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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 밤 ‘9시 뉴스’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토·일요일 밤 8시45분 방송되는 에스비에스 드라마 <토지> 때문이란다. 지난 12일 6회까지 나온 <토지>가 벌써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원작 대하소설 <토지>의 뛰어난 작품성과 재미를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가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김현주나 유준상 등 주요 연기자들이 아닌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어 <토지>의 ‘폭발력’은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979년과 87년에 이어 세번째로 드라마화될 정도로 원작이 ‘대단하다’는 것쯤이야 당연한 요인일 터다. 1897년 한가위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격하게 요동쳐온 한국근대사를 21권에 담은 이 대작은 빛나는 역사의식과 밑바탕을 면면히 흐르는 ‘생명 사상’이 작품성을 담보한다. 이에 더해 맛깔진 말발·글발에 재밌는 이야기까지 얹혀 완성됐다.
1년 넘는 준비기간·연기파
SBS ‘문예피디’ 이종한의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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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이 대마초 합법화 운동에 나서고 있다. 대마를 처벌하는 법규정에 위헌소송을 낸 배우 김부선(사진)을 비롯해 배우 지진희와 김동원, 장선우, 이현승, 김기덕, 송해성 감독 등은 지난 9일 있었던 ‘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예술인 모임’에 동참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인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을 발표하고, 영화인들은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한 것도 이채롭다. 대마 합법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생소한 이야기이기 쉬움을 감안하면 영화인들의 주장이 더 위험 부담이 클지 모른다. 그래서 영화담당 기자를 하는 게 왠지 뿌듯(?)하기도 하지만, 본론인 즉 이와 관련해 떠오른 영화 한 편이 있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대마초>(원제 ‘grass’)라는 다큐멘터리이다.
배우 우디 해럴슨이 음성해설을 맡고, 론 맨이 연출한 1999년 캐나다 영화 <대마초>는 대마의 유해성 여부 논란뿐 아니라 대마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정치 역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루
[팝콘&콜라] 영화인의 대마합법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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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다양한 DVD 대거 발매… 영화사 총수입 63% DVD로 창출미국에서 DVD가 보편화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특히 할리우드가 DVD 판매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중 가장 큰 대목인 연말을 맞아 최근 발매된 박스 세트와 특별판 DVD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별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65주년 기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진), 미국 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신작 <애비에이터>의 실제 주인공 하워드 휴스가 감독한 1930년작 <헬스 엔젤스>(Hell’s Angels) 등이 있다. 세 작품 모두 새로운 복원판이며, 다양한 보너스 트랙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바람과…>는 4개 디스크 세트로 지금까지의 버전 중 가장 선명한 화질과 음질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박스 세트 중
[뉴욕] 연말맞이 DVD 봇물, 골라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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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화 제작자, 불법 복제에 선전포고… 영화 관리 철저히 하기로인터넷을 통한 불법 복제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적재산권 침해, 재정적 손실은 물론 최근 개봉된 <나비효과>의 극장판과 속칭 ‘따오판’의 결말이 판이해 관객이 어리둥절해진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독일에서도 2004년 한해 동안 인터넷을 통해 불법 복제된 영화가 무려 3600만편이라고 한다. 독일 영화계는 이로 인한 피해액이 거의 2조원에 달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아우성으로만 막을 수 있는 무단복제가 아닌 만큼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으니, 무단복제와 따오판 유통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일단 선전포고는 상당히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11월 선보인 극장용 캠페인 광고가 그것으로, 귀엽기만 한 꼬마 세명이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해피버스데이 투유>를 부르고 있다. 감격한 아버지의 표정, 더할 나위 없이 가족적인 생일파티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다름
[베를린] 불법 복제,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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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결혼해 평생 행복하게 해로하다 한날한시에 죽는다? 영화 <노트북>은 이런 낭만적 사랑의 환상이 ‘현실에 있다’고 말하는 영화다. 때는 1940년대의 한여름 밤. 시골 청년 노아는 예쁜 소녀 앨리를 보고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한다. 얼마나 ‘뿅 갔느냐’ 하면,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 중임에도 전혀 거리낌 없이 작업을 걸 정도다. 겁이 없다고 해야 할지 엽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남자, 아무래도 스포츠신문의 여자 심리 공략법 따위를 너무 열심히 읽었나 보다. ‘여자의 노는 예스의 다른 표현이다’ 라는 조언을 금과옥조처럼 가슴에 품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공중에 매달려 돌아가는 놀이기구에 덥석 뛰어오를 생각을 했겠는가. “안 만나주면 떨어져 죽는다.” 오 마이 갓. 앨리는 노아의 열정적인 구애에 마음을 열고 둘은 곧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이 젊은 연인의 티 없이 순수한 사랑을 갈라놓는 것은, ‘돈’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앨리는 부자인
[정이현의 해석남녀] <노트북>의 노아와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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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프로그램 운영자들이 할리우드의 ‘공적’으로 선포됐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미국영화협회(MPAA)가 P2P관리자 100여명을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2월14일 피소된 P2P업체는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당나귀, 비토렌트, 다이렉트커넥트 등이다. MPAA의 해적행위 단속 책임자인 존 말콤은 “이 운영자들은 불법 영화파일 유통을 막을 수 있는데도 그냥 방치했기 때문에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부 운영자들이 포르노는 금지하면서도 영화해적파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당신이 불법파일을 주고 받으면 우리는 당신을 찾아내서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MPAA는 P2P를 통해 불법영화파일을 다운로드한 개인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이번 법적 대응은, 서버운영자들이 미국과 그밖의 나라의 저작권법을 의도적으로 침해했다는 증거를 MPAA가 확보하
할리우드, P2P관리자 100여명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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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
<그놈은 멋있었다>의 미스터리한 선배 한성이었고,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에서 어벙한 사고뭉치로 활약하고 있는 이기우. 김상경과 홍상수 감독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영화 <극장전>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캐스팅됐다. 선배의 영화를 본 감독지망생 동수(김상경)가 영화 속 여주인공(엄지원)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에서 이기우는 동수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고등학생을 연기한다.
