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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스카에서는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프렌치 키스에 버금가는 스캔들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화제의 무대였던 2003 MTV 뮤직어워드 사회자 크리스 록이, 빌리 크리스털의 뒤를 이어 내년 아카데미시상식 사회를 맡는다. 록은 <비벌리 힐즈 캅2>로 데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등에 출연하면서 입담을 인정받고, <헤드 오브 스테이트>를 연출했던 재주꾼. 그러나 주변에서는 밥 호프, 스티브 마틴 등 주류 코미디언이 책임졌던 아카데미를 그가 진행하는 것에 대해 다소 모험적인 선정이라는 반응도 있다.
크리스 록,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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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새 수목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엄정화가 남편과 자식까지 버리고 젊은 남자와 지독한 사랑에 빠지는 결혼 10년차 주부 역을 맡았다. 드라마 출연 계획이 없었는데 대본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자신도 불나방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뛰어드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 불륜 드라마냐’는 비판을 예상했는지 “여러 삶의 모습 중 하나로, 영화나 소설 보듯 공감하면서 봐줬으면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12월의 열대야〉는 어쨌든 불륜 이야기다. 기존 드라마와 차이가 있다면 ‘바람’의 주체가 아내라는 것뿐. 남편과 시가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던, 푼수끼 다분한 주부가 우연히 아픔 많은 젊은 남자를 만나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순진한 유부녀 엄정화-젊은 남자 김남진.“억압된 여성의 감정·자아 풀어놓을 것”
연출자 이태곤 피디는 “‘센 드라마’를 하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냉대하는 가족에 둘러싸여 겨울 같은 환경에 놓였던 주인공 영심이
MBC 새 수목드라마 <12월의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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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의 지우개> 정우성, 손예진 인터뷰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최루성 정통 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25일 오후 CGV용산11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연배우 정우성, 손예진은 "처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머리 속이 하얘진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 시사회장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다음은 일문일답이 영화를 왜 선택했나.정우성 마지막 신 때문이었다. 그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기존의 정통 멜로 영화들과는 차별화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잡히지 않을 듯한 희망에 기대를 거는 철수의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순간 철수가 수진에게 던지는 한 마디가 얼마나 소중한가.손예진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소재가 독특한 느낌이었다. 기억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게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했다. 수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도전해볼
“지금은 사랑 연기를 배워가며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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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사랑은 ‘타이밍’이다
소설 <2046>의 미래는 차우의 현실을 복제한 것이었다. 차우는 결코 2046방을 쓰지 못하고 2047호에서 2046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것은 비현실과 현실의 관계, 영화와 삶의 관계이기도 하고, 홍콩의 미래와 과거의 관계이기도 할 테지만, 무엇보다도 왕가위는 기어이 여전히 나이 50을 넘기고도 사랑에 관한 감상을 포기하지 못한다. <2046>은 <화양연화>처럼 사랑을 목발질하며 살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차우는 두명의 수렌을 사랑했고, 수렌의 머리 모양을 닮은, 수렌의 눈매를 닮은, 혹은 수렌처럼 검은 장갑을 끼고 다니기만 해도 그녀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이제와 돌이켜보면 내가 사랑했던 그 많은 남자들처럼 차우가 사랑했던 그 많은 여자들은 다 달랐다. 아주 많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2046 열차에는 나 혼자만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전야에, 차우가 건넸던 실크
영원을 추구하는 사랑의 이상향 <204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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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왕가위의 신작 <2046>이 개봉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왕가위 영화의 또 다른 정점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미완성 상태의 <2046>을 미리 봤던 영화평론가 심영섭씨가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내왔다. 더불어 부산영화제에서 간신히 이뤄진 왕가위와의 짧은 인터뷰를 덧붙인다. / 편집자
영화평론가 심영섭이 말하는 왕가위의 새로운 정점 <2046>
추억은 항상 눈물을 부른다. 왕가위에게 있어 시간이란, 기억이며, 미래가 될 과거의 잔여물이며, 유통기한이 줄어들고 있는 사랑의 다른 이름. 함께 있어도 함께하지 못하는 사랑의 불가능성은 천형의 수레바퀴로 주인공들 주변을 서서히 굴러가고, 시간은 재가 되어 부패되지 않는 추억의 통조림 속에 여전히 밀봉되어 남아 있다. 다 버려져도 남아 있는 진공 속의 기억들. <2046>은 바로 그 10%의 기억들로 이루어진, &
영원을 추구하는 사랑의 이상향 <204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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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영화만 100편에 이르는 일본 V시네마의 대표 배우 아이카와 쇼는, 일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3대 역할로 야쿠자, 가미카제, 사무라이를 든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이 세 가지는 세상에서 일본에밖에 없는 것들이고, 그래서 깊이 들여다보면 일본이란 나라 전체가 보이는 테마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일본식 발음으로) ‘고지라’다. 미국 캔자스대학은 최근 이 거대한 파충류 괴물을 테마로 심층 학술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10월 말에 있을 이 학술회의는 일본의 괴수영화 시리즈 <고지라> 탄생 50주년 기념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다. 이 회의는 고지라를 화두로 일본 대중문화와 2차대전 이후의 미-일 관계를 매우 진지하게 연구·토론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3일간 계속될 이 학술모임은 발표 및 패널 토론, <고지라> 시리즈의 일부 상영 등으로 이루어진다. 듀크대, 하버드대, 반데르빌트대 등 명망있는 여러 대학에서 인류학자 및 역사학자들이 참석
[What’s Up] 뭐? 고지라를 진지하게 분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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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침체기에 들어간 듯했던 영국 영화계가 지난 9월 말부터 개봉하기 시작한 새롭고 다양한 영화들과 새로운 층의 감독, 배우들의 부상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는 듯하다. 지난 9월 중순 개봉한 영국의 중견 거장감독 켄 로치의 <다정한 입맞춤>(Fond Kiss…, Ae)과 이제는 영국을 대표한 감독으로 자리잡은 마이클 윈터보텀의 <코드 46>(Code 46)이 그 문을 열었다면, 그뒤를 잇고 있는 것은 다양한 장르·비장르영화들을 내놓은 신예감독들.
