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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에 파리에서 공개된 니콜라스 레이의 데뷔작 <그들은 밤에 산다>를 보고서 극장을 나온 관객은 화가 나 얼굴이 붉어져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보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그처럼 처음으로 프랑스를 찾은 레이의 영화는 매정한 반응과 마주했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 안 있어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의 지위에 올랐으니, 프랑스의 어떤 시네필들, 특히 <카이에 뒤 시네마>에 글을 쓰던 이들이 그 영화의 진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보여주었던 것이다. 예컨대, 자크 도니올 발크로즈와 프랑수아 트뤼포는 둘 다 <그들은 밤에 산다>가 놀랍게도 브레송적인 측면을 가진 미국영화라고 상찬했다. 이후로 레이의 필모그래피가 확장될수록 레이에 대한 <카이에 뒤 시네마> 비평가들의 비평적 환대 역시 두터워졌다. 그들이 레이에게서 본 것은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개인적인 인장이 새겨진 영화들을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영화감독이었다.
저주받은 작가의 전설을 만난다, 니콜라스 레이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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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말아톤> 마라톤에 도전한 남기남
[정훈이 만화] <말아톤> 마라톤에 도전한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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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에게 선댄스영화제는 참으로 난감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감독들의 영화를 거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찾아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스트레스 이상의 압력을 몸에 행사한다. 바쁜 상영일정, 넉넉지 못한 경비, 부실한 인터넷 환경 등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혹시나 내가 보지 못한 영화가, 또는 영화 시작 10분 만에 뛰쳐나온 영화가 상을 받으면 어찌할 것인가, 라는 영화기자의 ‘고전적’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말해, 올해부터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선댄스 조직위가 기존 미국 극영화,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 외에 세계 극영화, 세계 다큐멘터리라는 두개 부문을 경쟁부문으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총 4개 부문 60편의 경쟁부문 영화를 열흘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다 훑는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흥미로운 작품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특별상영, 프리미어, 아메리칸 스펙트럼 등 다른 부문의 작품들에까지 눈길을 주다보면
[현지보고] 선댄스의 해는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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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해가 시작되고, 영화제 캘린더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세일즈 대행사와 제작사 직원들은 영화라는 상품을 동반하고 배급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짐을 싼다. 기자들은 영화를 찬양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노트북을 싼다. 그리고 영화제 선정자들은 상질의 감로를 따가기 위해 서로의 영화제에 벌 떼처럼 몰려든다.
필자가 이글을 쓰는 동안 이 돌림노래는 이미 시작해서 미국 영화업계는 유타주의 눈 쌓인 산위에서 선댄스 영화제라는 일년에 한번 하는 자아 중심적인 열중과 도취의 한판을 벌이기 위해 모였다. 미국의 소위 말하는 “독립영화”에 거의 완전하게 집중된 이 영화제는 올해 작은 국제부문을 경쟁부문으로 변환시켜 더 선명한 입장을 부여해주려 했다.
연간 영화제 캘린더는 워낙 수 년 동안 워낙 고정돼버려서 최소한의 변동조차도 업계에는 지진 충격과 같이 느껴진다. 선댄스가 국제 경쟁부문을 시작할 것이라 발표했을 때 로테르담과 (특히) 베를린 영화제 관계자들은 몸서리쳤다.
그래도
[외신기자클럽] 영화제, 여전히 백인녀석들이 지배한다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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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트웰브>가 2주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자리를 지켰다. 일본내에서도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서 2주차에 순위하락이 예상되었는데 다소 뜻밖의 결과다. 확실히 스타파워의 약발은 있다. 따지고 보면 탑10안에 든 할리우드 작품 중 톱스타가 <터미널>의 톰 행크스와 <네버랜드>의 조니 뎁 정도니 <오션스 트웰브>의 떼거지 스타에 비교가 안된다.
국내에서도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오페라의 유령>은 개봉 첫주에 2위로 데뷔했다. 주말 이틀동안의 수입은 3억3400만엔으로 <시카고>의 118.5% 수준. 이정도면 준수한 성적이다. 이 영화를 배급한 신생회사인 가가커뮤니케이션은 <오페라의 유령>이 좋은 스타트를 끊어 주가까지 올랐다고 한다. <오페라의 유령>까지 가세하면서 <하울>은 한계단 더 떨어졌다. 하지만 개봉 11주차에 3위도 범접하기 힘든 기록이다.
