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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법원의 부분 상영금지 결정에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영화인회의(이사장 이춘연)는 31일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법원의 이번 결정은 상상과 허구가 본질인 예술 창작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천박한 편견이자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라며 “영화 상영 전에 영화의 일부를 문제삼아 상영을 제한하는 것은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이고 반문화적인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젊은 영화감독 모임인 디렉터스 컷(대표 이현승)도 “<그때 그 사람들>의 상영 금지 결정은 명백한 사전검열이며, 창작물의 일부분에 대해 가위질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창작자와 관객을 대신하고자 하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감독들의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인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이번 결정이 “명백한 검열이고 터무니없는 정치적 재단”이라며 “여론에 공개되기도 전
<그때 그사람들> 영화계 “사전검열·표현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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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바뀌는 것인가. 법원은 31일 10·26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하라고 결정함으로써, 영화 자체의 상영금지 신청을 최초로 받아들였다. 앞서 실미도 북파 공작 훈련병의 유족들이 영화 <실미도>의 제작사를 상대로 냈던 똑같은 신청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당시 서울고법은 결정문에서 “역사적 사실 그대로 제작된 것처럼 기재된 광고문안을 삭제하라”고 했을 뿐, 영화의 특정 장면을 삭제하라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
최초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법원의 ‘기준’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떠받치는 논리는 정교하지 않고, 오히려 논리적 모순까지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재판부는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장면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관객이라면, 블랙코미디 영화에서의 왜곡된 인물묘사를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법원, 닮은 영화에 다른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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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되는 순간 통행이 금지되던 그때 그 시절, 넓디넓은 광화문 거리를 중앙정보부의 주 과장(한석규) 차가 홀로 질주한다. 신경질적으로 한번 빙글, 또 한번 빙글. 높은 빌딩에서 중앙청 건물까지 시원하게 잡은 이 장면은 다분히 함축적이다. 김 부장(백윤식)의 도박에 기꺼이 동참했던 일생일대의 모험이 무위로 돌아가게 되는 순간의 절박함과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던 개인의 처절한 마음 풍경이다. 큼직큼직하게 지어진 건축물(권력체계) 앞에선 초라한 개인. 또 이 장면은 지금의 한국영화가 한국 현대사의 어떤 정점에 이르렀음을 웅변한다. 아마도 주변의 교통통제 없이는 촬영이 가능하지 않았을 터다. 24시간 차의 흐름이 끊이지 않는 곳이며 청와대가 지척인 권력의 코앞이니까. 그런 곳에서 촬영하면서도 의 비밀제작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사실 충무로의 공공연했던 비밀이 촬영 종료까지 유지됐던 건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암묵적 동의 내지 희망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권력’이
권력의 천박함을 우아하게 조롱하는 <그때 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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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린 부분은 영화 앞의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를 위해 새로 찍지 않고 기존의 자료화면을 사용한 부분이다. 도입부는 1979년말 당시에 벌어진 부마항쟁, 와이에이치(YH)무역 여자노동자 농성사건 등을 찍은 사진을 스틸로 연결한다. 거기에 이 영화에 출연했던 가수 김윤아씨가 내레이션을 넣는다.
“박정희, 그가 군사쿠데타 이후 18년째 정권을 유지해 오던 1979년 가을. 부산과 마산에는 학생과 시민들의 뜻밖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폭압적인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이를 간단히 진압해 버렸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거짓 평온이 흐르고 시민들은 한껏 웅크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게도 박정희는 총에 맞았습니다.” 이 내레이션엔 ‘뜻밖의’, ‘뜬금없게도’처럼 전체 문맥에 적확하지 않는 표현들이 담겨 있다. 또 어두운 역사를 말하면서 김윤아씨의 목
<그때 그사람들> 3장면 삭제결정‥다큐 가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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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 우디 앨런은 ‘상황’ 코미디를 많이 사용했다. 어설픈 갱단으로 분한 그가 비누로 깎은 권총을 들이밀고 협박할 때는 비가 내려 총이 거품이 됐고(<돈을 갖고 튀어라>), 하얀 쫄쫄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쓰고는 자신이 이제 막 바깥으로 튀어나갈 정자라고 우겨대기도 했다(<당신이 섹스에 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그러나 차마 묻지 못했던 것들)>). 그러다가 그의 영화에서 뉴욕의 삶이 철학과 예술을 양옆에 끼고 등장한 것은 ‘말’이 영화의 중심적 양식을 차지한 시기와 일치한다.
