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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야, 안녕? 며칠 전, 우연히 네가 펼쳐놓은 일기장을 봤어. 내 친구들 중에서도 간혹, 색색의 볼펜을 동원하여 하루 일과를 꼬박꼬박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애들이 있긴 하지만 너도 참 만만찮은 강적이더구나. 어쩌자고 그걸, 그렇게 ‘숙박 문제’ 위주로 적어둘 생각을 했던 거니? 식도락 중심의 일기나 문화생활 중심의 일기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영국에 사는 브리짓 존스 언니의 일기처럼 그냥 너의 담담한 일상과 생활 속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써두었더라면, 훔쳐보는 사람 입장에선 읽을 맛이 훨씬 더 쏠쏠했을 텐데 말이야. 그러기엔 혹시 ‘그들과 보냈던 밤’이 네 무의식 속에서 어떤 억압과 압박으로 작동했던 건 아닌지 궁금하다.
남친과 ‘선’을 넘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늘 ‘이거 내가 손해 보는 건데’ 싶어 마음 깊은 곳에서 불안해하는 언니동생들. 우리 주위에 정말 많잖아. 어쩌면 그래서 너도 같이 먹은 음식 보다, 같이 본 영화보다, 같이 잔 장소를 적어두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
[정이현의 해석남녀] < S 다이어리 >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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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초 온나라 약국에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비타민 시를 사려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20~30배나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소동 배후엔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생활정보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월~금 오전 10시)가 있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비타민 시가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내보내면서 비타민 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갖가지 실용 지식을 전파하며 시청자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쳐온 〈무엇이든…〉이 어느새 22살이 된다. 11월1일 마침 한국방송 가을개편과 함께 온 생일을 기념해 1~5일 닷새 동안 건강 관련 궁금증을 풀어보는 특집을 내보낸다. ‘습관을 바꾸면 10년 젊어진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1일 ‘그리스식 식단’, 2일 ‘걷기’, 3일 ‘잠’, 4일 ‘식습관 5계명’, 5일 ‘웃자! 웃자!’ 차례다.
〈무엇이든…〉의 역사는 ‘바보상자’ 텔레비전이 ‘척척박사’로 변신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
22살 되는 K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1월 1~5일 건강정보 특집 연속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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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자막번역, 좀더 체계적 시스템 필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PIFF) 참가차 부산에 있을 때, 일본영화 영문자막을 번역하는 일본계 미국인을 만났다. 가끔 한국영화 자막을 번역하는 필자는 일본 시스템이 궁금했다. 일본영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지 50년 넘는 걸 고려하면 놀랍지도 않지만, 자막 전문성의 수준이 훨씬 높은 것 같다. 번역자와 기술자가 명확히 규정된 역할을 지니고, 가능한 한 최고 품질의 자막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정돈된 시스템이 있다. 일본엔 전문 자막번역자가 되기 위해 수강할 수 있는 강의도 있다고 한다.
90년대 후반, 한국영화를 아는 비한국인들과 얘기하면 5분도 안 돼서 자막에 대한 불평을 듣곤 했다. 자막문제에 관련해 한국인과 외국인간에 기본적인 오해가 존재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들은 한국 원어민이 아닌 사람이 자막을 만든 영화를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외국인을 고용해 <해리 포터>를 한국어로
[외신기자클럽] 자막이라는 스캔들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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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의 대명사인 CGV에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인디영화관이 28일 문을 열었다. 서울의 CGV ‘강변11’과 CGV ‘상암10’, 부산의 CGV ‘서면10’에서 한개관씩 3개관에 인디영화 상영관을 마련하고, 1년 내내 상시 운영한다고 한다. 극장에 가도 똑같은 영화들로만 도배되는 데 답답증을 느끼며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아쉬워 했던 관객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제야 제대로 영화선택권을 가지게 됐다고 좋아한다면 당신은 게으른 관객임에 틀림없다. 지난해부터 전국에 10개관이 설립된 예술전용관의 상당수는 일년 중 3분의 2 이상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많을 때는 몇십명, 적을 때는 3~4명의 관객으로 “귀신이 나올 것처럼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열린 ‘아트플러스(예술전용관 전국 네트워크) 시네마네트워크 사업 보고’ 토론회에서는 예술전용관 운영 실무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직접 배급도 하
[팝콘&콜라] 멀티플렉스 경제논리속 예술전용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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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 <안티크라이스트>
라스 폰 트리에(사진)가 미국 삼부작을 모두 끝내기 전에 상업영화 한편을 만들 예정이다. <안티크라이스트>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신이 아니라 악마가 세계를 창조했다는 이론에서 출발한다. 아직 시나리오가 완성되진 않았지만, 영화사와 배급사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가 될 거라고 젠트로파 영화사가 밝혔다. 현재 트리에는 미국 삼부작 중 두 번째인 <만덜레이>를 편집 중이다.