크리스천 베일 >> <배트맨 비긴스>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이 차기작으로 <가혹한 나날들>을 선택했다. 이 작품은 이라크 전쟁에서 돌아와 결혼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해병대원이 건달 친구들로 인해 타락한 삶에 말려든다는 내용의 블랙코미디. 미국의 인기 TV드라마 <식스 핏 언더>의 프레디 로드리게즈가 베일의 친구로 출연한다.
데이비드 아퀘트, 크리스틴 데이비스
[캐스팅 소식] 시골소녀 다코타 패닝 돼지를 구하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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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에서 단순과격하지만 우직했던 형사 조용구를 잊을 수 없다. 용의자에게 군홧발로 고문하던 대가로 다리가 잘려나갔던 그 인상 깊은 캐릭터는 배우 김뢰하에게 빚지고 있다. 영화계가 연극계에 빚지고 있는 형국 그대로 김뢰하는 연우무대 등에서 잔뼈가 굵은 ‘탄탄한 개성파’ 배우. 그가 이번에는 김지운 감독의 액션누아르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행동파 넘버2 ‘문석’으로 등장한다. 12월7일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조직의 경쟁자 선우(이병헌)를 향해 술병을 깨며 평소에 쌓인 앙금을 뿜어냈다. 형사에서 조직 간부로 ‘전직’한 그를 그 현장에서 만났다.
-<살인의 추억>에서 촌구석의 무식한 형사였는데 잔머리 굴리는 비열한 조직원으로 변신한 것 같다.
조용구 형사는 아주 단순하고 무식했다. 못 배워서 그런 건데 그게 오히려 순박했다. 자기하는 일이 나라를 위해서도 옳다고 굳게 믿는. 여기선 자기 이해에 충실해 경쟁자를 쓰러뜨리려
“내 캐릭터만 튀어볼 생각 없다” <달콤한 인생>의 배우 김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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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 감독의 새 영화 <녹색의자>가 조용히 완성됐다. 영화는 성인 여성과 미성년 고등학생의 역원조교제에 관한 기사에서 소재를 얻어 만들게 된 것이다. “예산? 7억원 정도 들어갔죠. 거품 많이 들어간 요즘 영화에 비교하면 적지만, 내 영화치곤 많이 들어간 거예요.” “저예산 영화제작 방식보다는 합리적인 영화제작 방식”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강조하는 박철수 감독답게 내실있는 영화 한편을 또 하나 만들어낸 셈이다. <녹색의자>는 2000년에 만든 디지털영화 <봉자> 이후 거의 4년 만이다. 그동안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박철수필름의 이름으로 임종재 감독의 <스물넷>을 제작했고, 박철수 아카데미에서는 졸업생도 배출했다. 비록 지금까지는 발이 묶인 형국이 됐지만 감독 위주의 창작 프로젝트를 위해 발족했던 뉴 시네마 네트워크(NCN: New Cinema Network)는 이제 곧 다시 운신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한다. 박철수 아카데미의 경우
신작 <녹색의자> 완성하고 선댄스영화제에 출품한 박철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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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렁그렁’하게 생겼다. 에미 로섬은. 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떨어뜨릴 것 같은 눈동자라니. <오페라의 유령>에서 에미 로섬이 를 부를 때, 관객은 그 깃털 같은 목소리보다 먼저 “상상해보라”고 말을 걸어오는 쏟아질 듯한 두눈의 반짝임에 압도당한다. 영롱한 눈동자로 오페라의 ‘팬텀’을 사로잡은 에미 로섬의 나이는 이제 겨우 열일곱, 1986년생이다.
