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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사진 왼쪽부터)·민병록 동국대 교수, 김병헌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사무국장, 변재란 순천향대 교수, 이민용 감독 등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에서 스크린쿼터지키기 영화인대책위(공동집행위원장 정지영·안성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이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결정할 경우 영화진흥위원직을 사퇴하고 스크린쿼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서에는 이충직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뺀 8명의 영화진흥위원이 모두 서명했다.
스크린쿼터제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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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클래식 크리스마스!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화려하게 빛나고, 사람들은 손에 서너개씩 쇼핑백을 들고 분주하게 이 가게 저 가게를 오간다. 연말 런던의 도심 풍경이다. 이렇게 모두들 조금씩은 마음이 들떠 있는 연말 극장가에 두편의 클래식영화가 나란히 개봉했다. 한편은 셰익스피어의 잘 알려진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영화화한 것이고 다른 한편은, 18년 전 첫 상연된 뒤 지금까지도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상연되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영화화한 것.마이클 레드퍼드(<일 포스티노>) 감독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가장 눈을 끄는 것은 명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앙상블. 베니스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은 알 파치노가, 친구를 위해서 샤일록에게서 돈을 빌리는 상인 안토니오 역은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았다. 이 쟁쟁한 두 배우들과 함께, 사랑에 빠져 돈이 필요해진 젊은이 보사니오 역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에서
[런던] 연말맞이 클래식영화 <베니스의 상인>·<오페라의 유령>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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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시네마테크의 구서울역사 이전’ 건이 지체되고 있다. 구서울역사의 소관기관인 문화재청 심의위원회에서 매월 심사는 이루어졌으나 철도청이 제출한 기안은 유보 중이다. 원래 이번 사업은 철도청이 먼저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이충직, 이하 영진위)에 제안하여 시작되었다. 일각에서는 철도청이 내부안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을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한다. 영진위 관계자는 “영진위가 3개 상영관으로 운영을 제안한 것은 변함없다”라고 밝혀 영진위의 제안은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공간 활용 및 시설 운영안을 제출하는 철도청의 내부 의견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그것이 적합치 않다는 결론이 된다.
철도청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애초 운영안의 주요한 참여주체로 알려진 재단법인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의 김경희 사업본부장은 “확정된 사항이 없으므로 답변할 수 없다”고 취재를 거절했고, 철도청 김동수 주임은 “철거
[충무로는 통화중] 시네마테크 새 둥지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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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인시네마 제작비 지원과 영어권 배급 담당키로
무협영화 <무영검>이 미국 뉴라인시네마의 투자를 받아 제작에 들어간다. <무영검>의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뉴라인시네마가 전체 제작 규모의 1/3에 달하는 제작비를 대고, 아시아와 프랑스를 제외한 해외 지역 배급을 담당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준메이저 영화사에서 한국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영검>은 순제작비 60억원 규모로, <비천무>의 김영준 감독이 윤소이, 이서진, 신현준(사진) 등과 호흡을 맞추게 되는 무협영화. 소니 콜럼비아가 홍콩 지사에 투자해 만든 <와호장룡>을 계기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아시아 무협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뉴라인쪽은 올 부산영화제에서 접한 <무영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아메리칸필름마켓에서 태원엔터테인먼트와 구체적인 제작투자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무영검> 할리우드와 공동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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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극장용 장편 감독작부터 7분짜리 뮤직비디오까지
1.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1989)
마녀인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키키는 13살이 되던 날 완전한 마녀가 되기 위해 바닷가 소도시로 수행을 떠난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마녀수련(우편배달부 일)에 돌입한 소녀 키키가 사춘기 소녀로서 당연히 겪을 만한 정체성 혼돈을 겪으면서 하나의 인간(마녀)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쿠노 에이코의 원작동화를 애니메이션화한 <마녀배달부 키키>는 원래 젊은 지브리 스탭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지던 작품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까지 맡아 완성하게 되었다(이때 작화감독으로 참여했던 곤도 가쓰야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다시 작화감독을 맡으며 복귀한다). <이웃집 토토로>로 고조되어 있던 지브리의 흥행신화가 폭발하듯 시작된 첫 번째 박스오피스 성공작이었으며(총관객 246만명), 강하고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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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탐색여행, 원정)
미야자키 작품들이 ‘탈일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여전히 일본적인 롤 플레잉 게임의 전형(주인공이 길을 떠나 한명한명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목적을 향해 여행하거나 모험을 겪는 것)이 드리워져 있다. 이것은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동체적인 주인공의 경험을 중시하는 미야자키의 세계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Retirement(은퇴)
미야자키 하야오는 <모노노케 히메>를 감독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고, <센과 치히로…> 역시 미야자키의 은퇴작으로 홍보되었다. 이에 대해 방한한 스즈키 도시오 PD(사진)는 “미야자키 감독은 ‘대체 관객이 얼마나 와줄 것인가’ 하는 기분으로 매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은퇴할 작정’이라고 말하지만, 손님이 많이 들게 되면 그런 겸허한 기분은 다 사라지고 다시 열심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게 된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Steam Punk(스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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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SF 화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 지브리는 19~20세기 초에 서구인들이 상상했던 비행도구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는다.