이번주 일본 박
<오션스 트웰브> 2주연속 일본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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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한국영화 50년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월5일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를 개막작으로 시작한 이번 회고전은 “50편의 영화로 되돌아보는 한국 영화사 50년”(Cinquante ans de cinema coreen, Cinquante films)이라는 주제로 주불한국문화원과 영화진흥위원회의 협조를 받은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주관 아래 열리고 있다. 오는 2월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고전은 지난 94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 회고전 이래 10년 만에 열리는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최대 규모의 한국영화제이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사라져가는 영화 유산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1936년 앙리 랑글루아에 의해 창립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라는 영화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자유부인> <지옥화> 등 1950년대 영화에서부터 <오발탄> <이어도> &l
[파리] 10년 만에 최대로 치른 한국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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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이 영화를 망친다? 여배우들의 성형이 일반화되면서, 제대로 된 표정 연기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마놀라 다지스가 ‘요즘 여배우들의 얼굴에 대해 한마디’라는 글에서 그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다지스는 몇년 전 유럽의 대표 미녀로 꼽히는 여배우가 출연한 시대극을 보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러브신에 돌입해 옆얼굴이 클로즈업된 여배우는 커튼처럼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귀 뒤에 성형수술의 흔적인 듯한 긴 흉터가 슬쩍 드러나보이더라는 것이다. 그 장면에 대해 감독에게 물으니, 돌아온 답이 더 걸작이었다. “아, 완성 프린트가 아니라서 그렇다.” 그러니까, 최종 프린트에선 액션영화의 와이어를 지우듯, 여배우의 얼굴에서 그 수술 자국을 지워낼 거란 얘기였다.
여배우들은 젊게 보여야 할 이유가 있다. 40대만 돼도, 60대 이상의 남자배우와 짝을 이뤄야 하고, 비중있는 역할을 차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이건
[What's Up] 성형수술, 여배우에겐 필요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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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은 기다림에 관한 영화다. 현성(장현성)은 첫사랑을 기다리고, 소연(이소연)은 불안한 미래를 기다리고, 소연의 삼촌(조성하)은 떠나간 아내를 기다린다. 삼촌은 기다림에 지쳐 말문을 닫아버렸지만, 현성과 소연의 기다림은 그처럼 간절하지는 않다. 현성은 첫사랑이 오지 않을 것을 안 순간 울음을 터뜨리는 대신 “기다리는 건 좋은 일이다”라고 스스로를 위무한다.
‘적당히’의 미덕을 아는 영화
그렇다. ‘기다림의 자세’가 문제다.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유유자적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애끓는 기다림은 기다리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깃털처럼 가볍게 기다려야 한다. <깃>은 기다림에 관한 영화지만 너무 외롭다고 절규하지 않고, 적당히 외롭다고 웅얼거린다. 그리고 ‘적당히’ 기다리다보면, 기다리는 사랑은 오지 않을지 모르지만, 기다리지 않는 사랑이 다가온다고 말한다. ‘적당히’는 <깃>의 가장 큰 미
기다림의 영화, 치유의 영화, <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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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동명의 소설로부터 많은 것을 따왔다. ‘익명의 후원자가 대학 등록금을 대주고, 졸업 뒤 작가가 된 그녀는 병상의 그를 만나 자신이 편지 내내 언급해온 연인이 바로 그였음을 안다’까지가 원작에 속한다. 영화는 여기에 한 가지 반전을 추가하는데, 메일 속 ‘짝사랑주의자’가 바로 ‘그=아저씨’이며, ‘짝사랑의 대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 이런 반전이 추가되고, 100년가량 시대를 늦추면 어떤 의미들이 파생될까? 남/녀주인공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추가 반전으로 남자주인공에게 파생되는 의미, 강박신경증?
원작에서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원 공식후원자였다. 그뒤 ‘친구의 친척’으로 그녀와 친해지지만, ‘익명이며 그녀의 진실을 일방적으로 듣는 권력자’이자 ‘대면적이고 수평적이나 그녀가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상대’라는 모순관계 속에서 자신을 밝히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 속 그는 애초 공식후원자가 아니며, 그녀를 먼저 짝
시대착오적인 로맨스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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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어린 신부>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조폭 아저씨들과 80년대 오빠들의 틈바구니를 헤치고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라며 깜찍하게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들의 등장. 이 소녀들은 더이상 첫사랑에 눈물을 머금는 순진한 십대도, 그렇다고 제도와 세상물정을 꿰뚫는 속세의 여인도, <나쁜 영화>나 <눈물>에서처럼 사회의 극단을 체현하는 ‘주변부’ 아이들도 아니다. 그렇다면 소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백지의 표정을 지으며 그 무거운 제도와 사랑과 성을 단순한 종잇조각 혹은 게임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일까? 철없음을 무기로 사실은 매우 영악하게 거대 담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진지함으로 포장된 제도, 사랑, 성의 이면에는 아무런 본질이나 진리가 존재하지 않음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조롱하고 있는 것일까?
