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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달린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있는 모습은 발랄해 보였다. 미소니풍의 하늘거리는 원피스로 바꿔 입고 어깨를 살짝 드러내고 다리를 벌린 자태는 전성기의 제시카 랭을 보는 듯 아찔했다. 이 여자가 과연 〈토지〉의 서희 맞나. 드라마 <상도>의 다녕 맞나. 가르마를 곱게 갈라 비녀를 한 단아한 아씨라기보다는 금방 롤리타의 껍질을 깨고 나온 도발적인 소녀 같다. 조금이라도 안에서 뭐가 끓어올라 넘칠 듯한데 그건 또 아니다. 도톰하니 아랫입술을 살짝 덮어누르는 윗입술이며, 화장을 지워도 그대로라는 짙은 눈썹에서 고집이 읽혔다. 가벼워 날아갈 것 같은 인상을 선 굵은 눈썹이 잡아 내리고 있달까.
“다중인격자죠. (웃음) 사람들은 속아요. 좋고 맑은 면만 봐요.” 고전적인가 하면 현대적이고 단정한 듯하지만 튀어오르는 공처럼 탄력이 넘치는 변신의 재능을 그는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윗잇몸이 다 보이게 까르르 웃으며 이성재에게 ‘죽었어 죽었어’를 연발할 때는 아무 근심없는
블루스가 어울리는 한쌍, <신석기 블루스> -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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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조화롭지 못하다. 드라마보다 영화에 죽 몸을 파묻어온 이성재와 영화보다 드라마와 CF에서 윤곽이 뚜렷했던 김현주. 매체가 사람을 결정짓는 건 아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서 노련하게 다져진 두 기운이 섞인 느낌을 촬영장 한켠에 서서 느낀다. 김현주는 “이래야 다리가 길어 보여요, 오빠” 하거나 “난 왼쪽 얼굴이 더 예쁘게 나오니까 자리 바꿀래”라는 식으로 의사 표현이 매우 분명한데, 군말없이 김현주의 코치를 따르거나 순순히 자리를 바꿔주는 이성재도 상대방의 페이스만을 쉽게 따를 사람 같지는 않다. 방식이 조금 다를 뿐 어느 한쪽도 연약해 보이지 않은 두 사람은 그러나 프로페셔널하게 마블링 무늬처럼 뒤섞인다. 농담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울린다. 자기만의 페이스로 각각 카메라렌즈에 집중해도 만들어지는 근사한 조화 그리고 호흡. 동등한 프로의식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결과다.
“망가진 외모,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탈바꿈을 목말라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나라는 인간을 버리고 환골탈태해
블루스가 어울리는 한쌍, <신석기 블루스> - 이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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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 밤 9시55분
총제작비 180억원을 들여 완도에 지은 1만6천평 부지의 오픈 세트, 엑스트라를 포함한 현장 인원이 매 회 1500명. 2개월에 걸친 중국 현지 로케. 제작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뿌린 드라마 <해신>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지난 11월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해신>은 시청률 17.7%로 순조롭게 출발했다(TNS 미디어코리아). 아역이 성인으로 바뀐 4회째부터는 조금 더 올라 20% 고지에 안착했다. KBS 홈페이지에 쏟아놓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올해 접한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빠져들며 봤다. 올 겨울과 내년 봄까지 수요일과 목요일은 오래전의 영웅담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ID 김태완) “드라마 한번 잘 만들었네요. 영상 연출력하며 앵글도 멋진 것 같고. 배역들도 잘 맞춘 것 같습니다. 팬이 됐어요.”(ID 박지성)
전체 연출을 맡은 강일수 PD는 “열심히 한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며 겸
<해신>, <다모> <대장금>을 이은 히트작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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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sieur Verdoux 1947년감독·출연 찰리 채플린EBS 12월18일(토) 밤 12시1940년대에 찰리 채플린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의 복잡한 사생활 문제는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으며 정치적으로 채플린이 과격한 인물이라는 평도 뒤따랐다. 이 시기에 채플린이 만든 <살인광 시대>는 광기 어린 코미디다. 오슨 웰스의 작품 구상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한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살인마가 겉으로 보이기엔 완벽한 남성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30년이나 은행원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베르두는 불황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돈있는 과부들을 설득해서 결혼한 뒤 신부를 죽임으로써 여자들의 재산을 빼앗는 것이다. 베르두는 사람을 죽여도 독이 검출되지 않는 안락사용 독약을 알아낸다. 약을 실험하기 위해 젊은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그녀에게 감동해서 차마 독약을 먹이지 못하고 오
채플린이 만든 살인에 관한 희극, <살인광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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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흑백 125분감독 신상옥출연 김승호, 최은희, 김희갑, 조미령, 신영균EBS 12월19일(일) 밤 11시50분제10회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김승호)제3회 프랑크푸르트영화제 출품사전에서 ‘로맨스 그레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머리가 희끗희끗 센 매력있는(!) 초로의 남성 또는 그 머리털’이라고 나온다. ‘매력있는’에 방점이 찍혀야 로맨스 그레이의 진짜 매력이 사는 말이다. 은발의 노신사, 백발의 노신사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 단어이다. 그러나 신상옥 감독이 1963년 연출한 <로맨스 그레이>의 주인공 김승호의 이미지는 사실 ‘로맨스 그레이’의 이미지로 금방 연결되지는 않는다. 세련된 노신사의 남성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했으면 제목과도 잘 맞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김승호였나를 알 수 있다.얼마 전 한 시사주간지에서 “아직도 축첩의 유령이 사라지지 않고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두집 살림을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기획기
