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제품을 선보여 관객에게 그 이미지를 ‘삼빡’하게 전달하고, 자사에 대한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광고 효과 때문에 모든 업종에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는 마케팅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PPL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아마도 자동차 업계일 듯하다. 이후 일요일 저녁마다 미국인 2700만명을 TV 앞에 불러앉히는 <ABC>의 속 주인공들은 제너럴모터스사의 ‘뷰익 라크로스’만 타고 미장원에 가며, 컬트 시리즈 에는 한결같이 다임러-크라이슬러사의 리무진 300이 등장한다. 의 윌 스미드가 몰고 다니는 미래형 자동차는 독일 아우디사 제품이다.
자동차 PPL 마케팅의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영화는 10년 전 선보인 007 시리즈 <007 골든 아이>. 당시 독일 자동차 BMW는 치밀하고도 치열한 홍보와 설득 작전으로 세계 최고의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자사 최신모델인 ‘로드스
[베를린] 주연 피어스 브로스넌, 조연 BMW?
-
일본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는 사상누각인가.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전세계적인 수요의 급증에 따라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2년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국 수출액은 철강제품 수출액의 3배를 넘어섰고, 내수시장의 규모도 1975년의 46억엔에서 2004년에는 1912억엔으로 40배나 성장했다. 하지만 영국의 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된 것은 영세적 제작환경에서 기인한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의 저임금, 중소업체들의 자금력 부족과 다량 제작에 따른 애니메이션의 질적 저하 등이다. 광고대행기관인 덴츠커뮤니케이션은 “애니메이션 산업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자들에게는 아무런 성과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저임금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수작업 위주의 제작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최다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거기서 기인한 저임금은 젊은 애니메이터들을 게임 산업 등으로 유출시키고 있는 상황
일본 애니, 화려한 날은 왔지만…
-
한국 영화계의 어두운 그늘이자 고질적 관행인 임금체불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조수급 스탭들이 일어섰다. 지난해 말 연출, 촬영, 조명분야의 조수급 스탭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는 서울중앙지법에 스탭들의 임금을 체불한 두 영화사를 상대로 채권 가압류 신청을 냈다.
두 영화사 중 한곳은 2002년부터 시작한 한 영화의 제작을 중도에 중단한 이후 현재까지 조수급은 물론이고 기사급 스탭에게도 잔금 3억4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S회사. 이곳은 법인파산을 한 뒤 외화 수입사로 바꿔 현재도 활동하고 있고 최근 개봉한 한 영화가 전국에서 5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조수연대가 가압류 신청을 제기한 채권은 바로 이 영화의 극장 부금이다. “체불임금에 대해 형사소송을 거는 것도 이슈를 제기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못 받은 급여를 실제로 받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므로 채권 가압류 신청을 하게 됐다”고 최진욱 조수연대 사무국장은 말한다. 가압류 신청 대상인 또 한곳은 지난해
스탭 처우개선 체불 임금부터 잡는다
-
영화 <깃>은 송일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 (2001)은 저마다 깊은 상처를 지닌 세 여성의 기나긴 여정을 뒤쫓는 로드무비였다. 그것은 ‘세명’이 함께하는 공생과 치유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우 한국적인 로드무비의 계보 속에 놓일 만한 작품이었다(에서 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로드무비는 세 인물의 여행기인 경우가 많다. 대개의 경우 그것은 두 남자와 한 여자로 구성된 ‘삼인조’가 펼치는 ‘탈출/도피-공생/갈등-치유/죽음’의 궤적을 그리곤 한다). 그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공존을 통해 독특한 ‘시정’(詩情)을 담아낸다는 점, 이것이 의 새로움이었다.
그의 두 번째 작품 (2004)은, 나에겐 조금 뜻밖의 작품으로 여겨졌다. 장르의 화법을 빌린, 죄의식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무의식 또는 고전적 비극의 세계에 대한 탐구. 그것은 또 한번의 징후적인 계통 발생의 반복이었다. 김지운이 을 통해, 박찬욱이 를 통해 보여준 궤적의 반
가볍게 초심으로 돌아가기, <깃>
-
-
이른바 ‘연예인 엑스파일’과 관련해 국내 45개 연예기획사 소속 356명의 연예인들은 제일기획이 기획ㆍ제작하는 광고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연예인 문건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5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1월24일 이후로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제일기획에서 기획·제작하는 광고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는 모두 45개의 연예기획사가 소속돼 있으며, 제일기획은 시장점유율 17%의 업계 1위 광고대행사다.
