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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이 우리의 유일한 원칙!
절대‘마왕’이 군림하는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MBC FM4U(91.9MHz) 매일 01:00~03:00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 녹음 스튜디오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신문지로 유리를 온통 가려놨다. 그 안에야, 사실 별것 없다. 작가 두명, PD, DJ, 기자까지 다섯 사람이 채워지고 나니 적당히 아늑해진 그 공간 안에선, 잡동사니로 어지러운 책상을 앞에 두고 DJ가 ‘혼전순결 지키기와 육체적 탐닉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자 청취자의 사연을 읽고 있다. 녹음방송 1부를 마치고 기자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 신해철. 뒤에 조용히 앉아 있던 PD에게 묻는다. “오늘 ‘클래스 오브 록’(목요일 2부 고정코너) 뭐 할래요?” 가을개편과 함께 이날로서 딱 이틀째 그와 작업하는 PD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친다. “그걸 여기서 결정해요?” “원래 그렇게 해요.” DJ와 작가는 열심히, 아트록 특집을
개성만점 라디오 프로그램 넷, 스튜디오 탐방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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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소리로만 소통하기. 사연을 보내고 그림엽서를 띄워도, 라디오는 우리가 귀로 만나는 매체다. 그래서 매일 라디오를 듣는다는 건, 매일 밤을 이어가는 연인 또는 친구와의 긴 통화를 닮아 있다. 들려주는 이야기와 음악이 내 마음을 풍부히 부풀려놓는 것. 한쪽 귀에 가까이 두고 그 말투와 음색에 익숙해지는 것. 매일 비슷한 시간, 같은 목소리를 다시 듣지 않으면 궁금하고 허전해서 견딜 수 없는 버릇이 생겨버리는 것. 새벽이 오는 것도 잊게 만드는 그 통화가 우정이나 사랑을 키우는 것처럼, 청취자들은 그들만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일기장 같은 관계를 키워간다.
어떤 면에서 그 관계는 청취자들이 DJ와 저마다 쌓는 우정이기도 하다. 그들은 DJ의 목소리를 매일같이 듣고, 말투에 익숙해지고, 스타일에 길들여진다. “라디오는 DJ의 몫이 80%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태생부터 지금까지 (개인 사정으로 2년 정도 자릴 비웠던 것을 빼면) 함께해온 김경옥 작가는, 지나가는 말처럼
개성만점 라디오 프로그램 넷, 스튜디오 탐방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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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시장의 관객 감소가 찬바람이 불면서 심화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맥스무비의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14.22%, 전달 대비 16.09% 하락한 서울관객 기준 290만명의 관객 수는 10월이 전통적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프리머스 나두진 부장은 “그동안 스크린의 폭발적인 확대를 감안하면 체감하락률은 스크린당 거의 3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극장 일선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원인은 상대적으로 “약한 작품들”이다. <황산벌> <위대한 유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이어졌던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올해 프로그램이 약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메가박스의 한 관계자는 “제작편수도 줄었고 역으로 해석하면 관객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웰메이드한 영화가 아니면 금방 네트워크를 통해 소문이 퍼지고 거부당한다”라고 밝혔다. MMC 김 실장은 “재미없는 영화는 무료시사회를 해도 관객이 다 차지 않
10월 국내 극장가 찬서리, 관객 체감하락률 전년대비 30%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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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 L’Avventura
1960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상영시간 143분
화면포맷 1.77: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1.0 이탈리아어
자막 영어
출시사 크라이테리언(미국)
<제로의 초점> ゼロの焦点
1961년
감독 노무라 요시타로
상영시간 95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일본어
자막 영어
출시사 HVE(미국)
프랑수아 트뤼포의 <훔친 키스>에선 얼치기 사설탐정 앙투안조차 실종자를 금세 발견한다. 그렇게 사람이 불쑥 나타나고 뒤를 밟는 게 즐겁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절벽 위에 선 두 여자에게 그런 건 어림없다. <정사>에서 친구를 찾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제로의 초점>에서 남편을 찾아나선 여자는 처음엔 실종의 미스터리에 빠진 줄 안다. 그러나 그들이 찾은 건 길을 잃은 채 1960년이란 시간을 살고 있는 그와 그녀 자신이었다.
