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비스가 ‘백인의 육체’ 컨트리에 ‘흑인의 영혼’ R&B를 불어넣는 순간 록은 탄생한다. 레이 찰스가 신을 향해 부르던 가스펠에 첫사랑 델라(케리 워싱턴)를 향한 열정으로 써내려간 <I’ve got a woman>이 발표되면서 솔은 대중음악이라는 넓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레이>는 레이의 생애를 순회공연처럼 떠도는 로드무비다. 영화가 시작되면 흙먼지가 날리는 고향의 정류장에서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오르는 그의 발걸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컨트리, 가스펠, 솔, 재즈, 리듬&블루스를 자유자재로 가로지르고 탐험하는 레이 찰스의 음악적 여정도 그러하다. 레이는 언제나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난다. 그의 몸도 마음도 길 위를 거닌다.
대공황 시대 미국 남부 올바니에서 태어난 레이 찰스 로빈슨(제이미 폭스)은 동생 조지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7살에 시력을 잃는다. 소작농이던 어머니 아레사(샤론 워런)는 충격적인 사고와 겹치는 불운에도
어느 에고이스트의 치열한 예술가적 자화상, <레이>
-
한때 밀란 쿤데라의 소설들을 즐겨 읽었던 적이 있다. 그의 단편들은 언제 들추어보아도 보석 같다. 그의 몇몇 작품들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져 막막한 절망감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어떤 뜻에서 그는 나로 하여금 소설쓰기에 흥미를 잃도록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다. 마치 B. B. 킹의 연주를 직접 듣고 나서 감당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어 연신 담배만 뻑뻑 빨아대던 한국의 숱한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처럼.
하지만 그가 쓴 장편소설들의 수준은 들쭉날쭉하다. 나는 『농담』을 여전히 그의 베스트로 꼽는다. 『생은 다른 곳에』는 찬탄을 자아낼 만한 형식미를 갖췄다.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대중과의 접점이 가장 넓은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의 ‘부질없는 따스함’을 사랑한다. 그 이후의 작품들은 별로다. 괴팍하게 늙어가는 노인의 꼬장꼬장한 푸념 같다. 『농담』은 물론 명품이지만 두 번 읽기엔 버거울 만큼 냉혹하다. 결국 내가 이따금씩 들추어보는 그의 장편은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
[스크린 속 나의 연인] <프라하 봄> 테레사
-
오는 28일 시상식이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제의 작품상 후보엔,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가 유달리 많다. <에비에이터>, <네버랜드를 찾아서>, <레이>, <사이드웨이>, <밀레니엄 베이비> 등 다섯 편의 후보작 중 앞의 세 편이 실제 인물의 이야기다. 미국의 대부호 하워드 휴즈를 다룬 <에비에이터>가 지난 11일 개봉한 데 이어, 오는 18일 <네버랜드를 찾아서>와 <레이>가 나란히 개봉한다. 편집자
<레이>
영화 <레이>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건, 레이 찰스의 노래 가사들이 무척 단순하다는 점이다. 가스펠에 블루스를 접목시킨, 솔의 효시라고 불리는 그의 1954년 곡 ‘내게 여자가 생겼어(I’ve got a woman)’의 가사는 이렇다. “내게 여자가 생겼어, 읍내에서 만났어, (그 여자는) 내게 잘해 줘, 내게 여자가 생겼어…” 영화는 레이 찰스가 이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실존인물 다룬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2편
-
피터 팬은 해마다 웬디를 찾아오겠다던 약속을 잊었다. 크리스토퍼 로빈은 푸우를 잊었다. 메리 포핀스가 돌보던 뱅크스가의 아기들은 동물과 대화하는 법을 잊었다. 동화들은 그런 식으로 넌지시 우리에게 경고했다. 너희는 중요한 것을 기어코 잃어버릴 거라고, 위안이 있다면 잃어버렸다는 사실마저 깡그리 망각한다는 점뿐이라고, 어른의 쓸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모든 순정한 아름다움에는 ‘흑막’이 있음을 짐작하게 된 것은. 판타지는 언제나 어둡고 두려운 무엇인가의 대극으로 존재한다. 그들은 타는 목마름이 길어올린 샘물이고, 갈 데까지 간 불면이 붙든 최면술이다.
