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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도약> 유리질 영상으로 담은 고래의 기억
조성효 2005-04-15

수면으로 떠올라 다시 입수하기까지의 고래의 도약시간이 6초가 아니라 12시간으로 경험되는 세계가 바다위에 존재한다면 그곳 주민들은 평균수명인 70세를 단 4일 동안 살아가는 사람들일게다. 그렇다면 그곳에선 고래의 도약이란 일생에 단 한번밖에 보지 못하는 볼거리이거나 수백 년에 걸쳐 내려오는 전설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바다 위에 실제로 존재한다 할지라도 7600:1의 상대적 빠르기로 움직이는 그들이 우리 같은 인간들에게 보이기 만무한 반면 그들에게도 우리의 움직임은 거의 정지된 상태로 보일 것이다. <고래의 도약>은 물리법칙의 적용을 거의 받지 않고 살아가는 바다 위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기억을 다룬 이야기다.

<고래의 도약>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단편이지만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위해선 <은하의 물고기>와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작은곰자리 별자리 부근에 나타난 사악한 큰 물고기를 작살로 퇴치한 ‘유리’와 할아버지 이야기가 <은하의 물고기>라면, <고래의 도약>에 등장하는 (뱃사람이었던) 할아버지는 <은하의 물고기>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후의 ‘유리’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할아버지는 날치 떼를 뒤쫓는 거대한 고래를 쳐다보며 ‘은하의 물고기’를 회상하는 것이다.

모험을 좋아했던 라임 할아버지가 소용돌이로 내려간 뒤 바다 속 또 다른 세계에 합류한 것도 <은하의 물고기>에서 소용돌이 은하수 밑의 이중세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지금은 <수병위인풍첩> TV시리즈를 통해 주류로 편입된 사토 타츠오 감독은 <고양이 스프>를 통해 오마쥬를 바칠 정도로 <고래의 도약>의 유리질 영상은 재패니메이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케이블 TV를 통해 여러 번 방송되었음에도 DVD발매가 불투명했던 <고래의 도약>이 드디어 발매된다. 일본판의 경우 돌비 디지털 5.1채널만을 담았으나, 국내판은 <은하의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DTS 채널을 동시에 수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TS와 돌비 디지털 5.1채널간의 차이점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판과 마찬가지로 아나모픽을 지원하지 않는 영상은 아쉽지만 <은하의 물고기>와는 달리 한국어 더빙을 담고 있어 반갑다. 하이비전(HD) 마스터를 사용하여 최고 수준의 화질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운드 또한 뛰어난 채널 분리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는 <은하의 물고기> 및 감독의 단편집인 <판타스마고리아>의 클립과, 본편을 축약한 짧은 영상 갤러리가 담겼다.

영상 갤러리

타무라 시게루의 작품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