Flight(비행)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 대한 글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표현은 ‘비행의 쾌감’이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날아다니는 날틀과 추락에 대한 두려움 없이 비상하고 하강하는 역동감을 즐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하야오의 작품들을 대변하는 이미지다. 다만 <센과 치히로…>에서는 <바람계곡의…>나 <천공의…>의 날틀이나 <마녀배달부 키키>의 빗자루 등 인간을 태울 만한 도구없이 용(하쿠)에 의해 비행이 행해지는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변모했고, <하울의…>에서 괴조(怪鳥)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하울의 모습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하울의…>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진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천공의…>나 <바람계곡의…>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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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9번째 장편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18살 소녀 소피가 황무지 마녀의 저주로 90살 노파로 변하고, 젊은 마법사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청소부로 취직하면서 시작된다. 소피, 마법사 견습생 마르클과 저주에 걸린 허수아비, 불의 악마 캘시퍼로 구성된 대안가족은 괴조(怪鳥)로 변신해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하는 ‘집주인’ 하울의 운명에 얽혀들고, 그 운명론적 모험 속에서 소피는 90살의 지혜를 익히며 성숙해간다. 이것은 언뜻 익숙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험담이다. 하지만 그 모험담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듯도 하다. 주인공들은 이제 종종 변덕을 부리거나 우울해하고, 마법의 힘으로 외모를 바꾸거나 세상을 움직이려 들며, 그들을 품고 가는 이야기는 가끔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버린 다음 느긋하게 한참을 머물다가 본궤도로 돌아온다.
미야자키는 이제 “살아라!”(<모노노케 히메>)라고 부르짖지도 않고 “네 이름을 소중히 여기며 살라”(<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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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터프 가이즈>는 소박하다. 인물들의 세련된 말발이나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사건도 없다. 이야기의 구조는 느슨하기 짝이 없고 인물들은 킬러로서의 직업정신이 무색할 정도로 모자라 보인다. 이야기의 단조로움에 더해 촬영마저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 영화가 내세우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불완전함인 듯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엉뚱한 상황과 인물들의 어이없는 대응. 우연한 요소들의 맞물림에서 나오는 불완전함의 미덕이 웃음을 유발한다. 그 웃음은 황당한 낄낄거림에 가깝다.
삼류 킬러로 근근이 살아가는 빠꼬(안토니오 레시네스)는 그 지방 도시의 대부로 불리는 로드리고(마누엘 알렉산드레)의 빚 독촉에 시달린다. 로드리고는 빠꼬에게 돈을 갚는 대신 자신의 조카 알렉스(조르디 빌체스)에게 일을 가르쳐줄 것을 요구한다. 고민 끝에 빠꼬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알렉스가 끌어들인 따띠아나(엘레나 아나야)까지 떠맡게 된다. 빠꼬 일행은 술집에서 만난 한 노인으로부터 억만장자의 상속녀를 납
낭만적인 킬러들의 코믹 버디무비, <투 터프 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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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National Treasure)의 역사란 모름지기 도둑질의 역사다. 로제타스톤을 보기 위해서는 런던의 대영박물관으로 가야 하고, 밀로의 비너스를 보기 위해서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국보의 역사는 제국주의 역사이며 제국주의 역사는 곧 도둑들의 역사다. 이러니 가장 거대한 강도국가이면서도 정작 ‘괴도 뤼팽’적으로 우아한 문화 약탈사를 부러워하는 미국인들의 콤플렉스는 종종 대리만족의 구실들을 찾아 헤맨다. <내셔널 트레져>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비교적’ 단아한 전리품 컬렉션에 대한 미국인들의 보상심리처럼 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굳이 불쾌한 팍스 아메리카나의 함의를 찾는 것도 일면 구차하긴 마찬가지일 테다. <내셔널 트레져>는 그같은 보상심리를 이용해 자국 관객의 주머니를 노려보겠다는 알뜰한 기획성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1974년의 워싱턴 DC에서 시작한다. 소년 시절의 벤자민 프랭클린 게이츠(이하 벤)에게