마크 포스터 감독의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피터 팬>(1904년 초연)의 사연을 캔다. 영원한 유년을 구가하는 판타지가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1860∼1937)의 머릿속에서 창조된 2년의 시간을 추적하고 상상한다. 따라서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J. M. 배리의 전기영화라기
세상 모든 동화들의 아름다운 시작, <네버랜드를 찾아서>
-
-
황용식 “당장 수익 없어도 다방면 지원을”
이영준 “남아시아 깔보는 풍조 사라져야”
문하영 “드라마 요소마다 코리아 홍보 필요”
한류 열풍 진짜일까? 최근 일본에서 보아의 <베스트 오브 소울> 음반 선주문량 80만장이 매진됐다. 또 ‘욘사마’는 일본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에서도 국빈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홍보전략 부재와 한탕주의로 금새 시들해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중앙아시아까지 뻗어간다는 한류,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한국인들의 보상심리가 덧입혀져 과장된 건 아닐까? 과연 지속될 수는 있을까? 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황용식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 이영준 말레이시아 대사, 문하영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지난 15일 외교부에서 만나 현지에서 보고 들은 한류를 바탕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구본우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이 사회를 맡아줬다.
나이 차별이라고 비난받을지 모르지만 솔직히 비, 보아, <겨울연가&
‘한류 지속될수 있을까’ 현지 경험 대사들 전망
-
하워드 휴즈와 조지 부시의 같은 점. 둘 다 석유 유전지대가 부의 원천이다. 게다가 둘 다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그런 다음 둘 다 고향을 떠났다. 둘 다 입버릇처럼 “기억하라, 당신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다만 조지 부시는 그 말을 우리를 향해서 하고, 하워드 휴즈는 그 말을 자기를 향해서 한다. 다른 점. 조지 부시는 워싱턴으로 갔고, 하워드 휴즈는 할리우드로 갔다. 조지 부시의 사생활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하워드 휴즈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의 염문을 수없이 뿌렸다. 조지 부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화씨 9/11>)에는 깐느가 관심을 보였고(황금종려상 수상), 하워드 휴즈를 소재로 한 영화에는 아카데미가 관심(올해 작품상을 포함해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림)이 있다. 유머처럼 느껴지는 동시대성을 불러일으키는 마틴 스콜시즈의 <에비에이터>는 그가 가장 잘 하는 장르인 전기영화로 돌아와 하워드 휴즈의 1927년에서 1947
[비평릴레이] <에비에이터>, 정성일 영화평론가
-
친구 배역 대거교체…현실성 강화
사춘기 중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사랑을 받아온 한국방송 <반올림>이 새학기를 맞아 2기 방송을 시작한다. <반올림 2>는 2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고교생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2003년 11월 첫 전파를 탄 <반올림>은 중학교 2학년인 옥림(고아라)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려낸 ‘성장 드라마’였다. 방송 3사의 유일한 청소년 드라마로 일요일 아침 8시에 방송됐음에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니아층까지 꾸려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의 ‘시청자에게 추천하는 프로그램상’과 여성민우회의 ‘푸른미디어 청소년상’을 받는 영광도 안았다.
<반올림 2>는 옥림을 비롯한 주인공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출연진이 대폭 교체됐다. 주인공인 옥림과 쌍둥이 동생 하림(박훈정), 옥림의 친구 정민(은성)만 남고 대부분 바뀌었다. 선머슴 같은 옥림은 고교생이 되면서 소녀
KBS2 ‘반올림2’ 3월6일 첫 방영
-
‘기억상실’을 극 장치로 활용하는 드라마들이 잇따르고 있다. 에스비에스 <봄날>이 한창 전파를 타고 있고, 한국방송 미니시리즈 <열여덟, 스물아홉>도 곧 방영 예정이다. 기억상실 드라마의 전형적 구도를 확립한 드라마로 평가되는 <겨울연가>도 한국방송 2텔레비전을 통해 재방송되고 있다. 앞서 에스비에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두 번의 기억상실 끝에 영원한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다뤘고, <천국의 계단> 또한 여주인공의 기억상실을 극 전개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기억상실은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즐겨 사용되는 소재의 하나다. 최근에만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노트북> <하나와 앨리스> <포가튼> 같은 기억상실을 활용한 영화들이 상영된 바 있다.
