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압적 아버지, 잔혹한 신화가 되다
소설 <피와 뼈>는 양석일에게 나오키상과 쌍벽을 이루는 야마모토 주고로상을 안겼다. 16년이 지나고, 스크린으로 귀환한 영화 <피와 뼈>는 최양일에게 일본영화제의 그랜드슬램에 가까운 업적과 평단의 찬사를 선사했다. 제주도에서 무당이 굿을 하며 되뇌는 “피는 어머니로부터 받고, 뼈는 아버지로부터 받는다”는 말에서 제목을 빌려온 <피와 뼈>는 최양일이라는 붓과 기타노 다케시라는 먹이 만나 터질 듯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괴력의 영화가 되었다. 140분 동안 눈을 떼지 못하도록 움직이는 김준평의 그악스러움과 그에게 짓밟히는 가족들의 처절함은 최양일식 현대 비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대, 사회, 가족을 역류하는 한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피와 뼈>에 관한 이야기.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를 보면서 연상되는 소설이 하나 있었다. 나카가미 겐지의 <고목탄>이라는 작품이다.
최양일의 <피와 뼈> [1]
-
‘장한 어머니 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감독의 어머니는 6남매를 출가시킨 뒤 자신의 삶을 찾아 독립했다. 감독 역시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되어, 한명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딸로서 장한 어머니가 뒤늦게 여자가 되어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낸다. 폭음을 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낯선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 엄마를 바라보며 감독과 자식들은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분장처럼 새하얀 화장을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서는 밝은 표정의 엄마를 한명의 여자로 받아들이기에 자식들은 그런 엄마가 민망하고 안쓰럽다.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어린 시절의 상처, 엄마의 상처가 고름이 되어 감독의 시선을 흐릴 무렵, 그녀들은 셋째언니의 터전, 러시아로 여행을 떠난다. 낯선 땅에서 과거와의 화해를 거부하던 언니 역시 딸들의 엄마가 되어 있다. 어색한 모녀들의 만남과 아픔의 눈물 뒤에 언니는 엄마가 되어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고, 감독은 언니를 통해 엄마의 이야기를 끌어안는다. 각자의 마음을 떠돌던 고통이 한자리에 모
세월을 함께한 여인들의 상처 어린 소통, <엄마…>
-
오랜 세월을 떨어져 살고 있는 늙은 자매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영상으로 전한다. 감독은 한국에 사는 할머니와 미국으로 이민 간 이모할머니에게 카메라를 대며 그녀들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흔 가까이의 나이, 두 노인에게 남은 건 남편의 무덤과 출가한 자식들, 그리고 때때로 떠올리는 자매와의 그리운 추억뿐이다. 카메라는 서로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비추고 한옥과 LA의 풍경을 번갈아 담아내며 한국과 미국의 그 먼 거리, 두 할머니의 긴 이별을 조금씩 좁히고 있다. 서로의 말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두 노인의 통화장면은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감독은 그 쓸쓸함을, 그녀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오가며 서로에게 전달할 반가운 영상편지를 완성한다. 그것은 감독이 할머니들에게 선사하는 생의 마지막 봄날일지 모른다. 보고 또 보아도 닳지 않는 봄날의 편지. 사진 속 나란히 서 있는 어린 두 자매의 파릇한 얼굴이 이 따사로운 영상편지 속에서
늙은 자매의 긴밀한 소통, <봄이 오면>
-
공연을 앞둔 세계적 지휘자 피에르 모항주(자크 페렝)에게 어머니의 부음이 전해진다. 침착하게 공연을 마친 뒤 귀국해 장례를 치른 그를 옛 친구가 방문한다. 친구가 내민 기숙학교 시절의 사진과 한권의 낡은 일기는 거장에게 음악의 영감을 처음 가르쳐준 스승의 기억을 불러낸다. <시네마천국>에서 영화감독 살바토레로 분했던 자크 페렝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음악가가 되어 똑같은 회상에 잠기는 그의 모습에 미소지을 것이다.
