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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을 보고 이성재(조규환)가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몰매맞기 쉽겠지만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지옥이 내려주는 후광 같은 게 있어 보인다. <양들의 침묵>에서의 한니발 렉터처럼 말이다. <공공의 적 2>에서 정준호 캐릭터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물론 경제사범의 경우에도 세금을 떼어먹는다든가 뇌물을 준다든가 하는 활동 내용의 스케일이 종종 상상을 초월하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어떤 으스스한 후광은 없고 구린 냄새만 난다. 그래서 모종의 섹시함을 포기하는 대신 나는 그가 진짜 구린 냄새를 피우기를 기대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킁킁거리면서 자기한테도 무슨 냄새가 나는 건 아닌지 확인하도록 유도해내길 바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상우(정준호)는 어떤 냄새도 아우라도 풍기지 않았다. 그는 악한 캐릭터의 한 유형이라기보다는 걸어다니는 악 그
[투덜군 투덜양] 아우라가 있어야지, 아우라가! <공공의 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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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광주국제영화제도 조직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광주국제영화제 개혁 준비 모임’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광주국제영화제 김갑의 집행위원장은 선임과정에서부터 하자가 있었을 뿐 아니라 선임된 뒤에도 아놀드 슈워제네거 초청 등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예산 낭비성 외유를 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머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일방적으로 교체했다”면서 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단체 김범태 대표는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집행위원장은 취임 뒤 올해 광주영화제 프로그램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 특별전,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메릴 스트립 초청 등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더니 미국 두번, 중국 1번, 일본 1번 등 네차례 출장을 다녀왔는데 보고서 한 장이 없다”며 “1월 말에는 광주영화제 1회부터 4회까지 프로그래머를 맡아온 임재철씨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
광주국제영화제 조직운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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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별로 없다고? 그럼 우리가 관계를 맺어주지 뭐?” 매주 열리는 <씨네21> 기획회의에서 내가 자주 뱉는 말이다.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나 사건이라도 관점만 제대로 잡으면 굴비 엮듯 엮어서 흥미로운 기획기사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번번이 이런 식이다보니 “관계를 맺어주자”는 말만 나오면 기자들 낯빛이 변한다. “어이구, 저 인간, 또 저런다 또!” 하는 표정이다.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한 묶음으로 특집을 만들자는 얘기도 그러다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경우가 뜬금없는 한 묶음이 아니란 걸 독자 여러분도 금방 눈치챌 것이다. 두 배우가 함께 나왔던 1993년작 <길버트 그레이프>를 봤다면 틀림없이.
<길버트 그레이프>는 내가 시사회라는 걸 처음 경험한 영화였다. 막 제대를 하고 백수였던 1994년 봄, 어디서 시간을 때우나 배회하다가 동숭씨네마텍 개관 기념 시사회에 떠밀리듯 들어갔다. 아직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편집장이 독자에게] 조니 뎁과 디카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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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홍준 집행위원장의 해촉으로 한창 시끄럽더니 이번엔 광주국제영화제가 말썽이다. 김갑의 광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광주국제영화제개혁준비모임’은 최근 김 위원장쪽에서 만든 올해 5회 광주국제영화제 집행계획안을 공개했다. 이 안의 몇몇 항목은 이제까지 영화제에서 보지 못했던 할리우드 영화로 짜여져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무비 렌즈- <터미네이터 1,2>, <어비스>, <트루라이즈>, <타이타닉>’, ‘3D영화-<토이 스토리>, <개미>, <벅스>, <트론>’. 영화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또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메릴 스트립을 초청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다녀오기도 했다.
광주영화제 1회부터 지난해까지 프로그래머를 맡았던 임재철씨는 김 위원장이 이 안을 들고 왔을 때 제임스 카메론 영화는 미국 메이저영화사나 카메론이 필름을 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팝콘&콜라] 작품성과 흥행성, 현실성…영화제 존재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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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실무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보통 ‘과장’ 쯤의 직급을 달고 있는 중간관리자들 말이다. 위에서 시키면 군소리 없이 해야 할뿐더러 동시에 아래를 다그쳐야 한다는 데 그들의 비애가 가로놓여 있다. 보스는 그저 비장하게 명령하고 폼나게 총을 뽑으면 그만이지만, 지저분한 ‘설거지’는 고스란히 실무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런데 실무자는 로봇이 아니다. 사람이다. 일년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격무에 시달리는 제 신세에 화가 나고, 애초에 기대한 ‘공공의’ 그것이 아닌 지극히 ‘사사로운’ 업무내용에 짜증스럽다. 사는 게 권태롭다는 듯 언제나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고 다니는 샐러리맨. “아우 귀찮아. 인생 뭐 있냐”라고 잠꼬대할 것 같은, ‘그때 그사람들’의 주 과장은 그런 인간이다.
