앙상블 연기의 짜릿한 공명을 보여준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를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 <유령>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배우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완벽한 앙상블: ‘유령’ 설경구, 이하늬,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
우리는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속도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만일 모두가 일반적인 미국인처럼 소비한다면 1.7배는 5배가 될 것이다. 그건 마치 매년 연봉을 전부 써버린 다음, 자녀에게 물려주려 했던 저축액에서 연봉의 절반 이상을 꺼내 다 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J. B. 매키넌의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가 극단적인 사고실험을 시작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쇼핑을 멈춰야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이 쇼핑을 멈추는 날’을 가상으로 보도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매키넌은 현 상황을 짚어가는 작업부터 시작하며 미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에콰도르의 소비자 생활방식을 탐사하고(이 책에 따르면 만일 모든 인구가 현재 한국인처럼 사는 한국 행성이 있다면 4개 이상의 지구가 필요하지만 에콰도르 행성에서 산다면 딱 지구 한개면 충분하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일요일 쇼핑
씨네21 추천도서 -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여자들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둔 부정한 기운”을 가진 여자들이 마녀의 집을 찾아 온갖 하소연을 쏟아내고 해결책을 구한다. “자신의 기구한 운명, 육신의 고통과 불면증, 꿈에 나타난 죽은 식구나 친척, 산 사람들과 티격태격한 일, 아니면 돈-거의 대부분은 돈 문제”에 대하여. 마녀에게는 제대로 돌보는 법이 없는 딸이 하나 있었고, 마녀가 죽은 뒤 딸은 어머니의 지위- 마녀- 를 물려받아 어머니가 해온 역할을 이어가던 어느 날 살해된다. 멕시코에서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한 마을에서 마녀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는 소설인 <태풍의 계절>은 어둡고 슬프며,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태풍의 계절>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여러 이유로 자기 자신만 돌보기도 지독하게 벅찬, 혹은 약물에 절어 있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 인물들 대신
씨네21 추천도서 - <태풍의 계절>
-
-
연극 전용 소극장 무대 한가운데서 시체가 발견된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연극 활동을 병행하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피해자다. 유서가 발견됐으며 피해자가 죽음을 암시하는 전화 통화를 한 기록이 남아 수사 방향은 자살로 향한다. 한편 사건 보고서를 읽던 오 형사는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의 수상작 <그날, 무대 위에서>는 형사과장이 시체가 발견된 연극 무대를 자세히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객석을 비추는 빛과 주검 위로 쏟아지는 푸른색과 보라색 빛, 피해자의 차림새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품들, 소극장에서 연극 무대로 향하는 계단과 동료 연극인들의 발걸음까지 선연하게 그려지는 묘사는 읽는 이가 마치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한국추리문학상은 그해 발표된 단편 추리소설 중 한편에 ‘황금펜상’을 수여해왔다. 2022년 수상작품집은
씨네21 추천도서 -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
-
대담 기사 읽기를 즐긴다. <씨네21>에도 다양한 기획의 대담 기사가 실리는데 보통의 인터뷰와 대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의 점으로 대화가 모이지 않고 목적 없이 넘실대는 말의 틈새에서 저마다의 진의를 파악하는 재미? <뒤라스X고다르 대화>는 장뤽 고다르,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작품 세계를 구축한 후 성사된 만남에서의 대화를 글로 엮어낸 것이다. 1997년, 1980년, 그리고 1987년 세번에 걸쳐 진행된 뒤라스와 고다르의 대화는 서로의 작품 세계를 염탐하듯 시작한다. 뒤라스와 고다르 모두 연출자이기에 각자의 최신작에 대한 소회로 문을 연 대화는 점차 물감이 강물에 퍼지듯 마구잡이로 확대된다.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견해 차이를 거쳐 영화와 텔레비전, 당시 활동 중이던 다른 예술가들의 근작에 대한 소회, 문화와 대중에 대한 견해, 영화 이미지 재현의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등 대화는 파편처럼 이리저리 튄다. 가식적인 존중과 배려보다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드
