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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일본 뉴 웨이브를 선도한 쇼치쿠 누벨바그 특별전이 열린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2005년 첫번째 기획영화제로 쇼치쿠 누벨바그의 세거장 오시마 나기사, 요시다 요시시게, 시노다 마사히로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쇼치쿠 누벨바그 특별전을 1월 7일부터 21일까지 보름동안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쇼치쿠 영화사에 의해 주도된 새로운 영화운동이라는 뜻의 ‘쇼치쿠 누벨바그’는 대부분의 영화사조가 그러하듯 당시 일본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깊다. 1960년대 일본은 TV의 보급과 거장 감독들의 퇴조, 전후 세대의 인식변화로 영화관객수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메이저 영화사들의 장르영화 종식을 초래해 스튜디오 시스템의 몰락을 유발했다. 이에 영화사들이 불황극복의 일환으로 소프트 포르노인 ‘핑크 영화’를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이즈음 제작사 니카츠는 태양족 영화로 주목을 받고 도에이는 참바라 영화 등으로 성공하게 되는데 이와 달리 쇼치쿠는 재능있는
1960년 일본 뉴 웨이브의 지형도 쇼치쿠 누벨 바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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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처럼 TV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올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완승에 완전히 넋을 잃지만 않았다면 주요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생소한 제목의 브라질영화 <신의 도시>(City of God)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페르난도 메이릴레스 감독은 삼바누아르라 불러도 좋을 영상으로 60∼70년대 브라질을 담았다. 실제로 ‘신의 도시’에서 자란 파울로 린스의 자전적 소설과 사진작가 윌슨 로드리게즈의 이야기에 토대를 둔 영화는 갱이나 선량한 시민 할 것 없이 무차별적 총격에 속절없이 벌집이 되어버리는 브라질의 (여전히 유효한) 과거사를 놀라우리만치 현란한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신의 도시>의 성공 뒤 메이릴레스는 다음해 공동감독 카티아 룬드와 저자 파울로 린스와 함께 TV 미니시리즈 <인간의 도시>를 연출한다. 2003년 방송되어 브라질 국민
[DVD vs DVD] 영화에서 TV드라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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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감독 빌 콘돈
상영시간 104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스타맥스(1장)
훌륭한 코멘터리란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어떤 경우든 화자가 해설하고 있는 작품과 그것을 구성하는 제반 사항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그 으뜸이 아닐까. 이러한 의미에서 빌 콘돈 감독이 직접 참여한 영화 <갓 앤 몬스터>의 오디오 코멘터리는 한번쯤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상당히 수줍고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그의 해설은 제작에 들어가기까지의 상황과 배우, 촬영, 미술, 의상 등 작품의 전 분야를 가로지른다. 때때로 화제를 이리저리 옮기는 편이라 약간의 혼란이 생기기도 하지만, 자신이 아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고자 하는 성의가 느껴져 그다지 밉지 않고, 24일이라는 촉박한 제작기간을 통제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인디펜던트 감독 특유의 인상도 느껴져 흥미롭다.
인상적인 부분은 극 중반
배우에서 세트까지 감독의 애정어린 설명, <갓 앤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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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다하르> Kandahar2001년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상영시간 81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2.0 영어, 페르시아어자막 한글, 영어출시사 위젼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사이클리스트>는 이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이야기였다. 아내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남자의 모습을 잊지 못한 캐나다의 저널리스트 닐로우파 파지라는 마흐말바프 감독을 찾는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나라를 떠났던 그녀는 힘겹게 사는 친구를 만나러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2년 뒤 파지라의 이야기가 <칸다하르>로 만들어지면서 그녀는 주연을 맡게 된다. <칸다하르>는 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 날 자살하겠다는 동생을 찾아 (탈레반의 본거지) 칸다하르로 길을 떠나는 언니의 이야기다. 그 길 위로 20년에 걸친 전쟁과 기아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프간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지뢰 때문에 팔과 다리가 잘
인간이 얼마나 오만하고 잔인한가, <칸다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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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파텔 컬렉션>에 이어 라바에서 또 한편의 애니메이션 컬렉션을 발매했다. 에는 당신이 이제까지 보지 못한 애니메이션 중 가장 유명한 아트애니 몇편이 수록되어 있다. <거위와 결혼한 올빼미> 등에서 페인트 온 더 글라스 기법을 주로 사용해온 캐롤라인 리프는 <거리>에서 어린이가 바라보는 죽음을 진솔하게 그렸다. 낙서하듯 그림 그리는 폴 드리센이 오프닝과 막간극으로 참여하고 존 웰던과 그렘 로스가 함께한 <코끼리>는 가장 오래된 방식인 페이퍼애니 기법으로 삶과 죽음을 무겁지 않게 보여준다. 캐롤라인 리프와는 조금 다르게 조지 웅가는 스스로 와이핑 기법이라 칭한 방식, 즉 유리 위의 물감을 헝겊으로 닦아내는 과정을 통하여 <방랑자>를 선보이며 게일 토머스는 물감을 핀으로 긁어내는 작업과 흥겨운 아카펠라 음악으로 <수피족 이야기>를 보여준다. 3차원 오브제를 즐겨 사용하며 간혹 절지애니를 보여줬던 코 희드만은 <찰스와
