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슬리 스나입스는 근육을 앞세운 액션스타라기보다는 근육을 숨기는 액션스타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블레이드>시리즈를 가리켜 “당신의 마음을 날려버릴 액션영화”라고 말했을 때, 방점은 마음에 있다. 반은 뱀파이어, 반은 인간에게서 몸을 받은 블레이드의 고뇌 때문에 그리고 부드러운 근육 속에 숨겨둔 폭발 일보 직전의 분노 때문에 이 영화는 액션영화 특유의 흥분제 이상을 지니고 있다.
블레이드의 정체성만큼이나 웨슬리 스나입스의 연기도 반은 드라마, 반은 액션으로 나뉘어 있다. 그는 좁혀서 말하자면 액션영화와 드라마를 번갈아가며 경력을 쌓아왔다. “액션영화엔 부상의 위험이 상존한다. 그만큼 액션영화는 위험하고, 육체에 대한 강렬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반면 드라마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불러내 감정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어릴 적 그는 꼭두각시 인형 극장을 운영했고 마임을 했으며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었고 대학 시절엔 연극배우였다. 춤꾼이 되고 싶어 연기학교에 들어간 그는 고등학교에서
<블레이드3>의 웨슬리 스나입스
-
“최악이죠. 앞이 캄캄해요.” 영화 <B형 남자친구>와 드라마 <유리화>의 촬영이 릴레이로 이어진 어느 밤에 만난 이동건에게 두 작품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묻자, 덜컥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화면으로도 얼굴이 많이 안돼 보였던 이동건은 입은 옷이 휘휘 돌아갈 정도로 살이 빠져 있었다. 얼굴에도 지치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피곤한 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우리 메이컵팀이 고생이죠.” 올해 중반 <파리의 연인>으로 ‘만인의 연인’이 되고 나서, 소신껏 선택한 두 작품이 맞물리면서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다행인 건 캐릭터 잡아가는 기간이 겹치지 않았다는 거예요. 영화 캐릭터 잡고 나서 드라마를 시작했거든요. 드라마도 초반에 많은 걸 보여준 상태라 지금은 부담이 덜해요. 몸이 힘든 건 참고 견디면 되지만, 결과 나오면, 후회하게 될까봐 그게 걱정이죠.”
이동건은 올해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첫 주연작
만인의 연인에서 속깊은 배우로, 의 이동건
-
LA에서 미리 만난 주드 로·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클로저>
“사랑은…”이라고 시작하는 고금의 시구들과 유행가 가락을 헤아리다보면 손가락이 먼저 지친다. 보고 또 봐왔건만, 지금까지도 TV와 스크린은 각종 버전의 사랑 이야기로 넘쳐난다. 아니, 딱히 사랑 이야기가 주제가 아닌 영화라도 사랑은 꼭 양념으로 들어간다. 사랑은, 선남선녀 누구나 한마디씩 이야기할 거리가 있으면서도 누구의 말도 정답은 아니다, 라는 말조차 상투적이다. 정말이지 이야깃거리가 아직도 남았나 싶은데, ‘그렇다!’는 영화가 다가왔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신작 <클로저>. 제목에서부터, 사랑의 진실에 관해 가까이 가보겠다는 야무진 의도가 엿보인다. 12월 첫주 개봉 당시, 스크린 당 최고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는 <클로저>를 LA에서 미리 만났다. 주변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굽이굽이 사연은 복잡해도 간추리면 골격은 딱 이거다.