한국 관객이라면 <투모로우>와 <미스틱 리버>에서 에미 로섬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미스틱 리버>의 경우엔 아예 일찌감치 살해된 모습으로 등장할 만큼 두 영화 속 출연분량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특유의 눈망울과 섬세한 표정 덕에 이 어린 배우는 항상 뜻밖의 재난을 겪는 험난한 역할들로 관객 앞에 서왔다. 에미 로섬의 작은 얼굴 속에 드러나는 두려움과 호기심의 미세한 균열들이 열일곱 소녀를 위태로운 역할 속으로 내몰았으리라.
그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이 가장 큰
열일곱의 그렁그렁한 눈망울, <오페라의 유령> 배우 에미 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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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니 미키의 연기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투수의 변화구다. 아웃코스인 듯하면 가슴 서늘하게 안쪽을 파고들고, 오픈스탠스로 안쪽을 노리면 보란 듯이 밖으로 휘어져 나간다. 따라서 그녀의 필모그래피도 종횡무진. 일단 나카타 히데오의 <링1, 2>, 이다 조지의 <라센>으로 호러퀸의 아성을 쌓았다. 이후 <카오스>의 사오리, <게이조쿠>의 시바타로 대담하게 변신하며 스릴러물에서도 괴력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프로듀스한 정규 앨범만 9장이 넘고, <한여름밤의 크리스마스> <게이조쿠> <여의사>로 이어지는 드라마들도 전방위적 엔터테이너로서의 그녀를 입증한다. 유례없는 <역도산>의 대규모 시사로 인해 하루종일 강행군으로 진행된 무대인사와 인터뷰로 녹초가 된 그녀를 극장에서 만났다. 하얀색 샌들과 하늘거리는 파란 원피스로 의자에 몸을 맡기고 “죽겠다”라는 한국말을 내뱉을 정도의 상황. 그러나
싱싱한 여인의 종횡무진, <역도산>의 아야 역 나카타니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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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홈런을 때릴 수 있을지 불안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3살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그는 동년배들처럼 토요일 오전 TV만화를 빼놓지 않았으며, 14살 때는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어서 픽사의 창조력을 이끄는 존 래스터, 팀 버튼 등과 함께 칼아츠에서 캐릭터애니메이션을 전공했으며, 졸업 뒤에는 <인어공주> 이전 ‘암흑기’의 디즈니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TV시리즈 <어메이징 스토리>에서 <패밀리 도그>라는 에피소드를 만들면서였다. 강아지의 시점에서 가족들을 바라보는 이 작품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심슨 가족>이었다. 그는 이 시리즈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마이크 저지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킹 오브 더 힐>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뒤 그는 장편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g
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에 대한 모든 것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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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영화에 뒤지지 않는 정교한 액션 신
사실 <인크레더블>은 브래드 버드가 <아이언 자이언트>의 제작사 워너에 제안했다 거절당한 아이템이다. 말 안 통하는 상사를 벽에 메다꽂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처럼 할리우드에서 좌절을 거듭한 브래드 버드는 칼아츠 동기 존 래스터가 이끄는 픽사에서 12년 묵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게 되자 의욕과 조바심으로 꽤나 불타올랐던 모양이다. 늘어난 물량과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픽사의 전작과 비슷한 예산 1억4500만달러를 맞추겠다고 세밀한 준비에 몰두한 버드는, 연신 불안해했다. “그건 그렇고 높은 사람들은 내 아이디어 뜯어고치러 언제쯤 오나?”라고 묻는 경계 태세였던 그를 존 래스터는 이렇게 묘사한다. “버드는 무거운 쟁기에 묶인 경주마 같았다. 우리는 그를 풀어 언덕을 달리게 했는데 그는 자유인 줄 모르고 자꾸 쟁기 옆으로 가더라. 그러나 얼마 뒤 그는 어느 때보다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열의에 호응한 픽사의
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에 대한 모든 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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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원정대의 여정도 추억담이 된 쓸쓸한 올 겨울, 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12월15일 국내 개봉)이 공개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 1990년대 여름마다 디즈니 장편애니메이션이 모았던 주목과 기대는 이제 고스란히 픽사에 옮아간 것이다. 2시간에 육박하는 상영시간, 픽사 최초의 PG등급을 받은 현란한 액션으로 별안간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스타일에 성큼 다가선 슈퍼히어로 가족드라마 <인크레더블>에서 브래드 버드 감독이 업그레이드한 픽사의 미덕은 무엇이며, 새롭게 드러낸 야심은 무엇일까? 또, 그 야심은 픽사의 충실한 팬들에게 어떤 우려를 자아내는가? 픽사의 ‘미션 인크레더블’을 분석해본다.
사상 최초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만들겠다는 월트 디즈니에게 사람들은 말했다. “만화영화를 극장에서 1시간 넘게 보고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로부터 60년 뒤 최초의 장편 3
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에 대한 모든 것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