살아 있는 아트애니의 역사 7편, < NFBC-애니메이션의 거장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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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개봉 당시 몇 장면이 삭제된 사정은 4년 전 DVD가 출시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이번에 다시 선보이는 DVD에 이르러서야 <퐁네프의 연인들>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풍성한 색감과 선명한 화질이 더해져 더욱 만족스럽다. 다만 대략 1.66:1 화면비율로 출시된 기존판에 비해 새로운 출시본의 화면비율은 약 1.85:1이다. 유럽 이외 지역에선 보통 비스타비전 사이즈로 상영됐을 테지만, 감독이 선호했던 포맷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시 만난 <퐁네프의 연인들>은 오래전 잊혀졌다가 마주친 사랑처럼 보인다. 불안한 카메라, 유영하는 불빛과 우울한 색깔의 이미지만 남아 있는 누벨이마주는 혹 존재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누벨이마주의 선배 장 자크 베넥스에게 <베티 블루>가 있다면 레오스 카락스에겐 <퐁네프의 연인들>이 있다. 매번 감상적인 사랑을 나누면서도 지상의 사랑을
무삭제로 만나는 결여된 연인의 사랑, <퐁네프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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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의 <삼국지>를 읽기는 했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삼국지>는 고우영 판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고우영의 <삼국지>를 50번은 넘게 봤다. <삼국지>의 인물이나 사건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동탁의 거대한 배에 꽂힌 심지가, 관우와 제갈량의 라이벌 의식이 떠오른다. 세월이 흐른 뒤에 <창천항로>를 만났다. <창천항로>를 보며 조조와 여포 등 수많은 ‘악인’들의 다른 모습을 만났다. 고우영판 <삼국지>를 보면서 유비가 싫었고, 조조에게 마음이 끌렸던 이유를 <창천항로>를 보며 합리화시켰다. ‘원래 저자가 없었던 연의(演義) <삼국지>는 언제나 새로운 저자를 구하고 있’었고, 한·중·일 삼국에는 <삼국지>의 수많은 판본이 존재한다. 각자의 구미에 맞는, 혹은 시대정신에 맞는 <삼국지>는 언제나 필요하다.박종화, 김광주, 김구용, 이문열, 황석영 등 내로라 하
이분법을 파괴한 <삼국지> 재해석, <장정일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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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이 하나의 음악 조류 혹은 스타일리시한 액세서리로 안착한 지도 오래다. 그래서 웬만한 복고풍을 접해도 흘낏 보고 마는 경우가 많다. 몰리 펠더(리드 보컬)와 빌 드메인(기타, 키보드, 송라이팅)의 듀오 스완 다이브의 음악도 ‘그저 그런’ 복고풍 팝의 갈래로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드라마로 빗대면 일일드라마보다는 베스트극장이나 한뼘드라마에 가깝다. 친숙하고 통속적이지만 독특하다는 얘기다. 중년 이상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레코드점 이지리스닝(!) 코너에서 젊은 남녀가 ‘서로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거나, 이들의 음악이 처음에 우연찮게 타국(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뒤 한참 만에야 자국(미국)에 역수입되었다는 스토리도 어딘가 평범하진 않지만 말이다.
얼마 전 신작 <William & Marlys>가 발매된 데 이어, 최근 두종의 2CD 음반이 라이선스 발매되었다. <You’re Beautiful + Words You Whisper&g
아름다운 시대착오, 스완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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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은 이견의 여지없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한국 만화 최고의 스토리텔러다. 지겹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흥미진진하게 윤색된다. 그러면서 원작의 풍미를 훼손하지 않는 탁월한 실력을 보여준다. 1972년에서 1991년까지 무려 19년 동안 <일간 스포츠>에 연재한 고우영표 극화는 수많은 고전 원작들을 재료 삼아 펼쳐낸 동아시아 역사와 지식의 성찬이었다. 그러던 그가 1993년 직접 자신의 발로 중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난 뒤 중국의 가장 기본적인 역사서인 증선지의 <십팔사략>을 10권의 단행본으로 발표했다. <십팔사략>의 원작은 700여년 전 송대의 증선지가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전한서>, 범엽의 <후한서>, 진수의 <삼국지>에서 위수의 <위서>, 탁극탁의 <송사> 등 총 18권의 중국 역사서를 정리한 중국 가장 기초적인 역사 교과서이다. 이야기는 창세설화
반만년 중국 역사를 한눈에, 고우영의 <십팔사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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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사납게 내린 이튿날이었다. 출근길 택시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비정규직연대회의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소식을 전한 진행자는 천연스레 말을 이었다. “그럼, 크레인 위에 계신 분들을 연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흠칫 놀랐다. 어어 잠깐, 진짜로? 정말이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예, 수고하십니다.” “물은 남아 있나요?” “예, 아직은.” 농성 노동자들은 바람 찬 공중으로부터 휴대폰으로 지상에 안부를 전하고 있었다.지나고보니 내가 둔감하게 살아온 탓이지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전화의 발달에 영향을 받은 것이 어디 뉴스의 꼭지 구성뿐이겠나. 그러고보니 휴대폰이 나오고 전화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현대를 무대로 한 영화와 TV드라마도 알게 모르게 변모했다. 우선 우리는 혼자 걸어다니며 중얼거리고 군중 속에서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들의 모습에 익숙해졌다. 대화의 미장센은 참으로 다양해졌다. <생활의 발견>에서 예지원이
전화, 대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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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베를린영화제(2월 10일~20일)가 경쟁작 일부를 23일 발표했다. 총 11편 중 8편은 월드 프리미어이고, 독일과 프랑스 영화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심사위원장은 <투모로우>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위촉됐고, 개막작으로는 프랑스/영국 합작영화 <맨 투 맨>이 상영된다. 상영작은 다음과 같다.