◆대니스 타노빅 감독의 신작은 지옥!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노 맨스 랜드> 감독 대니스 타노빅이 신작 촬영에 들어갔다. 제목이 <헬>인 이 영화는 작고한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생전에 천국-지옥-연옥 연작으로 각본을 썼던 작품이다. 어린 시절 큰 비극을 겪었던 세 자매가 어른이 되어 다시 과거와 맞닥뜨리게 된다는 내용. 연작 중 첫 번째인 <헤븐>은 톰 티크베어가 2002년에 연출
라스 폰 트리에, 대니스 타노빅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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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나의 남편이 나를 데리고 스텝포드 마을로 가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치워도 티 안 나는 좁은 집과 아침마다 제대로 된 식사는커녕 방금 감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도 수습 못하고 나오는 생활에서 나는 ‘여성의 자아실현’을 외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차라리 자신이 전업주부가 될지언정 ‘여성의 자아실현’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페미니스트 남편 덕에 본의 아니게 자아실현을 하면서 살고 있다.
얼마나 멋진가. 넓은 집, 잘 꾸며진 정원에 잘 차린 옷차림으로(그러나 영화처럼 루시 아줌마 스타일만 허락된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기는 하다) 저녁 때는 무엇을 먹을까만 생각하고 산다면 세상에 무슨 고민이 있을까. 게다가 이 마을에만 가면 아이들은 내버려두어도 지들끼리 알아서 잘하는 걸 보니 재학생 모두가 전교 1등을 하지 않을까 싶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시대착오적인 영화다. 요즘 남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 영화는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다. 물론 요즘 남자들 여전히
그 여자들은 돈을 못 벌잖아~, <스텝포드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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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흑백 119분감독 신상옥 출연 최은희, 곽건, 한은진EBS 10월31일(일) 밤 12시현진건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신상옥의 <무영탑>은 석가탑을 완성한 부여 출신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의 설화에 기초한 작품이다. 영화는 통일신라 시대 경덕왕 10년 4월 초파일에 불국사의 다보탑을 완성한 석공을 왕이 칭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부여 출신 석공 아사달이 왕을 배알하고 있을 때 왕을 따라 온 무리 중에 중신 유종의 딸 구슬아기(최은희)는 첫눈에 아사달에게 마음이 끌린다. 사랑하는 아내 아사녀(한은진)를 멀리 부여에 두고 온 아사달은 빨리 나머지 석가탑을 완성하고 아사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진다. 아사달을 보러 수시로 불국사에 오던 구슬아기는 쓰러진 아사달을 구하고, 지극정성을 다해 결국 아사달과의 사랑을 확인한다. 한편, 부여에서 남편을 보러 달려 온 아사녀는 스님의 제지로 절 앞의 그림자못(影池)에서 석가탑의 그림자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지
초기 한국영화에는 연극 분위기가 있었지! <무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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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ondo Rosso 1975년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출연 데이비드 헤밍스EBS 10월30일(토) 밤 12시다리오 아르젠토는 1970년대에 만든 <서스페리아>를 통해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초자연적 현상이 자주 등장하는 그의 영화는 <서스페리아>에서 하나의 원형처럼 제시되기도 했다. 사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가 정밀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살인 사건에 얽히는 인물들, 그리고 심리적 공포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영화 속 미스터리는 별로 복잡하지 않다. 사건발생과 해결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반복하곤 한다.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는 이야기보다 특정 이미지와 색채를 강조하곤 하는데 <딥 레드> 역시 흡사한 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한 영매가 어느 살인자의 생각을 읽어낸다. 그러나 영매는 어느 날 밤,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되고 만다. 영국인 마크는 살인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신문기자 자나와 함께
이미지와 색채의 공포, <딥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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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의 제작자 데이빗 헤이먼(사진)이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를 영화화한다. 해리 포터의 신비로운 마법 세계를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겼던 그가 이번에는 고대 그리스의 마법 세계에 도전하는 것. 잘 알려진대로 호머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다룬다. 신들의 미움을 산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간 바다에서 온갖 종류의 괴물을 만난다.
그러나 제작자 헤이먼은 <오디세이>를 원작과는 다른 관점에서 재창조하여 스크린에 담을 예정으로, 오디세우스 대신 그의 아들 텔레마커스를 주인공으로 택했다. 헤이먼은 10년간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웰컴 투 사라예보> 등의 각본을 썼던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Frank Cottrell Boyce)가 이 영화의 각색을 맡았다.