장소는, 현대 런던(뉴욕이나
[현지보고] 현대인의 사랑에 관한 보고서, <클로저>
-
MSNBC.com이 2004년 최악의 영화를 온라인 투표로 선정했다. 좋은 영화만큼 나쁜 영화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다양한 사람들이 무작위로 참여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대망의 1위는 빈 디젤의 <리딕>이 뽑혔다. 어설픈 스토리와 생기없는 캐릭터에다가 특수효과만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영화라기보다 비디오게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위는 <캣우먼>. 할리 베리가 몸에 달라 붙는 까만 라텍스 의상을 입은 모습은 매력적이지만 그 외에는 원작만화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 영화의 최대 희생자는 악역으로 출연한 샤론 스톤이라고. <스텝포드 와이프>는 ‘원작보다 훨씬 못한 리메이크’로 3위에, <나인 야드2>(The Whole Ten Yards>는 ‘재난 코미디’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비아냥과 함께 4위에 뽑혔다. 이 밖에도 <레지던트 이블2>, <
MSNBC.com 설문조사 결과, 올해 최악의 영화는?
-
-
8 . HD 영상물 제작 열풍 - “충무로와 방송사, 가까워지나?”
2003년 여름 전편을 HD로 사전제작한 MBC 대하드라마 <다모>의 성공은 ‘시도, 보험’ 정도로 여겨지던 방송사의 HD영상물 제작에 불을 댕겼다. 올해 들어 디지털방송에 대한 대비와 맞물리면서 H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전방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큐 <출가> <도자기>와 같은 작품들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해신>을 비롯하여 드라마시티, 베스트극장으로 대표되는 단막극 영역도 HD가 ENG를 밀어내고 안방 브라운관의 ‘고화질’ 시대 개막을 예고한다. 방송보다 접근은 늦었지만 영화도 상황은 마찬가지. 2004년 대표적인 슬리퍼 히트작인 <시실리 2Km>는 파나소닉의 HD카메라 베리캠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부산영화제의 화제작 <여자, 정혜>도 HD영화. 봉만대 감독이
2004년 한국 영화계 10대 이슈 [3]
-
4. DVD 시장 잠식한 온라인 P2P 파일 공유 - “영화 다운로드, 대책 없나?”
비디오 시장이 고사하고 DVD 시장이 급격히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올해 반만 적중했다. 온라인 P2P 파일 공유와 교환, 여기에 더불어 해적판 DVD는 연 30%씩 성장하던 DVD 시장의 가파른 오름세를 멈추게 했고 잠재적 관객마저 잠식해버렸다. 국내영화 시장규모가 3460억원(2000년)에서 7839억원(2004년 추산)으로 2배 이상 넓어지는 동안 비디오와 DVD 시장은 같은 기간 대비 7832억원에서 742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전자신문>, 문화관광부). 한국영상협회 김의수 온라인검색팀장은 2003년만 불법 동영상 파일로 300억원, 실질적으로는 1천억원 규모의 손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사람만 무려 각각 600만명과 400만명에 달한다는 게 한국영상협회의 추산이니, 온라인상의 파일 교환은 더 넓어질 수 있었
2004년 한국 영화계 10대 이슈 [2]
-
2004년의 문이 열리자마자 한국 영화계는 1천만 관객 시대라는 무지개 다리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다리 너머엔 황금궁전이 없었다. 관객 수, 스크린, 해외판매 등이 꾸준히 늘었고, 3대 영화제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으며, ‘욘사마’를 타고 한국 배우들이 일본에 상륙했지만, 입맛 까다로운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는 점점 줄어들었고, DVD 시장이 무너져내려 부가판권 수익에 대한 기대도 무망해졌으며, 원초적 욕구의 배설처로 관심을 모았던 제한상영관도 전멸했다. 기대와 절망, 상승과 추락, 환호와 야유가 교차했던 한국 영화계의 올 한해 10대 이슈를 뽑아봤다. /편집자
1. CJ의 독주와 극장자본의 힘 증가 - “CJ 독주냐? 3강 체제 구축이냐”
CJ엔터테인먼트가 프리머스를 인수하고 시네마서비스가 주춤거리는 사이 한국영화의 최대 산맥으로 우뚝 섰다. 이와 함께 오리온그룹의 쇼박스가 시네마서비스를 능가하는 성과를 이뤄 기존 CJ-시네마서비스의 2강구도에서 CJ-시네마서비스-
2004년 한국 영화계 10대 이슈 [1]
-
<마이 제너레이션>은 ‘자신의 세대’에 대해 발언한다. <플레전트빌>이 아니더라도 의미를 파악함직한 무채색 화면으로, 영화는 담담하고 처연하게 청년실업과 ‘카드깡’을 말한다. 시무룩한 표정과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영화가 전하는 아픈 진실은 이런 것이다.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은 IMF사태 이후 일어난 일시적인 소요가 아니라 거대한 문명사적 과정이며, 노동과 고용의 신화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고.