프랑스 국민 20%를 관객으로 동원한 흥행 여세를 몰아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프랑스 후보작으로 출품된 <코러스>는, 몇 소절만 귀기울이면 아름다운 멜로디를 미리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 같다. 진실한 가르침으로 아이들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놓는 참다운 교사가 이 익숙한 노래의 주인공. 때는 1949년. 음악가로서 경력의 막장에 다다른 클레망 마티유(제라르 쥐노)는 전후 폐허에서 버림받고 비뚤어진 소년들을 모아놓은 초라한 기숙
불우한 아이들과 다정한 교사가 엮어가는, <코러스>
-
-
아카사카 마리는 진동을 예민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작가다. “이것은 그의 몸이다. 나는 심장과 살갗으로 진동을 느낀다.” “측면에 붙은 스위치를 누르자 얇은 막이 진동을 하는 것 같다. 그 떨림이 나의 사고를 잘게 부수었다.” 자신의 소설 <바이브레이터> <뮤즈>에 이런 문장들을 적어넣은 아카사카 마리는 왠지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어서 이렇게 민감해진 거라는 인상을 주곤 한다. 핑크영화로 출발한 중견감독 히로키 류이치는 이처럼 여성의 육체를 가져야만 공명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소설을 조심스럽고 세심한 터치로 감싸안아 스크린 위에 가져다놓았다.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에 둘러싸인 젊은 여자가 자신보다 어린 남자와 여행을 하고, 영원하지 않을지라도 고요한 침묵을 찾게 되는 여정. <바이브레이터>는 제목이 주는 선정적인 느낌과는 다르게 묻어버렸으나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상처를 깊은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다.
르포라이터 하야카와 레이(데라지마 시노부
고요한 침묵을 찾게 되는 여정, <바이브레이터>
-
2월27일(현지시간) LA 할리우드 코닥시어터에서 진행된 제77회 아카데미시상식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상식 중반까지는 <에비에이터>가 여우조연상(케이트 블란쳇)과 촬영상, 편집상 등 5개 상을 받으면서 장악하는 분위기였으나 막판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모두 평정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74)의 ‘필생의 역작’이라는 평을 받은 감동적인 복싱 드라마<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까지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연출과 연기까지 도맡았던 이스트우드는 93년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상을 손에 쥐었고, 여성 복서로 열연을 펼친 힐러리 스왱크는 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 이어 또 다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한번도 오스카상을 타지 못했던 모건 프리먼은 네 번째 도전끝에 남우조연상을 차지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오스카 주요상 석권
-
키네마준보에서 지난해 최고의 일본 영화로 꼽았던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 오는 3월 11일 일본에서 DVD로 발매된다.
1988년 도쿄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무책임한 부모에 의해 버려진 삼남매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들만의 생활을 한다는 내용. 세미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찍은 사실적인 영상 가운데 10대 초반에 주연을 맡은 야기라 유야의 연기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얻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DVD는 16:9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에 돌비디지털 2.0 음향을 지원하며, 일본 타이틀로서는 드물게 영어와 일본어 자막이 수록된다. 스페셜 피처로는 메이킹 영상과 칸 영화제 수상 장면, 감독 인터뷰, 다테 다카코가 부른 영화 삽입곡 ‘보석’의 뮤직 클립 등이 수록된다. 가격은 세금포함 3,990엔.
는 오는 4월 국내 개봉 예정인데 DVD로도 빠른 시일 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도 모른다> 일본판 DVD 출시
-
<다이어리 오브 어 매드 블랙 우먼>(Diary of a Mad Black Woman)
이 미국 박스오피스 1위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타일러 페리의 동명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여유로운 중산층 흑인 주부가 결혼 20주년이 되던 해에 남편으로부터 갑작스런 이혼 요구를 당하게 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평단의 엇갈린 반응 속에 개봉해 2월 마지막 주말동안 2270만달러 수입을 올렸다. 개봉관수가 1483개로 적은데도 불구하고 스크린당 평균수입이 1만5천달러에 달해, 3571개관에서 평균수입 5천달러인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보다 훨씬 짭짤한 성적을 거뒀다.
