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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캣우먼의 자유와 반항의 멋을 놓쳐버린 <캣우먼>
<캣우먼>이 할리우드 사람들에게 주는 가장 명백한 교훈은 아무리 아카데미상을 받은 일급 스타와 유명한 캐릭터를 갖추었다고 해도 좋은 각본, 적어도 좋은 스토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화화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제작 전부터 돌아다니던 각본이 모든 사람들에게 최악의 평가를 받았을 경우엔 더욱 그렇고.
<캣우먼>의 각본은 무엇이 문제인가? 단점들을 지적하기는 쉽다. 가장 노골적인 건 악역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초능력을 가진 슈퍼 영웅이 주인공인 영화라면 그에 걸맞은 악역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캣우먼>의 샤론 스톤이나 랑베르 윌송은 어떤가? 윌송은 생각없는 바람둥이에 불과하고 샤론 스톤의 유일한 초능력은 불량 화장품의 부작용으로 얼굴 피부가 단단하다는 것이다. 지금 농담하나?
악당답지 않은 악당과 캣우먼답지 않은 캣우먼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문제점은 악당
모범생은 재미없다, <캣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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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레시브 인라인에 청춘을 싣고
감독 정재은
출연 김강우, 천정명, 이천희, 조이진
개봉예정 2005년 2월
우리는 황량한 인천부두를 가로지르던 다섯 소녀의 매력적인 행보를 기억한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그 어떤 매체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스무살 무렵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낸, 인상적인 데뷔작이었다. 데뷔작 이후 3년. 정재은 감독은 두 번째 영화로 거친 스포츠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20대 남자아이들의 질주를 그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고, 그것은 그 또래 남자아이들의 싱싱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지난 8월 말 촬영을 시작한 <태풍태양> 현장에 대한 호기심은 짙은 녹음,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돌진하는 젊은 그들의 열기로 가득한 공기를 호흡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탁 트인 야외에서 시원하게 펼쳐질 스펙터클을 기대하며 찾아간 촬영장소, 서울 강남 대청공원 내부 파출소 안에 얌전
깜짝 공개! 촬영장 습격사건 [5] - 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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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감독 김대승
출연 차승원, 지성
제작 좋은영화
개봉예정 2005년 상반기
질곡의 역사를 담는 리얼리즘의 그릇. 이것이 한국영화에서 전통적인 사극을 정의내려왔던 문장일 테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사극은 변하고 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청풍명월>(혹은 TV시리즈 <다모> <대장금>) 같은 영화에서 우리가 목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변화의 조짐이었다. 심지어 김대승 감독(<번지점프를 하다>)의 <혈의 누>는 조선 시대를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대담무쌍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과연 조선 시대와 장르영화의 합방이 가능한 것일까.
지난 10월3일 전남 영광군 <혈의 누> 촬영현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당산나무를 둘러싼 거대한 삼베색깔 장막이다. 토템신앙의 은밀한 사교장소인가. 장막 속으로 조심스레 들어서자 기이하게 만들어진 지형도가 펼쳐
깜짝 공개! 촬영장 습격사건 [4] -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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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악동이 웃음을 버렸다
감독 류승완
출연 최민식, 류승범, 임원희
개봉예정 2005년 4월
류승완 감독의 촬영현장은 3D 업종의 공장 같다. 구경꾼에겐 그렇게 느껴진다. 톱밥 날리는 인천의 폐공장(<피도 눈물도 없이>)이나 스모그 가득한 김포의 촬영소(<아라한 장풍대작전>)보다 숨쉬긴 편하지만, <주먹이 운다> 5회차 촬영지인 탄천 또한 엉덩이 편히 붙일 곳은 아니다. 진흙을 피해 한발 옮기면 멋대로 웃자란 잡초들에 매달려 있던 잔벌레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게다가 그늘 하나없는 천변이다. 진흙구덩이에 빠져 헛도는 경찰차 바퀴 촬영을 위해 이것저것 지시하고 돌아서는 류승완 감독에게 인사 대신 “이번에도 여전하군요” 했더니 “어제까진 깔끔했는데…”라고 놀리듯 말을 흐린다. 촬영현장을 찾은 날은 9월29일. 추석 연휴를 몽땅 반납한 제작진은 송편 대신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우고 난 뒤 곧장 모여서 구덩이를 판다. 경찰의 추격을 뿌리쳤다고 안