켄 로치의 새 영화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무슬림 아시아 이민 2세가 가톨릭 백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 <코드 46>은 촉망받는 영국 여배우 사만사 모튼과 팀 로빈스가 출연한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그뒤를 이어 개봉한 영화는 새롭게 주목받는 영국 감독 셰인 메도스의 영화 <데드 맨스 슈즈>(Dead Man’s Sho
[런던]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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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다. 사랑함에도 그들은 어긋난다. 남자는 사랑하는 법을 모르고 여자는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한다. 여자는 생각한다. “둘 중 한 사람이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지만 제발 그 사람이 내가 아니기를.” 더 많이 사랑한 그녀는 죽는다. 그러나 영화는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어처구니없는 이별의 비극이 완전한 사랑의 비극으로 탈바꿈한다. 그 중심에는 드디어 사랑하는 법을 깨달은 남자가 있다.
로맨틱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이안(폴 니콜스)의 무관심에 언제나 상처받는다. 그들 사이의 소통은 언제나 사만다의 일방적인 관심에 의해 겨우 유지되고 있다. 위태로운 이들의 관계는 사만다의 졸업 연주회 날 둘 사이의 말다툼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안의 무심함에 지친 사만다는 그를 남겨두고 택시에 오른다. 그 순간 사만다가 탄 차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안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만다. 다음날 아침, 사만다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며 잠든 이
완전한 사랑의 비극, <이프 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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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로 거듭난 못난 오리새끼가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알고 싶은가. <프린세스 다이어리2>는 그 후일담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전작으로부터 5년 뒤, 여고생 미아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왕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제노비아 왕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제노비아의 시대착오적인 법률에 따르면 오직 배우자가 있는 여자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다. 하루바삐 중매결혼에 돌입해야 하는 미아는 사랑없는 결혼에 도저히 자신이 없다. 게다가 첫눈에 반한 남자 니콜라스는 왕위를 노리는 또 다른 왕위계승 후보자였음이 밝혀진다. 기품있는 왕관보다는 그 남자의 엉덩이에 더 눈길이 가는 20대 처녀가 무사히 왕위를 계승할 수 있을까.
<프린세스 다이어리2>는 명쾌하게 시대착오적인 영화다. 전작 역시 ‘못난 오리 백조 되기’의 전형성을 지닌 동화였지만, 미국 고등학교라는 무대에 담긴 냉소적인 현실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화사한 인공세트의 가상왕국이 무대인 후속편은 완벽한 판타지의 세계다
명쾌하게 시대착오적인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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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오프닝은 한 그림으로부터 시작된다. 긴 머플러를 두르고 누덕누덕 기운 토끼 인형을 꼭 껴안은 소녀가 에펠탑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녀의 뒷모습은 어쩐지 쓸쓸하다.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토끼 인형뿐이다. 냉정한 철조물인 에펠탑은 그녀에게 어떤 위로도 건네지 않는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주변에 여자들이 많고, 스스로도 여자들과의 자유로운 관계를 즐기는 쾌활한 대학생 츠네오(쓰마부키 사토시)는 어느 날 새벽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친다. 그 안에는 겁에 질려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또래 소녀가 타고 있었다. 소녀의 본명은 쿠미코, 하지만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에 푹 빠져 있는 그녀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을 본떠 스스로를 조제(이케와키 지즈루)라고 부른다. 다리가 불편한 그녀는 학교를 가지 못하는 대신 할머니가 주워다 주는 책들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츠네오는 이 독특하고 고집 센 소녀에게 점점 사랑을 느끼고 몇번의 망설임과 헤