<스티브 지소와 함께하는 수중인생>(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우측사진 웨스 앤더슨, 미국 <로열 테넌바움>감독의 신작. 빌 머레이가 수중탐험을 하는 해양학자로 나온다.
<유령>(Gespenster) 크리스티앙 페촐드, 독일/프랑스
자신의 딸을 유괴당한 프랑스 여인이 몇 년이 지난 후 딸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소피 숄-희망과 저항>(Sophie Scholl – Die letzten Tage) 마르크 로테문트, 독일
레지스탕스 단체를 만든 젊은 여인이 나치에 의
[베를린 2005] 베를린영화제 경쟁작 일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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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헤어져.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말하지마.
2년 전 네가 잘 나가는, 게다가 키 크고, 잘생기고 심지어 정치적으로 올바른 변호사와 본격적인 연애질 시작을 선언했을 때 물론 나, 배 아팠어. 그래도 너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었다고. 그때 우리의 슬로건이 뭐였는지 너도 잘 알 거야. 그냥 ‘결혼으로 일어서자’가 아니라 ‘한명이라도 결혼으로 일으켜세우자’였잖아. 친구 잘 둬서 호강해보자는 게 우리 ‘성숙(나이 많고!)하고 여유(시간 남아돌고!)있는 커리어우먼(그래도 직장은 있다고!) 연대’의 설립 취지였던 거 기억하지? 우리의 30평대 아파트 소유주에게 회원 시집보내기 운동에서 유일하게 성과를 거둔 너에게 우리는 모두 아픈 배를 의연히 견디며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고. 근데 너 브리짓.
어떻게 너 갈수록 상태가 그렇게 안 좋아질 수 있니. 2년 동안 살 못 빼고 술, 담배 못 끊은 거야 그냥 그렇다치자. 거야 우리 중 아무도 해낸 사람이 없으니. 영계들과의 경쟁에서 우리
브리짓, 이제 우리 헤어져,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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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영화상 시상식 시즌이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미처 못 봤지만 지난 일요일에 TV에서 MBC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은 봤다. 누가 상을 받을까 궁금한 점도 있었지만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만큼 재미있는 볼거리도 있을 거 같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다고 내가 관심있게 본 것 가운데 하나는 여자 배우들의 의상이었다. 볼거리라는 표현 때문에 여자 배우가 눈요깃감이냐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리없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아름다운 배우들 때문이니까. 나는 영화를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여전히 멋진 배우를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김혜수가 무슨 옷을 입을까, 그런 호기심이 무색하게 시상식장의 다른 여자 배우들 의상도 눈에 띄게 화려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공효진의 의상은 ‘충격’이었다. 저런 의상은 김혜수 외엔 못 입는 줄 알았는데, 놀라웠다.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느냐? 전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나라도 파티의 문화, 쇼의
김혜수와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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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묵었던 도쿄를 떠나기 전날 뒤적이던 신문 한구석에서 찰스 젠킨스(Charles Jenkins)의 사도(佐渡) 도착을 알리는 1단 기사가 눈에 띄었다. 사진 한장 박혀 있지 않은 짧고 건조한 기사는 1965년 혹한의 1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으로 향했던 24살의 미군 중사는 64살이 되어서야, 그것도 자신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가 아니라 일본인 아내 소가의 고향인 일본 니카타의 사도섬에,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딸 미카와 브린다와 함께 도착했다고 전하고 있었다. 그 기사 위로 문득 영화 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던 앤서니 퀸의 불가사의하면서도 가슴을 저릿하게 했던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다.1955년 15살의 나이에 고작 7학년을 마치고 주방위군에 입대했던 그는 1958년 의무기간을 마치고도 다시 육군에 입대했던 전형적인 하층계급 출신의 미국인이었다. 미군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그에게 안성맞춤의 직장이었다. 1964년 두 번째 남한 복무를 시작했을 때 그는 중
정치적 망명의 두가지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