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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가 본토에 숨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만 알려졌던 은 설산(雪山) 위에 은거하고 있다는 무림고수처럼, 대단하다지만 누구도 본 적 없는, 전설로 떠돌고 있었다. 세트를 봉쇄하고 사람들의 입을 막고 남몰래 완성한 영화. 토론토영화제 프리미어를 거쳐 12월16일 홍콩섬 타임스스퀘어에서 시사회를 가진 은 1년 넘은 노고와 2400만달러의 제작비를 아쉬워하지 않아도 좋은 영화였다. 구두쇠로 소문난 주성치는 “영화에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면서, 컴퓨터그래픽과 쿵후가 숨쉬듯 결합하고, 표정을 숨긴 고수가 무뚝뚝하게 웃겨주는, 놀라운 쿵후 코미디를 완성했다. 세월에 빛이 바랜 1940년대 중국 가옥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쿵후를 사랑하고 담대한 코미디를 구사하는 주성치의 역작일 것이다. 1월14일 한국에서도 그 전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성치는 ‘모 레이 타우’라고 불리는, 광둥어를 사용한 말장난으로 인기를 얻었다. 능청스러운 말투를 가진 그는 물에 빠져 죽어
<쿵푸 허슬> 미리 보기 [1] - 등장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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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감이 있다.
=그 평가가 부당하다는 의미로 묻는 거겠지? 그야 내가 기자들에게 충분히 존경심을 표하지 않아서 그랬겠지. (웃음) 아직 네 작품밖에 안 했다. 부당한 대접은 있을 수 있지만 길게 계속 영화를 만들었을 때는 그런 대접이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난 묵묵히 만들 뿐이다. 저평가된 이유는 생각해본다. 내 영화의 지적 영역이 저평가하는 이들의 지적 영역보다 넓다는 거다. 내 영화는 복잡하다.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그렇다. 내가 배우‘빨’이 없는 것도 저평가의 원인이다. 박찬욱과 허진호 영화는 배우가 꼬이고 그러면서 투자가 끝나잖나. 배우들이 읽고 반해야 펀딩이 되는데, 내 건 좀 쉽지 않다. 만 해도 캐스팅이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15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적 야심이 느껴진다.
=상업영화감독으로서 나는 정체성이 확실하다. 난 제작자와 투자자에게 돈을 벌어다준다.
<그때 그 사람들>의 진상 [4] - 임상수 감독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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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자마자 임상수 감독은 인터뷰를 하고 싶어 연락을 한 거냐고 대뜸 물었다. 보고 싶어서 만난 거라고 눙을 쳤지만 한 일간지에 나간 기사(12월21일자)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 틀린 점이 있다고 먼저 화제를 돌렸다. “‘박 전 대통령의 여자관계와 친일성향 등을 다룬 영화’가 아니며 ‘일제 강점기 일본군 장교를 지낸 박정희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한 장면’도 전혀 없다. 시나리오를 읽지 않고 누구에게 듣고 쓴 것 같다.” 혹시라도 이 영화가 불러일으킬 정치적 파장에 대해서 두려운 기색은 없어 보였다. “세상에 책을 내고 영화를 낸다는 게 뭔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즐기고 나누겠다는 거 아닌가.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산에 가야지.”
-이 작품으로 논쟁의 중심에 서고 싶은 건가.
=그건 야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작품의 질도 갖춰져야 하는 거다. 가령 이런 비유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지지자인데 탄핵정국을 노무현이 스스로 유도한 측면이 없는 걸까 이
<그때 그 사람들>의 진상 [3] - 임상수 감독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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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 3 : ‘그때 그 사람’ 으로 누가누가 나오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차지철 경호실장, 김계원 비서실장, 최규하 국무총리,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심수봉과 여대생 신재순…. 과연 사건 속의 인물과 실제 배역은 어떻게 연결이 될까.
