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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썸〉의 첫 장면은 영화의 절정 부분과 띠처럼 이어져 있다. 치사량의 마약 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유진(송지효)의 얼굴이 잠자는 유진의 얼굴과 겹친다. 그러니까 잠에서 깨어난 유진이 앞으로 24시간 동안 겪는 일은 그가 이미 어디선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
〈썸〉은 이 24시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벨 소리에 눈을 뜬 유진은 디지털카메라동호회의 한 회원에게 전달하라는 부탁과 함께 MP3 칩을 받는다. 영문 모를 물건을 가방에 넣은 채 출근길에 나선 순간부터 그는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쫓기고, 자취를 감춘 100억원대 마약의 행방을 찾는 형사 강성주(고수)와 조우한다. “이 남자를 기억해.” 어디서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릿 속에 각인된 강성주와 얽혀갈수록 유진의 눈에는 기억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펼쳐지고 잠입수사를 하던 강성주는 범인으로 오인을 받아 궁지에 몰린다.
유진이 겪는 기시감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고편이다. 동시에 예견된 운명을 주인공들이 어떻게 벗어
<썸> 당신의 예정된 죽음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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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서 수상한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우측 사진)는 내년쯤에나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리뷰하는 것이 영화 비평 릴레이가 독자와 맺고 있는 약속이지만, 뉴 커런츠 부문 한국 영화 상영작 중의 두 편인 〈여자, 정혜〉와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를 소개하고자 한다. 언젠가 이 지면에서 투덜거렸듯이 저예산 영화의 극장 상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평적 공간이 상영 공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여자, 정혜〉는 혼자 주공 아파트에 살면서 우체국에 나가 소포의 무게를 재고 우표를 붙이는 일을 하는 정혜(김지수)의 일상을 그린다. 또 그 일상을 헤집어 아찔하게 만드는 기억과 교차시킨다. 그 결과, 영화는 정감 있고 정확하다. 정혜는 버려진 작은 고양이를 데리고 와 기름진 참치를 먹이고, 자신의 김밥 속을 골라 먹지만 나쁜 기억을 솎아내지는 못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 어떠한 결정적 상처가
[비평 릴레이] <여자 정혜>, <귀여워> 김소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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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영화제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2개의 영화제가 이번주 첫출항을 한다.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용산 CGV와 강변 CGV에서 열리는 ‘제1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했던 아시아 독립영화의 최근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영화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베컴이 오웬을 만났을 때〉 등 한국 독립영화 23편과 중국, 일본, 이란, 인도, 스리랑카 등 12개의 아시아 국가에서 출품한 20여 편의 장·단편을 만날 수 있다. www.cjaiff.com , (02)2112-6664.
‘도심 속의 푸른 놀이터’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하는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는 22~26일 광화문 일대의 극장인 스타식스 정동과 씨네큐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19개국에서 출품한 100여 편의 장·단편들이 선을 보인다. 개막작은 장진·송일곤·이영재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1.3.6〉(사진). www.greenfestival.or.kr , (02)7
CJ아시아인디영화제·서울환경영화제 첫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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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일그러진 사회를 훑어보는 1회 민들레 다큐 영화제가 19~21일 청주교육대 실과관에서 열린다. 청주교육대 다큐멘터리 동아리 ‘다큐팩토리’가 올해 처음으로 여는 영화제 영화 상영, 감독·교수·수사와 대화, 노래 공연 등이 이어진다. 19일 저녁 7시 개막식과 함께 9·11테러 뒤 미국의 반전시위 등을 다룬 김기훈 감독의 <대답(앤서)>,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의 이야기를 그린 이마리오 감독의 <미친 시간>이 상영된다. 청주교대 노래패 역동 공연, 평화유랑단 김재복 수사와 평화, 반전 등을 이야기 한다.
20일에는 현역 군인의 신분으로 기독교 회관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을 한 강철민 이병의 투쟁 기록을 담은 김환태 감독의 ‘이등병의 편지’가 상영되고 김 감독과 영화 제작 배경, 영화 뒷이야기 등의 대화를 나눈다. 21일에는 <대답>을 다시 보여주고, ‘다큐팩토리’지도교수인 청주교대 이은주 교수가 영화와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민들레 다큐영화제 19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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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가 영화적 마력을 잃어가고 있는 건가? 난처하긴 하지만 이 생각은- 아래에 논의되는 이유들 때문에- 3년 전 <소림축구>로 대박을 터뜨린 것에 이어 주성치가 최근 프로듀서·감독·각본·주연을 맡은 <쿵푸>를 보는 동안 계속 뇌리 속을 스쳤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영화는 홍콩이나 중국이 아닌 지난 9월 중순 캐나다 토론토에서 있은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했다. 아이러니는 주성치가 자신의 세계 프리미어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것. 지난 10년간 주성치의 시민권 신청을(삼합회 관계가 추정되어서) 여러 번 거절한 캐나다 정부는 비자발급을 환영하지 않았다.