씨네21 추천도서 - <뒤라스×고다르 대화>
-
스위스 베른의 김나지움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비 오는 어느 날 출근길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성의 목숨을 구한다. 모국어가 “포르투게스”라는 여성의 대답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 그는 시계처럼 정확하고 실수 없던 일상을 버리고 충동적으로 리스본을 향한다. 원래는 컬러텔레비전의 생생함도 참지 못하고, 너무 빨리 새로운 세계로 인간을 안내한다는 이유로 비행기 여행도 싫어하던 사람이었으니, 엄청난 일탈이다. 그레고리우스의 손에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한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포르투갈 작가의 매혹적인 책 <언어의 연금술사>가 들려 있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원래 쓰던 두꺼운 안경을 실수로 깬 다음 새로운 안경을 맞춘다. 가볍고 날렵한 새 안경으로 선명하고 강렬한 세상을 어색하게 바라보는 그레고리우스의 모습은, 기존의 삶과 이별하고 프라두라는 아름답고 낯선 존재의 삶을 들여다보는 리스본에서의 여정을 은유한다. 학창 시절의 프라두는 진부한 언어 사용을
씨네21 추천도서 - <리스본행 야간열차>
-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2018년 2월에 열린 고 노회찬 의원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의 강의를, 2023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사뭇 새롭고 묘하게 다가온다. 5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많이 변했다. 강의를 시작하며 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마무리된 2016년의 촛불집회가 사회적 불평등 및 이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으로 촉발되었다고 지적한다. 상위 2%의 소득과 하위 90%의 소득 격차가 점점 커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강원랜드 사례처럼 불법 채용이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권력에 관대한 사법부를 비판하며 권력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과연 이 사회가 권력층 봐주기에 비판적인 입장인지, 더 큰 이익 앞에서는 적당히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씨네21 추천도서 - <우리가 꿈꾸는 나라>
-
우리가 꿈꾸는 나라_노회찬 지음
리스본행 야간열차_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뒤라스×고다르 대화_마르그리트 뒤라스, 장-뤽 고다르 지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_김세화, 한새마, 박상민, 김유철, 홍정기, 정혁용, 박소해 지음
태풍의 계절_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_J. B. 매키넌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
'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백현진의 <빛>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함께 나왔던 백현진 형의 노래다. 평소 즐겨 듣는 김오키의 색소폰 연주가 들어가 있는데, 함께 들으면 정말 좋을 거다.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
이번에 <박하경 여행기>를 만들면서 닮고 싶었던 영화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원작이고 폴 오스터가 각본을 썼다. 이나영 배우가 “혹시 촬영 준비를 할 때 보면 좋을 영화가 있느냐”고 묻기에 “딱히 없지만 굳이 꼽자면 <스모크>”라고 추천했다. 그리고 어느 날 메신저로 “이런 영화를 추천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일본 드라마 <나의 누나>
“이것은 나와 나의 누나가 아주 잠깐 둘이서만 살았던 시절의 기록이다.” 마스다 미리의 만
[LIST] 이종필 감독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
이탈리아인이라면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발다오스타. 영화 <여덟개의 산>은 스위스와 프랑스가 근접해 있고 알프스산맥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발다오스타가 배경이다. 이곳은 베네토와 트렌티노 지역의 온화한 산세에 비해 계곡은 좁고 어두컴컴하며 협곡처럼 폐쇄적이지만 초목과 개울과 숲이 있는 산, 나무, 돌로 이루어진 마을을 품고 있으며, 몬테로사산이 보이는 꽤 높은 곳에 도달한 양지에서 여러 갈래의 산길이 만난다. 도시 소년 피에트로와 산골 소년 브루노는 이 산길을 파헤치며 둘만의 비밀을 간직한 장소로 만들어나간다. 이들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산의 역사에 대해 상상하고 산에 존재하는 것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특별한 우정을 키워나간다. 그러면서 영화는 가족과 화해, 자연 속으로 걸어들어간 개인의 성찰과 마주한다.