<Mr. 히치>와 <콘스탄틴>은 지난주보다 한계단씩 하락해 2,3위에 자리했다. <Mr. 히치>는 주말동안 2100만달러를 벌어들여 누적수입이 1억2200만달러가 됐다. <스크림>시리즈 감독 웨스 크레이븐의 신작 <커스드>(Cur
<다이어리 오브 어 매드 블랙 우먼> 美흥행 1위
-
광주국제영화제 조직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광주국제영화제 개혁준비모임은 지난 2월23일 오전 성명을 내고 김갑의 현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공식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이 기자회견에는 김범태 광주영화사랑 시민모임 대표와 광주국제영화제 개혁준비모임 대표를 비롯해 임재철 전 프로그래머, 김우경 광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조대영 광주영상미디어센터 운영위원, 박상백 광주 시네마테크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범태 대표는 “김갑의 집행위원장은 이미 선임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 낭비성 외유가 잦아 집행위원장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사퇴 촉구 배경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집행위원장이 이사회에 내놓은 올해 영화제 기획안을 보면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들 초청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 특별전 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광주영화제도 심상찮다
-
<외출> 아시아 동시개봉
배용준, 손예진이 출연하고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는 <외출>이 올해 9월 아시아 지역에서 동시 개봉된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쇼이스트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5개국과 배급계약을 체결했고, 타이, 필리핀 등 나머지 아시아 국가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동시개봉은 불법복제 DVD와 인터넷상의 불법 다운로드를 우려한 아시아 배급사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다.
영진위 상반기 학술지원사업 신청 접수
영화진흥위원회에서 2005년 상반기 학술지원사업 신청을 접수한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이번 학술지원사업의 신청 접수 분야는 신진연구인력지원사업, 과제공모사업, 해외한국학연구지원사업, 출판지원사업 네 분야이다. 접수기간은 3월14∼18일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kofic.or.kr) 참조(문의: 02-9587-657, claudiakim@kofic.or.kr).
한
[국내단신] <외출> 아시아 동시개봉 外
-
<피와 뼈>, 일본 아카데미 3개 부문 석권
지난 2월18일 열린 제28회 일본아카데미시상식에서 <피와 뼈>가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최양일은 감독상, 스즈키 교카는 여우주연상, 오다기리 조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재일동포 김준평으로 열연을 펼친 기타노 다케시는 남우주연상을 타지 못했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은 사사베 기요시 연출, 데라오 아키라 주연의 <한오치>(半落ち)에 돌아갔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작품으로, 치매에 걸린 아내를 죽였다고 자수한 형사의 이야기다.
다시 날아라 <원더 우먼>
한동안 주춤했던 <원더 우먼> 제작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매트릭스>을 제작하기도 한 조엘 실버가 <버피와 뱀파이어>의 조스 웨든을 영입하면서 박차를 가하려 하고 있다. “스카우트가 쉽지는 않지만 꼭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 팀 버튼이 <배트맨>을 부활시켰던 것처럼 <원더 우먼&g
[해외단신] <피와 뼈>, 일본 아카데미 3개 부문 석권 外
-
대규모 전쟁영화가 될 <무기의 그늘>을 필두로 몇번에 걸친 한국 문학과 영화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씨네21 독자들이 가장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으로 점친 소설은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 정조시대 초기,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젊은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 당대의 유명 소설가의 작품에서 실마리를 잡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등 이른바 역사추리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의 반영인 듯도 보인다.
“방각본 살인사건!! 조선시대 추리물이 재밌을듯♡”(yamadaz), “모든 영화적 요소가 가득한 <방각본 살인사건> 영화 제작이 기대됩니다”(cjnlove)는 의견이 있었다. 2위는 뜻밖에도 거인 황석영을 제치고 만화가 천계영이 차지했다. 사진과 문장이 결합한 <the 클럽>은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한 소녀의 성장담. 이인화의 <하비로>는 출판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4
[씨네폴] 조선시대 추리물, 기대됩니다
-
[결과 총평 기사] 오스카 주요상 석권
[투표] 제77회 오스카 영화상에서 가장 애석하게 수상에 실패했다고 보는 후보는?
2005년 아카데미 최종 결과
작품상 -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감독상 - 클린트 이스트우드 <밀리언달러 베이비>
남우주연상 - 제이미 폭스 <레이>
여우주연상 - 힐러리 스웽크 <밀리언달러 베이비>
남우조연상 - 모건 프리먼 <밀리언달러 베이비>
여우조연상 - 케이트 블란쳇 <에비에이터>
촬영상 - <에비에이터>
각본상 - <이터널 선샤인>
각색상 - <사이드웨이>
편집상 - <에비에이터>
외국어영화상 - <바다 속으로>
주제가상 - "Al Otro Lado Del Rio" -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작곡상 - <네버랜드를 찾아서>
미술상 - <에비에이터>
의상상 -
[특집]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실시간 발표
-
[올드독의 TV 감상실] 심은하의 그 장면이 이거였다니!!
[올드독의 TV 감상실] 심은하의 그 장면이 이거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