기억상실의 극적 활용이 대거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요인이 제시될 수 있지만, 역시 기억상실 자체의 극적 매
드라마 주인공들 꼭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
말 많고 탈도 많았던 문화방송 <영웅시대>가 이제 2회를 남겨두고 있다. <영웅시대>는 지난해 7월 100부작으로 시작됐지만, 문화방송 쪽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과 5월께 방송될 <제5공화국>과 일부 내용이 겹친다는 이유로 70부 조기 종영을 결정했다. 그러자, 작가 이환경씨는 지난달 초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자청해 “방송 시작 전 여권 고위 관계자에게서 ‘정치권 차세대 주자를 다룰 때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이니 주의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이른바 ‘정치권 외압설’을 ‘폭로’했고, 이때부터 <영웅시대>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본격화됐다. 이미 삼성·현대 그룹 미화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영웅화, 근현대사 왜곡으로 입길에 오르던 터라, 이씨의 폭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조기종영이 가시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출연 탤런트들의 불만은 최근 연출자 소원영 피디의 인사위원회 회부 소식에 터져나왔다. 지난 14일
‘영웅시대’ 는 막 내리지만 외압설 실체는 꼭 밝혀야
-
<말아톤>, 전국누계에서 <공공의 적2>도 제치고 3주연속 1위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일지 몰라도 <말아톤> 흥행은 천만불짜리다. 썰렁한 농담이 아니다. 지난 주말까지 <말아톤>이 기록한 전국누계는 무려 360만명. 제작사가 정산받는 일인당 관람수익을 3,000원씩만 따져도 대략 108억원이다. 천만불이 넘는 금액이다. 지난주에도 <말아톤>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무려 3주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3주연속 1위는 작년 추석연휴 <귀신이 산다> 이후에 처음이다. 경쟁작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공공의 적2>와 <콘스탄틴>은 물론이고 <파송송 계란탁>, <제니, 주노>, <레드아이>에 <에비에이터>, <사이드웨이>까지 신작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도 2위와는 서울주말 스코어에서 만명이상이 차이난다. 흥행 롤러코스터에 제대로 가속도가
<말아톤>은 천만불짜리! <말아톤> 3주 연속 1위
-
2월20일 막을 내린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황금곰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화<카르멘>에게 돌아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아프리카 관련 영화가 네 편이나 상영되었고 디이터 코슬릭 집행위원장도 “올해의 주제는 아프리카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상작 발표 당일 비공식 평론가 투표결과에서 총22편의 경쟁작 중 7,8위에 올랐던 <카르멘>이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한 것은 의외라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었다. 이 작품은 신인감독 마크 돈포드 메이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차용해 만든 뮤지컬 영화로, 남아공 토착민의 언어로 만든 최초의 영화이자 황금곰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프리카 영화가 됐다. 여기에는 베를린 심사위원들이 아프리카 영화에 힘을 실어주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아프리카는 새로운 영화의 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다. 2월27일 시상식을 앞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도 남아공의 라는 작품이 노미네이트됐을 정도다.
최우수배우에게 수여하는 은곰
[베를린 2005] 남아공영화<카르멘> 황금곰상 수상
-
“당신이 이 글을 주의 깊게 읽는 데는 아마 한 시간쯤 걸릴 것입니다. 바로 그 한 시간 동안 14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과 기아로 죽어가고 다른 60명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난민이 됩니다. 이 글은 이 비극과 죽음과 기아의 이유에 대해 쓴 것입니다. 이 고통스런 이야기가 당신 개인의 행복과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되면 이 글을 읽지 마십시오.” 이란의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현실에 관한 보고서 <칸다하르> 첫머리에 그렇게 썼다. 그리고 “왜 모두들 바미얀의 불상(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상)이 파괴된 것에 대해서는 소리내어 슬퍼하면서 죽어가는 아프간인들을 구하는 일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마이클 윈터보텀의 <인 디스 월드>(2003) 또한 “이 고통스런 이야기가 당신 개인의 행복과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되면 이 영화를 보지 마십시오”라고 운을 뗀다. 무지가 편견을 낳고, 편견이 죽음을 불러온, 그
야만의 세상에서 산다는 것, 해외신작 <인 디스 월드>
-
김지수 주연의 <여자, 정혜>가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NETPAC)을 수상했다. 넷팩은 아시아영화진흥기구의 약자로 넷팩상은 아시아지역 초청작 가운데 가장 주목도 높고 후원하고 싶은 영화에게 주는 상이다. 넷팩상이 수여된 포럼 부문 디렉터인 크리스토프 테르헤슈트는 현지매체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자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한국에서 온 <여자, 정혜>이며, 포럼에 출품된 작품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로 지목해 일찌감치 수상분위기가 점쳐지기도 했다. 작년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수상작인 <여자, 정혜>는 오랜만에 스크린에 출연하는 김지수가 주연을 맡은 멜로영화로 국내에는 3월 10일 개봉예정이다.
[베를린 2005]<여자, 정혜> 베를린 영화제 넷팩상 수상
-
배우 조승우가 뮤지컬에서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 역을 맡는다.
'헤드윅'은 영화로도 잘 알려진 록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2시간 동안 무대에서 솔로곡과 모놀로그로 극을 이끌어가는 쉽지 않은 배역.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은 독특한 헤어 스타일과 화장, 복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노래 실력 뿐 아니라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소화해내기 힘든 역이다. 헤드윅 역에는 조승우와 함께 뮤지컬계의 젊은 실력파 배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등 총 4명이 동시에 캐스팅되어 4인 4색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말아톤>에서의 자폐아 연기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승우는 영화 뿐 아니라 이미 <의형제><명성황후><지하철1호선><지킬 앤 하이드> 등의 뮤지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다음은 조승우 매니저의 말이다.
뮤지컬 <헤드윅> 주인공역에 조승우 등 4명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