아버지 세대의 상징 김승호의 매력, <로맨스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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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타쿠야요? 온가족이 지브리 팬이라며 먼저 성우역을 자처했죠. 마침 하야오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젊은 가수가 타쿠야였고, 그가 신인일 때 지하철에서 팬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우연히 봤던 하야오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순조롭게 캐스팅 됐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하 <하울>) 프로듀서이자 지브리 스튜디오의 공동대표인 스즈키 토시오가 지난 14일 한국을 방문했다. 스즈키 토시오의 내한목적은 <하울> 홍보차 VIP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 14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스즈키 토시오는 <하울>의 제작배경,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점, 지브리 스튜디오의 철학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먼저 <하울>이 지금까지 지브리의 작품들과 타겟이 조금 다른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일차적인 소구대상은 어린이지만 아이들이 즐겁다면 당연히 어른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문을
내한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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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정규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 10강을 모두 드라마가 휩쓸었다. 시청률조사회사인 티엔에스미디어 조사 결과 문화방송 <대장금>이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평균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3위엔 에스비에스 <파리의 연인>(41.5%)과 <천국의 계단>(38.4%)이 올랐고, 4위 문화방송 <특집 대장금 스페셜>, 5위 한국방송 <풀하우스> 차례였다. 6위인 한국방송 <백만송이 장미>(30.6%)까지가 평균시청률 30%를 기록했고, 7위 <두번째 프러포즈>와 8위 <애정의 조건>, 9위 <금쪽같은 내 새끼>, 10위 <발리에서 생긴 일> 등은 20%대였다. 비드라마 부문에선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밤에>(22.1%)가 1위에 올랐다.
한편, 스포츠중계까지 포함한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드라마 사이에 월드컵 축구 한국-몰디브 경기(5위)와 한국-이란 경기(7위),
올해 시청률 10강 모두 드라마, MBC <대장금>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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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연기자에 최민식과 전도연이 선정됐다. 젊은 감독들의 모임(대표 이현승 감독)인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은 15일 투표를 통해 최민식과 전도연이 올해의 디렉터스 컷 어워드(Director's CUT Awards)에 뽑혔다고 밝혔다. 디렉터스 컷 어워드는 감독들이 연기력을 인정하는 배우들을 뽑는다는 점에서 일반 영화제상과는 다소 차별점을 지닌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최민식의 연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칭찬하며 송강호, 설경구와 더불어 최민식이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전도연은 <인어공주>에서의 1인 2역 연기는 “전도연이 아니면 소화하지 못할 역할”이라는 이유로 선정됐다.
남자 신인 연기상을 받은 강동원에 대해서 감독들은 오랜만에 대형 신인이 나왔다고 평가했고, 여자 신인 연기상을 받은 수애에 대해서는 열정적 연기속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절제력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연기자는 최민식,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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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이 한권의 책만 있으면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다. <영화 플롯 생성기>라는 괴상한 제목의 책이 나왔다. 겨우 80쪽 분량의 책이지만 이 책 속의 주인공, 플롯, 반전을 결합하면 2만7천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주인공과 장소 또는 주제 그리고 상황을 연결시키면 한편의 영화가 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가령 예를 들어 아무 페이지나 고른 뒤 주인공을 정한다. 그 가운데 ‘마초인 NFL 쿼터백’이 나왔다면 다음엔 상황을 고른다. ‘군중에 쫓긴다’를 고르기로 하자. 마지막 주제는 ‘크리스마스의 참뜻을 깨닫는다’ 등 여러 가지 중에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무한변용이 가능하다. 법을 우습게 아는 제멋대로인 형사가/ 유서깊은 아미쉬 마을에서/ 포주가 된다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형제 작가인 제이슨, 저스틴 하임버그는 숱한 할리우드 프로듀서들을 만난 뒤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몇
[What`s Up] 이 책만 읽으면 누구나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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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계 뉴스통신사 알자지라에 관한 다큐멘터리 <컨트롤 룸>이 아랍 지역에 공개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랍계 미국인 예하네 노우자임의 <컨트롤 룸>은 올해 미국을 강타한 일련의 ‘안티 부시 다큐멘터리’ 중 하나다. 선댄스에서 첫선을 보이던 당시 기립박수를 받은 화제작이며, 아랍 지역 관객과는 12월 초 두바이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만나, 열광적 지지와 비난으로 엇갈리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화제성 덕에 이 작품은 두바이와 카이로 등지에서 극장 개봉도 예정돼 있다.