청춘의 한복판을 통과하는 어린 연인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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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쏟아지는 비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수직에 가까운 부감이 비와 평행을 이루며 마당을 내려다본다. 의자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고 탁자 위에는 고운 꽃들이 흐트러져 있다. 파티가 열린 뒤끝의 정취다. 그 위로 벌들의 짝짓기, 좀더 정확히는 여왕벌의 짝짓기에 대한 내레이션이 비처럼 뿌려진다. 숫놈들이 떼를 지어 날고 있는 무더기 속으로 여왕벌이 다가가 하나를 선택한다는. 파티는 끝난 게 아니었다. 결혼식은 갑자기 퍼붓는 비 때문에 실내로 자리를 옮겨 계속되는 듯하다. 신부의 아버지인 스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는 사진 촬영을 재촉하는 말에 마지못해 딸의 뒤쪽에 서지만 고개를 반쯤 떨군 채 셔터 소리를 듣는다. 스피로에게서 한발 떨어져 선 아내의 표정도 못내 불안하다. 화사한 축복으로 가득 차야 할 결혼식이 싸늘하게 쏟아지는 비와 불안정하게 떨리는 인물들로 메워져 있는 게 빛나는 햇빛과 곱디고운 지중해를 가진 그리스를 자욱한 안개와 추적추적한 비, 짙은 회색의 인물로 채색한 앙겔로풀
꿀벌과 함께 오른 스산한 여행길, <비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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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방의 총탄은 트렁크 바깥에서 안으로 뚫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바깥으로 뚫고 나간 것이다. 첫 장면은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정보를 갖지 못한, 혹은 후반부를 목격하지 않은 어느 누가 이 순간 총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까. 이 첫 장면은 <주홍글씨>가 다룰 내용에 대한 요약이다. 김영하의 단편소설 <사진관 살인 사건> <거울에 대한 명상>을 원작으로 한 변혁의 두 번째 장편영화 <주홍글씨>는 바로 그 보이는 사실과 숨겨진 진실의 경합에 대해 진술하고 있으며, 엇갈린 애정의 총탄이 어디로 날아가 어떻게 박히는지 그 탄착지를 추적해가고 있다.
살인 사건 현장에 도착한 강력반 반장 기훈(한석규)은 사진관 여주인 경희(성현아)를 만난다. 그녀는 유력한 살인 용의자다. 기훈은 보험금을 노린 사진관 여주인 경희가 그녀의 정부와 짜고 남편을 죽였다고 짐작하지만, 증거를 잡지 못한다. 게다가 점차 그녀는 묘한 성적 매력까지 풍기며
끝없는 욕망의 원죄,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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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침묵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영화인 〈비키퍼〉(The Beekeeper, 그리스어 원제는 멜리소코모스)가 27일 개봉한다. 1986년 영화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비키퍼〉는 앙겔로풀로스 영화 가운데 가장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로 보인다. 스토리가 분명하고 쉬우며, 〈8과 1/2〉 〈해바라기〉 등으로 낯익은 유럽 대표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주연을 맡았다. 또 ‘침묵 3부작’의 첫번째 영화 〈시테라섬으로의 여행〉(84년)이 ‘역사의 침묵’을, 세 번째인 〈안개 속의 풍경〉(88년)이 ‘신의 침묵’을, 그 사이에서 〈비키퍼〉가 ‘사랑의 침묵’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해지듯 이 영화에 담긴 사랑의 모티브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만남의 떨림과 이별의 시림을 전달한다.
이야기는 간결하다. 교사에서 은퇴한 스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는 딸을 시집보내고, 아들의 공부를 뒷바라지하겠다는 아내도 도시로 떠나보낸다. 혼자 남아 트
<비키퍼> 절망만 남길 사랑 오지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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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라는 이름의 이 킬러는 좀 이상하다. 하룻밤에 다섯 건의 청부살인을 해치우는 프로이며, 더구나 누더기를 걸쳐도 귀티를 숨길 수 없는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킬러라면 누구보다 빛나는 액션영웅이라야 마땅한데,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그의 능숙한 솜씨를 거의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는 실수하거나 자신의 일을 불운한 택시 기사 맥스에게 떠맡긴다. 대신 말이 좀 많다. 영화 속의 킬러치고 그만한 다변가는 드물 것이다.
〈콜래트럴〉은 좀 이상한 액션영화다. 숨가빠야 할 액션장면은 종종 생략되거나 지체되며, 대화는 오래 지속된다. 미모의 여검사와 택시 기사 맥스의 첫 대화는 스릴러의 도입부로는 지나치게 길다. 빈센트가 뜬금없이 맥스의 어머니의 문병을 가서 주고받는 말들도 청부살인과 무관하다. 무엇보다 빈센트는 택시 안에서 맥스와의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오래 지속되는 건 대화만은 아니다. 〈콜래트럴〉은 야경의 스릴러다. LA의 밤을 밑그림으로 빚어낸 그 야경은 액션보다 오래 지속되
[비평 릴레이] <콜래트럴>, 허문영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