영화는 홍콩에서 12월 이후에 개봉할 계획이고 한국에서는 내년 1월14일에, 미국에서는 내년쯤에 할 계획이다. 틀림없이 처음에는 잘되겠지만, 2001년 여름 홍콩에서 <소림축구>가 거뒀던 6천만홍콩달러라는 놀라운 금액에 상응하거나 이를 돌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영화의 중심에는
[외신기자클럽] 주성치의 ‘모조’는 어디로?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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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지만 스크린의 경우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에 사는 세명의 40대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사진)과 유니버설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보면 말이다. 링클레이터의 고등학교 동창들인 이들은 1993년에 발표된 <라스트 스쿨>(Dazed and Confused)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허락없이 사용된 이후 끊임없는 모욕 속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1976년 학기의 마지막 날,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 영화에서 리처드 플로이드는 랜달 ‘핑크’ 플로이드, 바비 우더슨은 데이비드 우더슨, 앤디 슬레이터는 론 슬레이터로 이름만 바뀌어 나오며, 이들 캐릭터는 실제 자신들의 삶과 무관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영화에서 플로이드는 70여명의 캐릭터 중 몇 안 되는 제대로 정신이 박힌 인물로 나오고 우더슨은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도 여고생들에게 ‘작업’을 일삼는 인물로 등장하며 슬레이터는 대마초에 환장한 ‘또라이’로 보
[왓츠 업]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에 고교동창생 이름 썼다가 소송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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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세상일도….”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마당에서 고추를 손질하던 어머니가,
“증손(曾孫)이라곤 계집애 그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 써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티없이 맑고 순수한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황순원 소설 <소나기>의 종결부이다.
장진 감독의 <소나기는 그쳤나요?>는 여름방학 동안 서울에서 온 소녀와 짧지만 지독한 사랑을 경험한
소년의 슬픔은 그쳤나요, <소나기는 그쳤나요?>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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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영화전문잡지 <CIAK>와 <컬트픽션> 그리고 35mm 영화전문 인터넷 사이트가 김기덕 감독의 <빈 집>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대해 나란히 평을 실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20년의 역사를 지닌 젊은 감각의 영화전문지 <CIAK>는 베니스영화제 결산 기사에서 김기덕의 <빈 집>에 “첫눈에 반했다”고 말하고 있다. 별 관심을 끌지 못하던 이 영화는 첫 공개와 함께 관객을 “완전히 기습했고, 첫눈에 반하게 만들었다”고 쓰고 있다. 또 김기덕 감독을 “99년 <섬>으로 베니스에 이미 쇼크를 주었을 뿐 아니라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은 새로운 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제대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고도 전했다.
한편 컬트영화 전문잡지 <컬트픽션>은 <올드보이>를 두면에 걸쳐서 대대적으로
[로마] 이탈리아가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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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포를 정복하라. 그러면 나는 너의 죽음을 정복한다고 약속하겠노라.”
기원전 4세기경 전세계를 호령했던 이 사자후의 주인공은 바로 소국 마케도니아에서 출발해 그리스에서 페르시아, 인도와 이집트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만들었던 알렉산더 대왕이다. 20살에 왕위에 올라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영면할 때까지 그의 삶과 꿈, 위업과 인간적 면모, 도전과 좌절을 다루는 <알렉산더>는 1억7천만달러의 천문학적 제작비, 2년이라는 제작기간, 여러 나라에서 참여한 2천여명의 스탭, 5천여벌의 의상 등 일단 규모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서사극 <알렉산더>가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궁금증은 바로 감독인 올리버 스톤에 관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알렉산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왔던 그는 수십년간 이 서양 고대사의 최고 영웅을 영화화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그가 수많은 후보를 물리치고 이 거함의 선장이 된 것도 1990년부터 구체적인 준비를 해온 덕분이었
고대 최고 영웅, 그 굴곡의 생애, 해외신작 <알렉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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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가 10월16일로 누적관객 수 1억명을 돌파한다. 이번 기록은 1998년 강변점(사진)을 연 이후 7년 동안 1400편의 영화가 160만여회 상영된 끝에 세워진 것. 연도별 관객 수는 98년 230만명에서 지난해에는 2560만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GV는 관객 1억 돌파를 기념, 18일 <이프 온리> 무료상영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CGV 관객 1억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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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서울역사에 시네마테크가 들어선다. 아트선재센터와의 계약 만료로 인해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아트시네마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서울역사로 이관할 계획이다. 영진위와 철도청은 사실상 철도 업무를 고속철도 역사에 모두 넘겨준 구 서울역사 내에 70, 100, 150석 규모의 3개 상영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철도청이 구 서울역사의 법적 관리기관인 문화재위원회에 10월15일 이에 관련한 심의를 심청했고 다음주에 결과가 통보될 예정이다.
서울아트시네마 구 서울역사에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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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의 동숭씨네마텍이 10월11일부터 극장영업을 중단했다. 동숭씨네마텍은 2003년 8월 1관을 한양레퍼토리에 매각한 이후 단관(235석)으로 운영되어왔으나, 수익성 저조로 폐관하게 됐다. 동숭씨네마텍 2관 공간은 콘서트, 연극 공연장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공사를 거쳐 오는 12월 초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동숭씨네마텍 극장영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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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인기TV시리즈 <A특공대>(사진)가 영화로 부활할 예정이다. 한니발, 멋쟁이, 머독, BA 등 특공대원들의 활약을 그릴 이 영화는 폭스사에서 제작되고, <007 골든 아이> <007 네버 다이> 등의 각본을 쓴 브루스 페어스타인이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로 계약했다. 영화에서는 좀더 무게감 있게 최근의 사회문제를 다루며, <다이 하드>나 <리쎌 웨폰>과 비슷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제작자가 밝혔다.
< A특공대 > 영화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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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업계가 최고법원에 P2P(개인간 파일공유기술)회사를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로 재심 요청했다. 이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영화협회의 주장은 냅스터나 그록스터 같은 P2P업체가 이용자들에게 영화불법복제를 조장한다는 것. 그러나 지난 8월 법원은 P2P회사가 가입자들의 저작권 침해에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어서 이번 소송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P2P업체들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로 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