임상수 감독은 에서 핑크빛 팬티를 입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한껏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배우 백윤식을 눈여겨보고 아예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그를 중심으로 써나갔다.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그때 그 사람이야말로 이 영화의 드라마를 움직이는 주체다. 박 부장과 함께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주 과장 역은 한석규다. 1997년 때부터 명필름과 연이 닿은 이 배우에 대해 제작사는 무한의 신뢰를 보낸다. 주변에서는 출연 제의에 대해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본인의 출연 의지가 강력해 작품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머리를 짧게 깎고 출연한 그는 이 영화의 중후한 배역진 가운데 가장 젊고 날렵해 보인다. 박 부장의
<그때 그 사람들>의 진상 [2] - 소문과 진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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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에 촬영한 임상수의 네 번째 영화, 5가지 궁금증 풀어보기
문제적 영화 한편이 영화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강제규&명필름이 제작하고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이다. 1월 하순 시사회, 2월 초 개봉 그리고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시대적 배경이라는 몇 가지 이야기를 빼면 자세히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호기심과 소문이 화학작용을 이루며 자가발전한 일부 신문 기사들이 12월21일 쏟아지고 이튿날 제작사가 기사 내용을 정정하는 보도자료를 보내는 작은 소란 속에, 베일 뒤에 숨었던 영화의 정체가 아주 조금이나마 옷자락을 내밀었다. 사건 당시 생존자와 유가족의 명예훼손, 나아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법적인 공방을 미리 예단하는 이들도 있고 영화 내용 일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생활과 일제시대에 대한 향수라는 억측도 있었다. 정작 이라는 노래는 영화 속에 없다거나,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는 엔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9월부터 12월 초까지 철저
<그때 그 사람들>의 진상 [1] - 소문과 진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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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의 농담을 따르자면, 로마의 레스토랑에 앉아 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속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라고 외치면서부터 는 시작되었다 한다. 영화를 보고나면 그 유쾌한 농담이 진담이었음은 분명해진다. 소더버그는 로마라는 배경에다 오션 일당을 어떻게 집어넣을지 고민하다가 조지 놀피의 희곡 (Honor Among Thieves)를 접붙이는 시나리오적 서커스를 감행했다. 태생이 이러니 전편처럼 말끔한 케이퍼 무비(Caper Movie: 가볍고 유쾌한 범죄영화) 후속편은 포기하는 것이 정갈한 선택이다. 일찌감치 결론지어 말하자면 과 는 라스베이거스와 로마처럼 서로 다르다.
는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일당이 통쾌한 강도질을 성공시킨 지 3년이 지난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카지노 보스 테리(앤디 가르시아)에게 마침내 덜미가 잡힌 일당은, 강탈한 돈을 2주 안에 이자까지 듬뿍 쳐서 갚아야 할 처지가 된다. 대니는 테스(줄리아 로버츠)와 코네티컷에서 안정된 생활을 보내기
유유자적하고 패셔너블한 후일담, <오션스 트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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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윌 스미스)는 꿈은 많지만 능력은 없는 고래 세차장 직원이다. 사장 사익스(마틴 스코시즈)에게 빚진 돈을 갚지 못한 오스카는 해파리 어니와 버니에게 꽁꽁 묶여 고문을 받다가 상어 프랭키와 레니(잭 블랙) 형제를 만난다. 레니는 마피아 보스인 리노(로버트 드 니로)의 둘째아들이지만 살생을 거부하는 온순한 채식주의자. 동생을 상어다운 상어로 만들고 싶어하던 프랭키는 오스카를 뒤쫓다가 우연히 떨어진 닻에 맞아 죽고, 레니는 슬픔과 죄책감 때문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혼자 남은 오스카는 도망갔다가 돌아온 해파리들에게 자신이 프랭키를 죽인 ‘상어 대마왕’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영웅이 되어 그토록 소원하던 산호초 꼭대기 펜트하우스에 입주한 오스카. 그는 돈과 명성, 오래된 친구 앤지(르네 젤위거)와 관능적인 롤라(안젤리나 졸리)의 사랑을 얻지만, 거짓말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프랭키의 살인자를 찾아 산호초에 쳐들어온 상어들을 물리쳐야 한다. 바다를 떠돌다가 오스카가 사는 산호초까지 온 레니
동화 대신 동시대 대중문화를 끌어들이다, <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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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영화계간지 가 “예술영화, 대안영화의 한국적인 전범”으로 상찬한 영화가 있었다. ‘입시 지옥’에 갇힌 고등학생들의 일상과 고민을 담은 황규덕 감독의 (1989)가 그 영화였다. 대부분 비전문 배우들(크레딧엔 ‘청소년 연기자’라고 뜬다)이 엮어가는 이 영화는 당시 유행하던 하이틴 스타 원톱의 학원드라마와는 질감과 분위기, 무엇보다 노선이 달랐다. ‘일등부터 꼴찌까지’가 아니라 ‘꼴찌부터 일등까지’라고 뒤집어 붙인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영화는 입시 교육의 ‘현실’을 신랄하게 보여주었더랬다. 비슷한 시기에 를 내놓은 홍기선 감독과 더불어, “한국영화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며 기대를 모은 황규덕 감독은 그러나, 한동안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가 대전에서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디지털 장편을 찍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2003년이었다.
그 영화가 그 이름도 고색창연한 다. 가물가물한 기억이긴 하지만,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고 선생님에게 고
한뼘 두뼘 키자람을 하던 그 시절, <철수♡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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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의 커다란 저택에 사는 50대 후반의 웨인 헤인즈(로버트 레드퍼드)는 부족할 것 없는 중산층 가장. 젊은 시절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렌트카 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번 그는 업계에선 입지전적 인물. 슬하의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킨 뒤 부인 에일린(헬렌 미렌)과 한가롭고 여유로운 일상을 영위하던 어느 날. 웨인은 출근길에 해고된 다음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장인 집에 얹혀 사는 옛 직장 동료 아놀드(윌렘 데포)에게 납치된다. 원한을 품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납치를 하게 됐다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아놀드에게 웨인은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고 애쓴다. 한편, 남편의 승용차가 외진 곳에 방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에일린은 실종 신고를 하게 되고, FBI가 수사에 나서지만 사건은 뾰족한 단서를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다.