아쉽지만 위의 의문은 단지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기대를 실현하기에 소녀들은 여전히 진부함과 순종의 울타리
한국영화 속 ‘소녀들의 섹슈얼리티’의 진부한 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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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인크레더블>이 박스오피스에 이어 시상식에서도 ‘인크레더블’한 기록을 세웠다. 1월30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애니 어워드에서 <인크레더블>은 총 10개의 트로피를 석권했다. 이는 <슈렉2>가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도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애니 어워드는 국제애니메이션영화협회가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총 21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 연출, 스토리보딩 등 10개 부문을 <인크레더블>이 차지했다. 또 이 영화의 감독 브래드 버드는 감독상, 각본상과 더불어 목소리연기상도 수상해서 연기 재능까지 인정받았다. 버드 감독은 수다스러운 의상 디자이너 캐릭터인 에드나 모드 역을 맡아 독특한 목소리를 들려줘 화제가 됐었다. 또 같은 제작사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가 작년 애니 어워드에서 9개의 트로피를 받았던 기록도 갱신됐다. TV애니메이션 작품상은 니켈오디온의 에 돌아
<인크레더블>, 애니어워드 10개 상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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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스톤이 즉석 모금으로 단 5분만에 백만달러를 모아 화제가 되고 있다. <원초적 본능>의 여배우 샤론 스톤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이런 선행을 벌였다고 BBC 인터넷판이 전했다.
아프리카 빈곤문제에 관한 회의에서 모기장이 없어서 매달 15만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죽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샤론 스톤이 가만있지 않았던 것. 그는 먼저 자신의 돈 만달러를 내놓으며 모기장 구입에 써달라고 탄자니아 대통령 벤자민 음카파에게 부탁했다. 그리고는 회의장에 있던 대표의원 30여명에게도 “일어나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탄자니아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라며 기부를 제안했다. 그러자 한 신사가 선뜻 5만달러를 내겠다고 나섰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마침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안젤리나 졸리는 “스톤의 행동은 무척 멋졌다”고 전했다. UN의 친선대사이기도 한 졸리는 “사람들은 모두 자
샤론 스톤도 '아름다운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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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04년 9월26일 크랭크인해 12월5일 크랭크업한 현장은 유달리 분주했다. 다양한 액션이 담긴 적지 않은 규모의 영화를 달랑 두달 하고도 열흘 만에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강철중의 어린 시절 모습을 김상진 감독이, 오토바이와 자동차 액션장면을 장윤현 감독이 각각 촬영한 것도 이들 감독의 특기를 뽑아내자는 발상일 뿐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그것도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80일 남짓한 기간에 촬영을 마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이 때문인지 촬영장 주변에는 ‘그 영화, 시나리오 없이 찍는다며?’ 같은 괴담급 소문부터 ‘배우가 무슨 역할을 맡을지 모른 채 현장에 온다더라’는 기이한 소문까지 나돌았다. 대부분의 소문이 그렇듯, ‘땐 굴뚝 위의 연기’와 과장, 허풍이 만나 뭉게뭉게 피어오른 촬영장의 소문과 진상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소문: 의 ‘공공의 적’은 원래 마약범이었다?
“ 끝나면 를 할
<공공의 적2>의 모든 것 [3] - 5가지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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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8일 검찰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졌다. 반응은 어땠나.
=송광수 검찰총장을 비롯해 600명이 넘게 왔더라. 영화를 보고나서 송 총장을 비롯해 대검 관계자들과 회식을 가졌는데, 송 총장께서 그러더라. “검찰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해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다른 분들도 검찰을 미화했다기보다는 검찰이라는 조직을 제대로 설명해준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박근형씨가 “이 나라가 걱정이구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너무 많이 봐온 장면”이라며 맞장구를 치더라.
-완성작이 마음에 드나.
=정말 하고 싶었던 영화다. 아마 그동안 내가 만든 영화 중 유일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은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내 생각이 그대로 대사로 드러나는 부분도 좀 있다. 내가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예상했던 것보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더 강하더라.
=세상이 그런 것 같다.
<공공의 적2>의 모든 것 [2] - 강우석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