특히, 우디 앨런은 뉴욕의 일상을 다룰 때 대화의 영화, 말의 영화를 고집한다. 스스로를 비롯하여 인물들은 많은 말을 한다. 레스토랑이 등장할 때 그곳은 메뉴가 중요한 곳이 아니라 잡담과 수다의 화제가 중요한 곳이다. 맨해튼의 거리와 센트럴 공원의 벤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설전과 논쟁과 설교의 장소가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가 주로 벌이는 정신상담은 말로서 문제 해결을
궤변과 억견의 코미디, <애니씽 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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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봄날>이 다시금 <해신>을 눌렀다. 두 드라마는 벌써 4주째 엎치락 뒷치락 하며 1,2위 순위를 다투고 있다.
<봄날>은 이전에 수도권 시청률에서는 30%를 넘었지만 전국 시청률에서는 3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주에는 전국 시청률마저 31.2%를 기록하며 <해신>을 눌렀다. <봄날>의 제작진들은 은호(지진희)를 사랑하는 정은(고현정)에 대한 은섭(조인성)의 사랑이 본격화되면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외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쾌걸춘향>은 지난 주 6위에서 2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종영까지는 당분간 <봄날>, <해신>의 시청률 선두가 예상된다. 계속되는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MBC는 1월 말부터 여러 개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두근두근 체인지>의 PD와 작가가 다시 뭉친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봄날> 다시 시청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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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거짓에 상처받은 연인들은 진실이 마음을 치유해주리라고 믿지만, 차라리 흉터가 되도록 참고 참아야 했는데, 라고 진실을 듣는 순간에야 후회한다. 그 남자하고 잤어? 나보다 좋았어? 몇번이나 오르가슴을 느꼈지? 당신은 내 삶을 무너뜨렸어. 순결할 것만 같던 진실은 치졸한 의심으로 튀어나와 상처를 후벼파고, 자해나 마찬가지인 그 순간, 환상은 깨지고 사랑은 증발한다. 일흔 넘은 노장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한 <클로저>는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는 그 난투의 순간을 눈치채는 영화다. 니콜스는 “우리는 사랑의 처음과 끝만을 기억하고 그 중간은 편집해버린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사물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는가, 삶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는가”라는 말로 <클로저>를 설명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단 하나를 알아보았다고 해도 그 관계가 무너지는건 순식간이다. 최소한 순식간이었다고 기억된다.
작가를 꿈꾸는 런던의
거짓없는 진실 때문에 사랑이 멈춘다, <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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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아마도 해외 현지 촬영이 화제성 한국 드라마의 필수 장치로 등장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발리에서 생긴 일>을 시작으로 <영웅시대>와 <황태자의 첫사랑> <풀하우스> <파리의 연인> <두번째 프러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이 해외의 풍광을 드라마의 주요 배경으로 활용한 사례들이다. 결과는 엇갈린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일본 훗카이도와 발리, 타히티 등 세계의 유명 리조트를 돌며 드라마 전체의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시청자들의 시선끌기에 실패한 경우다. 풍광이 드라마의 이야기와 연기를 압도한 결과였다.
반면 <발리에서 생긴 일>과 <파리의 연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은 극 초반과 후반부에서 제목에 거론된 지역을 각각 배경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 이야기와 배경의 이미지가 화학적 결합을 이룬 행복한 사례로 평
드라마 외국 현지촬영 배경에 이야기 가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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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하나되는 아시아”
오랜만에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볼만한 수준높은 어린이 드라마가 방영된다. 교육방송이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만들어 내보낸다.
한·중·일·홍콩 등 6개국 수준작
이 프로젝트는 2002년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의 아이템 교환 회의에서 어린이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로 시작해, 지난해 초 여섯 나라가 뜻을 모아 시작했다. 공통 주제는 ‘어린이의 정신적인 성장’으로, 7~9살 어린이 대상의 15분짜리 드라마로 결정했다. 작품의 화면과 등장인물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는 최대한 줄이고, 더빙과 자막은 넣지 않았다. 내용 전개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해결했다. 그저 “아이들의 성장 과정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두 이해할 수 있어 설명이 필요없는 드라마”를 의도한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곳은 한국의 교육방송 외에 중국 <시시티브이>,
EBS, ‘아태방송연맹 공동제작’ 어린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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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와 재벌2세의 ‘사랑과 야망’
홍콩은 두 얼굴의 도시다. 어둠이 내리면, 홍콩 마천루의 네온들이 일제히 불을 밝힌다. 자본주의의 끝없는 영화를 과시하듯 휘황하게 빛나는 불빛들은 홍콩만 물결 위로 출렁이며 번져간다. 홍콩 관광청의 선전 광고에 주로 그려지는 홍콩의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 3대 야경의 하나로 꼽힌다는 홍콩 마천루의 화려한 광휘에서 조금 눈을 돌리면, 뒷골목의 회색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직 솟구칠 수밖에 없는 좁은 땅덩이, 다닥다닥 들어선 작은 평수의 초고층 아파트숲 사이로 어둡고 칙칙한 공간들이 드러난다. ‘느와르’의 풍경이다.