허허실실 <인디아나 존스>식 모험담, <내셔널 트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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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용기있는 자를 선택한다’는 베르길리우스의 시구를 영화의 첫머리로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뿐 아니라 감독이 설파하는 고대사에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이라면 이 시구는 세 시간에 가까운 대서사시를 열어젖히는 출입문으로는 제격이다. 팍스 로마나의 정점이던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그리스와 로마인의 용기를 칭송하는 것이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2400년 전 그리스 북부 출신의 정복자의 용기를 1억5천만달러를 들여 되새기는 데는 어떤 역사적 일관성이 관통하는 듯하다. 영화 속에는 통주저음처럼, 세상에 자유를 전파해야 한다는 식의 조지 부시적 이데올로기이자 강박관념이 희미하게 울린다. 알렉산더의 전기를 쓰기도 했으며 알렉산더의 장수 출신으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창시자인 프톨레마이오스(앤서니 홉킨스, 천문학자는 동명이인)가 이 거대한 서사시를 말해줄 변사이다. 권위있는 옥스퍼드식 표준 영어로 흘러나오는 연대기는 알렉산더(콜린 파렐)의 서른셋 짧은 삶을 인간의
부시 시대의 기원전 역사 다시 쓰기, <알렉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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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열리는 자동차’라고도 부르는 컨버터블. 그간 할리우드영화 속 잘 나가는 주인공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폼나는 차다. 그리고 여기, 머리카락을 맞바람에 맡긴 채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폼나게 질주하는 이 사람. 그는 당연히 웬만한 외모와 재력, 능력과 자신감을 겸비해야 하고, ‘쭉쭉빵빵’한 동승인까지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야말로 폼, 나는 광경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누군가 무식하게(?) 반문한다.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그런 지붕없는 자동차를 타는 건, 매캐한 매연 속을 달리는 것에 불과하지 않겠냐고. 머리카락이 온통 바람에 엉켜버리는 바람에 정신도 차릴 수 없을 거라고. 그러느니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실속있는 경차를 택하겠다는 호언장담까지. 이것은 폼생폼사, 명품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던지는, <신석기 블루스>의 일갈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동명이인의 신석기를 대비시킨다. 웬만해선 같을 수 없는 이름에 변호사라는 직업, 생일까지 똑같은 두 사람을 설
못생기면 어떻고 폼 안 나면 어떠냐, <신석기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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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가 감독, 각본, 제작, 주연까지 1인 4역을 맡은 영화 <쿵푸 허슬>이 아시아 박스오피스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23일 홍콩에서 개봉한 <쿵푸 허슬>은 홍콩 흥행사상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가볍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쿵푸 허슬>의 홍콩 개봉 첫날 오프닝은 약 411만 홍콩달러(약 55억). 이는 <소림축구>의 기록을 25%나 앞서는 것이고 같은날 개봉한 <폴라 익스프레스>와 한주 앞서 개봉했던 <샤크>의 오프닝 성적 40만 홍콩달러에 비해 약 10배나 많다. 2001년 개봉했던 <소림축구>가 홍콩의 모든 흥행기록을 갱신했는데 주성치는 3년만에 자신의 신작으로 홍콩 흥행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쿵푸 허슬>의 열기는 중국대륙까지 달구고 있다. 중국에서도 개봉 첫날 천만 린민폐(약 12.5억) 이상을 벌어들이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주요극장의 매진사례와 80%이상
주성치의 <쿵푸 허슬>, 아시아 지역 박스오피스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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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베니스·베를린 휩쓸고 ‘해피엔드’올 한해 한국 영화계엔 좋은 소식이 유달리 많았다. 아울러 영화인들의 사회 참여도 여느 해보다 활발했다. 2004년의 영화계를 영화 제목과 인물로 풀어본다.불가능을 넘어 꿈을 이루다‘아드레날린 드라이브’ 박찬욱=박찬욱은 멋있다. 관객이 불편해할 이야기를 타협 없이 밀어붙인 〈올드 보이〉로 300만명 관객을 동원하더니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그것만으로도 멋있는데 파병 반대, 대마초 합법화 등 사회적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출연한 자동차 광고처럼, 박찬욱은 영화 감독을 넘어 ‘창작으로 원하는 걸 성취한 인물’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의 성취와 활동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드레날린을 전파한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새해에도 ‘아드레날린 드라이브’가 쾌주하길.값진 성과 몰라주더라도…‘김의 전쟁’ 김기덕=김기덕은 올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칸을 뺀 베니스, 베를린 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쯤 되면 성취
2004 인물로 풀어본 영화계 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