해리포터 시리즈 제작자 데이빗 헤이먼, <오디세이>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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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의 <슬픈 연가> 출연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송승헌 출연 무산 소식이 알려졌으나, 26일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슬픈 연가> 제작사쪽 요청을 받고 송승헌의 입대 연기 탄원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으나, 네티즌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탄원서 제출에 앞서, 지난 22일 포이보스 등 제작사 쪽도 병무청에 송승헌의 입대를 12월까지 미뤄달라는 탄원서를 낸 바 있다. 또 병역비리가 불거진 뒤에도 송승헌이 나온 드라마 홍보 영상물까지 발표하는 등 송승헌의 드라마 출연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제작사 쪽이 송승현 출연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일본 등에서 한류열풍을 잇는 국익 차원에서 송승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명분이지만, ‘돈’ 문제가 가장 크다. 드라마 제작비 67억여원에 해외 투자액은 일본 2개사 20억원과 중국·대만 자본 15억원
송승헌 입영연기에 목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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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지 못하고 홀로 부유하는 젊은이들의 삶과 꿈을 잔잔히 녹여낸 <문화방송> 드라마 <아일랜드>가 지난 22일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김창완의 따뜻한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버림받고 낙오된 네 인물의 화해와 소통, 그리고 포기되지 않는 희망 속에 이어가는 삶과 사랑을 암시하는 마무리였다. 중아는 어린 재복을 보듬어 안고, 어린 시연의 손은 국의 손에 포개어졌다. 흑백과 컬러로 한 화면에 드러난 유년 시절과 현재는 과거와 화해함으로 이미 시작되고 있는 미래를 상징했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인정옥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말들을 만들어 냈던 <아일랜드>는 극단을 오가는 평가를 받았다. ‘남매 간에 바람을 피우는 패륜·불륜극’이라는 비난과 한국 드라마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예술 드라마’라는 극찬이 엇갈렸다. 전작 <네 멋대로 해라>를 넘어서지 못 했다는 걱정 어린 비평이 있는가 하면, 전작을 한 단계 뛰어넘어 또 다른 지평을
<아일랜드>가 던진 작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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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愛麻)부인 김부선과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연락을 시도한 지 3일째인 10월19일, 처음으로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개별 인터뷰는 싫다고 했다. 이날 오후, 그는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한 현행 법률에 대해 해당 법원에 위헌법률 제청신청을 냈고,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의 답변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의 전부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굳이 그가 배우 인생을 걸고 왜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는지 알 순 없었다. 게다가 대마초 옹호는 누가 봐도 불리한 싸움이었다(김부선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이 소송을 맡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법적으로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여론이 그의 편이 아니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고, 먼저 최근 출연작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출연 분량이 많지 않다며 인터뷰는 다음에 하자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심경이 복잡하다고 했다. 끈질긴 전화 공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마초 마약규정 법률에 위헌법률 제청신청을 낸 배우 김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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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노래 <All You Need Is Love>가 뮤지컬 영화화된다. 레볼루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이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영국 남자와 미국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다. 비틀스에 관한 영화는 아니지만, 배우들이 비틀스 노래 10여곡을 부르고 춤을 추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 제작자 딕 클레멘트는 “국적을 불문하고 남녀노소 모두가 비틀스를 좋아하고, 비틀스와 관련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기획 동기를 밝혔다.
비틀스 노래, 뮤지컬 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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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4 SPEED - 자동차와 자동차, 몸과 몸이 부딪히는 속도
<썸>은 빠른 영화다. 24시간이라는 제약, 순간순간 닥치는 느낌과 사건이 중요한 영화인 만큼 컷도 많고 편집도 빠르다. 그런 속도감이 두드러지는 대목이 테크노 음악과 함께 간간이 끼어든 자동차 추격신. <접속> 같은 멜로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교통사고’를 어떤 중요한‘운명의 전환점’ 삼아 연출해 넣었던 장윤현 감독은 <썸>의 기획 단계부터 자동차 액션에 대한 욕심을 많이 품었다. “할리우드영화에선 자기 개발을 계속해서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데, 우린 이야기만으로 끌고가다보니 식상해지고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액션 분야에서 우리만의 볼거리로 키울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현실적인 액션이었고, 그중에서도 CG와 자동차였다.” 환각상태, 전속력으로 달리던 차가 마주 오던 차를 들이받고 바닥이 보이도록 뒤집어지는 장면이나, 추적하는 뒷차를 피해 역주행하는 장면은 카스턴트
도시를 질주하는 젊은 퓨전 스릴러, <썸>의 재구성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