비대위는 “제일기획은 문서유출이 급속도로 확산되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공인으로서의 재기 불가능한 악성 루머들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또 “제일기획이 사과문을 발표하였으나 이 사건에 대한 경위와 자신들의 책임,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해 의례적인 사과만을 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 관계자는
연예인, “제일기획 광고 출연거부”
-
알렉산더는 기원전 320년, 동방 깊숙이 다다른 최초의 백인이었다. 마케도니아 출신의 왕자로, 난폭한 마케도니아 전사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그는 호메로스의 애독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고 동시에 저 멀리 인도에 가서는 잠수함 비슷한 물건을 타고 바닷속을 들어간 호기심 많은 탐험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플루타르크의 매끄러운 혀가 예찬한 이 영웅 대제도 미국이 낳은 이단아 감독 올리버 스톤 감독의 손에서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길거리를 배회하는 가출한 10대 소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 물론 놀랄 일도 아니다. 유난히 대통령이나 황제 같은 권력의 최정점에 오른 인간을 선호하는 이 미국 감독은 늘 이들의 날개를 뽑아 인간의 땅에 내던져야 직성이 풀리는 재해석의 애호가 아니던가. 스톤의 손에서 닉슨은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원한 이상인 케네디 초상화 앞에서 엉엉 우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화상처럼 각인되는 폭력의 화마를 그대로 경험하는 스톤의 주인공들은 항상 자
비싼 대가를 치른 실패작, <알렉산더>
-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관객에게 소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으로 그들 세계를 다루거나, 둘째 자신들의 (타락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순진무구’의 세계로 다루는 것이다. 이는 모든 타자성을 다루는 방식에 다름 아니다. 여성을, 외국인을, 하위계급을 다룰 때도 같은 오류가 반복된다. ‘같다’와 ‘다르다’ 사이에서 타자성은 널을 뛰며, 동일자를 보편자로 승격시키거나 동일자의 결핍을 충족시키는 데 동원된다.
가령 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를 투사한 결과이며, 이 영화는 일종의 우화(寓話)로 기능한다. 한편 의 아이들은 ‘순진무구’의 결정체이며, 그들은 나쁜 어른을 교화시키기 위해 ‘자연의 교사’로 복무한다. 반면 향수 어린 ‘착한’ 영화라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의 아이들 역시 (‘여자를 구하는 기사도’와 심지어 ‘시어머니를 이해하는 며느리’까지 포함하는 센스!) ‘가부장적인 이성애’를 반복함으로써 영화는 ‘마초성’과 ‘종잡을 수 없는
‘착한’ 영화가 아니라 ‘좋은’ 영화, <철수♡영희>
-
요즘 세계영화계의 최대 관심사인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가 1월25일 발표됐다. 선두주자로 떠오른 작품은 예상대로 마틴 스코시즈의 다. 이미 지난 16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의 영예를 안았던 는 아카데미상 중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총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복싱 드라마와 작가 J. M. 배리에 관한 영화는 각각 7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다.
남우주연상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이미 폭스, 조니 뎁 등의 접전이 예상되고 여우주연상은 아네트 베닝, 힐러리 스왱크, 케이트 윈슬렛 등이 수상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배우 중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제이미 폭스가 2개 부문에 동시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제이미 폭스는 맹인 뮤지션 레이 찰스를 연기한 로 남우주연상, 에서 택시운전사로 출연해 남우조연상도 수상이 기대된다. 의 이스트우드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에 동시에 올라 12년전 의 상황을 재연했다. 당시 이스트우드는 감독상을 수상했고 남우주연상은 타지 못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에비에이터>가 선두
-
캣우먼과 올슨 쌍둥이 자매와 부시 대통령의 공통점은? 모두 골든 래즈베리상에 노미네이트됐다는 점이다. 해마다 최악의 영화와 배우들을 선정하는 골든 래즈베리 어워드의 후보가 1월24일 발표됐다. 이 상은 안티-오스카를 표방해 아카데미시상식 바로 전날에 시상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가장 유력한 최악의 영화 후보작은 . 할리 베리가 섹시한 캣우먼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최악의 영화, 최악의 여자배우, 최악의 감독 등 무려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코미디영화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쌍둥이 자매 메리 올슨과 애쉴리 올슨은 최악의 여자배우와 최악의 영화 속 커플에 노미네이트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의로 출연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남자배우와 최악의 영화 속 커플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정치 다큐멘터리에서 내내 자료화면으로 등장하기 때문. 부시와 함께 커플로 지목된 인물은 당시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또는 부시의 애완 염소다.
부시 대통령이 2004년 최악의 배우?
-
무희의 원혼이 부르는 핏빛 욕망,
*시놉시스
황사로 뒤덮인 회색의 도시. 남편을 떠나와 새로운 병원의 인테리어 공사에 열중하던 30대 초반의 여의사 선재는 지하철 선반에 놓여 있는 주인없는 분홍색 구두 한 켤레를 홀린 듯이 집으로 가져온다. 그러나 분홍색 구두는 라이벌에게 잔인하게 다리가 잘려 살해된 일제시대 무희였던 옥이의 원혼을 담고 있었고, 분홍신에 원초적인 욕망을 느끼는 선재와 태수, 주변사람들의 삶은 서서히 끔찍한 악몽 속으로 빠져든다.