그들은 왜 청년실업자가 되었는가?
최근 노동부 보고에 따르면 2004년 10월 현재 청년실업자 수는 35만5천명으로 실업률은 7.2%이다. 그러나 공식집계 외에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 인구 30만7천명과 유휴 비경제활동인구 24만3천명을 합하면 실질적인 청년실업자 수는 90만5천명에 육박하며, 이런 사태는 향후 5%대의 경제성장률이 유지되더라도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라 한다.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실업’은 자본주
하류청춘의 우울한 초상, <마이 제너레이션>
-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오페라 영화 장르의 성장이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초반부터 프랑코 제피렐리는 한창 전성기였던 플라시도 도밍고를 주연으로 내세운 일련의 오페라영화들을 만들었다. <라 트라비아타> <팔리아치> <카발렐리아 루스티카나> <오텔로>….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라 트라비아타>가 나왔을 때 비평가들의 호평은 여전히 기억난다. 여전히 그 작품은 썩 잘 만든 영화지만 당시 이 작품이 일으켰던 소란은 영화 자체의 질보다는 그 도전에 있지 않았나 싶다. 제피렐리는 그때까지 제대로 번역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오페라를 그럴싸하게 영화로 옮겼던 것이다. 테레사 스트라타스와 플라시도 도밍고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노래만 부르는 대신 말을 타고 달리고, 숲속으로 피크닉을 나가고 종종 필요한 경우는 입을 다문 채 보이스오버로 노래를 불렀다. 립싱크한 리허설 녹화처럼 보였던 이전 영화들과는
어정쩡한 뮤직비디오, <오페라의 유령>
-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역도산>은 송해성의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역도산>을 설경구의 영화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다. <역도산>은 송해성의 영화이다. <파이란>의 속편이며, <반칙왕> 근처에도 가본 일이 없는 레슬링영화, 아니 그 레슬링영화의 가면을 역도산이란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남성영화이다. 한·일 합작. 남북한 동시 영화화. 체중 불리기 경쟁. 역도산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역사상 가장 비싼 속편영화의 대열에 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왜? 라는 질문이다. 왜 역도산이 실패자이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역도산이 실패자인지 그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송해성 감독이 굳이 그를 실패자로 해석하는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포함되어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천황 다음에 역도산, 주소를 안 써도 도착하는 편지의 주인공, 절세미인들을 아내와 정부로 얻고, 수만금의 돈을 벌었으며, 고래등 같은
설경구의 영화가 아니라 송해성의 영화! <역도산>
-
<역도산>을 보는 두 가지 시선① - 위대한 패배를 음미하다
역도산은 “딱 한번 사는 인생, 착한 척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했지만 송해성과 설경구의 <역도산>은 기어이 착한 척하고야 만다. 벚꽃이 흐드러진 신사로 나들이갔던 아야와 역도산의 기념사진이 그 아이콘이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클로즈업으로 등장하는 이 사진에서 아야는 더할 나위 없이 환히 웃고 있지만 역도산은 뒤틀린 미소로 불온하게 서 있다. 그건 눈부신 햇살 때문이겠지만 아야는 그 빛을 자신의 몸과 조화시킨 반면 역도산은 일그러진 거부반응을 보인다. <역도산>은 그의 이런 체질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놀라울 만큼 차분한 연대기로 풀어간다. 이상한 건 그게 위대한 패배자의 연대기라는 것이다. 샤프 형제와의 경기에서 게임에선 졌으나 일본 대중을 상대로 한 경기에선 이겼듯 그는 위대한 패배자다. 그런데 그 위대함은 실은 비열함과 조작으로 똘똘 뭉친 승부수의