깜짝 공개! 촬영장 습격사건 [3] -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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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투의 핏빛 운명이 시작됐다
감독·각본 김지운
출연 이병헌, 황정민, 김영철, 신민아, 오달수
개봉예정 2005년 설
여름 한철 같은 가을이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급작스레 ‘한파주의보’가 내린 10월2일, 인천 연안부두의 밤은 두터운 방한복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지경이다. 평일 새벽이면 수북이 쌓인 생선들을 놓고 소리없는 경매 전쟁이 치러지는 수협 공판장이 오래도록 버려진 창고처럼 텅 비어 있다. 그 풍경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어 추위를 더한다. 그런데 한 모퉁이에 이병헌이 와이셔츠 차림에 피투성이가 되어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 앞에서 현실이나 스크린 속이나 사람 좋은 웃음을 잃지 않던 황정민이 날카롭게 긋고 간 입가의 칼자국을 실룩이며 차갑게 내뱉는다. “지저분하게 시간 끌지 말고 치워버려.” 말이 떨어지자 은근히 지적인 매력을 풍기는 킬러가 사시미 같은 ‘연장’이 잔뜩 든 양동이와 커다란 고무 대야를 이병헌의 코앞에 들이댄다. 킬러가 칼을 들어올려 이병헌의 배에
깜짝 공개! 촬영장 습격사건 [2] -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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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 매체 <씨네21>에 ‘몰카’ 코너를 싣을 수 있었다면 이제 막 촬영에 들어간, 궁금하기 그지없는 영화현장들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전하려 시도했을지 모른다. 만약에 그랬다면 이번에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 <주먹이 운다>(류승완 감독), <혈의 누>(김대승 감독), <태풍태양>(정재은 감독)의 촬영장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현장 습격 사건’의 시도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경줄이 팽팽하게 서 있는 감독과 배우, 스탭들 사이에 잠시 끼어들어가 기자의 눈과 귀만을 소리없이 쫑긋 세우는 것만 해도 수월찮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촬영에 들어간 기대작 프로젝트들이 <씨네21>의 참관을 기꺼이 허용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김지운 감독이 왜 어떤 누아르를 찍으려 하는지, 류승완 감독은 또 어떤 액션 사인을 보내고 있는지, 김대승 감독은 어떻게 100년 이상 묵은 조선땅을 거슬러올라가 미스터
깜짝 공개! 촬영장 습격사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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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프랑스는 가장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창작자를 잃었다. 그는 또한 프랑스 문화의 독창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진정한 외교관이었다.” 이 말은 지난 10월11일 월요일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프랑수아 트뤼포 사망 20주년 기념 행사에 전해진 시라크 대통령의 메시지다. 이날 행사에서 트뤼포의 첫 번째 장편영화 (사진)(Les 400 coups) 상영에 앞서 르노 돈느듀 드 바르브 문화부 장관은 “우리 모두가 프랑수아 트뤼포를 잃은 고아가 된 지 20년이 지났다”라는 말로 경의를 표했다.
1984년 10월21일, 프랑스는 세계 영화사의 중요한 한획을 그었던 프랑수아 트뤼포를 잃는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트뤼포는 이미 타협을 모르고 철두철미한, 때때로 독설을 일삼는 영화평론가로서 그 이름이 알려졌다. 트뤼포는 소년 시절부터 좋은 영화라면 10번 이상을 거듭 봐야 직성이 풀리는 영화광이었으며, 1947년 15살의 나이에 영화광 클럽(Cercle cinemane)을 결성하고
[파리] 파리, 20년 만에 다시 눈물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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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규모 예전의 절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영화견본시의 일정조정과 미 인디영화계의 불황
지난 10월12일 개막한 제71회 밀라노영화견본시(이하 MIFED)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가 보도했다. 10월16일 폐막하는 MIFED 2004에는 유럽 중심으로 142개사가 참가하고 222편의 신작이 공개됐지만, 많은 미국과 영국 회사들의 불참으로 행사장 피에라 디 밀라노에 설치된 부스의 숫자는 예년의 절반에 불과했다.