<컨트롤 룸>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반미국 방송사로 각인된 알자지라의 공정성 여부, 카타르 주둔 미군의 언론 통제에 대한 이들의 대응 등을 따라잡은 작품. 알자지라의 수석 프로듀서, 저널리스트, 미군 대변인 등이 주요 등장인물로, 미디어와 군대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감독은 이집트에서 자라 미국 하버드에서 수학한 인물로, “전쟁을 보도하는 카타르의 한가운데 들어가
알자지라 방송에 관한 다큐멘터리 <컨트롤 룸>, 아랍권에서 큰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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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본능>의 배우 샤론 스톤(46)이, 자신이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성형외과 의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레나토 칼라브리아라는 의사는 <인 터치 위클리> 두 잡지에서 샤론 스톤이 마치 자신에게서 주름제거 수술을 받은 것처럼 얘기했다는 것이다.
섹시스타의 대명사인 샤론 스톤은 이런 중상모략 때문에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으며 연기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들이 성형하는 것은 존중하지만, 나는 절대로 주름제거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성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의사의 변호사는 “누구 한테도 샤론 스톤을 수술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이 의사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잡지 내용을 게재해 샤론 스톤과의 관계를 떠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칼라브리아 측은 “성형 기술이 향상됐다는 내용 때문에 게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샤론 스톤은 최근 영화 <캣우먼>에서 악당으로 출연했고,
샤론 스톤은 성형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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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랜싱 은퇴 뒤 암울한 여성의 입지… 여성 고용 전망도 어두워
<할리우드 리포터>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 리스트를 발표했다. 1위는 디즈니-ABC 텔레비전 그룹 대표인 앤 스위니가 차지했고, 2위는 소니픽처스 부사장 에이미 파스칼이 차지했다. 3위는 CBS 파라마운트 네트워크 텔레비전 대표 낸시 텔럼, 4위는 MTV 네트워크 대표 주디 맥그래스, 5위는 유니버설 픽처스 대표 스테이시 스나이더다. <할리우드 리포터> 편집장 로버트 J. 다울링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이들이 임시직과 데스크 안내원, 어시스턴트 등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면서 “이들은 성(性)이 아니라 지성과 자기 확신, 용기 때문에 성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리스트를 분석한 기획기사에서 “2004년은 여러모로 여성에게 힘들었던 한해”였다고 결론지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13년 동안 단 한번도 리스
2004년은 할리우드 여성 수난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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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 슈퍼액션이 6728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의 영광은, 1대 본드 숀 코너리에게 돌아갔다. 조지 레전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그리고 피어스 브로스넌 등 총 20편의 007 시리즈를 책임졌던 주인공 중에 그가 선정된 것은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이면서 선보인 그의 중후한 매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위는 3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 3위는 피어스 브로스넌에게 돌아갔다.
역시 최고 본드는 ‘숀 코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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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앙겔로풀로스의 가장 미약한 작품 <영원과 하루>
유럽 예술영화의 쇠망을 느끼게 하며 칸영화제가 그 절정에 이르렀다. 그에 때를 맞춰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고 엄청나게 자기중심적인 거장들의 최근작 두편이 선보였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원과 하루>,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하나의 선택>으로 보건대 유럽 예술영화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둔하기 짝이 없다.
칸의 199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 <영원과 하루>는 수년 동안 내가 앉아 버티며 시청한 대여섯개의 앙겔로풀로스 영화들 중 가장 미약한 작품이다. 시 구절과 제멋대로의 피아노 연주, 해변가 아이의 멋진 이미지, 그리고 병원에 입원할 준비를 하고 있는 유럽을 상징하는 알렉산더 역의 브루노 간츠와 함께 영화가 시작되는데 알렉산더는 진부한 배역에 맞게 위대한 작가이며 꽉 찬 중년에 시한부 질병을 앓고 있다. 그의 지병을 거대한 망상이라고 부르자. 앙겔로풀로스는 알렉산더가 하는 모든 일에
자아도취의 향연, <영원과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