*모티브
제작사인 ‘청년필름’의 김광수 대표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주워온 분홍색 끈으로부터 은 시작되었다. 끈에는 ‘의외의 곳에서 행운이 찾아온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고, 주변사람들은 “왠지 무섭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의 사연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물건을 줍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 거기서 매력적인 호러영화의 가능성을 본 제작진은 곧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고, 여러 번의 수정작업을 거친
주목! 2005 한국 호러영화 [3] - <분홍신> <올(가제)> <병원기담>
-
‘열차 빙의’ 16년 전 죽은 영혼들이 깨어난다,
*시놉시스
1988년 7월16일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는 대형 열차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16년 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마지막 운행을 위해 여수로 떠나는 무궁화호. 첫 근무를 위해 이 기차에 오른 열차승무원 미선(장신영). 승객이 하나둘 객차에 오르고 서울을 출발한 열차는 어느 순간 급정거한다. 잠시 뒤 열차의 운행은 재개되지만 그때부터 기차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미선은 열차 곳곳에서 88년 사고 당시의 모습들을 발견한다. 출발시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얼굴의 승객도 나타난다. 동시에 원래 탑승한 승객이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사실 이 열차에 오른 승객은 대부분 과거의 열차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 사고 당시의 상황과 후유증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가 복잡하게 뒤섞이면서 열차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계속 달린다.
*모티브
2003년 태창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인 의 시나리오에서 김동빈
주목! 2005 한국 호러영화 [2] - <레드 아이> <여고괴담4: 목소리>
-
올해 베를린 영화제(2월10~20일)가 임권택 감독 특별 회고전을 개최한다고 1월24일 공식발표했다. 또 임감독은 특별 공로상 수상자로도 결정됐다. 지금까지 베를린과 칸, 베니스 등 세계주요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인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제쪽은 임권택을 “아시아의 위대한 감독 중 한명으로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982년 이래 베를린영화제는 그의 영화들을 여러 부문에 초청한 바 있다. 이번 회고전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등 7편으로, 임 감독이 직접 선정했다. 영화제가 끝난 후에는 추가로 13편을 베를린 시내 아스날극장에서 3월말까지 특별상영한다. 그리고 임 감독에 관한 책도 특별전과 때를 맞춰 출판될 예정이다. “키네마테크”(Kinemathek)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에리카와 울리히 그레거가 펴내며 임 감독의 영화 20편에 대한 글과 감독론 등이 포함되어 있다.
1962년에 영화인생을 시작한 임 감독은 지난 2002년 칸영화제에서 으로 감
[베를린 2005] 임권택 특별회고전 개최
-
해마다 찾아오던 원혼의 살풀이가 잊을세라 올해도 찾아온다. 엉성한 슬래셔영화들이 관객을 희롱했던 2000년이 한국에서 호러장르가 가능한지를 실험하는 원년이었다면, 과 이라는 귀기 서린 두 작품을 건져낸 2003년은 호러영화와 작가영화의 결합을 시도한 해였다. 지난해 초 은 ‘2004년 호러영화 특집’을 통해 한국 호러영화의 새로운 재능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비교적 호평을 받은 를 제외한 대부분은 여름 한철을 노리고 어설프게 만들어진 기획영화였고, 장르의 관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들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장르영화로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나는 호러영화가 아니다’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그러나 2005년에도 한국 호러영화의 도전은 계속된다. 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김용균 감독의 신작 은 ‘여성의 욕망’을 분홍신이라는 대상에 담아 일제시대와 현재를 잇는 원혼의 지
주목! 2005 한국 호러영화 [1]
-
하늘 같은 선배 후려치기, NG날 수밖에
#6. 실내. 정동공작분실 지하-밤
(박 부장, 답답한지 의자에 앉아 물을 벌컥 들이켠다. 조 소령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조 소령/ 갈아입으세요! (비아냥거리듯 박 부장 셔츠에 묻은 피를 보며) 아, 부장님 누구하고 싸우셨습니까?
을 찍은 수도여고의 교실. 학생들이 데생을 하던 아그리파며 성경책 위에 쌓인 먼지들이 그대로 뒹구는 스산한 풍경이다. 마치 특수작업을 한 듯 세월의 때와 곰팡이와 빗물자국이 얼룩진 교실 벽면 앞에서 사건의 주모자인 박 부장이 사병 군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커피를 태워 만든 스모그가 자욱하게 방 안을 떠돈다. 어떻게 단 몇 시간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질 수가 있을까. 차갑게 식은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무선이 날아온다. “촬영하셔도 좋습니다.”
새카만 후배 앞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벗었다가 사병 군복으로 갈아입는 박 부장의 심경은 처참하고 복잡하다. 충분히 리허설을 한 다음에 한두번 테이
<그때 그 사람들>의 재구성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