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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 썸 카인드 오브 몬스터> 중년의 위기
강명석(기획위원) 2005-04-11

거물밴드의 스펙터클한 일상

"당신의 영입에 대한 우리의 진지함을 위해, 밴드 가입비로 백만 달러를 주겠어요." (라스)

"..........세상에." (로버트)

전 세계 헤비메틀 연주자들에게 메탈리카의 멤버가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일 것이다. 그들은 새 베이시스트에게 열심히 해달라며 선뜻 100만 달러를 선금으로 내놓고, 팀워크를 다지기위해 한달에 4만 달러를 주고 심리치료사를 고용한다. 새 베이시스트인 로버트 트루질로는 100만 달러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겠지만, 그들은 정규앨범마다 최소 500만장이상은 팔아치우는 생활을 20여 년째 하고 있다. 그들은 공연장에서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Fuck'을 날리는 로커지만, 공연 뒤에는 집에서 한점에 500만 달러를 호가하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회의 최상류 층이다.

그래서 메탈리카의 다큐멘터리 영화 <Some kind of a monster>는 록밴드의 성공에 관한 드라마가 아닌, 중년 록밴드의 권태에 관한 리얼리티 쇼다. 더 이상 성공에 대한 흥분은 없다. 통산 9천만 장 이상 앨범을 판매한 그룹이 더 달성할게 뭐 있는가. 열정? 록스피릿? 록 팬들에게 헤드뱅과 슬램은 일탈이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직업’이다. 20년 전에는 밴드 멤버들이 투어를 돌아다니며 곡을 쓰고, 그것을 합주해서 발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과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정해놓고 연주하며, 컴퓨터로 수많은 연주들을 붙이고 자르면서 멤버들과 프로듀서, 그리고 매니저사이의 이해관계를 생각해야한다.

밴드는 목표를 상실하고, 당연했던 것들이 이젠 당연하지 않게 된다. 라스 울리히와 제임스 헤트필드는 밴드의 의견이 개인의 의견이 모인 것이냐, 밴드 자체의 의견인 것이냐를 두고 싸우고, 커크 헤밋은 기타 솔로를 왜 빼야 하는지 불만이다. 그들은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심리치료사를 고용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있고, 무대위의 카리스마 제임스 헤트필드는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며 “난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모른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그들은 한결같지도 않다.

메탈리카의 멤버나 다름없는 프로듀서 밥 락은 심리치료사 필의 존재가 커지자 그를 은근히 견제하고, 필 역시 밴드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한다. 신뢰는 한순간에 깨지고, 그들은 쉴 새 없이 싸운다. 그리고 그 해결방법은 과거의 ’정신‘을 찾는 것이 아닌, 지금 현재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다. 돈을 써서 심리치료를 받고, 새 멤버를 뽑아 분위기전환을 하며, 무엇보다도 이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스스로 제작하면서 자신들을 돌아보는 그런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메탈리카의 전 멤버이자 메가데스의 리더 데이브 머스테인을 찾아가 그로부터 “이런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라는 화해의 말을 듣는 라스 울리히의 모습은 그것이 필의 권유에 따른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물론 애초에 영화관 상영을 염두에 둔 작품이기에, 밴드의 공연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 불만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제작을 염두에 둔 안정된 색감은 멤버들이 계속 갈등하고 대립하는 작품의 내용과 맞물려 마치 리얼리티 쇼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고, 믹싱이 되기 전 멤버들의 짧은 연주들을 날카롭게 살려주는 사운드 역시 메탈리카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관심을 모을만한 것들이다.

본 편에 필적하는 부록 영상

디스크 2에 수록된 부록 영상들도 그저 눈요깃감이 아니라 80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촬영한 방대한 분량의 촬영분중 스토리의 흐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린, 메탈리카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삭제 신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임스 헤트필드가 그의 인생에 관해 진솔하게 말하는 부분이나, 라스 울리히와 커크 헤밋이 메탈리카 팬들과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채팅을 하기위해 한바탕 난리(?)를 치는 등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씬들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Some kind of a monster>는 벗겨질 대로 벗겨진 록의 신화를 종결시키는 마지막 작업물이다. 그들의 <Black Album> 제작과정을 담은 <A year & half of Metallica>에서의 메탈리카는 성공한 록 그룹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모든 행동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라스 울리히는 포르노사진들을 걸어놓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Almost Famous>의 현실버젼과 같은 이 다큐멘터리는 성공한 로커들 역시 여전히 그다지 즐겁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만드는 ‘생활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라스 울리히의 말대로, 그들은 “부정적 에너지 없이도 공격적인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비록 결과물인 <St. Anger>는 팬들 사이에서 극심한 찬반 논쟁을 일으켰지만, <Some kind of a monster>는 바로 지금의 메탈리카가 보여줄 수 있는 역작이다. 거물밴드는, 이렇게 중년의 위기도 스펙터클하게 넘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