승리의 쾌감이 없는 정직한 블록버스터, <역도산>
-
12월17일 영화진흥위원회의 ‘해외배급용 한국영화 제작의 국제적 표준화 포럼’에 참석하면서 지난 5년간 한국 영화업계가 거듭한 발전이 다시금 떠올랐다. 우린 ‘한국영화 붐’을 얘기하지만 사실상 두개의 붐이 있었다. 국내시장에서의 자국영화 인기폭증과 더불어 국제무대에서 일어난 더욱 진기한 변화가 그것이다. 영화제 상영과 해외 세일즈, 세계 영화계 참가의 전체적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이렇게 빠른 성장은 큰 이득을 제공하는 동시에 또한 엄청난 난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한국 영화업계를 그릴 때 굉장히 빠른 파도를 타면서 그 뒤를 모는 기세를 통제하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서퍼가 떠오른다.
한국 영화업계는 국내 붐에는 준비가 잘된 것 같고, 아마 한국에서 흥미로운 영화가 만들어지는 한 그 붐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 업계가 국제 붐의 파도를 탈 수 있는 능력은 훨씬 더 위태로워 보인다.
한국영화가 세계에 걸친 극장 스크린, 텔레비전,
[외신기자클럽] 한국영화, 세계로 가려면 안정된 시스템과 충분한 인력 필수
-
건설업체 (주)신한의 30억 소송사건 내막… 7월의 ‘미분양’책임을 왜 8·9월 사건에 묻는 것일까
<한겨레21>은 537호 사람이야기에서 ‘저를 또 한번 두들겨패시나요?’라는 제목으로 배우 최진실(36)씨가 30억원대 소송에 휘말리게 된 사연을 다뤘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배우 최씨와 그를 아파트 분양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중견 건설업체 (주)신한의 소송.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액의 소송이어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분양에 ‘모델 역할’은 미미
소송은, 최진실씨와 전남편 조성민씨 사이에 발생한 폭행 사건과 이혼 등으로 인해 신한이 손해를 입은 만큼 이를 배상하라는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다. 신한은 소장에서 “계약상 ‘광고물의 계약기간 중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제품 및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고 했음에도 최진실의 가정사를 일반인에게 인지하도록 하는 고의 또는 적어도 중대한 과실에 기한 의무 위반 행위 또는 불법 행위로 손
‘최진실에 덮어씌우기’ 이상하다
-
한국방송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연출 이형민)가 28일 밤 막을 내렸다. 이날 남녀 주인공 모두가 숨지는 비극적 결말은 마지막 순간까지 시청자의 눈물샘을 건드렸다. 무혁(소지섭)은 꿈꾸던 복수극의 끝에서,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어머니 오들희(이혜영)가 사실은 그를 버린 게 아니었음을 알고 복수를 단념한다. 진실을 확인한 순간 그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1년 뒤 오스트레일리아의 무혁 무덤가에서 은채(임수정) 또한 무혁의 뒤를 따른다.
작가“은채 죽음은 무혁 위한 진혼”‘어머니는 진실 알았나’ 의문 남겨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11월 초 방영 이래 16부가 완결될 때까지 40만여건의 게시글이 홈페이지를 달구는 등 뜨거운 ‘폐인문화’를 불러왔다. 초반 10%대 후반에 머물던 시청률 또한 이야기가 깊어갈수록 치솟아 종영을 앞두곤 30%에 육박했다. 최근 트렌디드라
28일 종영한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