1979년 10월26일, 그 깊은 가을 밤. 그는 일생 최대의 소동에 휘말린다. 직속상관이 모종의 결심을 했다. 이유를 캐물을 새도 없다. 사회생활하다 보면 어떤 줄에 서 있느냐가 운명을 결정하는
[정이현의 해석남녀] <그때 그사람들>의 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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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 아사노 다다노부 >>
강혜정이 타이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그는 타이 감독 펜엑 라타나루앙의 신작 에 일본의 인기배우 아사노 다다노부와 동반 캐스팅되었다. 는 타이행 크루즈에서 만난 일식 요리사와 한국인 여자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 펜엑 감독은 에서 강혜정이 보여준 연기에 매료되어, 타이인으로 설정되어 있던 주인공을 한국인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월24일 크랭크인 예정이다.
차승원, 신하균 >>
조선시대 어느 섬을 배경으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추리공포물 촬영을 최근에 마친 차승원. 그가 로 독특한 코미디 감각을 선보여온 장진 감독과 만난다. 광고회사 여사장의 살인범을 추적하는 장 감독의 신작 는 차승원을 검사로, 에 출연 중인 신하균을 용의자로 캐스팅했다.
문성근 >>
과외활동에 주력하던 문성근이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그는 배우 방은진( )의 감독 데뷔작인 범죄스릴러 (이스트필름)에 캐스팅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캐스팅 소식] 강혜정, 타이의 열기 속으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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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과 히로인 스즈키 교카가 내한했다. 지난 2월15일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피와 뼈>의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시종일관 진지한 눈빛으로 질문에 응답했다. 괴물 김준평(기타노 다케시)의 아내 이영희 역으로 열연한 스즈키 교카는 “육체적으로 멍이 들고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더 어려웠던 건 기타노 다케시처럼 훌륭한 연기자와 연기하는 것, 연기에 대한 어려운 주문이 매번 내려지는 것, 프로의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난의 제작과정을 술회했다. 그녀는 덧붙여 자신의 한국어 표현이 어떠했는지 기자들에게 반문하고 인상 깊은 한국영화로 <살인의 추억>을 꼽았다. <피와 뼈>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사토라레>를 잇는 그녀의 세 번째 국내개봉작이다.
최양일 감독은 빽빽한 엔딩 크레딧에 대해 “726명이 실렸지만 실제로 일한 사람은 1천명이 넘는다”며 “<피와 뼈&g
<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과 스즈키 교카 내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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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의 저자인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가 지난 2월10일 지병인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살. 뉴욕 유대인 가정의 3남매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1949년에 출판한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33살의 나이로 대가의 자리에 올랐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자본주의사회의 성공신화 속에서 희생양이 되고마는 영업사원 윌리 로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후로도 아서 밀러는 현대의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소외되고 박탈당한 인간성을 그리는 교훈극들로 20세기 문학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영화팬들에게는 세기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와의 짧고 극적인 결혼 생활, 자신의 희곡을 영화화한 <크루서블>(1996)로 잘 알려져 있다. <크루서블>의 주연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아서 밀러의 사위이기도 하다. 세기적인 로맨스의 파경, 매카시즘으로 겪은 고통 등 스스로의 작품을 재현하듯 희극과 비극의 드라마로 점철된 삶의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 심장병으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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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아이돌을 배우로 만든다. 91년 발매한 누드집 <싼타페>로 유명한 영화배우 미야자와 리에(32)가 연이어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진지한 배우의 길에 들어서는 중이다. 그는 지난 2월11일 열린 ‘78회 <키네마준보> 베스트 10 시상식’과 14일의 ‘47회 블루리본상’에서 <아버지와 살면>(구로키 가즈오 감독)으로 여우주연상을 연패했다. <아버지와 살면>은 히로시마 원폭에서 살아남은 여성의 아픔을 그리는 영화. 이제 <싼타페>의 기억은 14년 전 사춘기의 다락방 속에만 남았다.
미야자와 리에, 배우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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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 TV에 5.1채널 갖춰놓으면 뭐합니까. 그걸로 드라마만 보는데….”공수열 기획이사가 흥분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첨단의 테크놀로지에 목을 매면서도 이를 이용해 제대로 된 문화를 향유할 줄 모르는 척박한 현실 말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곳은 지난 2월15일 국내 처음으로 1천 번째 DVD 타이틀을 출시한 토종 DVD 제작사 스펙트럼디브이디. DVD라는 말도 생소했던 1999년, 상호 자체에 ‘디브이디’를 박아넣은 회사다. 그 단호함을 그대로 닮은 공수열씨는, 지난 6년간 스펙트럼디브이디의 시작과 성장을 함께해왔다.
-이전까지는 이쪽 분야와는 관계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영화광이거나 오디오광이었나.