벨기에 감독 펠릭스 판흐루닝언과 배우이자 이 영화로 감독 데뷔한 샤를로트 반더히르미가 공동 각본·감
[로마] 잠시 멈추어 서서
-
<아바타: 물의 길> 관객수가 900만명을 돌파하고, 모두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는 것 같은 요즘, 다른 한쪽에서 은근히 뜨겁게 타오르는 장르가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과 MBN <불타는 트롯맨>이 거의 동시에 막을 올린 것이다. 초반 시청률은 전자가 압승을 거두었지만, <내일은 미스터트롯> 제작진이 방송사를 옮겨 내놓은 후자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가슴에 크게 숫자를 써붙인 트레이닝복 차림의 참가자들 위로 “단 하나만, 살아남는다”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불타는 트롯맨>의 오프닝은 <오징어 게임>의 노골적인 오마주다.
<오징어 게임>의 영희 인형만큼이나 거대하고 생뚱맞아 보이는 동상 ‘트맨’으로부터 출발한 투명 공이 ‘최첨단 AI 시스템’을 통해 무대 중앙으로 이동한 다음, 천장에서 쏟아지는 5만원 뭉치로 기본 상금 3억원을 채워넣는다. “여러분! 3억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불타는 트롯맨’
-
<모두 잊었으니까>
디즈니+
추리소설 작가 M(아베 히로시)은 거의 모든 일상을바 ‘등대’에서 소모한다. 그러니 <모두 잊었으니까> 의 주 배경 역시 바 등대가 된다. 등대에 모이는 M 과 직원, 손님들의 작은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이면서 묘한 서사의 리듬이 일렁이는 식이다. 메인 플롯은 분명 M의 여자 친구인 F의 실종인데 이야기는 자꾸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 인물들의 서브플롯을 파편적으로 진행한다. 또 매회 마지막을 실제 뮤지 션들의 라이브 공연으로 꾸리면서 이야기의 막간에 의도적으로 강세를 두기도 한다. 꼭 무위의 미스 터리물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독특한 작법이 매력적이다. 16mm 필름으로 촬영한 화면의 아날로그 질감도 시리즈의 기묘함을 더하는 데 착실히 일조한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공동 각본가인 오에 다카마사가 연출과 각본에 참여했다.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외
최근 <견왕: 이누오
[OTT 추천작] ‘모두 잊었으니까’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 ‘페일 블루 아이’ ‘잠적: 김민하’
-
디즈니+ / 크리에이터 조엘 필즈, 조셉 와이즈버그 / 감독 크리스 롱, 케빈 브레이, 귀네스 호더 페이튼 / 출연 스티브 카렐, 도널 글리슨 / 플레이지수 ▶▶▶
심리 상담사 앨런(스티브 카렐)에게 새 환자 샘(도널 글리슨)이 찾아온다. 앨런은 내담자 샘의 태도가 영 탐탁지 않다. 항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터라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고 본격적으로 내심을 파고들려 하면 화제를 돌리기만 한다. 샘의 상담 성과가 요원해지려던 찰나 상황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전환된다. 앨런이 집 앞에서 습격당한 후 납치된 것이다. 눈을 뜬 그는 웬 가정집의 독방에 갇혀 있고 발목엔 족쇄가 채워져 있다. 이윽고 앨런의 감금에 샘이 연루돼 있음이 밝혀지면서 둘은 못다 한 상담을 이어나간다. 아버지의 학대 탓에 강한 충동 장애에 시달리는 샘, 아내의 죽음으로 아들과 반목을 겪고 있는 앨런이 서로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기에 이른다.
<그 환자>의 화두는 ‘관계’다. 표면적으론 상담사 앨런과 내담
[OTT 추천작] 디즈니+ ‘그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