은 납치극이라는 거죽을 뒤집어썼지만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따르는 궤적을 떠올렸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흔히 예상하는 F
‘스릴러’ 코트로 어깨를 가린 멜로드라마, <클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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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개관 20주년을 맞은 호암아트홀이 창단 40주년을 맞는 바로크합주단을 맞이해 뜻깊은 신년 음악회를 펼친다. 2005년 1월9일 일요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이번 무대의 첫 포문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이 주옥같은 아리아와 함께 열 예정. 조수미, 홍혜경과 함께 한국이 낳은 3대 소프라노로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신영옥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역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천상의 목소리’로 평가받고 있다. 모차르트 아리아를 뛰어난 음악성과 기교, 아름다운 음색으로 표현해내며 금세기 최고의 명연주를 선보일 신영옥은 지난 2003년 봄 유니버설을 통해 을 발매해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발매기념 투어 중 청중으로부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베스트트랙을 모아 2장의 CD로 제작한 (CHANSONGS D’AMOUR)가 2004년 겨울에 발매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신영옥과 함께 기품있고 격조 높은 음악회를 연출할 주인공은 창단
신영옥의 ‘천상의 목소리’를 만나자 <호암아트홀 2005 신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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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8일, 남녀 주인공 모두가 숨지는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12월 마지막 주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11월 초에 방송을 시작했으며 초반에는 10%대 후반의 시청률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30% 가까운 시청률까지 그 수치가 치솟았다.
주인공 무혁과 은채의 독특한 캐릭터와 이들을 연기한 배우 임수정과 소지섭의 연기는 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미사 폐인'들 사이에서 '무채커플' 등의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이경희 작가는 &lf;상두야 학교가자>의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주에 눈에 띄는 것은 연말에 걸맞게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순위 안에 들었다는 점이다. MBC 연기대상이 24.2%로 5위, KBS 연기대상 23%로 7위를 차지했다. 이번 해에 이래저래 KBS와 SBS의 드라마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는 <아일랜드>의 현빈
<미안하다, 사랑한다> 27.4%로 종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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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 감상실] <섹스 & 시티> 캐리에게 물어봐
[올드독의 TV 감상실] <섹스 & 시티> 캐리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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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어느 유사 종교집단에 의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사주카페’는 이미 우리 생활의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렸다. 음침하던 무당집 같은 분위기의 점집이, 산뜻한 인테리어에 차까지 마시며 약속도 할 수 있는 카페로 변신하여 아무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승진, 결혼, 진학 등 심각한 내용에서 이성친구와의 교제, 좀더 은밀한 어조로 묻는 속궁합까지 가볍고도 시시콜콜한 내용을 가지고 카페의 한구석을 지키고 있는 역술인에게 상담한다. 물론 커피값과는 별도의 오천원에서 1만원에 이르는 상담료가 추가로 지불된다.
홍익대 앞에 성업 중인 카페 ‘재미난 조각가’(02-325-4543)는 상호와는 달리 재미난 역술인들이 있는 곳이다. 지난 1995년부터 시작하여 10년간 대학생들의 일상의 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이곳은, 찾아오는 손님의 70% 이상이 점술을 볼 목적으로 찾아와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있다. 오후 5시면 평일과 주말에 상관없이 어김없이 나와
사주카페, 타로카드, 점성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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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 완성한 필름을 다시는 보지 않아요. 그러니까 오늘 여러분들이 보신 영화 도 한 20년 전에 보고 안 봤다는 거죠. 그러니까 너무 디테일한 질문은 하지 마세요. 기억을 못할지도 모르니까 (웃음)”
지난 해 11월 BAM (브룩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의 씨네마테크에서는 짐 자무시 특별전이 열렸다. ‘독립적인 영혼: 짐 자무시’라는 이름 아래 열린 이 특별전은 뉴욕대학 재학시절 만든 데뷔작 부터 최근작 까지 그의 전작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뉴욕을 대표하는 감독답게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행렬로 초겨울 삭막한 브룩클린은 붉은 혈색을 띄고 있었다. 특히 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그가 직접 극장을 찾은 날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남색 트레이닝 윗도리에 청바지, 생수병을 들고 스크린 앞으로 걸어 들어오는 짐 자무시의 행색은 델리에 샌드위치 사러 나온, 혹은 지하철에서 천만번쯤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뉴요커의 그것이었지만,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백은하의 애버뉴C] 1st street - '천국보다 더 낯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