=절대 아니다. 영상콘텐츠 업계 종사자들 중에는 유난히 마니아들이 많지만, 기호와 산업은 다르다. 문화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적 마인드다. 좋아하는 것만을 우선시한다면 결국 한국 영상문화는 할리우드에 종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DVD 업계가 많이
스펙트럼디브이디의 공수열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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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살 중학생 커플이 실수로 아이를 가졌다는 얘기를 담았지만 영화 <제니, 주노>는 두 주인공 소년, 소녀의 맑고 활기찬 얼굴과 아기자기한 방안 풍경을 더 많이 비춘다. 주인공 제니 역의 박민지는 화면 안에서보다 훨씬 밝고 화사한 기운을 가졌다. 열일곱살 소녀의 작은 몸집에서는 1m 거리를 두고 마주 앉은 사람에게도 느껴질 만큼 뜨거운 체온이 훅훅 뿜어져나오고, 윤기나는 동그란 눈매에서는 꾸준히 마주 응시하기 버거울 정도로 반짝반짝 빛이 솟는다.
잡지모델을 하다 <제니, 주노>의 주연으로 발탁된 박민지는 크랭크업 뒤 얼마 동안 “개봉 언제 하나” 하는 지루함을 더 많이 느꼈다고 했다. “물론 떨리죠. 개봉 때가 되니까 조금씩 그런 거 같아요. (웃음) 아쉬움도 많고. 그래도 촬영 초반에 찍은 것보다는 나중에 찍은 게 좀 나아 보이기도 하고. 100% 만족이야 못하죠. (웃음) 여러 가지 생각이에요.”
<어린 신부>를 연출한 김호준 감독
반짝반짝 빛나는, <제니, 주노>의 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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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반장 누구야?” 2002년 <공공의 적>이 개봉했을 때 관객은 아마도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강력반에 새로 부임해 수사에 힘을 불어넣고, 감찰반으로부터 부하 직원들을 보호하는 강직한 반장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만약 그중 연극 공연장을 더러 찾아온 친구가 끼어 있었다면, 답은 쉽게 튀어나왔을 터. 하지만 대학로와 거리를 두고 살아온 ‘보통 관객’으로서는 그가 1980년 연극계에 입문해 <칠수와 만수> <변방에 우짖는 새> <김치국씨 환장하다> <날 보러 와요> <진술> 등 30여편 연극무대의 주인공이었으며, 연극계의 온갖 상을 대부분 품에 안아본 배우 강신일(45)이라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했으리라. <공공의 적> 이후 그는 <광복절특사> <청풍명월> <천년호> <실미도> <썸> 등에 출연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존재를
<공공의 적2>의 배우 강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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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폭스는 밋밋한 흑인 남자의 얼굴을 지녔다. 덴젤 워싱턴처럼 지적인 미남형도 아니고, 윌 스미스처럼 세련되거나 친근하지도 않다. 크리스 록이나 마틴 로렌스처럼 익살맞은 장난꾸러기 이미지도 아니고, 포레스트 휘태거나 로렌스 피시번처럼 영묘한 카리스마를 풍기지도 않는다. 어느 누구도 아니고,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는 얼굴. 그래서일까. 폭스는 장르와 캐릭터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왔다. 심지어 그의 분신들은 시작과 끝이 확연히 다르다. 필드에 오바이트를 해대는 소심남에서, 감독의 작전을 무시하는 기고만장 벼락 스타로, 다시 팀워크의 교훈을 깨닫고 진정한 팀 플레이어로 거듭나는 쿼터백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보자(<애니 기븐 선데이>). 무하마드 알리의 정신적 지주였다가, 마약의 유혹에 챔피언 벨트를 팔아먹는 파렴치한으로 추락하던 모습도 있었다(<알리>). 악질 킬러에게 끌려다니다, 공모자가 되길 거부하며 몸부림치던 <콜래트럴>의 택시
젊은 레이 찰스의 환생, <레이>의 제이미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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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의 화면은 영화의 ‘쿨’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매우 ‘핫’하다. 영화 외부에서 진행되는 각종 정치적, 법적 논쟁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촬영장에서 스탭들이 주고받은 시너지 효과에서 비롯된 것인데, 영화 속 모든 요소는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정교하게 계획된 흔적이 역력하다. 그 유기적인 치밀함의 중심에 촬영감독 김우형이 있다.
런던국제영화학교에서 촬영을 공부한 뒤, <나쁜 영화>의 부분 촬영으로 상업영화에 첫발을 디딘 그는 촬영부 생활 없이 <거짓말>을 통해 촬영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까지 장선우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그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시나리오와 연출자의 의견. 그럼에도 한번 마음을 준 감독의 경우는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도 촬영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애썼던 김우형 감독은 다소 느린 말투의 소유자. 진위여부는 확인할
감독의 강력한 조력자, <그때 그사람들> 촬영감독 김우형