<정사>와 <
[DVD vs DVD] <정사> vs <제로의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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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스페셜 컬렉션> The Chaplin Collection1919∼59년감독 찰리 채플린상영시간 총 1123분화면포맷 4:3 스탠더드음성포맷 DD 5.1, 2.0자막 한글,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베이징어, 타이어출시사 워너브러더스(총 11장)채플린의 대표작들을 엄선한 본 컬렉션의 백미는 타이틀마다 수록된 다큐멘터리 <채플린 투데이>다(<채플린 레뷔> 제외). 이것은 해당 작품의 간략한 제작과정과 함께 채플린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받은 현역 감독들의 현재 모습을 대비시키는 형식. 끊임없이 기억되고 인용됨으로써 영원한 생명력을 갖는 고전의 저력은 물론, 그것이 현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준다.특히 <키드>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편과 <서커스>의 에미르 쿠스투리차 편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데뷔작 <빵과 골목>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배우와 그의 아들(맨 왼쪽)에게 <키드
거장들의 스승 채플린, <찰리 채플린 스페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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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많지만, 볼 영화는 정해져 있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멀티플렉스의 증가로 손 닿을 거리에 극장은 많이 생겼지만 정작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길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를 제외하곤 유럽이나 기타 아시아에서 호평받은 작품들도 보기가 쉽지 않다. 예술영화 전용관까지 걸음을 하지 않으면 접할 기회조차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서울지역에는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도 몇군데 있지만 지방은 그마저도 목마른 상태다.
이번에 멀티플렉스 극장 롯데시네마에서 개최하는 ‘ 2004 三色 Art Film 展’ 은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상영작은 2004년 국내에 개봉하여 많은 이슈를 남겼으나 지방에서는 관람하기 어려웠던 세계적인 수작들이다. 롯데시네마가 자체 관객들의 귀를 기울여 짜놓은 영화 목록은 <블러드 선데이>(사진),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팻 걸>, <
롯데시네마, ‘ 2004 三色 Art Film 展’ 통해 예술영화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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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게 낯설고 자연스러운 게 어색한 걸 보면 그간 상업영화에 많이도 길들여진 모양이다. 홀로 철로 보수공사를 하는 남자와 적막한 산골 그리고 아등바등 애를 써야 하는 현실. <빵과 우유>에선 독립영화의 현장이 엿보인다.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를 시작으로 이후 30년 가까운 연혁을 자랑하는 서울독립영화제는 독립영화인의 축제이자, 그들의 숨결을 대중이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이다. 12월에 있을 서울독립영화제 2004를 앞두고 2003년 수상작-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빵과 우유>(원신연)와 중·단편 부문 수상작인 <신도시인>(홍두현), (이하), <원더풀 데이>(김현필), <사물의 기억>(김은희)- 이 수록된 DVD가 출시됐다. 다섯 작품은 흔히 기대되는 기발한 상상보다 작은 진실과 일상의 소묘를 그리는 데 노력한 것들이라 여운이 깊고, 여러 스타일과 주제엔 순수와 자유가 스며 있다. 특히 <원더풀 데이>가
소박한 일상, 작은 진실, 깊은 여운, <서울독립영화제 2003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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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포르노의 경계 사이에 여성을 아슬아슬하게 배치시키며 논쟁거리를 양산해온 카트린 브레이야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최근작 <지옥의 체험>에선 꼬마들의 성희롱 장면을 통해 남성은 태생적으로 여성을 게임처럼 즐겨왔다고 규정짓기도 한다. 감독 자신의 친언니에 대한 기억과 실제 발생했던 강간살인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팻 걸>은 제작되었는데, 여기서 감독은 사랑에 관한 환상을 버린 팻 걸에게만 살 권리를 부여하며 우리에게 또 한번 꿈깨라고 말한다. 국내 출시 DVD는 PAL 소스를 토대로 제작되어 스피드-업 현상으로 러닝타임이 82분30초인데 속도차를 감안하면 86분의 언커트 필름버전과 동일하다(이로써 우린 마지막 강간신을 삭제하고 DVD 출시한 영국보다도 나은 감상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최근 발매된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 포함된 메이킹 다큐나 감독과의 인터뷰 그리고 DTS 5.1 채널은 지원되지 않지만 국내판 DVD엔 평론가 심영섭의