전통의 MIFED가 이처럼 ‘호객’에 실패한 가장 큰 표면적 원인은 통상 매년 2월 열리던 미국영화견본시(이하 AFM)가 올해부터 11월 초로 일정을 옮겼기 때문. 몇주 뒤 샌타모니카에서 열리는 AFM을 두고, 굳이 밀라노를 찾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MIFED가 일찍이 경계했던 바다. 단기적 대응책으로 MIFED는 칸 TV마켓 MIPCOM과 MIFED 사이 주말의 고급 호텔 공짜 숙박과 각종 할인을 제안했으나 주
밀라노영화견본시 개점휴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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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2일 개막하는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은 송일곤, 장진, 이영재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1, 3, 6>“도심 속의 푸른 놀이터”라는 슬로건으로 환경재단이 주관하는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이하 GFFIS)의 서막이 오른다. 10월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광화문 일대의 스타식스 정동5·6관, 씨네큐브, 서울역사박물관을 상영관으로 펼쳐지는 GFFIS는 19개국 100여편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주관을 맡은 그린페스티벌조직위는 “환경이라는 것이 진지하기만 한 주제라는 통념을 깨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6개 섹션으로 부분경선을 선택한 GFFIS는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개막작으로 환경재단의 제작지원으로 만들어진 송일곤, 장진, 이영재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1, 3, 6>을 선보인다. 섹션별로 살펴보는, 첫돌을 맞이한 GFFIS의 이모저모.개막작 <1, 3, 6> 프로젝트이영재 감독의 <뫼비우스의 띠-마음의 속도>는 승용차를 모는
환경은 배경이 아닙니다,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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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최초로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지난 10월 18일(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프온리> 대규모 시사회가 바로 그것. 이번 <이프온리> 경기장 시사는 축구경기 이외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서울시 시설관리공단과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던 영화사측, 주변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자 했던 CGV상암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행사였다. 시사회에는 무려 4,0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높은 호응을 얻었고 이에 서울시 시설관리 공단과 CGV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경기장 내 영화상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 상영전에는 가수 린(Lyn)의 미니 콘서트가 열려 시사회의 분위기를 한껏 돋궈 주기도 했다. 린은 최근 발표한 2집의 후속곡 ‘인사’의 뮤직비디오를 <이프온리>의 영화장면을 이용해 만들었던 가수이기도 하다. <이프온리>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이안이 자신에게 다시 주어진 마지막 하루동안 그녀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
<이프온리>, 최초로 경기장내 대규모 시사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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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은 경찰의 날 59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화 <썸>의 주연배우 고수에게 명예경찰 위촉장을 수여하고 일선 형사 및 가족들을 초대해 특별 시사회를 개최했다. <썸>은 사라진 100억원대의 마약을 추적하는 강력계 형사가 죽음이 예정된 운명과 벌이는 24시간동안의 사투를 그린 영화. 경찰청은 “새롭고 젊은 이미지의 형사 모습이 좀 더 친근감 있게 대중에게 다가가고, 대한민국 경찰의 위상을 높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여 고수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경찰청 관계자는 “유난히 자동차 액션씬이 많은 <썸>의 주요장면 촬영때마다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를 통제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도 이루어졌다”고 귀뜸하기도.
촬영기간 7개월동안 영화속 캐릭터에 흠뻑 빠져 살았다는 고수는 “영화를 찍는 동안 일선 형사들의 고충을 잘 알게 되었다. 위촉장까지 받고나니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밝히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서유진 역을 연기한 송지효
<썸>의 고수, 명예경찰에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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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승(안재욱)은 아는 영어라곤 헬로와 땡큐가 전부고, 머리 쓰는 일은 싸울 때 박치기가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백수에서 순식간에 유통업계의 거대기업 최고그룹 후계자로 올라선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사주 신 회장(여윤계)의 손자기 때문이다. 원래 후계자로 삼았던 장손이 숨지자, 신 회장은 없는 셈 치던 그를 대타로 경영 일선에 투입한다.
한국방송 월화드라마 <오!필승 봉순영>에 쏠리는 일각의 싸늘한 눈초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한국 재벌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히는 친족경영의 설정을 문제의식 없이 차용했다는 것이다. 경영의 ‘경’자도 몰랐던 오필승은 여러 난관을 겪지만 보란 듯이 이런 저런 성과들까지 거둔다. 반면 그룹 2인자인 민 전무(강신일) 일파는 회사 장래보다는 일신의 영달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차세대 전문경영인 반열에 속하는 윤재웅(류진)은 엘리트로서 능력과 자부심은 크지만, 오필승이 지닌 인간적 매력은 찾아볼 길 없다. 이런 설정을
<오!필승 봉순영>의 오필승은 스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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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히데코는 더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1942년 조선의 어느 해변가 마을을 무대로 한 영화 <애란>(愛亂, 감독 이황림)에서 히데코 역을 맡아 에로틱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던 재일동포 여배우 김구미자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월1일 도쿄도 다마시의 한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그의 사망원인은 위암. 향년 45살의 아름다운 나이였다.
김구미자는 일본 나가노현에서 재일동포 3세로 태어나 명성이 높은 신주쿠 양산박 극단에 가입하면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지금보다 더욱 깊은 시절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으면서 연극 <천년의 고독> 등에 당당하게 주연을 맡으며 활약했다. 김구미자가 한국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89년 개봉 당시 유려한 미술과 정사장면들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애란>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젊은 유학생 철민(임성민)에게 연정을 느끼는, 조류학자 요시무로(박영규)의 아내 히데코 역을
재일동포 여배우 김구미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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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 아마도 영국의 돈없는 처자들이 가장 ‘결혼하고 싶은 독신남’이 아닐는지. 지난 10월8일 영국의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부동산 투기에 빠진 것 같다는 심경을 토로하며 “새로 산 집마다 싫증을 느껴서 한채 한채 사모으다보니 런던에만 17채의 집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물건 고르는 안목이 없다며 자조하는 이 남자의 인터뷰가, 좁고 낡은 집에서 살고 있는 영국 독신남들의 폭동을 일으켰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주 즈음이면 그런 뉴스를 보게 될지도.
휴 그랜트, 한채 한채 사모은 집이 런던에만 17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