최인호 원작 ‘불새’ 뼈대로 정통 멜로
2월16일 시작하는 에스비에스의 새 수목 미니시리즈 <홍콩 익스프레스>(밤 9시55분)는 극의 성격을 결정짓는 초기 1~3부 빛과 어둠 두 극단이 공존하는 홍콩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다. 세계 어느 대도시인들 이런 대조의 느낌을 갖지 않을까마는, 홍콩이 이를 가장 시각
SBS 새 수목극 <홍콩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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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9일 열린 미국영화감독조합 시상식(DGA)에서 노장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74)가 감독상을 차지했다. 감동적인 복싱 드라마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연출하고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한 이스트우드는 “너무 놀랍다. 정말 기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라며 함께 출연한 힐러리 스왱크와 모건 프리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상은 동료감독들이 주는 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수상 결과는, 이스트우드가 <에비에이터>의 마틴 스코시즈(62)를 제쳤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에서 감독상 발표 전까지는 스코시즈가 기립박수로 환영받아 마치 주인공인 듯한 분위기였다고. 그러니 더더욱 수상결과가 극적인 반전으로 여겨질 만도 하다. 마틴 스코시즈는 1976년 <택시 드라이버> 이후 DGA에 6번이나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고, 아카데미 감독상과도 지독하게 인연이 닿지 않아 4차례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에 실패했다. 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美감독조합 감독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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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에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도 않은 영화의 티저 포스터가 미국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떴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티저 포스터를 미국의 영화 사이트 에인트잇쿨닷컴(http://www.aintitcool.com/) 운영자인 해리 놀즈가 발빠르게 먼저 올린 것. 평소 박찬욱 감독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했던 해리 놀즈는 이 영화의 티저 포스터 속에 나온 케이크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케이크”라고 평했다. (That is the most evil cake ever!!!)
“복수하지 말라”, “받은만큼 드릴께요” 등의 카피가 적혀 있는 이 티저포스터에는 속을 알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영애가 핏빛으로 얼룩진 케이크를 들고 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이영애의 머리 주변에 성령이 넘치는 듯한 표시를 해 마치 마리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이 영화의 국내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올댓시네마에서는 “티저 포스터 시안을 결정하기 위해 의견수렴중이었는데 그
<친절한 금자씨> 티저 포스터가 미국서 먼저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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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개봉 첫날인 목요일에만 전국 18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공공의 적2>가 예상대로 가볍게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서울 주말 이틀 관객수는 17만8천7백명. 몇주동안 1위 작품의 서울 스코어가 10만명을 넘지 못했는데 거의 곱절에 가까운 수치다. 게다가 첫주말 전국누계는 단숨에 100만을 넘어 101만7천명을 기록했다. 첫주말 전국 100만 돌파는 작년 여름 <스파이더맨2>와 <해리포터3>가 각각 100만, 104만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겨울시즌 변변한 히트작이 없었던 한국영화는 <공공의 적2>로 확실한 반격에 나섰다.
물론, 이런 가공할 흥행의 배경에는 배급의 힘도 컸다. 전형적인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택한 <공공의 적2>의 스크린 수는 서울 93개, 전국 408개다. 씨네21 온라인에서 박스오피스 집계를 한 이래 전국 스크린수가 400개가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전국 총 스크린수 1,450개
보여주지! 한국영화가 쎄다는걸, <공공의 적2>, <말아톤> 1,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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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 브라스 <두잇> 또 제한상영가
틴토 브라스 감독의 옴니버스영화 <두잇>이 지난 1월25일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경순, 이하 영등위)로부터 두 번째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수입사 미디어소프트쪽이 두번의 자진삭제를 했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영등위의 결정은 첫 번째 심의와 동일하게 내려졌다. 첫 번째 심의에서 11분 분량, 두 번째에도 부분적인 삭제를 감행했던 수입사쪽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비디오 출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다, 다큐 프로젝트
하이퍼텍 나다가 2005년 연간기획으로 다큐멘터리들을 꾸준히 개봉한다. 1월28일 <텐 미니츠 첼로>와 전작 <텐 미니츠 트럼펫>을 나란히 상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정수연 감독의 <봄이 오면>과 류미례 감독의 <엄마…> 4월에는 인도 사창가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5월에는 북한 여학생
[국내단신] 틴토 브라스 <두잇> 또 제한상영가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