무삭제라니 영국판보다 나은걸! <팻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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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11월5일부터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열려제6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이 오는 11월5일부터 9일까지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간의 경쟁무대이자 세계 각국의 걸작 애니메이션들을 공유하는 PISAF는 올해 100여편에 이르는 장·단편 애니메이션을 넓은 상찬에 올려놓았다. 한·일 공동제작 애니메이션 <신암행어사>로 문을 여는 이 행사는, 경쟁부문인 Recommendation 섹션에서 총 12개국 49개의 학생 작품을 선보이고 프랑스 애니메이션전문학교 Supinfocom의 학생 작품들과 일본 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ICAF) 수상작 등 해외 학생들의 수준 높은 단편애니메이션들도 소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4℃’와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명가 국립영화위원회(NFBC)의 공인된 작품들을 초청했다.장편 초청작들은 대부분 놓칠 것 없는 알토란들이다. 개막작인 <신암
세계 장·단편 애니, 입맛대로 맛본다, PISAF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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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11월6일부터 코미디의 제왕 에른스트 루비치 회고전 열어에른스트 루비치에 관한 유명한 일화 하나. 1947년 심장병으로 사망한 그의 장례식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는 윌리엄 와일러와 빌리 와일더도 있었다. “더이상 루비치를 볼 수 없다니…” 하고 비탄에 잠긴 빌리 와일더가 중얼거리자 윌리엄 와일러가 덧붙였다. “더 나쁜 건 더이상 루비치의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거야.” 아마도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선 천국에까지 가야만 하는 걸까? 그의 영화 제목대로, 천국은 그때까지 기다려줄까? 하지만 행복하게도 이 지상에서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오는 11월6일(토)부터 14일(일)까지 열리는 에른스트 루비치 회고전이 바로 그것이다.재단사의 아들이 할리우드 코미디 감독이 되기까지1892년 부유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난 에른스트 루비치는 가업을 물려주려는 아버지의 희망을 거부하고 연기자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16살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낮에는 아버지의 가게에
천국의 웃음, ‘루비치 터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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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던 걸까.
① 잘생기고 스타일 좋은 고수가 주연배우로 나오고 ② 강성진을 빼면 거의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젊은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어 있고 ③ 배우들의 낮은 평균연령에 걸맞게 피어싱/레게 파마/플래시 몹/디카/맥/케미컬 브러더스/도요타 셀리카/카 네비게이션 시스템 등등 세간에서 쌔끈하다고 일컬어지는 것들이 왕창 등장하고 ④ 꽤 멀쩡한 스포츠카를 포함한 차들 수십대를 폐차로 만들어가면서 화끈한 카 체이싱 장면도 만들어넣었고 ⑤ 100억대의 마약 거래에, 최후의 총격에, 배신을 배신 때리는 배신에, 데자뷰로 예고된 죽음까지, 스토리도 카 체이싱 못지않게 휘황찬란하고 ⑥ 촬영, 조명, 미술, 음악, 스턴트 등등 그 분야에서라면 우리나라에서 다들 한 가닥씩 한다는 스탭들도 참여했고 ⑦ 장편영화 딱 두편 만들었을 뿐인데도 상당한 거물급 감독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장윤현 감독이 연출을 하기도 했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영화는 왜 그리도 지루했던 것일까.
그 미스터리
<썸>, 분명히 새끈한데, 왜 지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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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한텐 낯선 말이지만 ‘혼식’이라는 말이 있다. 쌀밥이 아니라 보리나 잡곡을 섞어 먹는 걸 가리키는 단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박정희 정권 시절엔 혼식장려정책이란 게 있었다. 혼식을 하면 튼튼해진다는 회유도 있었지만 도시락을 검사해서 쌀밥을 싸온 녀석들을 색출, 처벌하는 공갈, 협박도 적지 않았다. 순진한 어린 마음엔 혼식을 안 하면 정말 무슨 큰 병에 걸리는 줄 알았다. ‘혼식하라’는 말씀에 깊이 감화받은 아이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프락치가 되는 친구도 있었다. “선생님, 얜 도시락 위만 살짝 보리를 얹은 거래요. 밑엔 다 쌀밥이에요.” 이렇게 일러바치기도 했다. 우리 집에선 보리보다 좁쌀을 섞는 일이 많았다. 그 무렵 우리 집에서 닭을 키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닭과 내가 같은 걸 먹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난 좁쌀을 섞은 밥이 무척 싫었다. 어린 시절 상처 때문인지 지금도 난 흰 쌀밥만 좋아한다. 입맛이 촌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억지로 했던 혼식을 다
김부선의 선택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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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판계에는 티베트 산업(Tibet Industry)이 형성되어 있다. 때로는 유망한 상품 아이템이 나와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각광받기도 하는 산업이다. 성격은 주로 티베트의 종교나 정신세계를 주제로 하는 책이나 여행기이며, 명상 서적이니 구도(求道) 서적이니 하는 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 산업의 결과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를 오염된 현대 문명과 대비되는 고원한 정신세계가 살아 있는 곳, 서구 문명의 폐단에 대한 정신적 치유 대안으로 인식한다. 실제로 티베트에 고원한 정신세계가 살아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이 정신적 치유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런 티베트 산업이 흥하는 가운데 우리는 티베트라는 땅과 그 땅에 사는 사람, 그 사람들이 지내온 내력, 사회, 종교, 관습, 예술 등에 관한 ‘신뢰할 만한’ 지식을 얻지 못하고 있다. 티베트를 신비화하는 글이나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인상기를 통해서만 티베트를 접해온 것이다. 티베트에 관한 신뢰할 만한 저자가 쓴 신뢰할
고대 신화부터 현대까지 티베트의 모든 것, <티벳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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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느 식기 브랜드의 광고문구처럼, ‘깨지지 않는 아름다움’일 수 없다. 이가 빠지거나 금이 간 식기라면 모를까. 각자 시간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데 어떤 이의 삶은, 대속(代贖)이라도 하듯, 때이르게 부서진다. 특히 예술가, 물론 음악인 가운데 그처럼 황망히 세상을 등진 이들이 많다. 흔히 ‘요절’(천재)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이들, 예컨대 엘리엇 스미스(1969∼2003)처럼 말이다.엘리엇 스미스만큼 영화를 통해 ‘단번에 뜬’ 음악인이 있을까. 1997년 그는 <굿 윌 헌팅> 사운드트랙에 여섯곡의 자작곡을 실었고, 그중 하나인 <Miss Misery>가 아카데미 최우수 주제가 부문 후보에 올라 시상식장에서 인상적인 무대를 꾸몄다. 그래봤자 스타덤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적어도 무명의 굴레는 벗어나게 되었고, 그의 깨질 듯 섬세하고 시적인 노래에 감염되는 이들도 점증했다. 그리고 지난해,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 그는 갑작스레 세상을
애틋한 마지막 작별 인사, 엘리엇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